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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6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6화

 

6화

 

 

 

 

 

 

좌소천이 혁련호승에게 맞고 다닌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혁련호운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궁주인 혁련무천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사실에 비해 일 할도 채 되지 않았다.

 

“아닙니다, 미려 누님.”

 

“쳇, 또 누님.”

 

혁련미려가 입술을 삐죽였다.

 

“둘째오라버니가 때리면 말해.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요즘은 별일 없으니까요.”

 

“정말?”

 

“예, 보다시피 깨끗하잖아요.”

 

“뭐, 그럼 다행이고.”

 

그때 비연각 안에서 낭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려야, 수다 그만 떨고 어서 들여보내라.”

 

혁련미려가 비연각을 향해 혀를 삐죽 내밀고 말했다.

 

“사부님은 제가 뭐 수다쟁이인 줄 아세요?”

 

“네가 수다쟁이가 아니면 천하에 수다쟁이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피이, 하나 있는 제자를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창창한 제자의 앞날을 막으려 하시다니. 사부님도 너무해. 그렇지, 소천아?”

 

대답하기 막막한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비연선자 하조영이 제자의 앞길을 막는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고, 아니라고 하면 당장 혁련미려에게 한 시진은 시달려야 할 판이다.

 

다행히 하조영이 좌소천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뭐 하느냐? 어서 들어오라니까.”

 

“예, 스승님.”

 

좌소천은 재빨리 대답하고 혁련미려를 향해 조그맣게 속삭였다.

 

“누님이 워낙 예쁘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겁니다.”

 

순간 혁련미려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정말? 소천이 너도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미 좌소천은 등을 돌리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혁련미려가 좌소천의 등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빨리 끝내고 나와. 이 예쁜 누나가 맛있는 거 줄 테니까.”

 

 

 

반 시진 후.

 

좌소천이 비연각을 나왔을 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주방으로 가서 숙수들을 닦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직접 만든 것처럼 온갖 생색을 내며 음식을 가지고 올 것이 분명했다.

 

좌소천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가야 할 곳이 두 군데나 더 있었다.

 

‘천봉각에 먼저 가는 게 낫겠군.’

 

 

 

 

 

5

 

 

 

 

 

제천신궁의 원로 중 한 사람인 봉왕(棒王) 진양.

 

나이가 칠십이 넘은 그는 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있어서 철저한 사람이었다.

 

조금만 늦어도 그는 그 시간만큼 가르치는 시간을 줄였다. 대신 가르치는 것도 철저했다.

 

그만큼은 다른 사람처럼 마지막 구결을 선문답처럼 흐리게 가르치지 않았다.

 

모든 것은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하기에 좌소천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배우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천봉각이었다.

 

 

 

쾅!

 

“큭!”

 

“정신을 어디다 두는 게냐? 봉 끝이 백 개, 천 개로 변하더러도 결국 봉은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말이야 쉽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수백 개의 봉이 다가오는데 어찌 하나의 봉만 생각한단 말인가?

 

그러나 좌소천은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진영이 뻗고 있는 봉만 바라보았다.

 

‘그래도 오늘은 오 초나 받아냈잖아? 힘내자, 좌소천!’

 

사실이 그랬다. 석 달째까지는 일 초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육 개월이 지날 무렵에서야 겨우 이 초를 받아낼 수 있었다.

 

진양이 공력을 끌어올리지 않고 하는 공격이라지만, 오 초를 받아냈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했다.

 

그런데 자신감에 찬 그를 향해 진양이 싸늘하게 소리쳤다.

 

“일 년이나 배워놓고 이제 겨우 오 초밖에 받아내지 못하다니, 멍청한 놈!”

 

하지만 그의 속마음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귀신같은 놈. 호정도 삼 년 걸려 겨우 오 초를 받아냈는데, 대체 이놈은 어떻게 된 것이……. 으음, 다른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구나.’

