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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1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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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21화

 

21화

 

 

 

 

 

 

상대는 드넓은 동정호와 서쪽으로 떨어지는 태양.

 

좌소천은 매일 수백 번씩 동정호를 베고, 떨어지는 태양을 부쉈다.

 

그는 사흘에 한 번씩 수련동을 나설 때를 제외하면 하루 종일 무공을 익히며 자신과 싸웠다.

 

그나마 사흘에 한 번 내려가는 것도 선우궁현과의 비무 때문이었다.

 

 

 

세 번째 비무 날, 좌소천은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고 견뎌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선우궁현과 마주 섰다.

 

비무는 격렬했다.

 

공력을 낮추고 검을 목검, 목도로 바꿔 들었을 뿐 선우궁현은 비무에 있어서 추호의 사정도 봐주지 않았다.

 

비무 시간은 한 시진.

 

“오빠, 힘내!”

 

소영령의 응원도 소용없었다.

 

선우궁현은 팔천팔백 번의 실전을 통해서 스스로 검을 이룬 사람. 좌소천은 십 초도 견디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비무를 해야만 했다. 시간을 채워야 하니까.

 

좌소천도 굴하지 않고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대들었다.

 

독종!

 

좌소천은 제천신궁에서 아이들이 부르던 대로 독종처럼 덤벼들었다.

 

옆에서 보던 소영령이 입술을 깨물고 두 주먹을 움켜쥔 채 두 사람의 비무를 관전했다.

 

결국 세 번째 비무 역시 전과 마찬가지로 한 시진을 채우지 못한 채 좌소천이 정신을 잃으면서 끝이 났다.

 

“너무해요, 스승님! 소천 오빠는 아직 어린데 사정 좀 봐주면서 하면 안 되었나요?”

 

첫 번째와 두 번째 비무 때만 해도 발만 동동 구르던 소영령이 이번에는 울먹이면서 너무한다고 선우궁현에게 떼를 썼다.

 

그러자 선우궁현이 좌소천을 방에 누이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직이 말했다.

 

“도망갈 수도 없는 곳에서 싸움이 벌어질 경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 소천이는 나중에 죽지 않기 위해서 오늘 쓰러질 때까지 버틴 것이란다.”

 

선우궁현의 말에 소영령은 삐죽삐죽하던 입을 꾹 닫고 좌소천의 상처를 돌봤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물로 찜질해 주는 것 정도가 다였다. 그나마도 퉁퉁 부은 손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까? 그녀가 남의 아픔을 돌봐주는 게 처음이라는 것을.

 

‘칫, 도망가 버리지 맞고만 있어. 바보같이!’

 

좌소천은 반 시진 만에 깨어났다. 

 

그는 소영령이 빤히 바라보고 있자 무안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으음,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지?”

 

“하루!”

 

소영령이 툭 쏘아붙였다.

 

정신을 잃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설마 알겠어? 그녀는 그런 생각에 좌소천을 놀렸다.

 

“뭐야? 하루?!”

 

좌소천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온몸이 쑤셨다. 근육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손발이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질러댔다.

 

그래도 일어나야 했다.

 

“끄응…….”

 

좌소천이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소영령이 빽 소리쳤다.

 

“바보 오빠야! 그 몸으로 어딜 가려고 해?”

 

“가서 수련해야지.”

 

“잘도 하겠다. 참연동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밧줄에서 떨어질걸?”

 

“그래도 가야 해.”

 

걸음을 옮기는 좌소천의 이가 악물렸다. 얼굴이 피를 머금은 듯 붉어졌다.

 

자신의 삶은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는 길이다.

 

자신이, 오직 자신만이 걸어가야 했다.

 

하루를 헛되이 보내면 그만큼 하루가 늦어진다.

 

무공의 완성도, 복수도 늦어지는 것이다.

 

덜컹!

 

그때 문이 열리고 선우궁현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대접이 하나 들려 있었는데, 거리가 제법 되는 데도 쓴 냄새가 물씬 풍겼다.

 

“어딜 가려는 것이냐?”

 

“참연동에 가려 합니다.”

 

“좀 더 쉬었다 가라.”

 

“너무 오래 쉬었습니다, 백부님.”

 

소영령이 다급히 나섰다.

 

“봐, 오빠. 스승님도 쉬라고 하시잖아. 벌써 가려고 하면 어떡해?”

