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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98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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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98화

제198화. 무정(4)

 

 

 

쿵!

바닥에 머리를 찍은 두궁천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주공! 또한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주공! 만약 제가 방금 맹서한 말을 어긴다면 성을 바꿀 것입니다.”

두궁천으로서는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한 맹세를 한 셈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지금 남선에는 중천의 고수 하나가 눌러앉아 있었다.

“남선에 있는 그 고수는 어찌해야 할지 하명해 주십시오.”

마적강.

참으로 아까운 놈이었다.

당금 강호에 그놈에게 비견될 만한 놈이 얼마나 있을까.

먼저 눈앞의 두궁천과 오진권이라면 마적강과 대적할 만했다.

그리고 또 있다면 무림맹의 부맹주 남궁휘라는 놈과 사제의 제자였던 오기륭…….

문득 오기륭에까지 생각이 미친 시천세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오기륭이라는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제와의 일전으로 인해 그놈이 빠졌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것이었다.

‘사제가 만약을 대비해 제자를 다른 곳으로 빼돌렸구나. 그것도 좋겠지. 사부의 원수를 갚는다는데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나중에 소일거리가 생기겠어.’

강호의 은원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그놈을 설득할 수 없다면 죽여야겠지. 나가봐.”

“예.”

두궁천을 내보낸 시천세는 오진권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꿀꺽,

오진권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마른침을 삼켰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면 좋겠느냐?”

“소신이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공.”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 오진권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이건 어떠냐? 내가 너희들의 문파와 가문을 돌려주겠다.”

너무 뜻밖의 제안이라 오진권은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왜 갑자기 시천세가 이런 말을 하는지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주공.”

“좋아. 네가 지켜야 할 것은 전과 같다. 황곡과 관련이 있는 자의 혈족은 절대로 해치지 말 것이며 남선, 동천, 서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들의 혈족들 또한 해하지 마라. 무림맹은 해체하고 너와 남궁휘는 매년 정월 초하루에 인사를 하러 와야 할 것이다.”

“영을 받습니다.”

오진권까지 밖으로 나가자 의자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종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찌하여 강호 무림을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에게 돌려주셨습니까? 주공.”

“강호를 강호답게 만들어 다스리고 싶기 때문이다. 종예, 너는 중천으로 돌아가는 즉시 나의 사람들만 따로 추려 보고하도록 해. 중천에 새로운 황곡을 만든다.”

그제야 종예의 얼굴이 환해졌다.

특히 새로운 황곡을 만든다는 말은 그녀의 가슴까지 뛰게 할 정도였다.

 

***

 

십만대산이 가까워지자 말을 달리던 용 단주는 속도를 조금 늦췄다.

그의 옆에는 주동이 함께 말을 달리고 있었다.

곧 움막들이 가득 들어찬 거리가 나타나고, 비렁뱅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터전을 옮겼지만 떠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이 유입되었다.

춘궁기가 다가올수록 배를 곯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그들은 식량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다가 십만대산까지 들어온 것이다.

“담 대협.”

용 단주는 식량을 나눠 주고 있는 담혁수를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말을 몰았다.

“아, 용 단주님. 어서 오십시오. 주 대협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식량을 나눠 주던 담혁수가 반겨 맞았다.

“급한 일이 있어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초조함이 가득한 용 단주의 안색을 알아본 담혁수는 식량을 나눠 주는 일을 수하들에게 맡겼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용 단주는 성안으로 들어가며 그동안의 일을 설명했다.

“……해서 상단을 꾸려 저와 주 대협으로 변장한 자들을 서쪽으로 보내고, 우리 두 사람은 뒷문을 통해 빠져나와 급히 달려온 것입니다. 하나 황옥이라는 자가 속아 넘어갔을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잘 되었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담혁수도 말을 그렇게 받기는 했으나 속으로는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초조함으로 인해 걸음이 빨라진 그들은 성안으로 들어가 곧장 비강을 찾아갔다.

마침 방 안에 앉아 담수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비강은 용 단주와 주동을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용 단주. 주동은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군. 그동안 잘 지냈나?”

“교주님을 뵙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눈 그들은 자리를 정해 앉았다.

먼저 담혁수가 용 단주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다행히 용 단주께서 혼모수어의 계책을 이용해 황옥이라는 자의 추적을 따돌렸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비강은 고개를 저었다.

“황옥이라는 자는 나도 몇 번 만나 보았소. 그자는 겉보기와 달리 눈치가 매우 빠르고 영리한 자요.”

비강은 그런 말과 함께 서신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담혁수와 용 단주, 주동의 시선은 서신으로 옮겨 갔다.

서신에는 이런 글이 보였다.

 

[약 사십여 명의 무인들이 마차 두 대를 호위에 빠른 속도로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마차 안에는 미부인과 시녀로 보이는 여인 둘이 타고 있는데 유명한 무가의 안주인으로 보입니다.]

 

용 단주는 신교의 정보력에 놀라마지 않았다.

여태까지 신교는 상인들이 전해 준 정보에만 의지했었다.

그런데 이제 신교의 정보조직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정체를 짐작해 보시오.”

담혁수나 주동은 이들의 정체를 얼른 짐작해 내지 못했다.

그러나 용 단주는 경험이 많은 노련한 상인이었다.

“아무래도 교주님을 만나기 위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강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들은 아마도 약가나 악가의 가인들일 겁니다. 그리고 마차 안에는 악가의 가모가 타고 있을 겁니다.”

