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6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62화
부드드득!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서가 바닥에 붙어 있던 것이 떨어졌다. 그것을 꺼낸 본 호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양피지?”
손에 딸려 나온 것은 손바닥 네 개 정도 크기를 가진 양피지였다.
서가 바닥에 웬 양피지가 붙어 있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현은 촛불을 양피지에 가져갔다.
“응? 아무것도 없네.”
양피지에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양피지라는 것은 그 위에 무언가를 적기 위해 있는 것인데, 그곳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호현은 촛불을 가까이 가져가 살피기 시작했다.
툭툭!
“이런!”
양피지에 촛농이 떨어지는 소리에 호현은 급히 초를 서가에 올리고는 손으로 촛농을 털어냈다.
하지만 촛농이라는 것이 털어낸다고 쉽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아직 열기가 있는 액체 상태라 호현의 손길에 옆으로 번져 갈 뿐이었다.
눈살을 찡그린 호현은 양피지를 흔들었다. 촛농을 식혀서 긁어 낼 생각인 것이다.
몇 차례 양피지를 흔든 호현은 하얗게 굳어 있는 촛농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툭! 투툭!
“응? 이건 뭐지?”
촛농이 붙었다가 떨어진 자리에서 아까는 보이지 않던 무늬가 보이자 호현이 초 가까이 양피지를 가져갔다.
日月
“글자?”
촛농이 떨어졌던 자리에 나타난 깨알처럼 작은 글자를 보던 호현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양피지에 초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스스슥! 스스슥!
초를 양피지에 문지르자 거짓말처럼 글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진 곳 없이 양피지에 초칠을 한 호현은 촛불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일월교의 후인은 호교 무공인 북두신공을 교단을 지키는 방법 이외에는 사용하면 아니 된다.
만약 호교의 방법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시에는 더 이상 일월교도가 될 수 없을 것이며, 일월성신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북두신공은 죽음을 관장하는 북두칠성의 이치에 따라 만들어 졌으니 그 앞에서 살아 숨을 쉴 수 있는 자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후인은 일월교의 앞을 막는 자를 북두신공으로 응징해 교단의 앞길을 열고, 교단을 보호하라.
인간의 몸에는 일곱 개의 대혈이 존재한다. 대혈들은 태어나는 순간 닫혀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그 대혈들을 열고 사용하는 것이 북두신공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일곱 대혈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으며 단전과 같이 운기조식을 통해 발견하고 열 수도 없다. 오직 마음의 눈으로 자신의 몸을 관조하고 그것이 있음을 느끼고 열어야 할 뿐이다.
일곱 대혈은 순차적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쉬운 것이 가장 마지막에 열릴 수도 있고 때로는 가장 어려운 것이 처음에 열릴 수도 있다.
대혈을 찾는 방법은 자신의 몸을 관조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몸에 있는 장기와 혈들의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본교에 전해지는 역혈대법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
역혈대법을 통해 역류한 내공이 온몸을 돌며 엄청난 고통을 주는데 그 때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을 하기 전 역혈대법의 고통으로 미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북두신공을 익히는 후인은 만일을 대비해 다른 전인을 물색하고 그 훗날을 대비해야 한다.
역혈대법을 통한 단계가 지나면 후인은 북두신공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허나 이 부분을 넘어서는 것이 어쩌면 북두신공을 익히는 자에게 가장 큰 어려움일 수 있으니, 후인은 쉽게 생각하면 아니 될 것이다.
거기까지 읽은 호현은 어이가 없는 듯 양피지를 바라보았다.
‘미치거나 죽을 수 있으니 전인을 준비하고 익히라고? 무슨 이런 미친 무공이 다 있다는 말인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 양피지를 구기려던 호현이 동작을 멈추고는 한 줄의 문구를 바라보았다.
“고통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을 하라?”
잠시 문구를 보던 호현은 그 밑에 적힌 연공법을 읽어 내려갔다.
역혈대법을 통해 온몸의 장기와 혈들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되었다면, 그 후는 자신의 몸 내부를 봐야 한다.
몸 안에 있는 신경과 혈류, 그리고 장기들의 움직임을 마음으로 보고 느끼다보면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던 대혈의 존재가 하나씩 나타날 것이다.
보려하면 보이지 않을 것이고 느끼려 하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다해도 후인은 대혈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후인이 그 감각을 느꼈다면 대혈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릴 것이다.
첫 번째 대혈을 느꼈다면 이제는 두 번째 대혈을 느껴야 한다.
그 밑에는 각 대혈들의 이름과 그에 따른 운용방법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대혈을 여는 방법까지 말이다.
그것을 읽던 호현은 일곱 대혈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내용을 따라 몸 안을 관조했다.
‘역혈대법이라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음양이기의 폭주로 겪은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주지는 않겠지.’
두근! 두근!
몸 안을 관조하는 것이 처음이기는 했지만 음양이기에 의해 심장과 단전, 그리고 온몸이 아팠던 적이 있던 호현은 자신의 몸 내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 흐른 자리이니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호현은 자신의 몸이 느꼈던 고통들을 떠올렸다.
심장에서 느껴졌던 고통, 단전에서 느껴졌던 고통 그리고 그 기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몸의 내부를 휘젓고 다닐 때의 고통들을 말이다.
기억을 떠올리자 호현은 마치 그 때의 고통을 다시 겪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만큼 당시의 고통이 너무나 끔찍해 아직도 그 기분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기억을 떠올리며 몸의 내부를 느끼던 호현은 눈 쪽에서 무언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이 감각이 대혈인 것인가?’
