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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9화

 

9화

 

 

 

 

 

 

혁련호승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좌소천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좌소천은 안 해도 된다고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 온 말을 억지로 짓눌렀다.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알았다.

 

이제는 당하면서 지내고 싶지 않았다.

 

많이 힘들어질지도 모르지만 어머니도 그걸 바랄 것이다.

 

분명히!

 

‘그래, 백부님의 말대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어!’

 

결정을 내린 이상, 절대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좌소천은 고개를 세우고 혁련호승을 노려보았다.

 

“다시는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다음부터는 저도 맞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갑자기 변한 좌소천의 태도에 혁련호승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서너 번이나 변했다.

 

“대답해라! 어찌할 거냐?!”

 

그때 옆에서 선우궁현이 다그쳤다.

 

혁련호승은 부들거리는 몸을 주체치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 다. 너를… 더 이상… 건들지… 않으마.”

 

“남자로서 약속해 주십시오.”

 

빠드득.

 

이를 간 혁련호승이 좌소천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약속… 하마.”

 

‘대신 언제고 죽여 버리겠어! 처참하게! 거지같은 새끼!’

 

그런 혁련호승을 향해 선우궁현이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아이는 내 조카다. 철검판관 선우궁현의 조카. 그 점, 절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 아이가 잘못되면 나는 가장 먼저 너를 의심할 테니까.”

 

부르르 몸을 떤 혁련호승은 더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명심… 하죠, 숙부님.”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가 부서져 후두둑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선우궁현은 안중에도 없는 표정으로 냉랭히 말했다.

 

“어쨌든 오늘 일에 대해서 일단은 혁련 형과 의논을 해봐야겠다.”

 

순간 혁련호승의 몸이 바람 소리가 나도록 팽 돌아섰다.

 

“숙부님!”

 

“그렇게 쳐다볼 것 없다. 나는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니까. 너를 데리고 가지는 않을 생각이거든?” 

 

선우궁현은 혁련호승의 반응을 본 척도 않고 태연히 몸을 돌렸다.

 

“가자, 소천아. 왜? 더 볼일이라도 남았느냐?”

 

“아, 아닙니다, 숙부님.”

 

 

 

그날 좌소천은 선우궁현으로 인해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것을 몇 가지 깨달았다.

 

사람은 일단 힘이 있고 봐야 한다는 것.

 

참을 땐 참아야 하지만,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경륜이라는 것이 어지간한 무공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확실히 늙은 생강이 맵다는 것을.

 

 

 

선우궁현이 떠난 것은 그 일이 있고 사흘이 지나서였다.

 

그가 정말로 궁주에게 혁련호승과의 일을 말씀드렸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혁련호승이 예정보다 빨리 제천동에 들어갔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제천신궁의 직계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제천동. 

 

혁련호승이 그곳에 들어갔다는 것은 마침내 그가 본격적인 제천신궁의 무공을 익히게 되었다는 말과도 같았다.

 

또한 앞으로 삼 년간은 그와 만날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

 

제천동의 수련 기간 삼 년 동안은 절대 외부 출입을 할 수 없으니까.

 

좌소천은 그가 나올 때까지 혼신을 다해 힘을 키울 작정이었다. 그가 나왔을 때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3장 세 가지 약속

 

 

 

 

 

1

 

 

 

 

 

고요히 가라앉은 늦여름 아침의 공기가 온몸을 어루만진다.

 

온몸이 허공에 붕 뜬 채 대기 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것만 같다.

 

“후우우욱! 후우우……!”

 

좌소천은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천천히 숨을 조절했다.

 

떠오르는 태양이 가슴속으로 빨려드는 기분이 든다.

 

온몸에 흐르는 땀이 상쾌하기만 하다.

 

어스름이 밀려오기 전에 일어나 한 시진째. 다섯 스승에게 배운 초식을 펼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육체의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육체는 내공을 담는 그릇,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진양 사부가 먹인 약으로 인해서인지 얼마 전 금라천경 상의 금라천황공이 갑자기 입문 단계를 넘어섰다.

 

너무 기뻤던 좌소천은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어머니가 대경해서 말했다.

 

“네가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기 전에는 타인 앞에 네가 그 무공을 익혔다는 걸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알겠느냐?”

 

좌소천도 어머니의 말이 어떤 뜻인지 모르지 않았다.

 

금라천을 멸망시킨 자들의 추적. 아마 그것이 염려된 때문일 것이다.

 

대체 어떤 자들이기에 십수 년이 지나도록 추적을 멈추지 않는 걸까? 정말 그들이 지금도 추적을 하고 있을까?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지나친 염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가 위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예, 걱정 마세요, 어머니.”

 

좌소천은 순순히 답하고, 대신 금라천황공이 입문 단계에 들어선 이후에 든 한 가지 의문에 대해 더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머니, 금라천황공은 분명 금라천의 무공이 아닌데 왜 금라천의 무공과 비슷하게 느껴지죠?”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고는 조부에게서 전설처럼 들었다는 이야기 한 토막을 해주었다.

 

“천 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데…….”

 

하늘을 농락할 힘을 가졌던 신인들이 하늘의 노여움을 받아 둘로 갈라졌는데, 그중 하나가 촉산에 터를 잡았다 했다.

 

그때만 해도 촉산의 주인은 하나였는데, 칠백 년 전부터 둘로 나뉘었다고 했다. 

 

그 둘이 바로 금라천과 환상마궁이다.

 

그 두 세력은 철천지원수처럼 서로를 멸망시키려 했다.

 

본래 사형제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세력의 조상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가족을 죽였기 때문이라 했다.

