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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91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91화

제191화. 천하제일인은 누구인가(1)

 

 

 

“용가상단을 감시하고 있던 순찰조와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그 일에 몇 명이나 투입이 되었느냐?”

“예. 처음에 둘이 들어갔고 그들과의 연락이 끊겨 셋이 다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도 연락이 끊겨 수색을 해 보았더니 들짐승들이 먹이가 되어 흩어진 시신 세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망할! 도대체 너는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이냐?”

순찰단주 염후룡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젊은 순찰조장을 향해 노성을 퍼부었다.

젊은 순찰조장은 공손황을 대신해 새로 옥돈조의 조장이 된 염파진이었다.

단주에게는 집안 조카뻘이었고, 옥돈조의 조원들 또한 염가와 친분을 맺은 젊은 기재들로 채워 놓았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단주님.”

“흉수는 찾았느냐?”

“지금 다른 순찰조의 도움을 받아 흉수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멍청한 녀석! 용가상단을 조사하다 벌어진 일이니 당연히 흉수는 용가상단이 아니겠느냐! 그 당연한 이치를 어찌 모른단 말이더냐!”

염후룡은 재차 염파진을 꾸짖었다.

“하나…… 용가상단에는 우리 순찰조원들을 어찌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표두와 표사가 없습니다.”

쯧쯧……

“천하에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용가상단은 어디쯤에 있느냐?”

“상행을 마치고 섬서로 다시 올라오고 있는 중입니다. 나흘 안으로 상단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만 나가보아라.”

“예.”

염파진을 내보낸 염후룡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두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끄응…….

‘아끼는 가인들이 죽었으니 가인들의 가문에서도 항의가 있을 터인데…….’

무엇보다 부천주 약추완에게 큰소리를 쳐 놓은 상황이라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는 보고를 올리기도 어려웠다.

‘아무래도 최후의 방법을 써야겠군.’

이제 남은 방법은 중천의 무인들을 동원해 용가상단을 수색하고 단주를 잡아들이는 것밖에 없었다.

염후룡이 막 그런 결정을 내렸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감히…….”

역정을 내려던 염후룡은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황…… 대협께서 어쩐 일로 이곳을 다 찾아오셨습니까?”

순찰단주의 집무실을 거침없이 들어온 자는 바로 황옥이었다.

염후룡도 두어 번 정도 그를 마주친 적이 있기에 얼굴은 알고 있었다.

“아,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다 보니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려서 말이야.”

황옥은 그 같은 대답과 함께 단주가 앉아 있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주인마냥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턱!

거기다가 가죽신을 신고 있는 발까지 앞에 놓여 있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염후룡은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앞에 서서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저의 집무실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황 대협.”

“마음에 없는 인사는 집어치우고 용가상단에 대해 읊어 봐.”

황옥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주먹 만 한 과일을 집어 우적우적 깨물어 먹었다.

염후룡은 공손한 어투로 아뢰었다.

“황 대협께서 신경 쓰실만한 일이 못됩니다.”

끌끌끌……

“백리혈에 관한 일인데 신경 쓸만한 일이 아니다?”

황옥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염후룡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황 대협.”

“어서 읊어 보라고 했다.”

황옥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자 염후룡은 용가상단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용가상단은 북림과 거래를 하던 제법 규모가 큰 상단인데 섬서…….”

용가상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털어놓은 염후룡은 고개를 숙인 채 황옥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황옥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과일 하나를 더 집더니 그것만 먹어댔다.

우적, 우적…….

퉤!

과일을 다 먹은 그는 씨를 바닥에 뱉고는 마지막 남은 과일마저 입안에 넣었다.

우적, 우적,

퉤!

“염 단주가 자금이 풍부한 모양이야. 초봄에 이런 귀한 과일까지 집무실에 구해놓은 것을 보면.”

“아…… 아닙니다. 저도 아직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 미안해지는데…….”

“아닙니다. 저는 또 구하면 되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거봐. 자금이 많잖아.”

끌끌끌…….

장난기가 다분한 웃음을 지은 황옥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염 단주가 꽤 유능하다는 소문을 들었지. 하지만 이 일에서는 손을 떼야겠어. 앞으로 이 일은 내가 맡을 테니까.”

“황 대협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순찰단에서는 손을 떼겠습니다.”

황옥은 염후룡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거짓말도 참 잘해. 하지만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내가 싫어하는 능력이기는 하지만. 따로 애들을 보내 내 뒤를 밟는 것까지는 용인해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염후룡은 황옥이 문밖으로 나간 후에야 허리를 폈다.

“차라리 잘 되었어. 저 인간이라면 남의 눈 같은 것은 신경 쓸 필요 없이 일을 처리할 테니까.”

 

“나보고 저 인간이라…….”

끌끌……

“확실히 거짓말을 잘 하는 것들은 남의 뒤통수도 잘 쳐. 아군만 아니었다면 바로 죽여 버렸을 텐데.”

시천세의 전각에 도착한 황옥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종예와 인사를 나눴다.

“어이.”

황옥이 손을 들어 보이자 종예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흥!

“거참. 사람 무안하게…… 주공은 안에 계시지?”

“계신다. 무슨 일로 뵈려고 하는데?”

“비밀.”

전각 앞으로 걸어간 황옥은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낮은 목소리로 아뢰었다.

“황옥입니다, 주공.”

“들어와.”

안에서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황옥이 먼저 들어가 뒤이어 종예가 따라붙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 황옥은 먼저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무슨 일이냐?”

시천세의 물음에 황옥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순찰단이 백리혈을 추격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감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순찰단에서는 용가상단이라는 곳이 의심스러워 조사를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데 순찰조원…….”

시천세는 게슴츠레 눈을 뜬 채 아무 말 없이 황옥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었다.

