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2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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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47화
제247화. 신마(2)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기습을 당한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는 크게 노했다.
정파의 사기는 지금 최고조에 올라서 있었다.
시천세와 연비강이 맹주와 부맹주에 손에 쓰러져 죽었다.
무신이라 불렸던 자들이 사라진 세상에 정파가 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지옥으로 가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지옥으로 가겠느냐! 나는 오늘 혈승이 될 것이다! 쳐라!”
자오를 선두로 한 전진과 남궁, 화산, 무림맹의 무인들은 은운곡을 치달아 올랐다.
좌측으로는 모용세가와 당가가 산길을 헤치며 달려 올라갔고, 우측으로는 점창과 청성이 치고 올라갔다.
쏴아아아……
정면에서 치고 올라가는 무인들의 머리 위로 또다시 화살비가 쏟아졌다.
따다다다당……!
철장을 들어 쏟아지는 화살비를 쳐 낸 자오의 신형이 길게 늘어졌다.
퍼퍽!
크아악! 아악……!
나무 뒤에 숨어 화살을 쏘아대던 은운곡의 무인들이 철장에 맞아 머리가 부서지고 가슴이 터져 나갔다.
자오는 도망치는 은운곡의 무인들을 쫓았다.
멀리 몇 겹으로 늘어선 무인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가운데 있는 벽사군의 모습이 들어왔다.
“요망한 계집!”
약 이십여 장의 거리에 도착한 자오는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벽사군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전진과 남궁, 화산, 무림맹의 무인들이 자오의 뒤에 늘어섰다.
벽사군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를 벗어 땅에 내려놓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목도한 정파의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오늘 당신들을 물리치고 강호의 검후가 될 거예요.”
크하하하……
“꿈도 크구나! 이미 네년의 오라비와 네년의 주군이었던 시천세는 맹주와 부맹주에 손에 넋이 되었느니라!”
이를 앙다물며 매서운 눈으로 자오를 쏘아보던 벽사군이 고개를 끄덕이자 뒤쪽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무인들이 달려 나와 활을 겨눴다.
피핑! 핑!……!
크아악……!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에 맞은 정파무인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간악한 년!”
화살을 쳐 낸 자오는 철장을 휘두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벽사군도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때를 같이해 은운곡의 무인들도 정파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황한 검광이 자오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쾅!
철장을 휘둘러 벽사군의 검을 막아 낸 자오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크으으,
침음을 삼키며 땅에 내려선 자오의 허리를 벽사군의 검이 베어 왔다.
쾅!
또다시 철장을 휘둘러 검을 막았으나 자오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신형을 비틀거렸다.
‘대단한 년이로다…… 대단한…….’
감탄한 하고 있을 때가 아닌 듯 벌써 검은 목을 베어 오고 있었다.
황급히 철장으로 검을 막아 내려는 순간 검의 방향이 꺾였다.
스악……
컥!
검은 허리를 스쳐 지나가고 자오의 허리가 숙여졌다.
“대사!”
전진의 장로와 남궁의 장로가 놀라 급히 달려왔으나 그들의 앞을 은운곡의 무인들이 막아섰다.
스걱.
깔끔하게 자오의 목을 베어 낸 벽사군은 정파 무인들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검이 스치는 곳마다 목이 떨어지고 팔다리가 잘려 나갔다.
정파 무인들을 연달에 베어 내던 벽사군은 좌측과 우측의 산을 흘깃 바라보았다.
좌측에는 은운곡 무인들 삼백여 명이 매복하고 있었고, 우측에는 사련에서 달려온 냉사도와 사파 고수들 이백여 명이 매복하고 있었다.
냉사도라 불리는 사파의 고수는 놀랍게도 아주 뛰어난 고수들만 골라왔다.
‘이번 싸움은 나의 승리야. 나는 이제 강호의 검후가 될 거야.’
벽사군은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녀는 검후가 되어 신후 당백요처럼 강호를 지배하고자 했다.