 

한낱 조상의 권력욕 때문에 그 후예들이 무려 칠백 년에 걸친 앙앙불락의 원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촉산혈전에서 금라천이 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금라천도 결국 천외천가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으니…….

 

“자업자득일지도 모르지. 서로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수백 년간 피를 흘리며 싸워왔으니 말이다.”

 

어머니는 그 말만 하고 원수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천외천가에 대한 복수를 부탁하지도 않았다.

 

네가 알아서 해라, 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복수도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 좌소천도 그 일에 대해서는 마음속으로만 다짐했다.

 

‘저에게 힘이 생기면 꼭 외가의 복수를 해드릴게요.’

 

 

 

“자! 다시 해보자!”

 

좌소천은 스스로를 다그치고는 다시 한번 자신이 아는 초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펼쳐 보았다.

 

그는 격렬한 움직임 뒤에 땀을 흘리는 것이 좋았다.

 

거센 심장의 박동. 손끝에서 발끝까지 느껴지는 신경 하나하나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그를 즐겁게 했다. 생각보다 진도가 느리다는 것만 빼고는.

 

어느덧 혁련호승과의 일이 있고 일 년이 지났다.

 

좌소천은 제학전에서 배운 무공을 하루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연마했다. 특히 연환칠절과 건곤신권을.

 

그런데도 겨우 형(形)을 흉내나 낼 수 있을 뿐이었다. 아마 내공운용법을 깨우치려면 아마 몇 년은 더 익혀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진양 스승님이 사문에 일이 있다며 떠나는 바람에 천붕칠절이라는 이름을 따로 가진 칠절연환을 더 가르침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등소패 스승님은 진양 스승님의 사문을 소림으로 짐작했다. 그러면서 그분이 가르친 천붕칠절을 열심히 익히라 했다.

 

어쩌면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소림의 봉법을 실전에 맞게 고친 것이 바로 천붕칠절일지 모른다면서. 사십 년 전에 이단의 봉법을 익힌다며 소림에서 쫓아냈다던 소림의 제일기재 운혜가 바로 진양 스승님일지 모르겠다면서.

 

그러고는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조금은 자신이 없는 표정으로.

 

 

 

“흥! 아무리 그래도 내 권법이 진가의 봉법보다 낫지. 아암!”

 

 

 

어쨌든 답답해한다고 해서 풀릴 것도 아닌 일. 좌소천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녘 하늘을 바라보았다.

 

“후우,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천천히 하자. 아직 일 년이나 남았는데, 뭐.”

 

일 년. 그랬다. 일 년 후면 궁주인 혁련무천이 직접 무공을 가르치겠다는 삼 년째가 된다.

 

어쩌면 그래서 자꾸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몰랐다. 그때가 되면 제학전의 스승님들에게서 더 배울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때 문득, 일 년 전 그날에 혁련호승이 한 말이 떠올랐다.

 

‘정말… 아버지의 뜻만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날의 일에 대해선 어머니에게 말씀드리지 않았다. 당연히 혁련호승의 말도.

 

자신조차 그 말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데, 어머니는 오죽하실까?

 

그런데 언젠가는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만일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지의 아들로서 방관할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일단은 힘을 갖추는 게 먼저다.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잖아?’

 

좌소천은 상념을 털어내고는 마보를 취하고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나는 할 수 있어! 차앗!”

 

뻗친 두 손이 붉은 태양 속에 틀어박혔다.

 

 

 

아침 햇살이 지붕에 황금빛으로 얹어져 있었다.

 

이슬 때문인지 더욱 빛이 났다.

 

‘황금기와를 떼어다 팔면 먹고살 걱정은 없겠군.’

 

좌소천은 자신의 엉뚱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좌소천은 걸음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누군가가 엿보고 있는 것 같다.

 

불쾌하게 다가오는 끈적끈적한 느낌.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좌소천은 고개를 흔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자 동방선유가 좌소천을 불러 앉혔다.

 

“이리 앉아보아라.”

 

“예, 어머니.”

 

동방선유가 물끄러미 좌소천을 바라보더니 나직이 입을 열었다.

 

“밖에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느냐?”

 

좌소천의 눈이 커졌다.

 

“어머니가 어떻게……?”

 

동방선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내가 숨기고 살았다지만, 너는 너무나 이 어미를 모르는 것 같구나.”

 

갑자기 무슨 말일까?

 

좌소천이 의이해할 때다. 동방선유가 탁자의 귀퉁이를 가볍게 문질렀다.

 

탁자의 귀퉁이가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수수수…….

 

좌소천의 입이 살짝 벌어지고 커진 눈이 파르르 떨렸다.

 

“정말… 그랬군요. 자식이 되어서 어머니를 너무나 몰랐군요.”

 

전력을 다한다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알기로는 적어도 사오십 년의 내공이 있어야만 어머니처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보여주신 것이 다가 아닐지도 몰랐다.

 

좌소천은 그동안 자신이 해온 행동이, 생각이 우습게 느껴졌다.

 

자신이 어머니를 걱정하는 동안, 어머니는 어린 자신을 길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했을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속으로만 삭였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마저 나오려 한다.

 

‘바보, 나는 바보다. 다른 사람이 기재라 추켜세워 준 것에 자만해서 내가 바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내왔다. 어머니에게 기초 무공에 대한 것을 물어보면서도, 그에 대한 답을 얻었으면서도 어머니가 고수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자식이 아닌 남의 눈으로 봤다면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도 없어 자신과 단둘이 살아가는 불쌍한 어머니, 보살펴 줘야 할 어머니. 그게 자식이 보는 어머니가 아니던가.

 

“쯔쯔쯔, 내가 금라천의 후예라는 것을 말해줬는데도 생각하지 못했는가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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