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6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60화
내공을 상승 시켜주는 효능은 없었지만 그 환에서 나는 향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를 덜어주는 효능이 있었다.
그리고 복용을 하면 절세지독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의 독을 해독하고 정기를 돋우는 효과까지 있었다.
다만 매화나무에 맺히는 봄 이슬로만 제조가 가능했기 때문에 화산에서도 일 년에 한두 알 이상은 제조가 불가능했다.
그런 백매환을 달라고 하니 풍범으로서는 얼굴이 굳어 질 수밖에.
“이유를 물어도 되겠느냐?”
“소문에 호현 학사가 무당에 온 이유는 죽대 선생이 복용할 태청신단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호현 학사가 무당에서 일을 하는 대가는 태청신단인 듯합니다.”
“태청신단을? 죽대 선생이 병에 걸리기라도 했다는 말이냐?”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태청신단이라……. 과연 호현 학사 같은 인재를 부리려면 그 정도 대가는 있어야겠지.’
무당에서 호현을 부리기 위해 태청신단을 대가로 내놨다는 오해를 사실로 믿으며 풍범이 품에서 작은 함을 꺼냈다.
“백매환이라면 무당의 태청신단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백매환을 품에 넣은 종경이 말을 이었다.
“저는 사제들을 데리고 바로 방헌으로 가겠습니다.”
“모두 데리고 말이냐?”
“현오는 두고 갈 생각입니다. 사숙께서는 이곳에서 호현 학사의 일이 끝이 나면 그와 함께 방헌으로 오시면 됩니다.”
“내가?”
“무당에서 호현 학사를 놓아주지 않을 경우 그것을 막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사숙이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호현 학사가 무당을 나서겠다고 한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할 것이다.”
풍범의 말에 종경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종경이 원하는 정확한 결과이니 말이다.
“현오는 사숙을 모시고 이곳에 있거라. 무당에 있는 동안 호현 학사와 친해지는 것이 너의 임무이다.”
“알겠습니다.”
풍범이 한 가지 의문이 있는지 말했다.
“그런데 왜 다른 아이들은 모두 데리고 가는 것이냐? 호현 학사와 있다 보면 다른 아이들에게도 현오처럼 기연이 닿을 수도 있을 터인데?”
“그것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현오가 기연을 얻은 곳은 다름 아닌 무당입니다. 그들로서는 자신들 문 내에서 타 문파 사람이 기연을 얻는 것을 싫어할 것입니다. 그런데 화산에서 또 기연을 얻는다면…….”
종경의 설명에 풍범이 눈가를 찡그렸다.
“무당이 싫어할 것이다? 지금 화산이 무당의 눈치를 보는 것이냐?”
“무당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으나 굳이 무당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호현 학사는 곧 무당에서 일을 마무리 하고 하산을 할 것입니다. 굳이 무당에서 기연을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알았다.”
“그럼 저는 사제들을 이끌고 지금 하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방헌현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풍범은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사제들을 이끌고 무당에서 내려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던 풍범은 현오를 데리고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제3-7장 선학전의 도경 정리가 끝이 나다
제갈현진은 제갈연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호현을 보며 웃었다.
“입에 맞는 모양이군.”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은 씹던 음식을 급히 삼켰다.
“꿀꺽! 정말 맛있습니다.”
“본가의 음식 솜씨는 대대로 유명하지. 많이 드시게.”
“아닙니다. 이미 배가 꽉 찰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호현이 더는 먹지 못하겠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 모습에 제갈현진도 먹는 것을 멈추고는 식탁 한쪽에 그림처럼 앉아 있는 제갈연을 향해 말했다.
“연아야, 호현 학사에게 차 한 잔 따라주거라.”
웃으며 말을 한 제갈현진이 슬쩍 제갈연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눈짓에 제갈연이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애써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호현에게 다가가 차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차 역시 특별히 신경을 써서 준비했는지 차향이 그윽한 것이 상등품으로 보였다.
차를 좋아하는 죽대 선생 덕에 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은 호현이 향을 맡고는 미소를 지었다.
“용정차로군요.”
호현의 말에 제갈연이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것도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수줍게 고개를 숙이는 미인의 자태는 아름다우니 말이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든지.
그런 제갈연의 자태에 호현은 침을 삼키며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쌓은 학식이 어떻든 호현은 한참 여자에게 관심이 많을 나이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제갈현진이 제갈연에게 눈짓을 주자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처음부터 너무 나서면 호현 학사가 당황할 수도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가까이 있으면 어떻게든 정분이 나는 법이니, 천천히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제갈현진이 입을 열었다.
“용정차를 마셔 본 적이 있나 보군.”
“스승님께서 한림원 대학사로 계실 때 황궁에서 먹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군. 어서 드시게.”
찻잔을 들자 진한 차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 청아한 향에 감탄을 하며 차를 한 모금 입안에 머금었다.
입안에 남아 있던 음식의 향과 맛들이 차향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제갈 노사 덕에 오랜만에 좋은 음식과 차를 마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그런데 아까 보니 화산파에서 호현 학사를 초대하는 것 같던데?”
“화산파에도 선학전처럼 도경 정리를 해야 하는 서고가 있다고 저에게 서고 정리를 해달라 하였습니다.”
호현의 말에 제갈현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 모습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신지요?”
“아마 도경 정리는 핑계고 목적은 자네일 것이네.”
“네? 저를 왜…….”
“자네의 깨달음이 필요한 것이겠지.”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이라면 제가 아니라 제갈 노사를 모셨겠지요.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을 왜 화산의 도사님들이 원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관인의 길에도 나가지 못한 일개 학사일 뿐입니다.”