 

“하지만 벌써 하루…….”

 

“한 시진도 안 되었다니까. 그러니까 더 쉬어.”

 

좌소천이 소영령을 돌아다봤다.

 

선우궁현이 기특하다는 듯 소영령을 보며 말했다.

 

“하하하, 영령이가 너를 보살피느라 고생했다. 어지간하면 영령이 말을 들어주려무나.”

 

‘그게 아닌데. 분명 하루라고 했는데…….’

 

좌소천은 소영령을 똑바로 바라본 채 입을 벌렸다.

 

“령매, 좀 전에 분명히…….”

 

하지만 그가 말을 할 틈도 없이 소영령이 벌떡 일어서더니 선우궁현의 손에서 약대접을 받아 들었다.

 

“이거 마셔, 오빠. 스승님이 오빠 생각해서 가져오셨나 봐.”

 

그러고는 벌린 입에 약대접을 가져다 대며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좌소천은 뭐라 말도 못하고 쓰디쓴 약을 단숨에 들이켜야 했다.

 

무진장 썼다.

 

 

 

좌소천은 두 시진이 넘어서야 방을 나섰다. 어이가 없는 한편으로 웃음이 나왔다.

 

자신을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 손발을 물찜질하며 울먹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더욱 정이 갔다.

 

여동생이 없었던 좌소천은 문득 소영령이 정말 동생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런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좌소천은 더욱더 수련에 온몸을 던졌다.

 

선우궁현과의 실력 차가 너무 많이 나다 보니 근시일 내에 대등하게 싸운다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래도 시간을 줄일 수는 있을 터이다.

 

최대한 그 시간을 줄이면 소영령의 슬퍼하는 모습을 그만큼 덜 볼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열 번째 비무를 할 때쯤 되어서야 좌소천은 한 시진을 다 채우고 쓰러졌다.

 

그리고 마침내 좌소천은 스무 번째 비무를 정신을 잃지 않은 채 끝냈다. 

 

비무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이었다.

 

“흠,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익숙해졌구나.”

 

그의 발전 속도에 선우궁현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좌소천은 만족할 수 없었다.

 

백 걸음 중에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더욱 노력해서 백부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선우궁현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쉬어라.”

 

순간, 안절부절못한 채 지켜보던 소영령이 ‘와!’ 소리를 내며 좌소천에게 달려갔다.

 

“오빠, 잘했어!”

 

“어어어……!”

 

그날 좌소천이 쓰러진 것은 순전히 달려든 소영령 때문이었다.

 

밑에 깔린 채 얼굴이 붉어진 것 역시도.

 

그런데 이상했다.

 

지금까지 동생처럼 생각했던 소영령이다. 밑에 깔렸다고 해도 그냥 장난으로 그런 것이려니 해야 맞았다.

 

하지만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이, 갑자기 꼼짝할 수 없는 몸이 꼭 그런 마음만이 아니라 말하는 것 같다.

 

‘서, 설마… 내가 령매를 여자로……?’

 

갑자기 위에서 빤히 내려다보는 소영령이 다르게 보인다. 소영령의 숨소리에서 향기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헤헤, 오빠 얼굴 빨개졌다.”

 

얼굴은 분명 조금 전의 그 얼굴인데, 너무, 너무나 예쁘다.

 

 

 

 

 

6

 

 

 

 

 

서늘한 늦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시월 열하루. 황강산 아래에 이십대 중반의 백의청년이 나타났다. 

 

누가 봐도 탄성을 발할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는 조용히 웃으며 부채를 꺼내 들더니, 황강산 자락의 완만한 구릉을 바라보며 부채를 부쳤다.

 

시월인지라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런 날씨에 부채를 부치는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얼굴은 진짜 잘생겼는데 머리가 이상한 청년이군.”

 

“얼굴만 잘생기면 뭐 하나? 쯔쯔쯔…….”

 

“어머, 어머, 저 청년 좀 봐.”

 

남자들은 청년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하고, 여자들은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힐끔거리며 걸음을 늦췄다.

 

그런데도 백의청년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구릉의 전체를 차지한 채 지어져 있는 제천신궁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일 각여, 그가 부채를 탁 접더니 걸음을 옮겼다.

