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설이..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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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5,6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여동생 설이.. - 1부
여동생 설이..----------------------------------------------------------------------------
꽃이 지네 산과 들 사이로
꽃이 지네 눈물같이
겨울이 훑어간 이 곳
바람만이 남은 이 곳에
꽃이 지네 꽃이 지네
산과 들 사이로
꽃이 피네 산과 들 사이로
꽃이 피네 눈물같이
봄이 다시 돌아온 이 곳
그대 오지 않은 이 곳에
꽃이 피네 꽃이 피네
산과 들 사이로
꽃이 피네 산과 들 사이로
꽃이 피네 눈물 같이
-아이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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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햇살이 교실을 비추고 있었다, 한참 더운 계절이었지만 상쾌한 바람이 불어서 일까, 오늘따라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 들뜨게 만드는 그런 날씨였다.
교실 안은 종례시간이 되서 그런지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고3 여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교실 안에 부산스럽게 울렸다.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는 나이라 그럴까 교실 안은 여고생들의 경쾌한 웃음소리들로 가득 찼다.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부산스럽던 재잘거림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그 어수선함은 아직 남아있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지신 중년의 남자 담임선생님은 교탁 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엄한 표정으로 종례를 시작하셨다.
“으이구, 시끄러워. 이 기집애들아. 잠깐만 조용히 하고, 오늘은 청소 검사 없이 종례 시켜줄 테니까 자율학습 없는 토요일이라고 놀러다니지 말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서 푹 들 쉬어.”
“우와.”
잠깐 조용했던 교실안은 청소 검사 없이 끝내준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순간 함성으로 소란스러워졌다. 교실안의 여고생들은 2주에 한번 있는 자율학습 없는 토요일에 마냥 신나있었다.
“야 김이설~ 오늘 놀톤데 영화나 보러가자.”
한 여학생이 교복 상의 가슴에 달린 명찰을 제거하며 말했다. 다소 마른 체구에 또래보다 상당히 큰 가슴이었지만 섹시함보다는 눈웃음 가득한 눈매 덕에 귀여운 인상이 더 강하게 풍기는 여학생이었다.
“어 진땡~ 미안한데 어쩌지? 나 오늘 오빠 전역 하거든. 그래서 안되겠네요~”
한 여학생이 놀리는 말투로 대답 했다. 김이설이라 불린 이 여학생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대충 한번 묶은 특별할 것이 없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그 평범한 헤어스타일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예쁜 얼굴에 저절로 시선을 가게 만들었다.
설이의 얼굴은 또래 여학생들과는 달리 잡티하나 보이지 않았다. 얼굴의 눈부시게 새하얀 피부는 가냘픈 목선을 타고 이어져 내려왔다. 노출된 피부의 색이 저렇게 새하얀데 노출되지 않은 곳의 피부는 어떨까?
살짝 줄여 입은 교복은 몸에 적당히 밀착되어 설이의 아름다운 몸매를 돋보이게 해주었다. 교복 상의 블라우스 위로 적당히 도드라져 있는 가슴을 지나 살짝 줄여 입은 회색 교복 치마 덕에 자연스레 느껴지는 힙 라인, 그리고 그 아래 약간 노출 되어 있는 하얀 허벅지는 누구나 예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빛나는 몸매였다.
그중에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부위는 군살하나 없이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운 형태로 쭉 뻗은 늘씬한 종아리였다. 너무 마르지도, 너무 통통하지도 않은 가장 이상적인 종아리 라인, 스치듯 그 종아리를 본 사람들도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매혹적인 라인이었다.
얼굴을 얼 핏 바라 봤을 때에는 맑은 눈망울과 새하얀 피부, 약간의 볼살로 인해 청순하고 순진한 느낌, 약간의 장난기 정도가 먼저 느껴진다. 하지만 자세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청순하고 순진한 얼굴 사이 꼬리가 살짝 올라간 눈매에서 오는 묘한 섹시함이 보는 사람에게 간질간질 전해지는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그것은 또래 여고생들이 흔히 가진 귀여움과는 사뭇 달랐다. 웃을 때 나타나는 아주 살짝 파인 보조개는 전체적인 인상을 더 밝게 만들어주었다.
