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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72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72화

제172화. 신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녹원선인께서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일부 마을사람들은 당황했고,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은 분노했다.

평소 추앙하고 있던 녹원선인의 말이라 더욱 분노했는지도 몰랐다.

“일월성신께서 존재하지 않는다니요? 그게 녹원선인께서 하실 말씀이란 말입니까!”

“말씀을 거두십시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뛰어올라와 녹원선인에게 따져 물을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몇몇 사람들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강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후우…….

“머릿속이 전부 꽃밭이로군.”

하하하…… 

비강의 그 말이 우스웠는지 강무화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때 저 아래쪽에서 다시 무진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잠시 그대들을 시험했노라. 그대들의 믿음을 알아보시고 일월성신께서 기뻐하고 있노라.”

비강은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이미 저들이 어떻게 하고 있을지 짐작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일월성신이시여!”

“일월성신이시여!”

비강의 짐작과 정확하게 들어맞는 어리석은 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

 

아침 식사를 끝낸 비강은 직접 밥을 차려 장경주의 방으로 들어갔다.

넋을 잃고 앉아 있던 그녀는 비강이 방으로 들어오자 황급히 일어나 맞이했다.

“연 대협이 어쩐 일로…….”

“식사는 거르지 마시오, 장 소저.”

장경주는 비강이 들고 있는 소반을 급하게 건네받았다.

“미안해요, 연 대협. 저 때문에 연 대협에게 수고를 끼치네요.”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식사를 하시오.”

“……예. 그렇게 할게요.”

장경주의 방을 나온 비강은 산책이나 할 겸 산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마을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논과 밭을 지나 점점 더 십만대산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비강은 무공을 연마하고 있는 앳된 청년들과 담정천을 발견했다.

잠시 앳된 청년들을 지켜보던 비강은 문득 낯이 익은 청년 하나를 알아보았다.

‘어디서 봤더라……, 아. 벗들과 함께 소를 잡아먹고 꼬리를 내밀던 녀석. 중팔이라고 했던가?’

앳된 청년을 기억해 낸 비강은 피식 웃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십만대산 안쪽에서 제자들과 함께 내려오던 강무화가 비강에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아니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갔다가 오는 거요?”

“산에서 제를 드리고 왔어요.”

제자들을 먼저 내려 보낸 강무화는 비강과 나란히 길을 걸었다.

논밭 길을 걷는 비강과 강무화를 발견한 마을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고 깊숙이 머리를 조아렸다.

“신녀를 뵈옵니다.”

“신녀를 뵙습니다.”

가깝고 멀리 있는 것을 가릴 것 없이 강무화를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전부 그녀에게 머리를 숙였다.

“아주 좋겠소? 마을 사람들이 당신을 이렇게나 믿고 따르니 말이오.”

빈정거리는 비강의 말투에 강무화는 고소를 지었다.

“연 대협은 저들을 싫어하는군요.”

그녀는 비강을 교주라는 절대적인 호칭 대신 연 대협이라 불렀다.

비강이 교주라는 호칭을 싫어하기에 그리한 것이다.

“싫어하지 않소. 다만 관심이 없을 뿐이오.”

아침에 그 일을 지켜본 비강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끊어 버렸다.

단지 저들은 이용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어제 담노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살아갈 집을 주고, 굶지 않게 해 주고, 입을 옷을 주는 자가 진정한 신이란 말이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저들에게 있어서 이미 신이에요.”

“언제까지 저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소.”

“네. 이제 저들이 연 대협을 먹여 살릴 거예요. 연 대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거고요.”

강무화의 말이 맞을 것이다.

아침에 보았던 마을 사람들은 일월성신을 위해서라면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바칠 어리석은 자들이었다.

두 사람이 길을 걷는 모습을 마을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지켜보았다.

붉은 꽃무늬가 들어간 화사한 비단옷을 입고 있는 여인은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을 가진 신녀였다.

그런데 그 옆에서 걷고 있는 검은 무복의 젊은 사내는 누구란 말인가?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인인 것은 확실한데 십만대산의 무인은 아니었다.

자신들은 감히 제대로 얼굴조차 쳐다보지 못하는 존귀한 분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외인을 어찌 두고 보고만 있겠는가.

길을 걷고 있던 비강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쏟아지는 잡스런 살기를 느끼고는 비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지켜보는 이들을 더욱 노하게 만들었다.

“아주 좋겠소. 저들에게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말이오.”

강무화도 마을 사람들의 살기 어린 눈빛을 알아보았다.

“혹여 저들이 연 대협께 무례를 범해도 용서를 해 주세요.”

“나를 죽이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줄 것이오.”

 

***

 

용 단주가 찾아온 것은 점심때가 가까워졌을 무렵이었다.

그는 수많은 수레 위에 식량과 옷가지들을 싣고 찾아왔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비강의 방을 찾아온 용 단주는 넙죽 허리부터 숙였다.

“단주님까지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하하하…….

“그럴 리가요. 교주님을 교주님이라 부른 것뿐입니다.”

넉살 좋게 웃은 용 단주가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용 단주께서 대금조차 받지 않고 여러 물품을 계속 대주었다고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비강은 용 단주가 이렇게까지 십만대산에 헌신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어제 담노에게 듣기로는 용 단주의 자금 사정도 그리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무리하시는 것은 아닙니까?”

“앞날을 위한 투자입니다. 오로지 저에게 책임이 있으니 교주님께서는 신경 쓰실 일이 못됩니다.”