시천세와 연비강이 오진권과 남궁휘의 손에 죽었다는 소문은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군사로 있는 공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황곡의 곡주께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자리를 비웠을 것이라 했다.
그는 곡주가 있는 곳까지 짐작해 냈다.
산서에 있는 절대고수들의 요람(搖籃).
그곳은 군사 공의나 벽사군도 가보지 못했다.
스걱…… 스걱……
연달아 정파 무인들을 베어 내던 벽사군은 수하들을 베어 넘기고 있는 남궁의 장로를 향해 다가갔다.
정신없이 적들을 베어 내던 남궁의 장로는 등 뒤로 다가서는 섬뜩한 살기에 급히 몸을 틀었다.
서걱.
하지만 이미 검을 쥐고 있는 손은 팔에서 떨어져 공중을 날고 있었다.
놀라 부릅뜬 남궁 장로의 시야로 휘황한 검광이 스쳐 지나갔다.
툭…… 떼구르르……
남궁 장로의 목을 잘라 버린 벽사군은 문득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확실히 은운곡의 무인들보다 정파 무인들의 무공이 더 강했다.
‘이번 공격을 막는다 해도 피해가 너무 커.’
이 상황에서 후퇴를 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를 앙다문 그녀는 공중으로 몸을 띄우며 지상을 향해 검을 뻗었다.
지이잉……
휘황한 빛에 휩싸인 검신이 진동을 일으키며 유형화한 강기가 뻗어 나갔다.
콰콰…… 쾅!
강기에 지나간 땅바닥이 갈라지고 그 위에 서 있던 적들의 몸도 갈라졌다.
이 무공을 깨우치느라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던가.
그녀는 자신의 무공에 백화요란(白花謠曫)이라는 무공명을 붙였다.
백화가 자신이 지는 것을 노래하다.
땅에 내려선 벽사군이 또다시 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을 때, 우측 산에서 후퇴를 알리는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우측산은 사련의 냉사도가 매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퇴를 알리는 목소리는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천만다행이야.’
***
“다녀오셨습니까? 교주님.”
화음현에 들어선 비강을 맞이한 담혁수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조금 늦었구려. 얼마나 기다렸소?”
하하……
“이틀입니다.”
담혁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수하들은 몇 명이나 데려왔소?”
“열 명입니다. 화산의 눈에 띌까 봐 여러 곳에 나뉘어 쉬고 있습니다.”
“그럼 나 먼저 천천히 화산으로 올라갈 터이니 그들을 데리고 오시오.”
“존명.”
담혁수를 보낸 비강은 높고 웅장한 화산을 올려다보았다.
마을을 벗어나 화산 초입에 들어선 비강은 돌로 만들어 놓은 계단을 밟아 천천히 화산을 올랐다.
일각쯤 올라가니 일주문이 보이고 화산의 제자 둘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어디에서 오신…….”
스악,
휘황한 빛이 화산 제자들과 일주문을 통과해 지나갔다.
꽈드드드…… 쿠쿵!
일주문과 함께 화산 제자들의 몸뚱이가 반으로 잘려 옆으로 쓰러졌다.
비강은 그들을 그대로 지나쳐 위로 올라갔다.
‘경치는 정말 장관이로구나.’
걸음을 멈춘 비강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화산의 경치를 구경하다가 발걸음을 떼어 냈다.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이번에는 작은 목조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목조건물 앞에는 하얀 도복을 입은 화산제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비강이 산을 올라오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검상이 가득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산 제자들은 잔뜩 경계를 하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 검광이 번뜩이며 지나갔다.
투투툭…… 떼구르르……
제자들의 머리가 몸뚱이에서 분리가 되어 산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목조 건물을 지나치던 비강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담혁수와 고수들이 숨이 차도록 급하게 뛰어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걸음을 멈춰 그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린 비강은 목조건물을 가리켰다.
“태우시오.”
“존명.”
산 아래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한 화산 문도들이 웅성거렸다.
“아래쪽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산짐승이라도 잡아 구워 먹고 있는 것이겠지.”