“야 늙다리 오빠가 머가 좋다고, 영화 보고 봐도 되잖아~ 모처럼 쉬는 토요일인데. 가자~ 응?”
진영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설이의 팔을 잡고 애원했다. 귀여운 얼굴에 애교까지 더해진 진땡의 행동은 설이를 절로 웃음 짓게 만들었다.
“안돼! 절대 안돼!”
설이의 강한 거부를 진영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기에게 오빠란 평온한 자신의 삶에 언제든 쳐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을 수 있는, 휴전 중인 적! 왠수와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듣기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 오빠라니 그럼 아저씨 아닌가?
“으, 할 수 없지머. 다음에 그 죽고 못사는 오빠 얼굴이나 한번 보여줘. 난 쓸쓸히 간다. 이 비정한 서울에 친구를 혼자 버려둔 매정한 서얼~ ”
진영은 혼이 빠져나간 모습으로 허리를 깊이 숙이며 설이에게 말했다. 그런 진영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었지만 오빠 전역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설이였다.
나이 차이는 오빠인 영민과 6살이나 나지만 오빠는 그에게 유일한 휴식처였고, 자신의 마음을 항상 가장 깊이 이해해주던 최고의 친구였다.
그렇기에 그 어떤 이유로도 오빠의 마중을 포기할 수 없었다.
좋지 않은 집안일이 생길 때면 언제나 따뜻이 자신을 감싸주던 오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옆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신을 위로해주던 단 한 사람, 누구나 오빠란 존재는 각별하지만 설이게는 다른 이들이 오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보다 더 각별한 오빠였다. 오빠가 없어 힘들었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빠가 전역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설이였다.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어 오빠다”
오빠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그 목소리가 오빠임을 확인하는 순간 그 무엇보다도 환한 순수한 기쁨의 웃음, 그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설아~!”
“응 오빠~ 터미널에 도착 한거야?”
“아니~ 한 20분이면 도착할꺼 같은데?”
“오빠 빨리 보고싶다. 내가 가서 기다릴게요~”
설이는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애교까지 부리며 대답했다.
“하하.. 그래 알았어.”
정말 꽤나 오랜만에 듣는 동생 애교였다. 군 입대 전에는 동생 외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여자친구가 없어도 그리 외로운지 모르고 지냈다. 저렇게 귀엽고 예쁜 동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대 배치를 받고 가지고간 동생 설이 사진을 꺼내놓자 선임들이 앞 다투어 모여들어 물어보는 탓에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동생이라 말하면 소개해달라고 괴롭힐 것이 뻔했기 때문에 여자친구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군대 동기나 선후임 들은 둘 사이를 지금도 연인사이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설이는 영민의 군생활 내내 마치 여자친구처럼 각종 기념일과 생일을 챙겨주었고, 전역 할 때까지 몇 백 통의 편지를 보내와서 군 생활 내내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다.
사정상 백일휴가를 제외하고는 휴가 때 집에 내려가지 못했던 그로써는 참으로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는 것이었다. 영민은 왠지 오래 헤어져있던 연인을 만난 것처럼 알 수 없는 설레는 마음마저 들었다.
“오빠~”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설이의 모습이 보인다. 오랜만에 본 설이는 영민의 기억 속 모습보다 성숙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설이의 모습이 왠지 짠하게 영민의 가슴속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항상 그곳에 서 있지만, 시간은 그들을 과거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성장한다는 것, 변한다는 것은 하나의 성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멀어짐이 왠지 모를 서글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혼자 고민하고 아파했을 그 시간의 설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 년 반만의 설이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맑고 깨끗한 눈은 여전했고, 젖살이 빠진 듯 예전보다 볼 살이 조금 갸름해져 청순한 느낌이 풍겼다. 예전부터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도 많았던 동생이다. 하지만 설이는 이상하게도 한 번도 남자와 사귄 적이 없었다.
