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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225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25화

제225화. 십만대산의 혈사(1)

 

 

 

염후룡이 안으로 들어와 예를 표하고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악가의 가모께서도 계셨군요?”

“단주님을 뵈어요.”

약하림은 약추완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기품 있는 모습을 유지했다.

“청룡, 주작, 현무, 백호대의 대주들께서 오셨습니다.”

순찰단주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밖에서 또다시 방문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약추완의 허락이 떨어지고 곧 방문이 열리며 중년사내 네 명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거기 않게.”

대주들에게 예를 받은 약추완은 의자를 가리켰다.

모두 자리에 앉기를 기다린 약추완은 약하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는 내 방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네.”

약하림은 별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후 약추완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자 약추완은 순찰단주와 대주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출전준비는 언제쯤 끝날 것 같은가?”

“사흘이면 넉넉합니다.”

염후룡의 대답에 대주들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네. 사흘 안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 나흘째 되는 날 새벽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세.”

약추완은 그 말과 함께 자신 앞에 놓여 있던 지도를 순찰단주와 대주들 앞으로 밀었다.

“출발은 같을 것이나 순찰단주는 본대보다 속도를 빨리해 혹시 모를 위험을 미리 정찰하고 제거해야 할 것이네. 그 일이 끝내고 본대를 기다려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일세.”

순찰단주 염후룡은 약추완이 가리킨 지역을 확인하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모든 위험을 제거하겠습니다.”

무력대보다는 순찰대가 지리에 밝았기에 앞을 살펴 정찰을 하는 임무를 맡는 것이 옳았다.

“백호대는 후방을 맡을 것이며 본대와의 합류는 같은 곳에서 할 것일세.”

구레나룻이 무성한 삼십 대 후반의 백호대 대주는 약추완이 가리킨 지역을 확인하고는 허리를 숙였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백호대가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약추완은 현무대의 대주에게 시선을 주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눈을 가진 현무대의 대주는 겉모습만큼이나 매사에 빈틈이 없었다.

“현무대 대주는 순찰대의 뒤를 따라 이동하다가 이 지역을 살피게. 그곳은 놈들이 매복해 있다가 공격하기 좋은 곳일세.”

현무대의 대주는 말없이 지도만 확인하고는 허리를 숙였다.

“청룡대와 주작대는 나와 함께 이동할 것이니 그리 알고 있게.”

빈틈없이 십만대산과의 일전을 준비하는 약추완이었으나 대주들은 궁금한 것이 많았다.

무작정 십만대산과 싸움이 붙었다가는 약림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청룡대의 대주가 나서서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그동안 림주께서 하신 일을 경험해 보건데 이번 일전은 틀림없이 우리 약림의 승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저희들도 림주님의 계획을 미리 알아 미력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청룡대주의 그 말에 염후룡은 약추완을 흘깃 쳐다보았다.

지금까지는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털어놓아도 될 것 같았다.

약추완도 같은 생각인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십만대산과의 싸움은 세 곳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날 것이네. 가장 큰 싸움은 내가 맡을 것이나 십만대산의 후미를 치는 일은 감숙에 들어가 있는 고수들이 맡아 처리할 것일세. 또한 그들 중 일부는 십만대산 입구에 눌러앉은 유랑민들을 선동해 정면으로 치고 들어갈 것이네.”

네 대주는 말없이 약추완의 계책을 들었다.

그러나 언뜻 듣기에는 그럴 듯했지만 선뜻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계책이 맞아 떨어질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청룡대주의 요청에 약추완은 서랍에서 서신을 꺼내 그들 앞으로 밀었다.

“열흘 전에 도착한 것일세. 읽어 보게.”

대주들의 눈은 청룡대주가 펼친 서신에 전부 쏠렸다.

그 서신에는 십만대산에 숨어든 간자가 보낸 일월신교의 정보가 들어 있었다.

일월신교가 보유하고 있는 무인들의 수와 고수들의 수, 그리고 일월신교가 운영하는 상단은 물론이고, 몇 달 전에 일어난 유랑민들의 반란에 관한 일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서신 말미에는 십만대산에서 허술하게 방비를 하는 곳까지 쓰여 있었다.

