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6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67화
“이야기라시면…….”
“일월교라는 단체에 대한 이야기였지.”
“일월교라면 그 양피지에 적혀 있던?”
호현의 물음에 운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3-11장 일월교
무당산에 있는 봉우리 중 한 곳에서 호현과 운학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운학의 입에서 전대 무림의 비사 중 하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예전 무당파에 마교가 쳐들어왔던 것은 일월교의 충동질에 의해서였다는 것이었네. 그러니 자신들을 적대하지 말고 아니 적대를 하더라도 먼저 일월교부터 치라고 하더군. 따지고 보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하면서 말이야.”
“일월교에서 무당파를 치라고 충동질을 했다면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호현의 날카로운 지적에 운학이 흐뭇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 운명 사형도 한 가지 상황에서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상황을 유추하고는 하셨지.’
호현의 모습에서 운명 사형을 떠올린 운학이 잠시 그 얼굴을 보다 말했다.
“물론이네. 일월교는 그들의 호교 무공인 북두신공의 전반부를 찾기 위해 마교를 충동질한 것이었네.”
“북두신공이라면? 신선 어르신이 태운 그 양피지 아닙니까?”
“그렇네. 사형이 가지고 있던 양피지. 그것이 본문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다는군.”
“대체 그 북두신공이라는 무공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도의 본산인 무당을 공격하면서까지 얻으려 한다는 말입니까?”
“양피지에는 일월교의 호교 무공인 북두신공의 수련 과정이 적혀 있었네.”
운학의 말을 듣던 호현이 문득 물었다.
“그럼 후반부도 있습니까?”
“사형도 양피지를 보았다시피 그 전반부 안에는 북두신공의 일곱 대혈에 대한 설명과 그에 효능, 그리고 북두신공의 초반 수련과정이 적혀 있네. 후반부에는 일곱 대혈을 이용해 익힐 수 있는 일곱 개의 무공이 적혀 있다고 하더군. 그러니 사형이 본 것은 반쪽짜리 무공이네.”
운학의 말에 호현이 북두신공 비급에 적혀 있던 내용들을 떠올려 보았다.
‘확실히 누구를 때리고 어쩌라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은 것 같았어.’
하지만 호현은 자신이 본 북두신공의 비급이 반쪽짜리라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무공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자신이 오늘 그 안에 있던 문곡성과 탐랑성 두 대혈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았던가.
‘게다가 자연의 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그것이 반쪽짜리라고?’
호현의 얼굴에 나타난 놀란 표정에 운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의 생각대로 북두신공은 천하제일에 가장 근접한 무공이라고 할 수 있네.”
운학은 북두신공을 천하제일 무공이라 단언했다. 그리고 운학의 현 경지와 그 지위를 본다면…… 그 말은 그 어떤 것보다 무게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최소한 신선이 보증하는 천하제일 무공이니 말이다.
“천하제일…….”
호현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인 운학이 말했다.
“본문에도 한때 천하제일이라 칭할 수 있는 무공이 몇 가지 있기는 했지. 하지만 그것은 그 무공을 익힌 사람의 자질과 노력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 결코 그 무공이 완벽해서라고는 할 수 없다네. 태극혜검을 예로 든다면 백 명이 익히면 그 중 한 명은 천하제일 고수가 나올 수 있지. 하지만 북두신공은 다르지. 열 명이 익히면 그 중 셋은 천하제일 고수라는 이름을 달 수 있을 테니까.”
“그 정도로 수준이 다른 것입니까?”
“수준이 다르기도 하고…… 북두신공에 입문했다는 것만으로도 초인과 같은 능력을 얻게 되니, 그 정도 혜택은 있어야겠지.”
운학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사형은 운이 무척 좋은 편이네. 내가 알기로 북두신공은 열 사람이 익히면 그 중 두 명은 죽는데 말이네.”
“그럼 십 중 여덟은 익히는 것입니까?”