‘설이도 이제 여자네.’
머릿속으로는 훌쩍 커버린 동생이 대견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놀리는 말이 먼저 튀어나와버렸다.
“울 울보 꼬맹이 많이 컸네~?”
놀리는 말 한마디 꺼냈는데 왠지 모를 먹먹함이 밀려들어왔다. 아주 슬픈 가사와 멜로디의 노래를 오히려 담담하게 부른, 그런 노래를 들었을 때의 그 알 수 없는 먹먹함과 비슷했다. 군대에서의 2년의 시간, 그리고 설이의 2년의 시간이 만나 영민의 말 한마디와 함께 둘의 몸 아래로 무겁게 흘러 내렸다.
“오빠는.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울보 꼬맹이래?”
대답하는 설이의 얼굴에 기쁨과 그리움이 비친다. 오빠의 놀리는 말, 참 오랜만이었다. 오빠의 먹먹함을 느껴서 일까. 순간 설이의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라 설이의 마음속을 적셨다.
‘놀리는 말도.. 반갑다. 울 오빠’
약 일 년 반만의 만남, 그 시간이라는 놈은 참 재미있어서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그리움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그 증폭된 그리움은 그리움의 대상과 마주치며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언제나 그렇듯 오빠 앞에서는 순수한 기쁨의 웃음을 짓게 된다. 설이는 그렇게 웃는 얼굴로 오빠를 바라본다. 누구나 웃는 모습은 아름답겠지만 영민에게 세상 누구보다도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동생 설이었다.
영민은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전역한 것이 실감이 났다. 설이의 웃음이 순수한 기쁨만이 담긴 웃음이어서 그럴까, 설이의 계산 없는 웃음은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마력적인 웃음이었다.
설이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주변에 터미널을 오가는 사람들도 힐끔힐끔 바라 보고 지나갈 정도였다. 특히 교복 치마 아래로 보이는 늘씬한 다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민은 동생이지만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과 설이는 집으로 가기 위해 동서울터미널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야구 시작 시간이 다가와서인지, 혹은 결혼식들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가 좋아서 인지는 몰라도 이날따라 토요일인데도 지하철이 만원이었다.
둘도 사람들에게 밀려가며 겨우 지하철에 탈 수 있었다. 영민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전역 짐을 담아온 더블백을 매고 있는 것이 영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영민은 더블백을 선반에 올려놓으려 선반 쪽으로 향했다. 그 잠깐 사이에 뒤에서 밀려오는 사람들로 설이와 영민은 1미터정도 떨어져 서있게 되었다. 영민은 사람들을 헤치고 다시 설이에게 다가가려다 사람들 사이로 설이의 씩 웃는 얼굴과 손짓을 보고 그 자리에 그냥 서있기로 했다.
‘음’
설이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온갖 사람들이 오가며 저마다의 향취를 녹여내서 일까, 항상 만원 지하철에서는 알 수 없는 냄새가 풍겼다.
서로 몸 움직이기도 어려운 만원 지하철은 여자에겐 짜증 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낯선 사람들, 특히 남자들과의 어쩔 수 없는 접촉 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설이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에도 사람이 가득 차는 시간대의 지하철을 선호하지 않는 설이었다.
‘음?’
설이의 엉덩이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만원 지하철은 우연한 접촉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지금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우연이라 보기에는 이상했다. 보통 우연한 접촉인 경우 엉덩이 같이 민감하고, 쉽게 오해받을 수 있는 부위는 대체로 본의 아니게 접촉하게 된 당사자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빨리 떨어지거나, 최대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설이의 엉덩이에 무언가 닿아있는 불쾌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었다.
그리고 가끔 위 아래로 어루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설이는 우연이겠지 하며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겨우 애쓴 덕에 비좁은 틈에서 겨우 몸을 안쪽으로 조금 이동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엉덩이에 닿아있는 불쾌한 느낌은 이동한 후에도 계속 되었다.