“그런 일개 학사 때문에 무아에 든 무당의 인물만 셋이네. 그리고 그 중 둘은 무당의 장로들이네.”
잠시 말을 멈춘 제갈현진이 호현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화산에서도 한 명이 나왔네.”
“그거야 우연히…….”
“번번이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하지 않는다네.”
호현을 보던 제갈현진이 힐끗 주위에서 아직 식사를 하고 있는 학사들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 좀 하세.”
제갈현진이 천막 밖으로 나가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던 제갈현이 자신들이 들고 온 보따리에서 작은 함을 하나 꺼내더니 제갈연을 손짓해 불렀다.
“네가 가서 숙부님과 호현 학사의 다과 시중을 들어야겠다.”
“오라버니, 저한테 다과 시중까지 들라는 말씀이에요?”
“그렇다. 너도 아까 봤지 않느냐? 화산에서 호현 학사를 눈독 들이는 것을. 혹여, 화산에서 속가 여제자와 호현 학사를 엮으려 든다면 어찌 할 것이냐? 아니 당장 무당에서 속가 여제자를 불러들이면 어찌 할 것이냐?”
제갈세가가 하려는 일을 다른 문파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제갈현의 말에 제갈연이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속으로 소리쳤다.
‘그럼 그 여자들보고 가지라고 하세요!’
하지만 제갈연의 몸은 다과가 들어 있는 함을 들고 천막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호현과 제갈현진은 선학전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제갈연이 어색한 자세로 다과가 든 함을 들고 서 있었다.
막상 다과를 든 함을 들고 나오기는 했는데 제갈현진 등이 어디에 앉지 않고 서 있으니 그녀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전에 이야기 했다시피 나는 자네가 무림과 연을 맺는 것이 싫다네.”
“알고 있습니다.”
“허나 내가 보기에 호현 학사는 이미 무림과 깊은 연을 맺고 말았네.”
“제가요?”
“이미 자네는 무당과 연을 맺었고, 그에 이어 화산과도 연을 맺고 말았네. 두 문파 모두 명문정파이니 연을 맺어서 나쁠 것은 없으나…… 그 두 문파와 연을 맺는다는 말은 그들의 적과도 연이 닿았다는 말과 같다네.”
“도관에 무슨 적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무당과 화산을 단순히 도관이라고만 생각하는 호현의 무지에 제갈현진이 한숨을 쉬었다.
‘무림에 대해 무지해도 어찌 이리 모를 수가 있는가?’
“무당과 화산은 도관이기 전에 무림의 문파일세. 무림은 정과 사, 그리고 마라는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네.”
“정사마?”
“그렇네. 그 중 무당과 화산은 정에 속하고.”
“아! 역시 그렇군요.”
자신의 말을 끊고 중얼거리는 호현의 모습에 제갈현진이 물었다.
“뭐가 말인가?”
“정(正)이란 바르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무당 분들을 표현하기에 정이라는 단어만큼 좋은 단어가 없는 듯합니다. 세상도 그것을 아니 무당을 정이라 표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치 자신이 정에 속하기라도 한 듯 좋아하는 호현의 모습에 제갈현진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가문 역시 정파에 속하기는 하지만 정파라고 해서 모두 바른 것만은 아니네.”
“네?”
“하여튼 그런 것이 있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네가 무당이나 화산과 연이 닿았으니 이제는 사마 세력과도 악연이 닿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네.”
제갈현진의 설명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邪)와 마(魔)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라면 좋은 곳은 아니겠군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네. 무림에 대해 잘 모르니 쉽게 설명을 하자면 정파는 포두들이라고 할 수 있고, 사마 세력은 범법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네.”
“범법자들이 세력을 형성한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꽤 크게 형성을 하고 있다네.”
“대명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대체 각 현과 성의 수령들은 그런 집단들을 왜 보고만 있는 것입니까? 당장 잡아들여 감옥에 넣지 않고 말입니다.”
잔뜩 흥분한 듯한 호현의 말에 제갈연이 속으로 웃었다.
‘현과 성의 수령들이 무슨 재주로 사파와 마교의 고수들을 감옥에 가두겠어. 괜히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자다가 목이 달아날 텐데.’
흥분하는 호현을 보던 제갈현진이 말했다.
“흥분하지 마시게. 사마 세력에 속한 범법자들은 무공을 익히고 있어 일반 관에서는 그들에게 손을 댈 수가 없네.”
호현의 흥분을 가라앉힌 제갈현진이 말을 이었다.
“무당이나 화산과 연이 있다는 것을 그런 자들이 알면 혹여 자네가 해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게.”
자신을 걱정해 하는 말에 호현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안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벌써? 조금 쉬었다 하시게.”
“아닙니다.”
호현이 선학전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제갈현진이 제갈연이 들고 있는 다과함을 보고는 그녀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모습에 제갈연이 입술을 깨물고는 선학전 안으로 들어가려는 호현을 불러 세웠다.
“호현 학사님.”
제갈연의 부름에 호현이 걸음을 멈추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르셨습니까?”
“저기 이거…… 간식을 좀 준비했습니다.”
호현이 그녀가 들고 있는 다과함을 바라보았다.
“간식요?”
“간단한 다과이옵니다. 일하시다 출출하실 듯해서…….”
말 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숙이는 제갈연의 모습에 제갈현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가 보기에도 질녀가 아주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제갈연이 내미는 다과함을 호현이 받자 제갈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보니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리는군.”
제갈현진의 말에 두 사람이 놀라 소리쳤다.
“수, 숙부님!”
“제갈 노사, 그게 무슨…….”
“하하하! 어울리는 한 쌍을 두고 어울린다고 하는데 그게 뭐 잘못 되었는가? 호현 학사, 자네만 좋다면 내가 힘써서 밀어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