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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203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03화

제203화. 사련재림

 

 

 

어둠을 이용해 마을을 빠져나온 마씨 가족은 남쪽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강이 많은 남쪽으로 내려가 물고기라도 잡아 생계를 꾸리기 위함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문득 남쪽으로 나 있는 길을 막고 서 있는 자들이 어둠 속으로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보였다.

“초…… 총관어른.”

켈켈켈……

“내 이럴 줄 알았지. 집세로 은자 두 냥을 내기 싫어 야밤을 틈타 도망까지 치려 했으니 맞아 죽어도 억울하지는 않을 터.”

번들거리는 살기를 흘리며 다가서는 염소수염의 총관은 당장이라도 명령을 내려 마씨를 죽여 없앨 것 같았다.

이에 애가 탄 마씨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 빌었다.

“총관어른. 한 번만,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정말 은자가 없습니다.”

“은자 두 냥이 없단 말을 믿으란 말이냐?”

“없습니다. 정말 없습니다.”

“그럼 하는 수 없지. 네 마누라와 자식 놈을 노예로 팔아버리는 수밖에. 데려오너라.”

총관의 잔인한 말에 아낙과 어린아이는 마씨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여보.”

“아버지.”

도를 든 사내가 다가서자 마씨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아내와 자식의 앞을 막아섰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이오!”

마씨는 어느새 손에 뾰족한 송곳을 쥐고 있었다.

크크크…….

이에 도를 들고 있던 사내가 비웃으며 천천히 도파에 손을 가져갔다.

“이렇게 되면 팔이 아니라 네놈의 목숨을 거둬야 하겠구나.”

“여, 여보. 적강이를 데리고 어서 도망쳐. 빨리!”

마씨는 아내와 자식만은 어떻게든 지켜 주고 싶었다.

“여보.”

굳게 마음을 먹은 여인이 아이의 손을 잡고 뒤쪽으로 달아나는 순간 도집에서 도가 빠져나오며 마씨의 목을 갈랐다.

커억!

“아버지!”

“여보!”

도망을 치던 여인과 아이는 목을 움켜잡으며 쓰러지는 마씨를 보며 울부짖었다.

마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여인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물을 훔치더니 아이를 어둠 속으로 밀었다.

“어서 도망쳐! 어서!”

“엄마!”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어서 도망치라니까!”

여인의 외침 소리에 아이는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곧 어둠 속을 달려갔다.

그러나 아이는 멀리 도망치지 못했다.

또 다른 사내가 뒤쪽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쑥 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내는 아이의 멱살을 우악스럽게 움켜잡았다.

아아악!

아이가 다시 붙잡혀 오자 여인의 눈에는 기묘한 광채가 일었다.

여인은 허리춤에 감추고 있던 짧은 비수 하나를 몰래 꺼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히죽거리며 다가오는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크크크……

“이제 포기하는 것이냐? 제법 얼굴이 반반하게 생긴 것 같은…….”

아악!

여인에게 바짝 다가서던 사내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의 복부에는 짧은 비수가 꽂혀 있었다.

“이…… 이 계집이…….”

스걱.

아아악!

사내가 도를 올려치자 여인은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감히! 감히 네년이!”

여인이 쓰러지자 노기를 터뜨리던 사내는 그녀의 가슴에 도를 꽂아 넣었다.

“안 돼!”

뒤늦게 총관이 달려왔으나 여인은 이미 숨을 거두고 있었다.

“이런…….”

총관은 주검으로 변해 가고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며 몹시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그는 복부에서 짧은 비수를 빼내고 있는 사내를 향해 시선을 주며 물었다.

“괜찮나?”

“모르겠습니다. 얼른 의원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엄마! 엄마와 아버지를 살려내, 이 새끼들아!”

어머니의 주검을 확인한 아이가 울부짖으며 발버둥을 쳤으나, 어른의 힘은 당해 낼 수 없었다.

짝! 짜작!

사내가 아이의 뺨을 여러 번 후려치자 아이는 곧 조용해졌다.

총관과 사내들은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집으로 향했다.