‘우연일까? 아 내 괜한 오해면 어떡하지“
설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하철에서 그런 오해로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설이가 직접 두어번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목격이 설이로 하여금 지하철을 선호하지 않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설이는 앞으로도 집까지 20분은 더 가야하는 상황이라 이 상황이 점점 더 힘들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해일지 몰라. 그냥 좀 더 참아보자.‘
오빠를 만나 즐거운 마음에 내내 웃고 있던 설이의 표정이 약간 겁에 질린듯한 표정이 되었다. 설이는 조금만 더 참아보기로 결심했다. 제발 오해이길 하는 마음으로 빨리 이 느낌이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설이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설이 엉덩이에 닿아있던 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며 설이의 탱탱한 엉덩이를 교복치마 위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모처럼 봉잡았는데 크크크. 고등학생 몸매가 이정도라니. 거기에 순진해서 말도 못할 것 같은데 흐흐흐'
낯선 사내는 손끝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탄력적인 감촉에 바지 앞섬이 불룩해진지 오래였다. 그 털이 복슬복슬 난 손은 점차 대담해져 어린 설이의 엉덩이를 쉴 새 없이 주무르기 시작했다. 말캉한 엉덩이의 감촉이 손끝으로 짜릿하게 전해져왔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여자와, 그것도 이렇게 어린 여자와의 접촉은 사내에게는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았다.
설이의 머리 뒤에 얼굴을 대고 있으니 무슨 향기인지 모르겠으나 아주 좋은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가볍고 산뜻한 향이 코 주변을 맴돌다 그 향이 사라지기 전 무겁고 달콤한 향이 콧속에 들어와 머물다 사라졌다.
‘흐음~ 좋다. 좋아.’
설이의 체향을 맡고 있는 사내는 마치 약에 취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항상 웃을 날이 없었던 사내 얼굴이 이 때 만큼은 세상을 다가진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맞은편 창에 비친 여학생의 울 듯 한 표정은 낯선 사내에게 최고의 짜릿함이었다. 지하철역에 정차 할 때 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내는 사람들에게 밀려 자연스레 설이에게 더 바짝 붙게 되었다. 그것은 사내를 더욱 자극했다. 사내의 온 몸이 설이의 몸 여러 부위와 스치며 설이의 몸의 감촉들이 사내의 온 몸으로 전해져왔다. 설이의 강렬한 체향 또한 깊게 전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자신을 감추기가 더 쉬운 법이다. 사내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자신을 감추고 더욱 과감해져갔다.
'정말 최고다. 흐흐흐'
설이의 가끔씩 몸을 뒤튼다거나 자꾸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몸짓은 사내를 더욱 자극시킬 뿐이었다.
약간의 저항이 오히려 사내의 흥분을 더 배가시키고 있었다.
설이는 점차 대담해지는 손길, 그 감촉이 끔찍했다. 바퀴벌레 수만 마리가 온 몸을 기어가는 듯 한 끔찍한 느낌이었다. 설이에게는 점점 더 무섭고 소름끼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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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엉덩이를 주무르던 사내의 손은 슬슬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설이는 치마가 살짝 들춰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투박한 털 복숭이 손이 설이의 하얗고 매끈한 허벅지를 노골적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허벅지의 감촉은 엉덩이와는 또 달랐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함께 느껴졌다. 사내는 온 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의 쾌감을 느꼈다. 설이 같은 아름다운 여고생을 만지며 어느 남자가 흥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내의 아랫도리는 이미 잔뜩 성이 난체로 발기되어 있는지 오래였다. 사내의 손은 허벅지를 더듬으며 점점 가운데로 움직이고 있었다. 설이의 하얀 팬티 사이의 은밀한 부위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이의 보지 부근을 더듬기 시작했다. 비록 하얀 면 팬티가 가로막고 있긴 했지만 그 사이의 골의 느낌은 충분히 만져지고 있었다. 누구도 손댄 적이 없던 설이의 보지가 낯선 사내의 손에 정신없이 비벼지고 만져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내의 손이 가랑이 사이의 팬티를 살짝 들추고 있었다.
