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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222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22화

제222화. 약림 출전(3)

 

 

 

비강은 책상 앞에 앉아 담수연이 올린 보고서를 정리했다.

그녀는 한 달에 두 번씩 외출을 했는데, 돌아올 때는 항상 꽤 많은 정보가 들어 있는 여러 장의 보고서를 올렸다.

지금까지 올라온 보고서를 처음부터 꼼꼼히 살피던 비강은 문득 보고서 한 장을 따로 꺼내 읽었다.

전에 담수연에게 한 인물에 대한 조사를 시켰는데, 그 인물에 대한 보고서가 바로 이것이었다.

 

보원충.

태어난 곳은 호북 양양으로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어머니가 병으로 죽고 난후 고향을 떠났음.

고향을 떠난 후의 행적은 알지 못하나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사천에 있는 탁가의 가인들과 시비가 붙어 가인 두 명을 살해하는 사건으로 강호에 다시 등장했음.

그 사건으로 강호에서 모습을 감췄으나 약림의 등장과 함께 그곳으로 들어가 일 년을 보내고 나옴.

 

보원충에 관한 보고서를 읽은 비강은 이같이 자세한 정보를 하오문의 장 소저가 전했다고 생각했다.

그녀 외에 달리 이만한 정보를 알고 있는 자를 떠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장경주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 한 일부러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보원충에 관한 보고서를 정리한 비강은 다른 보고서를 끄집어냈다.

그 보고서에는 약림에 관한 것들과 악가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특히 악추산과 약하림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그들은 지금 약림에 있다고 한다.

악추산은 절대고수가 되어 등장했고, 약하림은 거의 매일같이 약추완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비강은 그들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는 보고서를 읽어 본 후 정리해 집어넣었다.

이 같은 정보는 약림에 간자가 없다면 얻어 내기 불가능한 정보였다.

예전에 존재했던 정보망을 복구했거나 아니면 새로운 정보망을 약림 안에 투입했을 것이다.

두 가지 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기에 비강은 장경주가 안쓰러웠다.

보고서를 정리하고 방을 나온 비강은 느린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산 정상에 도착해 보니 신녀가 제자 두 명과 함께 앉아 있다가 비강을 맞이했다.

조용히 허리를 숙이는 그들의 인사를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받은 비강은 신교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신녀는 손짓으로 제자들을 내려 보냈다.

신교를 내려다보고 있는 비강의 옆으로 다가간 신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모양이군요. 그렇죠?”

비강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맞소. 비각에서 약림에 관한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그곳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았소.”

“교주께서도 이미 짐작하고 계셨잖아요.”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약림이 힘을 키워 가장 먼저 공격할 곳은 바로 이 십만대산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십만대산을 공격하기 위해 전부터 착실하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이 언제 움직일 것이라 보시오?”

호호……

“이제 내 예언을 믿는 건가요? 기쁘기는 하지만 슬프기도 하네요.”

지금까지 비강은 신녀의 예언을 무시했었다.

그녀의 예언은 정확하게 들어맞았지만 애써 무시했다는 편이 옳았다.

“참고만 할뿐이오. 나는 아직도 당신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소.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제야 신녀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래야 당신답지요. 나도 내 예언을 전적으로 믿지 않아요. 언제나 틀리기를 바라고 바라지요. 이번에는 예언 대신에 순전히 저의 추측만 말씀드릴게요. 그래야 좀 더 내 말을 참고할 테니까요.”

비강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는 미소가 지어졌다.

“해 보시오.”

신녀는 다른 각주들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신비하지만 따뜻한 여인이었다.

만약 그녀가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비강은 그녀와 조금 더, 아니 많이 친해졌을지도 모른다.

비강은 정해진 운명이란 것을 믿지 않았다.

“약추완은 당신을 무공으로 넘어섰다고 판단했을 때 기습을 감행할 거예요. 그자는 일월신교에 대한 공격으로 약림의 힘이 위축되는 것은 원치 않아요. 그렇다면 당신이 전혀 짐작지도 못한 방법으로 기습을 하려 할 거예요.”

“그 전혀 예기치 못한 기습은 어떤 것일 것 같소?”

“그걸 알았으면 벌써 당신을 찾아갔겠지요. 당신과 단둘이 있을 수 있는데 내가 왜 그것을 마다하겠어요?”

배시시 미소를 짓는 신녀의 모습에 비강은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이 여자는 이 정도의 관계가 적절했다.

금방 미소를 지운 신녀는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십만대산이 넓고 넓은 만큼 적들이 몰래 숨어 들어올 곳은 많아요.”

“고맙소.”

 

후우……

가늘고 길게 숨을 들이켜자 주변의 잡초들이 바람에 휩쓸리며 고개를 숙였다.

흥건한 땀이 얼굴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스아아아……

약추완은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오는 검을 향해 검집을 들어 올렸다.

철컥.

되돌아온 검은 검집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몸속의 피는 활력으로 들끓고 있었다.

겉모습은 여전히 노인의 모습이었으나 몸속은 세상의 그 어느 젊은이보다 기운이 넘쳐흘렀다.

무신이란 이런 것인가.

약추완은 자신이 무신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확신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천세가 두려웠다.

아니, 무공에 매번 새로운 눈을 뜨고 새로운 문을 열 수록 시천세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 갔다.

무공의 끝을 보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또 다른 경지가 눈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 경지에 올라섰으나 그 위에 또 다른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목욕물을 준비해놓았습니다.”