시신들은 이미 숲에 던져진 후였다.

마을로 향하던 그들은 문득 어둠 속에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인지 아니면 길옆에 서 있는 나무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누구냐?”

총관이 확인을 위해 검은 그림자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가 총관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다.

채챙!

총관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도를 빼든 두 명의 사내가 대신했다.

검은 그림자는 두 명의 사내를 지나쳐 총관을 향해 다가갔다.

투툭. 떼구르르…… 털썩!

사내들의 머리가 굴러떨어지고 몸뚱이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으억!

그 괴이한 광경에 총관은 기겁을 하며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어, 어…… 어……

총관의 몸은 급살이라도 맞은 듯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오줌까지 지리고 있었다.

“사, 살려…….”

퍽! 커억!

목숨을 구걸하던 총관은 뭔가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뒤에는 돌을 쥐고 있는 아이가 서 있었다.

호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검은 그림자의 입에서 작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제법이구나. 나와 함께 가겠느냐?”

아이는 대답 대신 총관의 머리를 연달아 돌로 내리쳤다.

퍽! 퍽! 퍽! ……아악! 억! ……억!

총관이 신음 소리조차 흘리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탁을 들어 주시면 같이 갈게요.”

“무엇이냐?”

“우리 마을에 정 대인이라는 놈이 살고 있어요. 그놈 집에 살고 있는 자들을 전부 죽이고 집은 불태워 주세요.”

“들어주마.”

 

아이는 어둠을 밝히고 있는 불길을 먼 곳에서 지켜보았다.

불길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의 입가에 가는 미소가 걸렸다.

크크크크……

그리고 아이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웃음은 절대로 아이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크크크크……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지켜보며 마적강은 웃고 있었다.

끄으응……!

그러다가 머리가 아픈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멍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니 방 안이었다.

바닥에는 빈 술병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탁자 위에는 먹다 남은 삶은 닭과 술이 놓여 있었다.

삶은 닭은 털이 듬성듬성 있는 것이 제대로 손질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빌어먹을.”

마적강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술병을 잡아 술을 들이켰다.

벌컥벌컥……

크으.

정말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예전에는 가끔 어릴 적의 꿈을 꾸기는 했으나, 강호에 나온 이래 꿈을 꾸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술병을 비운 그는 바닥에 놓인 창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화사한 햇살이 얼굴로 쏟아진다.

그 눈부신 밝음에 눈을 찡그리며 밖으로 걸어 나온 마적강은 몸을 돌려 자신의 집을 구경했다.

그럴듯한 모양의 전각이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제법 괜찮은 집이었어. 그럼 오늘은 저 집에서 지내볼까?”

마적강은 담 너머에 있는 다른 전각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크크…….

이곳에 있는 모든 집들은 오로지 그의 집이었다.

수많은 초가집에서부터 여러 채의 전각들 중에 그는 오직 기와를 얹은 그럴듯한 전각에만 머물렀다.

비틀거리며 마당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온 마적강은 돌담길을 빠져나가다가 돼지가 꿀꿀대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밥은 저놈으로 해야겠군.”

방향을 바꾼 그는 골목길을 돌고 돌아 어느 초가집 입구에 멈춰 섰다.

초가집 마당 한쪽에는 돼지우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돼지들이 울고 있었다.

돼지우리로 다가간 그는 우리너머로 들어가더니 다짜고짜 돼지 머리에 주먹을 내질렀다.

퍽! 꾸엑!

주먹을 맞은 돼지는 괴성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돼지를 번쩍 들어 우리 밖으로 내던진 그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장작더미가 쌓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장작을 마당 한가운데 던져놓고 마른 풀을 찾아 불을 피운 그는 장작을 그 위에 포개 올렸다.

불이 활활 타오르자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돼지를 끌고 와 그 위에 던져 넣은 마적강은 곧 밖으로 나가더니 어디선가 큰 술독 하나를 들고 왔다.

술독을 불앞에 내려놓은 그는 그 옆에 앉아 손바닥 만 한 그릇으로 술을 퍼마셨다.