“그래서?”

“제가 그 일을 맡겠습니다.”

“네놈이 미친 모양이로구나.”

시천세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변하자 황옥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반드시 제가…….”

“너는.”

황옥의 말을 끊어 버린 시천세는 잠시 그를 내려다보았다.

“너는 곧 중요한 일전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흘 안에 다녀올 것입니다.”

흐흠…….

사흘 정도라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황옥이라면 백리혈에 관한 단서를 얻어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궁리를 끝마친 시천세가 입을 열어 허락했다.

“사흘 안으로 돌아오라.”

“존명.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기쁜 얼굴로 뛰어나가는 황옥을 시천세는 희미한 미소로 지켜보았다.

“종예도 나가봐.”

“예.”

의자에 몸을 묻은 시천세는 바로 눈을 감았다.

남쪽에서 소식이 날아올 때가 거의 다 되었다.

그 소식이 날아오는 날 중천을 나가 동천으로 들어갈 것이다.

 

늦은 저녁, 비둘기 한 마리가 중천으로 날아 들어왔다.

전서구를 관리하는 자는 비둘기의 발목에서 전서통을 빼 총관에게 달려갔다.

전서통을 건네받은 총관 벽하원은 전서를 빼내고 통을 돌려주었다.

“드디어…….”

전신을 떨며 격정에 젖어 있던 총관은 얼른 정신을 차리더니 시천세의 거처로 달렸다.

“무슨 일이오? 총관.”

종예가 먼저 벽하원을 맞이했다.

“남쪽에서 급전이 날아왔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오.”

허락조차 받지 않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 종예는 방 안에 불부터 켰다.

불을 밝히자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시천세가 보였다.

“주공. 급한 보고가 있습니다.”

총관 벽하원의 말에 눈을 감고 있던 시천세는 몸을 바로하며 손을 내밀었다.

“남쪽에서 날아온 급전이로군.”

“예.”

총관의 손에서 낚아채듯 전서를 건네받은 시천세가 내용을 확인했다.

전서를 읽어 내려가는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때가 왔구나. 전부 불러들여라.”

“존명.”

명령을 받은 종예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총관.”

“예, 주공.”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거든…….”

“주공! 그 무슨 황망한 말씀이시옵니까?”

총관 벽하원은 얼른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총관.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거든 능력이 뛰어난 자들을 수습해 산서로 도망치게. 그곳에는 오래전 나의 사부님의 거처가 있을 것일세.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니 그곳에서 기다리게. 산서의 태청산이라네.”

“분부 받들겠습니다, 주공.”

“또한 정파 버러지들에게 연락해 동천을 치라 하게.”

“분부 받들겠습니다, 주공.”

“나가보게.”

모든 준비를 끝낸 시천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린 검을 내린 그의 손에 검병을 잡았다.

스르르…….

하얀 문풍지를 통해 들어온 희미한 빛이 검신에 반사가 되어 흐릿한 빛을 뿌렸다.

“미안하다, 사제. 약속은 지키지 못하겠구나.”

 

밤낮을 쉬지 않고 달린 영파는 동천에 도착하자마자 남궁악을 찾아갔다.

함께했던 동료들은 한나절이나 뒤처졌지만,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가 우선이었다.

심상치 않은 영파의 행색에 남궁악의 안색이 굳어졌다.

“놈에 의해 고수 열세 명이 전사하였습니다. 놈은 남선의 주인이 되고자 할뿐 항복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였습니다.”

“태사환까지 죽었느냐?”

“예, 주공.”

남궁악의 얼굴은 야차처럼 흉하게 일그러졌다.

“사형의…… 아니, 시천세의 계략이었느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주공. 놈은 그분을…….”

영파는 차마 마적강이 내뱉은 말을 꺼내 놓지 못했다.

비록 지금은 서로 죽여야 할 적이었지만, 오래전에는 자신들을 살펴주던 은인들 중에 한 분이었다.

“괜찮으니 말해 보라.”

“예. 그놈은 그분을…… 개 같은 시천세라 하였습니다.” 

“미친놈이었군. 마인이었던 게야.”

인재에 대한 욕심이 잘못된 판단을 불렀다.

그만한 고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수하로 받아들이려 한 것이 잘못이었다.

수하들이 열세 명이나 죽었다면 이제 그놈이 항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죽여야 한다.

그래야 동은각이 평온할 것이다.

“내가 직접 가겠다.”

“주공, 저도 따라가게 해 주십시오.”

“너는 이곳에 남아 상처를 돌보도록 하여라.”

영파는 조금도 그럴 마음이 없었다.

“주공, 목숨을 걸고 간청하옵니다.”

쿵! 쿵! 쿵……!

바닥에 머리를 찢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영파의 절절함이 마음에 닿았는지 남궁악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졌다.

“좋다. 그렇다면 너는 동은각으로 달려가 다섯 명만 추려오너라.”

“존명.”

영파가 밖으로 뛰어나고 남궁악은 방으로 들어와 벽에 걸린 사부의 도를 꺼내 들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주공.”

채비를 마친 영파가 보고를 올리자 남궁악은 거처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닷새 안에 남선에 도착해야 할 것이다.”

“존명.”

동료 다섯이 먼저 출발하고 영파는 남궁악을 옆에서 호종했다.

하루 동안 쉬지 않고 달린 남궁악은 의원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 쉬었다.

영파를 의원에 보내고 객잔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남궁악은 문득 불길함을 느꼈다.

‘지금쯤이면 사형도 그놈이 남선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인데…….’

“이런.”

쿠당탕! 쨍그랑,!

남궁악이 몸을 일으키자 탁자가 넘어지며 술병이 굴러떨어졌다.

“내가 사형의 맹세를 너무 믿었던 모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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