결국 약추완은 이 서신을 바탕으로 십만대산을 공격할 계획을 짰다는 뜻이었다.

한참이나 서신을 들여다보던 현무대의 대주가 물었다.

“그런데 이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염후룡은 예리한 현무대주가 이런 의심을 할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림주님, 대주들께 보여 주시지요.”

약추완은 서랍에서 다시 서신을 하나 꺼내 그들 앞에 펼쳐 보였다.

“여기 순찰단주가 보관하고 있던 보원충의 서체일세. 한번 비교해 보게.”

“보원충이라면…….”

대주들은 서체를 비교하기에 앞서 이름에 먼저 놀랐다.

그들도 보원충이라는 자를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들어온 자였는데 제법 무공이 강해 대주들도 욕심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약림에서 사라져 그들도 궁금해했었다.

그때 순찰단주는 멀리 임무를 부여받고 나갔다고만 말했었다.

서체를 비교하는 대주들을 응시하며 염후룡이 입을 열었다.

“서체뿐만이 아니오. 림주께서는 십만대산 인근에 수많은 간자들을 심어 놓으셨소. 또한 서신을 전해 받자마자 감숙에 있는 수하들이 상행을 호위하고 있는 보원충의 얼굴까지 확인했소. 그들에게서 전해 온 정보가 전부 일치하오.”

염후룡이 이렇게 장담을 하고 나서자 대주들도 마음을 놓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순찰단주는 의심이 많아 여러 번 확인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진즉부터 십만대산이 운영하고 있는 상단들을 파악하고 있었다네. 하지만 그자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지. 바로 이번 같은 일에 쓰려함이었네.”

약추완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표정만으로 이미 다 이겨 놓은 싸움이었다.

“과연 림주님이십니다.”

“이번 싸움은 얼마나 희생을 줄이느냐가 관건이 되겠군요.”

대주들의 아부에는 적잖은 감탄도 내포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에도 약추완의 계책은 틀림없이 성공할 것처럼 보였다.

염후룡은 약추완의 계책에 다른 계책을 하나 더 보탰다.

“이미 순찰조를 통해 엿새 전부터 은밀히 약림이 십만대산의 일월신교를 칠 것이라는 소문을 흘리게 했소. 강호에는 공을 세워 명성을 드높이려는 자들이 많을 것이니, 그들도 우리 약림과 합류하게 될 것이오.”

대주들의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역시 순찰단주 염후룡은 보통 꼼꼼한 인물이 아니었다.

순찰단주의 말대로만 된다면 약림의 피해를 훨씬 더 줄일 수 있을 것이었다.

“하나 아주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연비강 그놈입니다.”

뿌듯함이 가득했던 약추완의 안색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대주들의 얼굴도 자못 심각하게 굳어졌다.

일백 리에 걸쳐 피의 길을 만들었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호가 바로 백리혈이었다.

또한 그 백리혈은 홀로 서패를 피로 물들이고 패주까지 죽였다.

머릿수로 어찌할 수 없는 자가 바로 백리혈 연비강이었다.

“나는 그자의 무공이 나를 넘을 정도라고는 여기지 않네. 하나 우리 약림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자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죽여 없애야겠지. 단주와 내 손자가 좌우에서 돕는다면 그자도 어쩔 수 없을 것일세.”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림주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염후룡이 선뜻 동의를 하며 나서자 약추완도 마음을 놓았다.

“역시 순찰단주로군.”

“한데 림주님과 우리들이 전부 십만대산으로 떠나고 나면 이곳은 누구에게 지키게 할 것입니까?”

“내 아들과 사백여 명의 무인들을 이곳에 남겨 놓을 것이네.”

림주의 아들이라면 몇 년 전에 크게 잔치까지 벌여 맞이한 약무한을 뜻했다.

그 또한 무공이 높고 강할 뿐 아니라 제법 식견까지 갖추고 있어 대주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주들의 별다른 반대가 없자 약추완은 손을 들어 그들을 물렸다.

“자, 이제 대주들은 나흘 후에 있을 출전에 만전을 기해 주게.”