 

영약을 복용하며 내공을 키운 궁주의 자식들에 비해 좌소천의 내공은 형편없이 약했다. 그러나 무공의 고하가 꼭 내공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아직 좌소천은 열네 살의 어린 나이. 내공이야 세월이 흐르면 그만큼 더 강해질 것이다.

 

‘허허허, 잘하면 혁련 어린놈이 품속에서 호랑이 한 마리를 기른 셈이 되겠구나.’

 

게다가 기연이라도 만난다면 호랑이가 어떻게 변할지는 그조차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문제는 더 가르치고 싶은데, 혁련무천이 뭐라 하든 차근차근 자신의 모든 것을 넘겨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틀 전 사문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 죄를 용서할 테니 산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을 바라온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바로 떠나지 않고 이틀을 더 머물렀다. 이유는 오직 하나, 늘그막에 가르치는 재미를 붙이게 해준 어린아이를 마지막으로 만나보고 떠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산에서 인정하지 않는 무공. 돌아가기 전에 버려야 할 것이 아닌가.

 

그때 좌소천이 다시 가르침을 청해왔다.

 

“다시 한번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스승님.”

 

진양의 입에서 싸늘한 코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말투와 달리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흥! 건방진 놈. 좋다! 이번에는 칠절연환을 펼칠 것이다.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니 어디 한번 막아봐라!”

 

순간 좌소천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 초도 겨우 막은 판이었다. 그런데 칠 초? 그것도 연환공격이라니!

 

그렇다고 못한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좌소천은 봉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떴다.

 

그때부터였다. 전음이 좌소천의 고막을 흔들며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게 바로 붕설영(崩雪嶺)이다!”

 

열두 개의 사발만 한 봉 끝이 그를 향해 밀려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눈사태라도 일어난 듯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헛!”

 

놀랄 틈도 없었다.

 

수백, 수천 개의 봉이 그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좌소천은 죽어라 봉을 돌렸다.

 

퍼버버버벅!

 

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십 개의 봉이 그의 몸을 난타했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니 몸이 저절로 축 늘어질 지경이었다.

 

하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것이 두 번째, 붕회탄(崩回灘)이다!”

 

순간 머리 위에서 쏟아지던 봉영이 회오리치며 휘돌았다.

 

‘맙소사! 저걸 어떻게 막으라고!’

 

그때 진양이 음성이 귀속을 파고들었다.

 

“놓치지 말고 잘 봐라! 다시는 펼치지 않을 것이니까!”

 

좌소천은 눈을 크게 뜨고 한 번도 깜박이지 않았다.

 

봉 그림자가 온몸을 두드리는 데도 이를 악물고 봉을 휘둘렀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나마 몸에 충격이 크지 않아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배운다! 배울 것이다!’

 

세 번째 초식이 펼쳐졌다.

 

“이것이 세 번째, 설붕벽(雪崩壁)이다!”

 

 

 

평소보다 이각 정도 늦은 시각.

 

좌소천이 하얗게 변한 얼굴로 신권각에 들어가자, 신권각의 주인 등소패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진가 늙은이가 미쳤나? 애를 아예 병신으로 만들 작정을 했군!”

 

신권(神拳) 등소패.

 

두 주먹이면 천하에 적수가 없다는 전대의 고수이자 중원칠기 중 한 사람.

 

그는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혁련호정이나 혁련호승은 자신의 권각을 기초 무공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주먹질하는 것을 마치 건달들 싸움쯤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제학전의 다섯 스승 중 가장 홀대받는 사람이 등소패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좌소천은 달랐다.

 

좌소천은 단순한 권각의 뻗음도 혼신을 다해 익혔다.

 

모든 것을 가르쳐 주려던 궁주의 아들들은 자신을 홀대하는데, 건성으로 가르치려던 좌소천은 자신을 진정한 스승처럼 대하고 배우려 드는 것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 좌소천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사람이 열성적이야 가르칠 맛이 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까짓것, 제자로 삼지만 않으면 되지.’

 

그는 그런 마음으로 얼마 전부터 몰래 자신의 진신 무공을 조금씩 섞어 가르쳤다.

