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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6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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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6화

 

16화

 

 

 

 

 

 

선우궁현이 잔잔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궁주님 덕에 제학전에서 다섯 분의 스승으로부터 재주를 익힐 수 있었다. 그렇지?”

 

“예, 백부.”

 

“하나를 얻었으면 하나를 주어야 하는데, 너는 제천신궁에 무엇을 주었느냐?”

 

가르침을 받은 대가로 무엇을 주었느냐는 소리다.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저는… 준 것이 없습니다.”

 

“그럼 얻을 만큼 얻었으니 이제 나 몰라라 하고 떠나겠다는 것이냐?”

 

약간 날이 선 목소리에 조용히 답했다.

 

“은혜는 언제든 갚을 것입니다! 하나… 지금은 무작정 이곳을 떠나고 싶을 뿐입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우궁현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적놈!’이라며 신랄하게 꾸짖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는 걸 보니 자신을 그런 아이로는 보지 않은 듯했다.

 

“너는 너 자신을, 너의 가치를 너무 모르는구나. 궁주가 너를 순순히 보내줄 거라 생각하느냐?”

 

“궁주님께서 저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어머니와 약조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소원으로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말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말이 달라진다. 정당하게 은혜를 갚은 것은 아니지만 제천신궁을 떠나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다.

 

선우궁현이 보다 차분해진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혁련 형이 너에게 직접 무공을 가르치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으로 부족하단 말이냐?”

 

선우궁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궁주님께서 저에게 제천신궁의 모든 것을 가르칠 거라 생각하시는지요?”

 

“글쎄다. 너는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만, 솔직히 말해서 마지막 혁련가의 비기는 가르치지 않을 것 같구나.”

 

“하면, 그렇게 배워서 천외천가를 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선우궁현이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말에서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어머니를 해한 원수가 천외천가더냐?”

 

“예, 백부님.”

 

천외천가는 제천신궁과 비견되는 힘을 지닌 곳.

 

설령 혁련무천의 제자가 된다 해도 원수를 갚을 수 없다. 오히려 혁련무천의 제자라는 신분의 제약으로 인해 더 움직이기가 힘들지 모른다.

 

물론 밖으로 나간다 해도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없다는 것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은 천양지차. 자신은 희박한 가능성을 잡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허어!”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 듯 선우궁현이 탄성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가부를 대답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 가지에 대해 더 물었다.

 

“너는 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책임이 정말 혁련 형에게 있다 생각하느냐?”

 

고개를 발딱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어, 어떻게……?”

 

“너는 잊었나 보구나.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는 걸.”

 

이 년 전, 혁련호승이 한 말을 들은 듯했다.

 

하긴 선우궁현이 누군가. 이십여 장의 거리에서 나눈 대화를 그가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는 자체가 우스웠다.

 

그런데 과연 선우궁현은 그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때 선우궁현이 말했다.

 

“내막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안다. 혁련 형 덕분에 네 아버지가 십여 년간 목숨을 유지했다는 것. 누가 뭐래도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저도 그걸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라. 그 일에 대해서만큼은 열 번 이상 생각해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죄를 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백부님.”

 

선우궁현은 자신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하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다. 그럼 혁련 형의 허락이 떨어지면 양락진의 입구로 와라. 미시 말까지 기다려서 오지 않으면 나 혼자 갈 것이니, 그때는 나와의 연이 없다 생각하고 네 갈 길을 가거라.”

 

“예, 백부님.”

 

 

 

그렇게 떠나왔다.

 

다행히 선우궁현이 막 떠나려던 차에 만날 수 있었다.

 

이제는 목적을 이루기 전에는, 강해지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선우궁현이 자신을 강자로 키워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그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으니까.

 

 

 

 

 

4

 

 

 

 

 

동정호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제천신궁이 있는 신양에서 이천 리 길. 걸어서 가면 열흘은 가야 하는 거리였다.

