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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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56화
제3-5장 호현, 장생각을 부수다
장로들 곁으로 호현이 다가가자 청운진인이 그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만 하거라.”
청운진인의 말에 태극호신공을 시전 하던 명인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헉헉헉!”
거칠게 숨을 토해내던 명인은 정좌를 하며 운기조식을 취했다.
그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극호신공은 그리 힘든 운동이 아닌데, 왜 이리 힘들어 하시지?’
태극호신공을 펼치고 나면 언제나 개운한 자연의 기운을 느꼈던 호현은 힘들어 하는 명인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호현이 청운진인 등에게 예를 취하기 위해 걸어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호현이 무당의 어르신들에게 예를 올립니다.”
호현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자 청운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호현 학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네. 이리 와 앉으시게.”
호현은 청운진인 앞에 앉고는 한쪽에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명인을 바라보았다.
“명인 도사는 왜…….”
호현의 물음에 옆에 있던 명균이 웃으며 말했다.
“태극호신공을 연구하기 위해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시전해서 그렇습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태극호신공을 수백 번이나 시전 했으니, 저렇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태극호신공은 왜 그리…….”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아침에 언급한, 무당에 잘못 전수되고 있는 태극호신공을 살피기 위해서이다.”
“아! 그건 제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그래서 명인에게 자네에게 전수한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라 시킨 것이네. 자네가 알고 있는 태극호신공은 명인이 전수한 것이니 말이네.”
“그래서 알아 낸 것이 있으십니까?”
“나는 모르겠군. 사형은 아시겠습니까?”
허학진인이 허명진인을 보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명인이 펼친 태극호신공은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본문의 태극호신공이다. 사부님께서 펼친 태극호신공과는 다르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다른 장로들도 허명진인을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청운진인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인만 고생을 한 셈이군.’
“운학 사조의 태극호신공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자네가 유일하네. 괜찮다면 태극호신공을 펼쳐주겠나?”
청운진인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극호신공은 무당의 것입니다. 무당이 원하는데 어찌 제가 마다하겠습니까.”
호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무당의 장로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전에 호현의 부탁으로 운학이 태극호신공을 펼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정작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펼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없는 것이다.
물론 명인을 제외하고 말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호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선 어르신이 펼치는 것처럼 뛰어나지 않아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끼칠까 걱정입니다.”
“괜찮으니 편하게 하시게.”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양팔을 펼쳤다.
천천히 양팔을 벌린 상태로 정신을 가다듬은 호현은 태극호신공을 시전 했다.
스윽! 스윽!
호현의 몸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장로들과 허명진인 등은 그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아직은 별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군요.”
한 장로의 중얼거림에 허명진인이 그를 쏘아보았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장로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허명진인이 호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호현이 펼치는 태극호신공과 명인이 펼친 태극호신공을 비교하던 허명진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까지는 별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는군.’
그렇게 장로들과 허명진인 등의 앞에서 펼쳐진 호현의 태극호신공은 천천히 끝이 났다.
태극호신공을 마무리한 호현은 자세를 바로하고는 허명진인 등을 바라보았다.
허명진인 역시 호현을 바라보다가 허학진인과 청운진인 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허명진인의 시선에 허학진인과 청운진인 등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들 역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호현이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미숙해…….”
“미숙?”
호현의 말에 청운진인이 눈빛을 굳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청운진인이 자신을 탓하는 것으로 여긴 호현은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네. 방금 자네 미숙이라는 말을 했나?”
“네?”
의아해 하는 호현을 보며 청운진인이 말했다.
“혹시 방금 잘 하려고 한 것인가?”
청운진인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호현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청운진인이 다시 물었다.
“우리들에게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신경 써서 태극호신공을 펼쳤냐는 말일세.”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그렇군. 그럼 이번에는 우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평소 자네가 하던 대로 태극호신공을 펼쳐주시게.”
“평소대로 말입니까?”
“그러네.”
이상한 요구를 하는 청운진인을 보던 호현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청운진인께서 따로 생각이 있으시겠지.’
다시 양팔을 벌리며 선 호현은 속으로 운학이 자신에게 말해준 태극호신공의 요체를 떠올렸다.
‘주위의 기운을 느끼고 때로는 그것을 감싸며, 때로는 내 몸의 기운을 나누어주는 것, 하나를 주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한다.’
요체를 속으로 되새기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자신이 쓰러지고 난 후 태극호신공을 한 번도 연마하지 못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 동안 운학에 대한 걱정 때문에 태극호신공을 연마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호현의 양팔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현의 주위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감각에 호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전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아니 운학에 의해 처음으로 느꼈던 자연의 기운을 호현은 다시 느끼고 있었다.
‘느껴진다. 시원하게 내 몸을 감싸는 기운들이…….’
