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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220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20화

제220화. 약림 출전(1)

 

 

 

콰콰콰……, 쾅!

거미줄 같은 섬광이 오기륭의 신형을 가르고 희뿌연 강기막이 거미줄 같은 섬광과 부딪쳤다.

크으읍…… 

억눌린 신음 소리와 함께 오기륭의 신형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쾅! 콰쾅!

밀려나는 그의 머리 위로 강기를 머금은 거대한 검이 세상을 반으로 쪼개듯 떨어져 내렸다.

강기를 머금은 오기륭의 검이 그것을 막자마자 땅을 쓸듯 또 다른 검이 다리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비강의 검에 의해 오기륭은 점점 더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거짓말처럼 비강의 검이 멈췄다.

스으윽,

먼지라도 털어 내듯 오기륭을 향해 하단에서 상단으로 검을 뿌린 비강은 자신의 검을 집어넣었다.

“무슨…… 짓이냐?”

오기륭은 혼이라도 빠진 듯 멍한 눈으로 비강을 바라보았다.

푸학.

둑이 터지듯 오기륭의 옆구리가 터지며 핏물이 터져 나왔다.

크억!

그제야 그는 단말마의 신음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옆구리의 상처는 내장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크고 엄중했다.

한 손으로 옆구리를 막고 있었지만, 손가락 사이로 뜨끈한 무언가가 자꾸 흘러나왔다.

뜯겨나간 옆구리를 한 손으로 막고 있는 오기륭은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짐작보다 연비강은 훨씬 더 강했다.

억울하고 분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렀다.

‘병신 같은 새끼. 고작 연비강조차 넘지 못하는 주제에 어찌 시천세를 넘겠다고…….’

크아악! 크악!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오기륭은 눈물 젖은 눈을 돌렸다.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며 부하들을 쳐 죽이고 있는 사내와 간결하고 빠른 검법을 구사하고 있는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사내는 모르나 여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사부의 손에 죽은 여병천의 제자 추옥민이었다.

엎어진 콩 사발처럼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부하들을 지켜보는 오기륭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당장이라도 목숨을 내놓을 것처럼 충성을 바치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지금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도망을 치고 있었다.

믿고 따르던 우두머리가 패했으니 당연한 반응이기는 했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허무함이 일었다.

그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사부가 이루지 못한 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루어 내리라.

때문에 사부가 시천세의 손에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도 슬퍼하지 않았다.

“무슨…… 무공이었느냐?”

오기륭의 시선이 비강에게 돌려졌다.

“가문의 무공.”

크크크크…….

“빌어먹을 약가. 죽이려면 확실하게 죽일 것이지…….”

확실하게 죽였다면 지금의 연비강은 없었을 것이다.

옆구리에서 몰려오는 고통에 괴롭게 웃음을 짓던 오기륭은 문득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왼쪽으로 추옥민이 다가서고 있었다.

엎드려 살려 달라고 빌어도 이들이 살려 주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저항을 하더라도 얼마가지 못해 목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살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내놔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느냐?” 

살려만 준다면 비강의 밑으로라도 들어가겠다는 뜻이었다.

오기륭을 향하던 추옥민의 발걸음이 멈춰지고 시선은 비강에게 돌려졌다.

그녀의 눈빛은 오기륭의 죽음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달랐다.

“교주님께서 원하신다면 이자의 죽음을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비강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오기륭의 무공이 아깝기는 했다.

그를 받아들인다면 신교의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용 단주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오기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크크크…….

오기륭도 비강이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았는지 옆구리를 움켜쥔 채 몸을 일으켰다.

마냥 앉아서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기륭이 몸을 일으키자마자 추옥민의 검이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도적떼들을 베어 넘길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한 검이었다.

쾅!

검을 들어 올려 추옥민의 검을 막아 낸 오기륭은 몸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반원을 그리며 추옥민의 목을 갈라가던 검이 흔들리고, 그 사이를 추옥민의 검이 파고들어왔다.

검과 검이 엇갈리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검을 거두며 물러났다.

물러나던 추옥민은 어지럽게 보법을 밟으며 오기륭의 허리로 파고들어갔다.

공간을 난도질하듯 휘황한 검광이 번뜩이고 한 줄기 흐릿한 검광이 오기륭의 허리를 훑고 지나갔다.

오기륭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그의 검은 그녀의 뒷목을 향해 비스듬히 떨어져 내렸다.

콰쾅!

신형을 비틀어 검을 막아 낸 추옥민의 검과 오기륭의 검이 격렬하게 얽혀들었다.

아무리 오기륭의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지만 추옥민은 그와 거의 동등하게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오기륭의 몸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눈앞이 어질했고 다리까지 경련이 일었다.

더욱 그를 괴롭히는 것은 옆구리의 부상이었다.

스걱.

결국 허벅지에 검을 깊게 허용한 그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올려다보고 있는 오기륭의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깃들었다.

이렇게 덧없는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혀 살 것을.

검광이 그의 눈앞으로 떨어지고 곧 그의 몸은 옆으로 널브러졌다.

오기륭의 목을 베어 낸 추옥민은 헝겊을 꺼내 검신에 흐르고 있는 피를 닦아냈다.

“교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검을 집어넣은 추옥민이 비강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비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예를 받았다.

“시신들을 전부 한곳으로 모아라.”

육선풍의 지시에 뒤에 늘어서 있던 십여 명의 무인들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들을 한곳으로 옮겼다.

무인들은 시신들을 한곳으로 옮기면서 비강을 힐끔거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교주를 오늘 처음 보았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밝아 왔다.