연무장을 나와 방으로 들어오니 시녀가 목욕물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목욕통 안으로 들어가 땀과 먼지를 씻어 내고 나니 기분까지 상쾌했다.

목욕을 마친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의자에 앉은 그는 밀린 서류들을 들여다보았다.

“악가의 가모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서류를 살피던 악추완은 약하림의 방문에 얼굴부터 일그러뜨렸다.

요즘 약하림은 매일같이 찾아와 성화를 부리며 졸라대고 있었다.

바로 십만대산을 하루빨리 공격해 연비강을 잡아 죽이자는 요구를 매일같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들여보내라.”

약추완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 문이 열리고 약하림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이 방의 주인이라도 된 듯 태연하게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약추완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건성으로 물었다.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몰라서 묻고 있는 거예요?”

앙칼진 목소리가 방 안을 울리자 약추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응시했다.

예전에는 복스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던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많이 빠져 얼굴에 광대뼈가 튀어나온 것이 보일 정도였다.

목소리 또한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뀌어 말을 할 때마다 쇳소리가 섞여 나왔다.

지난날의 영특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딸아이는 십만대산을 다녀온 후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연비강이 칼을 들고 자신의 목을 내리치는 꿈을 꾸기에 가위에 눌렸다.

하루하루 그런 삶이 이어지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성격은 신경질적으로 변해 갔다.

“내게도 다 생각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조금만 더 기다리려무나.”

약추완은 좋은 말로 약하림을 타일렀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아버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기다리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요! 연비강, 그놈이 내 목을 자르러 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이에요?”

약하림의 앙칼진 목소리는 약추완의 귀를 시끄럽게 흔들어 놓았다.

하아……

약추완의 입에서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의 매일 이와 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다.

딸아이가 찾아와 성질을 부리면 그는 좋은 말로 달래 돌려보낸다.

“십만대산을 치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럼 그렇게 해요. 당장!”

약하림은 반색을 하며 말을 받았다.

“하나…… 무작정 십만대산을 공격했다가는 자칫 우리 약림과 십만대산이 공멸을 할지도 모른다. 설사 싸움에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무림맹과 사련이 우리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게다. 너도 화산이 약림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느냐? 그곳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으니 어찌하루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느냐.”

반색을 하고 있던 약하림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럼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으란 말이에요? 제가 죽고 난 후에야 그놈을 잡아 죽일 생각인가요?”

“이 아비도 다 생각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올해가 가기 전에 십만대산은 강호에서 지워 버릴 생각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여라.”

“정말…… 인가요? 정말로 올해가 가기 전에 연비강을 죽일 수 있는 거죠? 정말이죠?”

약하림은 약추완의 말을 믿지 못해 몇 번이나 묻고 물었다.

“약속하마. 몇 년 전부터 십만대산을 치기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던 계획이 지금 완성단계에 있으니 올해 안에 결정이 날 거다.”

“알겠어요, 아버님. 십만대산을 공격할 때 저도 꼭 데려가 주세요. 그놈이 죽는 모습을 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어요.”

“그렇게 하마.”

약하림이 환한 얼굴로 방을 나가고 난 후 약추완은 멍한 눈으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서류의 글자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과연 내가 그놈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이미 십만대산을 공격할 준비는 거의 마친 상태였다.

약림에서도 그 일의 진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약추완을 포함해 세 명밖에 없을 정도로 비밀을 엄수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출전 명령을 하달하다면 한 달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십만대산을 향해 진격할 것이다.

약추완이 걱정하는 십만대산의 무인들이 아니었다.

수집한 정보로는 고작 일천 명 남짓이라니 싸움은 약림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연비강만은 조심해야 했다.

그자는 홀로 서패를 무너뜨렸다.

아무리 무신 당백요가 중한 부상을 당한 상태라 하더라도 그녀와 함께 이동하던 수하들까지 상대해 전멸시킨 것을 보면 당금 강호에 시천세를 제외하고는 최강이라 할 정도였다.

약추완은 홀로 연비강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 자신의 무공이 연비강을 넘어섰다고 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홀로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

악추산을 왼쪽에 두고 순찰단주 염후룡을 오른쪽에 두어 셋이 함께 연비강과 일전을 치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더 확실하게 해야겠지, 조금 더 확실하게. 안쪽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

 

“확실한가?”

총관 벽하원이 올린 보고서를 살펴본 시천세는 매우 놀라워했다.

“예. 이미 십만대산을 공격할 준비가 거의 끝난 모양이라고 합니다.”

끌끌끌……

“정말 이놈은 나에게 여러 번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놈이 아닌가. 그래 언제 출전을 한다고 하던가?”

“그것이 아직 출전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아무래도 약추완이 연비강에게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천세는 미소를 지으며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것이 아닐 게야. 놈은 좀 더 확실하게 연비강을 죽이려고 참고 있는 것이 분명해. 하지만 오래 참고 앉아 있지는 못하겠지. 언제 연비강이 약림으로 쳐들어 올지 모르니까.”

자리에 앉아서도 천리밖에 있는 약추완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는 시천세로 인해 벽하원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시천세는 벽하원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약추완의 계획을 한번 짐작해 봐.”

“예. 감숙에 이만한 병력을 숨겨 놓았으니, 분명 십만대산을 우회해 공격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아마도 그전에 약림에서 대대적으로 고수들을 뽑아 십만대산으로 출발하겠지요. 연비강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약림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차릴 것이고 고수들을 뽑아 그들을 맞서 싸우려할 것입니다. 본거지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니 밖으로 나와 중간에 기습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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