 

그런데 봉왕에게 얻어맞고 온 좌소천을 보니 공연히 화가 났다.

 

열네 살 아이가 봉왕의 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맞고 온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아무래도 계획을 앞당겨야 할 것 같군.’

 

결심을 굳힌 등소패가 잇새로 물었다.

 

“몇 초나 견뎠느냐?”

 

“오 초를 견뎠습니다.”

 

등소패의 눈이 잘게 떨렸다. 오 초를 견뎠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도 알고 있었다.

 

“그걸로 끝난 것 같지는 않은데? 진가 늙은이가 그걸로 끝내더냐?”

 

솔직히 털어놓으면 당장 달려가 진양 스승의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은 표정이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일.

 

“칠절연환의 공격을 한 번 더 받아냈습니다.”

 

등소패의 눈이 커졌다.

 

“뭐라?! 칠.절.연.환?”

 

그는 좌소천의 전신을 샅샅이 훑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옷자락 속의 몸이 잘게 떨리고 있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으면 될 일,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작 등소패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 것은 진양이 칠절연환을 펼쳤다는 것이다.

 

‘칠절연환이라면 진가 늙은이가 밑천인 천붕칠절을 드러냈다는 뜻. 이 늙은이가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가만, 철저한 그 늙은이가 소천이를 이각 이상 늦게 보낸 이유가 그럼? 이런! 그럴 수는 없지!’

 

쇠뿔은 단김에 뽑아야 했다.

 

마음이 움직였으니 망설일 것이 없었다.

 

결심을 굳힌 등소패가 벌떡 일어섰다.

 

“지금부터 잘 보고 한마디도 놓치지 말고 들어라. 딱 한 번만 불러주고, 보여줄 것이니까.”

 

다른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등소패는 그 말을 마치고 전각의 중앙으로 가서 섰다. 그러더니 천천히 두 주먹을 좌우로 뻗으며 흔들었다.

 

순간 좌소천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늘과 땅이 도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건곤신권(乾坤神拳)이다!”

 

그때 등소패의 목소리가 귀청을 후려쳤다.

 

좌소천은 혀를 깨물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릅뜬 채 한 번도 감지 않았다.

 

등소패의 옆구리를 따라 흐르던 권이 천천히 전후좌우를 휘돌았다. 동시에 등소패의 입에서 건곤신권의 구결이 흘러나왔다.

 

“뻗는 것만큼 거두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차 말했으니 모르지 않을 것이다. 건곤신권의 묘리는 바로 그것의 조화에 있음이다. 중(重)과 유(柔)의 힘을 찰(擦), 회(回), 탄(彈)으로 조화시키니 모두 열여덟 초식이 파생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건곤착(乾坤錯)이니…….”

 

모두 십팔 초에 이르는 구결이었다.

 

등소패는 일각에 걸쳐서 천천히 십팔 초를 모두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뭔가 목적이 있어서,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흥이 나서 펼쳤다.

 

내공을 거의 끌어올리지 않았는데도 신권각 내부가 온통 그의 권영으로 가득 찼다.

 

우르르릉!

 

심지어 십이 초가 넘어가 후반 육 초식이 펼쳐지자 벽력음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일각.

 

건곤신권을 모두 펼치고서야 몸을 멈춘 등소패는 그제야 아차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좌소천은 벽까지 밀려나 있었다.

 

입가에 흐르는 핏물, 붉게 충혈 된 눈, 창백한 얼굴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런데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것처럼 주먹을 움켜쥐고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괘, 괜찮으냐?”

 

등소패가 머쓱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스승… 님. 저는 괜찮습니다.”

 

절대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도 좌소천은 웃음마저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천붕각의 스승님께서도… 저를 가르치시려다가……. 제가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그분을 이해해 주시길…….”

 

“어? 그, 그랬느냐?”

 

그때였다.

 

삐걱, 문이 열리더니 진양이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선 진양은 벽에 기대고 서 있는 좌소천을 보더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등소패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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