용 단주는 어떻게 저런 믿음까지 생긴 것일까.

비강은 밖에 있는 담혁수를 불렀다.

“담 소협. 그것들을 가져오시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담혁수는 비강이 수레에 싣고 온 궤짝 두 개를 방안으로 들여왔다.

“열어 보십시오.”

용 단주가 궤짝 하나를 열었다.

빛나는 금은보화는 용 단주의 눈을 시리게 만들 정도였다.

용 단주는 궤짝 안에 들어 있는 금은보화들 중에 진주 한 알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진주는 웬만한 성 하나의 가치와 맞먹을 정도였다.

“전부 가져가십시오.”

궤짝에 들어 있는 금은보화의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

하지만 비강은 그것들을 그대로 용 단주에게 넘겼다.

“저는 궤짝 하나만 가져가겠습니다. 남은 궤짝은 앞날을 위해 사용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용 단주가 궤짝 두 개를 전부 가져간다고 해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용 단주는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다.

비강도 궤짝에 들어 있는 금은보화의 값어치를 대충이나 짐작하고 있었다.

“십만대산에서 가려 뽑은 기재들이 저와 함께 상행을 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십만대산의 살림은 넉넉해질 것입니다. 그때 이 용가상단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용 단주님께서는 앞으로도 언제나 저의 벗으로 남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궤짝을 내가는 용 단주를 지켜보는 비강의 마음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았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의도대로 자신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었다.

“아저씨…….”

 

비강이 십만대산에 틀어박혀 있을 때 강호 무림은 돛단배가 거친 풍랑을 만난 듯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 있었다.

‘나, 남궁악은 북림의 풍천양과 남선 도운패의 복수를 위해 중천을 함락시켰다. 또한 서패 당백요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중천의 주인 시천세에게 묻는다.’

동천의 주인 남궁악은 강호 무림에 천하제일인이자 중천의 주인인 시천세의 이름을 공개했다.

또한 서패의 주인 당백요의 죽음까지 공표했다.

남궁악은 당백요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시천세에게 묻는다고 했다.

그것은 곧 당백요의 죽음에 시천세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중천에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선을 점거하고 있던 중천의 고수들이 물러났다는 소문이 강호로 퍼져 나갔다.

남궁악의 공표와 남선으로부터 퍼져 나온 소문은 강호 무림의 판도를 대번에 바꿔놓았다.

도운패의 죽음으로 시작된 무림의 대혼란은 마왕 연비강의 서패 습격으로 절정을 치달렸다.

거기다 더해 중천에 의한 남선의 항복과 중천의 후퇴, 그리고 신후 당백요의 죽음은 강호의 호사가들조차 입을 다물게 할 정도였다.

강호인들은 왜 이런 대혼란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강호에 대한 식견이 높은 자들의 입을 통해 한 가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강호의 진정한 천하제일인은 동천의 남궁악일지도 모른다.

사패의 무신들 중에 가장 조용했던 자가 바로 남궁악이었다.

근거지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자가 몸을 일으키니, 천하제일인으로 불리고 있던 중천의 주인조차 두려워 몸을 사렸다.

그리고 그 소문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무림맹이었다.

천목자 제갈곤의 말대로 무림맹은 대혼란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번 움직여볼 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오진권은 군사 제갈곤의 이야기대로 일이 흘러가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칫 이번 일에 끼어들었다면 무림맹은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제갈곤의 안색은 밝지 못했다.

오진권의 말한 대로라면 지금 강호 무림에서 가장 강한 자는 시천세일 것이다.

그런데 연이어 터지고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니 오히려 동천의 남궁악이 진정한 강자처럼 느껴졌다.

그것에 대해 확신을 한 것이 바로 남선의 항복을 이끌어 냈던 중천 고수들의 후퇴였다.

“여태까지 저나 맹주나 남궁악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침중한 안색을 하고 있는 오진권을 대신해 남궁휘가 말을 받았다.

“전에 아버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원래 저와 아버님은 이십여 년 전 그자의 손에 죽었어야 했는데, 그자가 일부러 놓아주었다고 하셨습니다. 그자는 이미 그때부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남궁악은 시천세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이용할 것이라는 것까지 예상하고 있었다는 겁니까.”

“그렇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구파일방과 육대세가가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 아버님의 짐작입니다. 저 또한 아버님의 짐작과 똑같은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남궁휘의 말에 이어 침중한 얼굴을 하고 있던 오진권이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군사.”

“여전히 움직여서는 안 되오이다, 맹주. 이제 동천은 남선까지 다스리게 될 것이오. 만약 동천이 서패까지 얻는다면 그때는 반드시 움직여야 하오. 그때는 시천세가 아닌 남궁악에게 머리를 숙여야 우리 무림맹이 살아남을 수 있소이다.”

“중천은 어떻게 될 것이라 보십니까? 이미 남궁악이 함락을 시키지 않았습니까?”

“나도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겠소. 곧 무슨 소식이 날아올 것이니 그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오.”

맹주와 부맹주, 군사가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밖에 있는 무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나가 있는 마안자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급한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들어오게.”

맹주의 허락을 받은 무인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무인은 서신 하나를 군사에게 전해 주고는 방을 나갔다.

제갈곤은 급히 서신을 뜯어보았다.

그리고 곧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백안걸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하외다. 범인은 아직 찾지 못했으나 상흔을 보면 도에 당하신 것 같으며 개방에서도 고수였던 백안걸개께서 당한 것을 보면 상대는 아마도 절대고수일 것이외다. 또한 하오문주가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들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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