 

“흠, 어디 계집을 만나러 가볼까? 내 기대만큼 생겼어야 할 텐데. 나 순우무궁의 여자가 되려면 얼굴이 미워서는 안 되거든?”

 

천외천가의 이공자, 그가 마침내 제천신궁에 나타난 것이다.

 

 

 

제천신궁의 문은 모두 세 곳이었는데, 그중 정문은 삼 장에 이르는 거대한 문 네 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내의 인원은 무려 일만. 들락거리는 사람이 하루에만도 수천에 이르렀다.

 

그들을 일일이 조사할 수는 없는 일.

 

열 명이나 되는 위사가 정문을 지키며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살펴보고는, 조금만 수상한 구석이 보이면 손을 들어 멈춰 세웠다.

 

순우무궁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뒤섞여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정문위사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막았다.

 

“정지! 처음 보는 분 같은데, 잠시 이곳으로 오시겠소?”

 

위사는 순우무궁을 정문 옆의 위병소로 데려갔다.

 

“어디에서 온 뉘시오?”

 

“섬서(陝西)의 선곡(善谷)에서 온 무궁이라 하네.”

 

“무슨 일로 방문하신 것이오?”

 

“집안일로 신양에 왔는데, 천하제일패라는 제천신궁에 집안의 어른이 계신다 하더군. 해서 그분을 만나 뵐까 하고 왔네.”

 

반말인데도 결코 어색하지가 않다. 평소에 자주 쓰는 말처럼. 

 

게다가 몸에서 품위가 저절로 우러나온다. 

 

선곡이 어딘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마디로 신분이 낮지 않다는 말.

 

위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느 분이시오?”

 

“추자량이라는 분이네.”

 

위사의 눈이 커졌다.

 

“검혼당의 추 당주님 말씀이시오?”

 

순우무궁은 대답 대신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사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위병소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서생 차림의 청년이 뭔가를 적고 있었다. 방문객의 신분을 기재하는 듯했다. 

 

기록을 마쳤는지 탁자 앞에 앉아 있던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위사가 옆으로 비켜섰다.

 

“혹시 검혼당이 어디 있는지 아시오?”

 

“잘 모르지만 몇 번 물어보면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위사는 재빨리 손을 들더니 직선으로 뻗은 드넓은 대로 왼쪽의 건물을 가리켰다.

 

“그럼 저쪽으로 가보시오. 저기 보이는 건물 뒤쪽이 검혼당이외다.”

 

“고맙네.”

 

순우무궁은 위사가 가르쳐 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검혼당에 갈 생각이 없었다.

 

‘흠… 혁련미려가 이 시간에 자주 내궁에서 나온다 했는데, 오늘도 나올지 모르겠군.’

 

그는 건물을 잡아 돌자마자 방향을 틀어 내궁 쪽으로 향했다.

 

 

 

혁련미려의 눈에 그가 뜨인 것은 우연이 아닌 우연이었다.

 

호위 셋을 거느린 그녀가 내궁을 나서는데, 십여 장 앞의 바위 위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백의청년이 보였다.

 

처음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의 옷이 눈에 뜨여서 바라보았을 뿐이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급 옷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가 고개를 들자 혁련미려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 본 궁에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그때 백의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맑은 음성이 들렸다.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혁련미려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뭘 말인가요?”

 

“어디를 찾고 있는데, 처음 오다 보니 길을 잃었습니다.”

 

백의청년이 바위에서 일어서자 호위들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감쌌다.

 

“공녀님, 그냥 가시는 게…….”

 

하지만 그녀는 그냥 갈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그가 누군가라도 알고 싶었다.

 

“잠깐이면 돼요. 본 궁 내에서 길을 잃었다는데 그냥 가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어요?”

 

“그럼 속하가…….”

 

호위 중 하나가 나서기도 전에 혁련미려가 물었다.

 

“어디를 찾으시는가요?”

 

“추자량 숙부님이 검혼당에 계신다고 해서 찾아가려는데 그만…….”

 

“어머? 검혼당주님이 숙부님이시라고요?”

 

“그렇습니다, 낭자.”

 

“호호호호. 마침 잘됐네요. 저도 그 근처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시겠어요?”

 

“감사하오이다, 낭자.”

 

순우무궁이 두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였다. 명문가의 자제만이 가지는 품위가 물씬 풍기는 자세로.

 

순간 얼굴이 살짝 붉어진 혁련미려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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