“아니, 십 중 둘은 죽고 일곱은 미치고 한 명은 병신이 되지.”
그 말에 호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아무도 못 익히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병신이 남아 있잖은가.”
“병신? 그럼 병…… 흠! 그 다친 사람이 천하제일 고수가 된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그래서 대대로 북두사신은 몸 어딘가가 병신이 돼서 나타났지.”
“북두사신?”
“일월교의 호교 무공인 북두신공을 익힌 사람을 호칭하는 말일세. 물론 아주 오랜 옛날에 절전이 되어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웃으며 말을 한 운학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 혈영마신은 마지막으로 일월교의 지단 하나를 이야기 해주고 마교로 돌아갔네.”
운학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은 마교에서 이미 일월교의 지단을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왜 그들이 직접 지단을 공격하지 않은 겁니까? 자신들도 일월교의 계략에 당한 희생양이라고 말을 했다면 그들도 원한이 있을 텐데요?”
“그들은 감히 일월교의 지단을 치기 위해 움직일 수가 없었네.”
“그건 왜입니까?”
“일월교 지단이 있는 곳…… 그곳은 바로 이곳 호북성 허성이었다네. 마교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곳 호북성까지 무력 부대를 보낼 수는 없었겠지. 호북성까지 오기도 전에 무림맹의 공격을 받을 테니.”
‘무림맹? 무림인들이 만든 단체인가?’
무림맹이라는 곳을 처음 들은 호현이 호기심을 드러낼 때 운학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허성에 일월교 지단이 있다는 정보를 얻은 나는 무당의 정예들을 이끌고 일월교 지단을 공격했네. 그리고 그 곳에서 북두신공을 익힌 자들을 만났지.”
북두신공을 익힌 자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무공에는 그리 흥미가 없지만 자신이 익히고 그 효능을 체험한 북두신공을 익힌 자라면…….
“전반부가 절전이 돼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북두신공 후반부에 기재된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네. 그래서 내가 사형을 보는 순간 북두신공을 익혔다는 것을 안 것이네.”
“그렇군요.”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사형에게 해주는지 알겠는가?”
운학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사교 집단의 무공을 제가 익혔기 때문으로 압니다.”
호현의 답에 운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이 북두신공의 전반부를 익히고 있다는 것을 일월교에서 알게 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내용을 알아내려 할 것이네.”
“학사인 제가 무공을 사용해야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일월교에서는 제가 북두신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모를 것입니다. 또한 제가 익힌 것은 어디까지나 수련 과정일 뿐 북두신공의 무공이 아닙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도 내 걱정이 그저 걱정이기만을 바랄 뿐이네.”
말과 함께 산봉우리 밑을 바라보던 운학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신선지경에 오른 그이기에 어느 정도 천기를 헤아릴 수가 있었다. 천기를 누설할 수 없어 말은 할 수 없지만…… 그의 느낌에 앞으로 호현에게 큰 위기들이 찾아 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위기는 바로 일월교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월교의 뿌리를 확실히 뽑았어야 했거늘…….’
일월교 허성 지단을 치고 얻은 정보로 각 성과 현에 있는 일월교의 지단을 무림맹과 함께 몰살을 시켰다.
그리고 남해의 작은 섬에 있던 일월교의 본단을 찾아내 운학이 직접 일월교 교주의 목을 베어내고 철저히 파괴 시켰다.
그런데 일월교의 북두신공이 호현의 몸을 통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천기를 읽으니 정확하지는 않으나…… 일월교의 맥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 말은 일월교의 잔당들이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시간이 부족한 운학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호현을 보던 운학이 말했다.
“훗날 사형이 사용하는 무공에 대해 그 누가 물어본다면 그 모든 것을 나에게 배웠다고 말을 하시게.”
“신선 어르신께요?”