“알겠습니다.”

대주들은 전부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회의실에 단둘만 남게 되자 염후룡은 몸을 바짝 기울였다.

“혹시 전 순찰단주와 연락이 되신다면 도움을 받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전 순찰단주라면 바로 약추완을 등지고 떠난 약철빙이었다.

염후룡의 약철빙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약추완은 얼굴부터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언짢은 기색만 내비칠 수는 없었다.

“중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네. 한번 사람은 보내 보도록 하지.”

약철빙이 숨어 있는 곳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약가의 가인들을 보낸다면 그녀도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순찰단주에게는 자세한 계획을 말씀하지 마십시오.”

“알고 있네. 고 망할 것이 엉뚱한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니까.”

 

순찰단주 염후룡까지 회의실을 나가고 난후 약추완의 방문이 열렸다.

방에서 걸어 나온 약하림은 태연한 얼굴로 약추완과 마주 앉았다.

이미 그녀는 방문에 바짝 귀를 대고 회의실에서 주고받던 대화를 전부 들어 일의 전모를 전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심으로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드디어 연비강이 죽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미소 대신 표독스런 말을 쏟아 냈다.

“그 빌어먹을 년은 절대로 부르면 안 돼요. 그 미친년은 연비강이라는 놈에게 빠져 있단 말이에요.”

약추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악가에서 일어난 일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가문까지 저버리지는 않을 게다.”

“흥! 그년은 충분히 가문을 향해 검을 겨누고도 남을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이번 기회에 아주 그년을 가문에서 쫓아내요.”

약추완은 말없이 약하림을 응시하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 이번이 그 아이에게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하마.”

“잘 생각하셨어요. 저도 이제 내려가 떠날 채비를 할게요.”

“너는 이곳에 남아 있거라.”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약하림은 약추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지금 제게 하시는 말씀이세요?”

“그래. 너는 행군의 방해가 될 것이고, 또한 너로 인해 행군이 늦어지게 될 것이다.”

으드드득……

소름 끼치게 이를 가는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절대로…… 절대로 방해는 되지 않을 거예요. 만약 방해가 된다면 저를 놓아두고 먼저 떠나도 좋아요.”

약하림의 결심이 너무 굳은 것을 느낀 약추완은 말없이 고개를 젓는 것으로 그녀의 동행을 허락했다.

 

약추완이 말한 나흘째가 되는 새벽, 성문이 크게 열리며 수많은 무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염후룡이 단주로 있는 순찰대가 약 이백오십여 명의 무인들을 이끌고 성을 나섰다.

다음으로 현무대가 약 삼백여 명을 이끌고 나섰으며 그 뒤를 청룡대와 주작대가 이었다.

마지막으로 백호대와 함께 이십여 명의 가인들을 거느린 커다란 마차 한대가 성문을 나서자, 잠시 후 성문이 닫히며 약림은 새벽의 어둠 속으로 잠들었다.

약림의 무인들이 십만대산을 향해 출전을 하고 성벽 위로 아침 해가 떠올랐다.

아침 해가 떠오르자마자 약림은 강호 무림에 일월신교의 토벌을 공표했다.

 

북쪽 십만대산에 일월신교라는 사교가 자리를 잡아 독버섯처럼 자라나니 어찌 협의를 숭상하는 약림이 두고 볼 수 있으리오.

약림은 이제 힘없고 죄 없는 이들을 미혹하는 일월신교의 불순한 무리들을 쳐 강호의 정의를 높이 세우고자 하오.

하니, 강호 무림의 의인과 지사들은 약림의 뒤를 따라 십만대산으로 향하시오.

 

이것이 약림이 강호 무림에 전하는 전문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약림이 강호의 의와 협을 세우기 위해 십만대산을 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강호의 일에 밝고 식견이 있는 자들은 십만대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약추완이 그곳을 공격하는 이유까지 헤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십만대산의 일월신교를 응원하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일월신교는 약림의 말처럼 사람들을 미혹하는 사교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강호인들이 자신들의 명성을 위하거나, 혹은 약림의 눈에 들기 위해 북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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