담혁수와 담수연은 크게 놀랐다.

비강의 과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저들은 교주님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저들이 안다고 해도 괜찮소. 나는 담노와 긴히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곳에서 편히 쉬고 계십시오. 오랜만에 단주님과 술이나 한잔하고 싶습니다.”

용 단주는 비강의 이런 모습에 크게 감탄했다.

몇 달 전에 만났던 비강과 지금의 비강은 많이 달랐다.

우두머리로서 위엄이라는 것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모든 일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방을 나온 비강은 담노의 처소로 걸음을 옮겼다.

“담노. 비강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교주님.”

비강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방문이 활짝 열리며 담노가 뛰어나왔다.

“제발 방 안에 앉아 편하게 맞이하십시오. 제가 불편하지 않습니까.”

“아니 될 말씀입니다. 어서 안으로 드십시오.”

연신 허리를 숙여대며 비강을 안으로 맞이하는 담노의 모습은 절대적인 왕을 대하는 신하의 모습이었다.

방 안에 들어간 비강은 손님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담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비강은 손님이 앉는 자리에서 주인이 앉는 자리로 몸을 옮겼다.

그제야 담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것을 보십시오, 담노.”

비강이 서신을 내밀자 담노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들어 살폈다.

담노의 눈빛은 격정으로 흔들렸다.

“그 계집이…… 그 사악한 계집이…… 이곳으로 오고 있군요.”

후우…… 후우…….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담노는 숨까지 거칠어졌다.

비강은 눈물이 가득한 담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아무래도 제 정체가 탄로 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일을 어찌 헤쳐 나가려 하십니까? 교주님.”

담노의 얼굴에 격정에 이은 걱정이 찾아왔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담노는 의자에서 일어나 비강 앞에 무릎을 꿇었다.

“교주님. 절대로…… 절대로 그 계집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담노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무릎을 꿇은 담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평생 열화와 같은 분노를 가슴속에 담고 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 계집의 목을 베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은 어디엔가 살아 있을지 모르는 어린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열화와 같던 분노는 식어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차가운 분노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기다린다.

평생이라도 기다려 그 계집의 비참한 말로를 두 눈으로 볼 것이다.

 

십만대산 입구에 도착한 말과 마차가 움직임을 멈췄다.

“거지 소굴이 따로 없군.”

약가와 악가의 가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허름한 움막과 헐벗은 양민들이었다.

약하림도 마차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는 아미를 찌푸렸다.

지독한 냄새가 마차 안에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다.

멈췄던 말과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어린아이들이 뛰어와 가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푼만 주세요.”

“한 푼만 주세요.”

언뜻 보기에도 비싼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의 행렬이라 겁이 없는 아이들이 한 푼이라도 벌어 보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아이들의 구걸에 가인들은 싸늘한 살기를 내뿜었다.

“꺼져.”

가인들의 살기를 접한 아이들이 부르르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

“멈춰.”

그때 마차 안에서 약하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가인들은 일제히 말을 세웠다.

곧 마차의 문이 열리고 시녀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

뒤이어 시녀의 부축을 받은 약하림이 밖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우……

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일었다.

비록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기품과 아름다움을 갖춘 여인이었다.

약하림은 화사한 미소를 머금으며 시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시녀는 바로 전낭 하나를 바쳐 올렸다.

“불쌍한 아이들이로구나.”

그녀는 전낭을 열어 몰려든 아이들에게 은자 한 냥씩을 쥐여주었다.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녀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안타까운 얼굴로 변해 있었다.

와아…….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고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이것밖에 없어 미안하구나.”

전낭을 전부 털어 은자를 나눠 준 약하림은 곧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시녀가 마차에 올라타 문을 닫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늙은 노인 하나가 멀어져 가는 마차를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참으로 고귀한 분이로다. 저런 분만 세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노인의 말에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름다운 분입니다.”

“저런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감탄도 잠시, 어른들은 곧 아이들이 적선 받은 은자를 빼앗았다.

은자 한 냥이면 쌀이 한 섬이고 보리쌀은 두 섬이었다.

오늘 그들은 큰 횡재를 한 셈이었다.

 

“서…… 서시오!”

십만대산 안으로 들어가던 마차를 젊은 무인이 막아섰다.

어눌한 말투와 어딘가 모르게 억울해 보이는 젊은 무인이 허리를 넙죽 숙였다.

“어…… 어디서 오셨습니까?”

약가와 악가의 가인들은 앞을 막고 있는 젊은 무인을 얕잡아 보았다.

“우리는 약가와 악가에서 왔다. 십만대산으로 들어가려 하니 안내하라.”

“아……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젊은 무인이 앞장을 서고 말과 마차는 다시 움직였다.

십만대산 안쪽으로 끊임없이 걸어가던 젊은 무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볼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이곳의 주인을 만나러 왔다.”

“아……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사람은 바로 약가의 복장을 하고 가인들 속에 숨어 말을 몰고 있는 황옥이었다.

산을 돌고 돌던 말과 마차는 곧 높디높은 성벽을 발견하자 또다시 멈춰 섰다.

허어…….

“맙소사.”

누군가의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산과 산을 가로막고 있는 성벽도 웅장하지만 너머 산중턱으로 보이는 전각들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저곳에는 누가 살고 있느냐?”

“아…… 예…… 이…… 이곳의 주인이신 교주님께서 사, 살고 계십니다. 그, 그분은 일월성신의…… 화, 화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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