 

선우궁현은 길을 가는 동안 좌소천에게 강호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주었다.

 

무공의 고하만으로 버텨낼 수 없는 곳이 강호다. 실력이 삼 푼, 경험이 칠 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호는 수많은 귀계가 난무하는 곳이다.

 

선우궁현이 중원칠기 중의 한 사람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의 경험 때문이 아니던가.

 

이미 가르침은 시작되고 있었다.

 

좌소천도 처음 들어보는 강호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새겨 넣기 위해 귀를 활짝 열었다.

 

그렇게 사흘째.

 

두 사람이 호북 땅에 들어서 풍림(楓林)에 이르렀을 즈음. 선우궁현이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더니 나직이 말했다.

 

“내 옆에서 일 장 이상 벗어나지 마라.”

 

좌소천은 바람을 가슴에 안은 채 걷다가 흠칫했다.

 

우측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좌측으로는 갈대와 모래자갈이 쌓인 둔덕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나지막하니 이어진다.

 

뭔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 것은, 선우궁현이 철검을 잡아갈 때였다.

 

그 기운은 살기였다!

 

좌소천이 그것을 느낌과 동시!

 

츠츠츠츠!

 

갈대숲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대여섯 명의 흑의인이 빗살처럼 날아들었다.

 

“물을 등지고 서라!”

 

순간, 선우궁현의 철검에서 맑은 쇳소리와 함께 한줄기 벼락이 솟구쳤다. 

 

촤아앙! 쩌적!

 

대기를 사선으로 가른 벼락은 곧바로 부드럽게 휘어지며 날아드는 흑의인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따다당!

 

찰나간에 네 자루의 도검이 부러지며 허공으로 솟구친다.

 

날아들었던 자들 중 네 명이 사방으로 튕겨진다.

 

선우궁현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다시 한번 철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

 

바람이 일 검에 쪼개지며 비명을 내지른다.

 

두 명의 흑의인은 참담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선우궁현의 검을 막았다.

 

쩌정!

 

대기가 얼어붙었다 깨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두 흑의인의 몸이 그대로 무너지고, 중동이 부러진 검을 든 그들은 입에서 뒤늦게 피를 토하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커억!”

 

그때 튕겨졌던 네 명의 흑의인이 비칠거리며 일어서더니 다시 선우궁현을 둘러쌌다. 그들은 덤벼들 생각도 못한 채 손에 들린 무기만 힘껏 쥐었다.

 

칠기 중 하나, 만패철검 선우궁현.

 

그의 강함에 지나가던 바람도 숨을 죽였다.

 

“정말 굉장해! 만패철검이 오제에 못지않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눈으로 보니 더하구먼.”

 

한 사람이 숨죽인 바람을 몰아내며 둔덕 위에 모습을 보였다.

 

단정하니 땋은 머리가 등을 타고 허리까지 내려온 중년인이었다. 

 

나이는 오십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눈가의 주름만 아니라면 사십대처럼 보일 정도로 홍안이었다.

 

그런데 나타난 자는 그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그의 좌우로 황의인 다섯과 십칠팔 명에 이르는 흑의인이 나타났다.

 

“천외천가요?”

 

묵묵히 그들을 바라보던 선우궁현이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홍안의 중년인이 코끝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알고 있다니 말하기가 편하겠군.”

 

“내 조카 때문에 왔다면 그냥 돌아갔으면 싶소만.”

 

“나도 그러고 싶은데, 위에서 저 꼬마를 원하니 어쩔 수가 없네.”

 

“천외천가 같은 곳이 이런 조그마한 아이가 두려워서 미리 손을 쓰겠다는 말이오?”

 

“작은 불씨가 온 산을 태우는 법이네.”

 

“천외천가라면 천비삼역 중 하나, 하거늘 아이의 도전을 받아들일 아량도 없을 줄은 몰랐구려.”

 

“어렵게 살아갈 일이 뭐 있겠나? 미리 제거하면 되는데.”