설이는 너무 무서워 얼음이 되어 버렸다. 한손으로 그것을 막아보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설이는 이제 확신했다. 이건 오해가 아니다. 자신이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해가 아냐.’
마음속으로 끔찍한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설이는 무서움에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오빠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 흑 무서워.'
-오삐ㅏ누가두ㅣ에서ㄴㄴ날만져ㄴ너무무서워
웅~~
영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영민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말년 휴가 때 사둔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을 포함해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자를 보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광고문자인가?’
-오삐ㅏ누가두ㅣ에서ㄴㄴ날만져ㄴ너무무서워
영민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 영민의 시선이 여동생에게로 향했다. 사람들로 인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중년 남성 한명의 머리가 설이와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평소 한없이 온순하고 착한 영민이지만 가끔 정말로 화났을 때는 앞뒤 가리지 않는 과격파로 변하는 그였다.
"이 씨발쌔끼가!"
영민은 평소 잘 쓰지 않던 욕까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얼굴은 어느새 붉고 험악하게 구겨져 있었다. 군 생활을 막 끝내고 온터라 거칠어진 피부, 살짝 그을려있는 영민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군복은 이미 갈아입었지만, 전역하지 얼마 안 돼 짧은 머리에 군 생활 내내 다져놓은 다부진 체격이 더해져 충분히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영민은 거친 동작으로 사람들을 강하게 밀치며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좁은 만원 지하철에 콩나물시루처럼 몰려 있던 사람들은 영민에게 강하게 밀쳐지자 인상을 찌푸리며 영민를 바라보았다. 지하철 안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아 씨팔, 어떤 자식이 밀고 지랄이야?"
밀쳐진 사람 중 한 사내가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영민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 상황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동생과 동생 뒤에 붙어있는 그놈만이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때까지도 설의 부드러운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지는데 정신이 팔려있던 그 남자는 짧은 머리의 영민이 자신을 보며 사람들을 강하게 밀치면서 다가오자 허겁지겁 사람들 사이를 헤치기 시작했다. 아마 영민을 경찰로 오인했나보다.
'아 씨발, 짭새다.'
평생 언제 만져볼 수 있을지 모를 정도의 대박 소녀를 놓고 가자니 아쉬웠지만 경찰에 잡혀 개망신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 사내는 그때 마침 막 열린 지하철문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사람들은 설과 영민을 보고 대충 상황파악을 한 듯 영민이 나갈 수 있도록 약간의 길을 열어주었다. 순간 따라가려던 영민의 얼굴에 갈등의 빛이 서렸다. 울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설이가 먼저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영민에게 항상 최우선은 동생 설이였다.
언제부터 울고 있었던 걸까?
울고 있는 설이의 맑고 깨끗한 눈망울에 가득 고인 슬픔은 천천히 흘러내려 설이의 마음을 적시고, 설이와 영민 사이에 이어져 있는 보이지 않는 강을 흘러 영민의 마음까지 흘러왔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서로를 향해 흐르며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민이는 군대에서 가지고 나온 손수건을 설이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슬퍼하고 있는 설이를 누가 보고 있든 말든 꼭 안아주었다. 설이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영민이는 설이의 슬픔이 자신에게 조금 더 빨리 흘러들어 설이의 슬픔이 금세 비워지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랬다.
“울지마. 바보 울보야.”
영민이의 나지막한 말소리가 설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 마음이 설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설이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무서웠어, 무서웠어. 오빠.”
설이는 끔찍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영민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 조차 아름다웠다.
영민은 설이의 얼굴을 보고 설이의 그 마음 아픔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사이보다 더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눠왔던 사이였기에.....
설이의 슬픔을 다 자신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영민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