휘이익!
주위를 감도는 바람을 부드럽게 밀어내며 움직인 호현의 양팔이 가슴을 향해 끌어 당겨졌다.
그에 따라 호현의 손을 타고 바람이 가슴으로 흘러들어왔다.
‘기분 좋다.’
가벼운 바람의 기운이 시원하다는 생각을 하며 호현의 손이 가슴에서 합장을 하듯 모였다 위 아래로 나뉘어졌다.
양을 상징하는 오른손은 하늘을 향해, 음을 상징하는 왼손은 땅을 향해 부드럽게 움직여 나아갔다.
손이 움직이자 호현의 발도 그와 함께 움직였다. 때로는 땅을 밀어내 듯 강하게, 때로는 땅을 감싸듯 부드럽게 호현의 몸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호현의 몸을 향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호현의 주위로 빨려 들어가는 바람을 보며 허명진인과 허학진인 그리고 몇몇 장로들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바람, 아니 자연의 기운이 호현의 주위로 모이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것이 사부님의 태극호신공?”
허학진인의 중얼거림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부님의 태극호신공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몰랐던 태극호신공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태극호신공의 진정한 모습?”
허학진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허명진인은 말없이 호현이 펼치는 태극호신공과 그 주위를 맴도는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호현의 주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호현의 몸에서 순백의 느낌을 주는 기운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순백의 기운이 주위에 감도는 자연의 기운에 섞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 기운들이 다시 호현의 몸으로 스며들어갔다.
화아악! 화아악!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들이 호현의 몸을 중심으로 들고 나가는 것을 느끼던 허학진인의 머리에 아침에 호현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태극호신공은 주위의 기운을 느끼고 때로는 그것을 감싸며, 때로는 내 몸의 기운을 나누어주는 것. 하나를 주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한다고 신선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호현의 몸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자연과 내 자신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라……. 태극호신공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허학진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현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전신에서 모습을 드러낸 작은 기운들이 하나둘씩 뭉치며 몸 밖으로 배출 되었다.
그리고 그 기운들은 호현 주위에 있는 시원한 느낌의 기운들과 하나가 되어 그의 몸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 기운들이 무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호현은 그 기분 좋은 느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렇게 기운을 흡수하고 내뱉는 것을 반복하던 호현의 작은 기운들이 하나둘씩 단전과 심장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단전과 심장에 모인 기운들은 천천히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우웅!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진동음에 호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이건 뭐지? 설마 예전 신선 어르신께서 넣으셨던 그 기운?’
단전과 심장에서 회전을 하는 기운들에 덜컥 겁이 난 호현은 급히 태극호신공을 중지하려 했다.
하지만…….
멈칫!
몸을 멈추려는 순간 호현의 단전과 심장에서 회전을 하던 기운들이 강하게 반발을 일으켰다.
‘크윽!’
기운들의 반발에 호현은 급히 태극호신공을 다시 이어 나갔다. 그러자 기운들의 반발이 사라졌다.
‘멈추지도 못하게 하는 것인가?’
기운들이 강제로 자신이 태극호신공을 운용하게 하는 것을 깨달은 호현은 눈을 떴다.
그러자 호현의 눈에 자신을 놀람에 찬 시선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허명진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입을 벌리려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호불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운을 받을 때는 입을 벌리지 말라 하셨지. 그럼 지금 입을 벌리면 위험할 것 같은데…… 어찌 해야 하나?’
무공에 대한 지식이 없는 호현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위험한 상황인지 아니면 제대로 돌아가는 상황인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나 호현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심장과 단전에서 회전을 하던 기운들이 천천히 세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우웅!
조금씩 커져가는 진동음과 함께 두 기운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호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태극충뢰공?’
운학에 의해 강제로 태극충뢰공을 운용하던 기억이 떠오르자 호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기억과 함께 그 때의 고통이 떠오른 것이다.
‘으득!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든 이 기운들을…… 기운들?’
기운들이라는 생각을 하던 호현은 순간 자신의 머릿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기운들…… 내 안에 있는 기운을 왜 굳이 나눈다는 말인가? 이 기운들 역시 자연이 나에게 빌려 준 것일 뿐, 나의 것이 아니다. 자연이 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내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만드니, 내 몸이 자연이요, 자연이 곧 내 몸일 것이다.’
생각과 함께 호현은 자신의 몸 안에 깃들어 있는 기운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로의 영역을 향해 달려가던 두 기운들이 천천히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로 합쳐진 기운들은 호현의 온몸을 향해 퍼져나갔다.
화아악!
온몸으로 흩어지는 기운들에 뿌듯함을 느끼던 호현이 양손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기며 원을 그렸다.
‘그러하니…….’
“자연으로 돌아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