 

“그럼 더 말할 필요도 없겠군.”

 

선우궁현은 짧게 말을 맺고 철검을 늘어뜨렸다.

 

그의 철검이 천천히 전면으로 향하자 그의 주위로 바람이 휘돌기 시작했다.

 

한편, 좌소천은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경탄과 동시에 이를 악물었다.

 

놈들이다. 천외천가! 어머니의 원수들!

 

그런데, 그런데 자신은 지금 뭐 하고 있는가?

 

기껏해야 백부 뒤에 숨어서 도를 움켜쥔 채 이를 갈며 한을 씹고 있다.

 

그게 전부다.

 

전력을 다한다면 흑의인 하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뛰쳐나가면 놈들이 집중적으로 노릴 터. 백부가 싸우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남의 싸움에 방해만 되는 존재. 그게 지금의 자신이었다.

 

“함부로 나서지 마라, 소천. 저들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백부가 싸우는 것을 봐라. 얼마나 멋지게 싸우는지!”

 

그 와중에도 자신의 마음을 알고 농담을 할 정도로 태연한 선우궁현이다.

 

등이 한없이 크게 보인다.

 

자신이 앞에 거산처럼 서 있는 선우궁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최선을 다해 방해가 되지 않는 것.

 

비참했지만 현실이 그랬다.

 

숨을 크게 들이쉰 좌소천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능력이 안 된다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일단 도를 뽑아 들었다.

 

무진도가 소리없이 뽑혀 나왔다. 도를 들자 마음이 더욱 차분하니 가라앉았다.

 

무진도(無嗔刀). 그 이름처럼.

 

“뒤로 다가오는 자는 제가 막을 테니 백부님께선 걱정 마시고 적을 상대하십시오.”

 

어느새 차분해진 목소리가 좌소천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선우궁현은 희미한 미소를 베어 물고 홍안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들었소? 나더러 걱정 말라고 하는구려. 당신들은 참 재수가 없소. 왜 하필 내 조카 같은 아이를 적으로 삼았단 말이오?”

 

홍안의 중년인, 천외천가의 십이장로 중 한 사람인 교초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꼭 죽이려는 거라네.”

 

동시였다. 황의인 중 얼굴이 통통한 중년인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네 명의 황의인과 십여 명의 흑의인이 선우궁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찰나, 선우궁현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철검을 휘둘렀다.

 

“글쎄, 쉽지 않을걸!”

 

또다시 바람이 비명을 토하며 갈라지고, 시퍼런 검기가 갈라진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밀려갔다.

 

고오오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선우궁현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안 그들은 정면 대결을 피하며 선우궁현의 좌우를 노렸다.

 

게다가 황의인들은 흑의인들보다 배는 더 강했다. 황의인 넷이 흑의인들과 한꺼번에 달려들자 선우궁현도 수비에 급급했다.

 

혼자라면 적진을 누비며 공격했을 것이다. 단숨에 놈들의 목을 잘라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좌소천이 뒤에 있는 이상 그리할 수가 없었다.

 

쩌저정!

 

콰과광!

 

선우궁현의 검풍에 휘말린 자들은 충격이 전해지기 전에 재빨리 물러섰다. 그러면 다른 자들이 선우궁현을 공격했다.

 

그렇다고 해서 선우궁현이 마냥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적들도 쉽게 선우궁현을 공략하지 못했다. 비록 충격을 완화시키며 물러선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받은 충격은 가볍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충격이 반복되자 그들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와중에 흑의인 셋이 다시 선우궁현의 철검에 목숨을 잃었다.

 

그때였다. 서너 명이 빈틈을 노리고 선우궁현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소천아, 조심해라!”

 

선우궁현이 대경해 소리쳤다.

 

좌소천은 선우궁현을 우회한 흑의인들의 공격을 무진도로 막아냈다.

 

쩌저정!

 

‘나는 할 수 있어! 이까짓 거, 충분히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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