“그렇네. 혹여 일월교라느니 북두신공이라느니 하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아니 되네. 잘못했다가는 정파의 공적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마교의 적이 될 수도 있네. 굳이 사서 분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는 법이니. 혹여 사형의 무공에 이의를 품는 사람이 있다면 무당의 운학이 전수한 무공이라 말하게. 증명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 제자들의 이름을 팔아도 될 것이네.”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운학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사형이 사용하는 북두신공의 이름은 태극음양공일세. 누가 사형의 무공이 뭐냐고 묻는다면 태극음양공이라 답하면 될 것이네.”
“태극음양공?”
태극음양공이라는 말에 호현의 머리에 책 한권의 이름이 떠올랐다.
“혹시 태극음양경을 말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내가 무당에 살면서 보고 느낀 태극과 음양에 대한 이치를 적어 놓은 것이네. 보는 사람에 따라 무언가 얻을 수도 있겠지만 무공이라고 말을 하기는 어렵겠지.”
그리고는 호현에게 태극음양경이 있는 곳을 이야기 해주었다.
“태극전 태상노군 머리 위에 보면 작은 흠이 있을 것이네. 그 안에 태극음양경이 있으니 사형이 읽고 무당에 전해주게나.”
‘태극전 태상노군의 머리 위? 선학전에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옷이 새까맣게 되도록 선학전 바닥을 기었는데 그것이 헛고생이었다는 것에 호현은 한숨을 쉬고는 답했다.
“알겠습니다. 무당에 전하겠습니다.”
답을 한 호현은 문득 운학을 바라보았다. 지금 하는 말이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하는 것 같지 않은가?
‘왜 이러시지?’
어쩐지 불길한 마음이 든 호현은 그에 대해 묻지 못하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운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눈치로군.”
“어딜…… 가십니까?”
호현의 말에 운학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기로 한 지가 예전인데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있어 그 시기를 놓쳤으니……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그만 가야겠지.”
“그게 무슨……?”
하늘을 보던 운학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이 등선을 하던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색구름을 타고 등선을 하던 중 무심코 본 밤하늘에서 읽은 하나의 천기. 그리고 그 천기를 따라 보이는 한 사람의 얼굴.
그것을 본 운학은 등선을 포기했다. 그 사람을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도의 끝인 신선의 길도 미룰 수 있었다.
인간들의 인과에 신선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선계의 법을 어기는 것이라도 말이다.
등선을 포기하고 인간계로 떨어진 운학은 그 대가로 정신을 봉해야 했다. 신선이 인간계에서 활동을 하면 인간계의 인과의 법칙을 깨뜨릴 수 있기에…….
그리고 몇 십 년이 지나 운학은 자신이 보고자 했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운명의 영혼이 환생한 호현을 말이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던 운학은 호현의 얼굴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전생에는 일월교의 계략에 넘어간 마교의 공격에 돌아가셨는데…… 이번에는 일월교의 호교 무공과 연이 닿으시다니……. 사형의 운명도 참으로 기구합니다그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일월교에 당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생은 제대로 사시기 바랍니다.’
정신이 돌아온 이후에도 운학이 호현을 사형이라고 부른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다.
호현의 전생이 바로 운학 자신의 사형인 운명이었으니 말이다.
호현을 바라보던 운학이 손을 휘저었다.
화아악!
운학과 호현을 감싸고 있던 빛의 막이 사라지자 허명진인 등이 다가왔다.
“말씀 끝나셨습니까?”
허명진인의 말에 운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동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쪽 하늘 끝에서는 어느새 오색으로 빛이 나는 구름 한 줄기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운학의 시선을 따라 구름을 본 일행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오채지운이라니……. 도경에 나오는 말이 진정 사실이라는 말인가?”
도경에서 인간이 등선할 때 선계에서 보내 준다는 다섯 빛깔을 머금은 구름, 즉 오채지운을 알아 본 호현의 중얼거림에 청수진인의 입에서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무량수불. 오채지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