느껴질 듯하면서도 느껴지지 않는, 하지만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그 기묘한 감각에 호현이 북두신공의 요결을 떠올렸다.
눈과 눈 사이에 있는 미간에 존재하는 대혈은 북두칠성 중 사좌인 문곡성을 의미한다.
문곡성이 열리게 되면 심안이 열리게 되는 바 기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인간의 몸이 움직일 때는 몸이 아니라 먼저 기운이 움직이는 법이다.
아니 천지만물의 모든 것이 항시 기운이 움직이고 그 실체가 움직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물이 그렇고 초목이 그러하다.
아니 바람과 같은 무형의 자연 현상까지도 그 기운이 움직인 후 그 실체가 움직인다 할 수 있다.
문곡성이 열렸다 함은 기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곡성이 열린 자에게는 그 누구도 몸을 숨길 수 없고, 그 무엇도 그 이목을 피해 공격할 수 없다.
문곡성을 활용하는 방법은…….
(중략)
문곡성은 권(權)을 뜻하는데 이는 저울추이기도 하고 권력이기도 하다. 균형과 정의를 추구하는 별이며 힘이 필요하면 힘을 쓰는 별이다.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힘이 사용돼야 할 곳을 봐야 하는 법이니, 문곡성이라면 후인이 사용하는 힘이 가야 할 곳을 보여 줄 것이다.
문곡성에 대한 내용을 떠올린 호현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화아악! 화아악!
눈을 뜬 호현은 허공에 실과 같은 무언가가 이리저리 떠돌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기?’
호현은 신기한 마음에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보이던 실들이 사라졌다.
“어라? 왜 안 보이지?”
다시 눈을 감았다 뜬 호현은 여전히 실들이 보이지 않자 다시 몸 안을 관조했다.
그렇게 한참을 관조하던 호현은 다시 눈가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는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화아악!
그러자 아까 봤던 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실들을 호현은 신기한 마음에 잡아보려고 손을 들었다.
호현이 몸을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실들의 모습이 다시 사라졌다.
“아!”
그것에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뱉은 호현은 다시 눈을 감으려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희미한 빛이 창문을 통해 서가들을 비추고 있었다. 호현이 북두신공을 연마하는 동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한 것이었다.
“벌써 동이 트다니.”
창밖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보며 작게 중얼거린 호현이 문득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밤새 선학전 바닥을 기어서인지 호현의 옷에는 먼지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다.
“이런, 곧 있으면 학사들과 무당 분들이 일을 하기 위해 올 것인데.”
바른 몸가짐은 예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더러운 몸과 옷차림은 타인에게 무례를 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옷과 몸을 정갈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호현은 촛불을 끄고는 양피지를 대충 품에 집어넣고는 선학전을 빠져나왔다.
장생각에 돌아온 호현은 광구 앞에서 정좌를 하고 있는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볼 수 있었다.
호현이 들어오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눈을 뜨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호현의 잔뜩 더러워진 옷과 얼굴을 보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호현 학사,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허학진인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것인가? 혹, 누가 괴롭히기라도 한 것인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선학전에서 무엇을 좀 찾으려고 하다 보니 더러워졌습니다.”
“선학전에서?”
“그렇습니다.”
“무엇을 찾는데 그렇게 되었다는 말인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면 아이들에게 찾으라 말하겠네.”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사부님과 관련된 물건인가?”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 행동에 허명진인이 광구를 한 번 보고는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는가?”
“신선 어르신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였기에 말을 할 수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허명진인이 물었다.
“혹 그 물건을 찾는 이유가 사부님을 이 안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서인가?”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사부님을 나오시게 할 수 있는 물건? 그것이 대체 무엇…….”
뭐냐고 물으려던 허학진인을 막으며 허명진인이 말했다.
“말을 할 수 없다 하였으니 묻지 말거라. 호현 학사, 그 물건이 선학전에 있는 것은 확실한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 그럼 왜 선학전에서 찾는 것인가?”
“신선 어르신이 그 물건을 보여 주신 장소가 선학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던 허명진인이 물었다.
“혹 우리가 도울 일은 없는가?”
허명진인의 물음에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 말했다.
“선학전에서 제가 찾는 물건이 없다면 그 때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게. 그런데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손을 바라보았다. 손에는 어제 제갈연이 가져다 준 다과함이 들려 있었다.
간식으로 먹으라고 준 것이었지만 서고 정리를 하는데 바빠 건드리지도 않은 것이다.
“아! 이건 제갈세가에서 준 다과입니다.”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의 눈이 반짝였다.
“제갈세가에서 직접 만들어준 다과란 말인가?”
“그건 아닌 것 같고, 제갈연 아가씨가 준 것입니다.”
“제갈연이라면 제갈경천과 같이 온 여아 말이냐?”
“맞습니다.”
“그렇다면 제갈세가의 음식 솜씨로 만들어졌다는 말이군. 제갈세가의 여식들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음식은 반드시 자신들이 만들어서 주니 말이다. 제갈세가의 음식이라…….”
입맛을 다시며 다과함을 보는 허학진인의 모습에 호현이 들고 있던 함을 내밀었다.
“맛을 좀 보시겠습니까?”
“호현 학사가 받은 음식인데 내가 먹어도 되는 것인가?”
“저에게 준 음식이라기보다는 어제 제갈 노사께서 제갈연 아가씨를 시켜 선학전에서 일을 하는 학사들에게 모두 대접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시고 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