새해 첫날 황곡을 찾은 약추완은 홀로 시천세 앞에 엎드려 예를 올렸다.

“올해는 조금 늦었군.”

약추완은 점심때가 한참이나 지난 후에 황곡으로 들어왔다.

이미 오진권과 두궁천은 새해 인사를 올리고 돌아간 후였다.

시천세는 흥미에 찬 눈으로 약추완을 내려다보았다.

아마도 강호 무림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자가 바로 눈앞에 엎드려 있는 약추완일 것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소인배이기는 하나, 능력만은 무림맹의 오진권이나 사련의 두궁천을 능가하고 있었다.

처음 약림을 열었을 때 그곳에 주둔하고 있던 고수들은 오백 명에 한참 모자랐으나 지금은 거의 이천 명에 육박하는 큰 세력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 삼류무인들이 아니라 제법 정련된 고수들이었다.

약추완은 그동안 자신이 긁어모았던 무공을 아낌없이 풀었다.

그 무공을 배우기 위해 떠돌이 무인들은 앞을 다투어 약림으로 몰려왔고, 약림의 고수들은 그들을 선별해 받아들였다.

그렇게 사 년이 지나자 그들은 고수가 되었고 약추완을 위해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오늘은 제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호오…….

“같이 왔으면 데리고 들어와야지.”

시천세가 관심을 드러내자 곁에 서 있던 종예는 밖으로 나가 젊은 사내 둘을 안으로 들였다.

이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와 이십 대 후반 정도로 짐작되는 사내였다.

두 사람 중에 이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는 왼손을 소매 안으로 감추고 있었다.

“악추산이 강호의 주인을 뵙습니다.”

“약무한이 강호의 주인을 뵙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바로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시천세는 약추완의 뒤쪽에 엎드려 있는 사내들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저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손을 소매로 감추고 있는 사내는 악추산이었고, 이십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잘 생긴 사내는 저번에 약추완이 아들로 들인 약무한이었다.

그러나 악추산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고, 약무한 또한 귀로 전해 들은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오만방자했던 악추산은 두궁천에 의해 손가락이 잘리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 것 같았다.

‘과연 천양이 사람을 알아보는 눈은 뛰어났구나.’

사제 풍천양은 제자 셋을 두었다.

첫째는 한조, 둘째는 벽사군, 그리고 셋째가 바로 악추산이었다.

그들 중에 한조가 가장 뛰어났으나 그는 사부와 함께 죽었다.

둘째 벽사군은 첫째인 한조보다 못했고, 셋째 악추산은 둘째보다 못했다.

그러나 둘째 벽사군은 지금 은운곡의 곡주가 되어 수많은 고수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셋째 악추산 또한 절대고수가 되어 이렇게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악추산,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 주마.”

악추산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저의 첫 번째 소원은 두궁천의 목을 베는 것이고, 두 번째 소원은 연비강의 목을 베는 것입니다.”

끌끌끌…….

과연 시천세의 짐작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버린 두궁천은 당연히 죽여 없애야 할 첫 번째 원수였고, 어머니의 한팔을 잘라 버린 연비강 또한 당연히 죽여 없애야 할 두 번째 원수였다.

시천세는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이놈은 어디까지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연비강이 너의 형임을 알고 있느냐?”

악추산은 시천세가 짐작한 반응을 보였다.

몸을 움찔 떨더니 곧 그의 입에서 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고…… 있습니다. 하나 그자는 절대로 저의 형이 아닙니다. 오로지 반드시 죽여야 할 원수일 뿐입니다. 그자가 어머니의 한 팔을 잘랐는데 어찌 저의 형이 될 수 있겠습니까.”

크하하하하하……

시천세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울리고 밖으로 퍼져 나갔다.

참으로 그럴듯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시천세는 악추산이 숨기고 있는 속내를 알고 싶었다.

“너의 어미를 가장 많이 닮은 놈이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 바로 연비강이다. 너의 어미만큼이나 지독한 놈이지. 아마 그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게야. 그래서 더욱 자신을 낳은 어미를 증오하는 것이고.”

약추완과 악추산, 약무한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연비강이 약하림과 가장 많이 닮았다니.

그들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할 원수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약추완과 악추산, 약무한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잘 들어라, 악추산. 네가 두궁천을 죽이든, 아니면 십만대산으로 처 들어가 연비강을 죽이든, 나는 그에 대해 아무런 죄도 묻지 않겠다. 그러니 마음껏 해 보아라.”

“가…… 감사합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악추산은 급히 어지러운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나 이어진 시천세의 말에 추슬렀던 그의 심중이 더욱 어지러워졌다.

“두궁천이 너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손가락만 자른 이유를 알고 있느냐?”

그만한 능력이 없었기에 죽이지 못한 것이다.

악추산은 지금까지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힘이 생기면 더 많은 힘을 얻고 싶어 하지. 결국 그자들의 칼날은 남궁악이나 나에게 향했을 것이니 죽이는 것보다 살려 두는 것이 나중을 위해 더 낫다는 판단을 했을 거다.”

시천세는 잠시 말을 끊고 약추완을 내려다보았다.

“아마 약림의 주인인 너희들의 아비나 할아비는 알고 있었겠지. 그렇지 않나? 약추완.”

“소…… 소신이 어찌 감히……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깊은 곳에 감추고 있었던 속내를 들켜버린 약추완은 이마를 바닥에 가져다 대며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시천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끌끌끌…….

“너희들이 무엇을 하든 전부 허락한다. 내게 칼을 들이민다고 해도 허락할 것이다. 그러니 어디 마음껏 날뛰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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