돼지털을 태우는 노린내가 사방에 진동했으나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한참을 기다렸던 그는 창을 들어 장작 위에서 타고 있는 돼지를 이리저리 찔렀다.

곧 큼지막한 고깃덩이라 앞으로 굴러 떨어지고 마적강은 그것을 주워 입에 가져갔다.

우적우적……

아직 안쪽은 다 익지 않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뜯고 술을 마셔대던 그의 눈빛에 기광이 번뜩였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었다.

곧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술독의 술을 퍼 연신 마셔댔다.

다시 창으로 고기를 잘라 먹던 그의 귀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이 마적강이냐?”

마적강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우적우적……

고기를 씹는 그의 귀로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돼지를 손질조차 하지 않고 그냥 구워 먹는 것이냐? 정신 나간 놈이로군.”

“나는 지금 기분이 몹시 좋아. 그러니 내 집에 침입한 죄는 묻지 않지. 그만 나가.”

“여기가 너의 집이냐?”

“당연히 내 집이지. 이곳에 있는 집들은 다 나의 것이야.”

“욕심이 많구나.”

고기를 전부 입안에 쑤셔넣은 마적강은 술독의 술을 퍼 마시고는 앉은 채로 몸을 돌렸다.

대도를 들고 있는 삼십대 중반의 사내가 눈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쪽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골목과 인근의 집 마당을 가득 메우며 자리하고 있었다.

벌컥벌컥…….

“많이도 몰려왔구나. 어디의 개들이냐?”

술대접을 비운 마적강이 흐릿한 눈으로 물었다.

“이곳의 새로운 주인. 사련의 두궁천이다.”

“아…… 남궁악이라는 놈의 개였군.”

마적강도 두궁천이라는 이름은 들어 본 모양이었다.

“나는 누구의 개도 아니야. 오직 나의 의지로 움직일 뿐이다.”

크크크크…….

마적강이 웃음을 짓자 두궁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놈의 저 웃음은 보면 볼수록 기분이 나빴다.

마적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 살던 자들은 어찌하였느냐?”

“주인이 돌아왔으니 당연히 쫓아내야겠지. 그렇지 않나?”

“욕심이 과한 놈이로군.”

두궁천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에 서 있던 마적강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쾅!

대도와 창이 충돌하고 마적강과 두궁천은 각자 대여섯 걸음씩 물러났다.

흐릿했던 마적강의 눈은 어느새 어두운 흉광으로 번뜩거렸고, 두궁천은 신중해졌다.

이번에는 두궁천이 먼저 움직였다.

순간 마적강의 신형은 수십으로 불어났다.

콰쾅! 콰쾅!……!

희뿌연 기운에 휩싸인 대도와 창도 수십으로 늘어나 사방에서 격돌했다.

마적강의 창은 마치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대도로 창을 쳐낼 때마다 되돌아 들어오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목을 향해 날아오는 창을 쳐 낸 두궁천의 대도는 마적강의 머리를 쪼개듯 떨어져 내렸다.

쾅!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대도를 튕겨 낸 마적강은 두궁천의 가슴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동시에 두궁천도 마적강의 목을 향해 대도를 찔러 넣었다.

창과 대도가 교차했다.

대도가 마적강의 목에 가까워지는 순간 두궁천은 급히 몸을 비틀었다.

어느새 창날이 가슴 앞까지 다가와 있던 것이다.

‘이 미친놈.’

두궁천은 마적강의 무모함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대도와 창은 거의 동시에 서로의 목과 가슴을 파고들어갔다.

그런데 마적강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었다.

쾅!

다시 날아오는 창을 쳐 낸 두궁천은 반동을 이용해 뒤로 날아가 내려섰다.

사련이 강호에 자리를 잡는 날이었다.

사파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거대한 땅을 차지하는 날이었다.

이런 특별한 날에 엉뚱한 놈의 손에 부상을 당할 수는 없었다.

“죽여라!”

두궁천의 입에서 죽음을 알리는 명령이 떨어지자 멀리 뒤쪽에 늘어서 있던 사련의 고수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크크크크……

하지만 마적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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