“아니야. 연기가 제법 많이 피어오르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해. 설마 마교가 쳐들어온 건가?”
“에이. 교주 연비강이 죽었는데 무슨 배짱으로 우리 화산에 쳐들어오겠나?”
“그렇기는 하지만 왠지 불길해. 아무래도 내가 내려가 봐야겠어.”
화산 문도 하나가 막 산을 내려가려 하는 순간 눈앞에 검붉은 비단무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순간 하얀 악마가 화산 문도들을 덮쳤다.
콰콰…… 콰쾅!
하얀 악마는 화산 문도들을 휩쓸고 뒤에 서 있는 전각까지 뚫고 지나갔다.
꽈드드드드……
놀라 황급히 달려 나오는 화산의 문도들이 마주한 것은 번뜩이는 검광이었다.
서걱, 서걱……
끄어어어어……!
목을 베고 가슴을 가르며 지나간 비강은 전각의 기둥을 차례로 베어 냈다.
콰쾅! 쾅!……!
전각 하나를 주저앉힌 비강은 두 번째 전각을 향해 사선으로 검을 그어 올렸다.
하얀 악마 하나가 검에서 빠져나와 전각을 향해 치달렸다.
때마침 그 전각에서 튀어나오던 화산 문도들까지 집어삼킨 하얀 악마는 전각의 중심부를 뚫고 지나갔다.
콰쾅!
꽈드드드…… 쿠쿵!
또다시 전각 하나가 주저앉았다.
그 안에서 쉬고 있던 화산 문도들의 구슬픈 비명 소리가 비강의 귀로 들려왔다.
“누구냐!”
“감히 화산을 넘보다니!”
주저앉은 전각 뒤로 수백 명에 달하는 화산 문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중앙에는 나이가 지긋한 문주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체를 밝혀라!”
지붕 위로 올라선 비강은 문주의 노성에 슬쩍 왼손을 들어 보였다.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검은 반지가 화산 문도들의 시야에 들어찼다.
너무 놀란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분명 연비강은 맹주와 부맹주의 손에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다면 저 검은 반지를 끼고 눈앞에 나타난 자는 누구란 말인가?
“저…… 정녕 신교의 마왕…… 아니…… 마교의 마왕 연비강이란 말이냐…….”
문주는 턱까지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하하하하……
“마교의 마왕이라…… 백리혈보다는 조금 더 그럴듯해 보이는군.”
짓궂게 웃어젖힌 비강은 그대로 검을 그어 올렸다.
이번에는 거대한 하얀 악마가 다섯 마리나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몸뚱이를 뒤틀며 화산 문도들을 휩쓸어 갔다.
화산 문주는 자신이 저 하얀 악마에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설혹 저 하얀 악마를 막아 낸다고 해도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검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목숨을 내주기는 싫었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무인의 자존심이었다.
문주는 수직으로 검을 그어 내렸다.
휘황한 빛에 휩싸인 검신이 악마의 얼굴을 반으로 갈랐다.
콰콰콰…… 콰콰쾅!
수많은 화산 문도들이 하얀 악마에 휩쓸려 몸이 찢겨나갔다.
그리고 그들 등을 지키고 있던 거대한 전각은 여기저기 커다란 구멍이 뚫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콰콰쾅!
끄어어어……
살아남은 문주의 입에서 애달픈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휘황한 빛줄기였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수많은 빛줄기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저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빌어먹을 무림맹.’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에 떠오른 것은 무림맹을 향한 저주와 욕설이었다.
화르르르……
화산의 모든 전각들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불타고 있는 전각들을 바라보던 비강은 담혁수를 불렀다.
“다음은 소림이오.”
“육 호법께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교주님.”
“알겠소.”
담혁수의 말을 가볍게 받은 비강은 열 살이 조금 넘은 화산 제자들을 응시했다.
약 삼십여 명 정도의 아이들은 화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 제자들이었다.
“화산을 잊어라. 잊지 않는다면 죽음이 다가올 것이다.”
비강은 담혁수에게 말해 어린 제자들에게 은자를 쥐어 주었다.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