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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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7,9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계약 - 1부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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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윤경은 웃통을 벗고 순순히 두 팔을 등뒤로 젖혔다. 그녀의 두 팔은 곧바로 X자로 밧줄에 의해 꽁꽁 묶여졌다. 영화나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대충 두세 바퀴 정도 밧줄이 둘려진 것이 아니라, 무려 13겹이나 밧줄이 둘려질 정도로 튼튼히 묶였다. 매듭도 중간중간 여러 번에 걸쳐 지어졌다. 이렇게 꽁꽁 묶여진 상태가 되자 윤경은 두려워졌다. 일이 만약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그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을 정도로 묶였기 때문이었다. 영화나 TV에 나오는 것처럼 도구를 발견한다 해도 풀어내기에는 이미 너무 꽁꽁 묶여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회도 생겼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녀가 이렇게 해야만 집안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리가 묶이고, 이어서 입에 재갈이 물려졌다. 눈도 가려졌다. 이젠 완전히 꽁꽁 묶인 채 그녀의 운명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녀에겐 단 한가지의 선택만이 놓여있었다. 그녀를 고용한 이들이 양심적인 사람들이기만을 바랠 뿐이었다. 그들이 양심적으로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되면 그녀를 풀어주고 돈을 지불한 뒤 그녀가 귀가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이다. 윤경의 마음에 왠지 엄습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그만큼 그녀는 꽁꽁 묶여있었다.
윤경의 행복은 아빠의 사업 부도를 시작으로 깨어져 나갔다. 아빠는 부도 직후 수감되고,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쳤고, 엄마 역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게다가 지병인 간경화까지 도져 병원에 입원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의 언니 민경은 두 동생들의 뒷바라지와 엄마의 병원비를 위해 자신의 안구를 모두 팔았다. 그리고, 장님이 되었건만 여전히 살아있는 손가락의 감각만으로 피아노 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민경이 신장을 이식 받아야만 하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되자, 이제 겨우 17살이 되는 윤경이 자발적으로 돈을 벌러 나서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신장이 언니에게 이식이 되자면 돈이 있어야 하겠기에. 또한 그녀의 동생 혜경의 밀린 등록금도 해결해야만 했으므로. 윤경이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본 인터넷의 다음과 같은 광고 때문이었다.
시간당 2만원으로 아르바이트 할 여고생 구함. 식사하는 동안에도, 자는 동안에도, 심지어 똥을 누는 동안에도 할 수 있는 일임. 치아 닦아주고 배변 후에 뒤처리까지 해주는 도우미도 제공. 아무 것도 안 하는 상태에서 주어지는 대가는 하루 24시간 기준 48만원. 한달 30일 기준 1440만원. 절대 섹스 등 윤락행위 없음. 단, 손이 등뒤로 묶여진 채 지내야 함. 영화장면에서 납치되었다가 12일만에 구조된 여고생의 묶인 손목의 장면을 영상에 담아야 하는 관계로 최소 48시간 연속으로 밧줄로 묶인 채 지낼 여고생 구함. 절대 안전보장하며, 하루 단위로 은행 온라인을 통해 보수 지불. 청바지가 잘 어울리며, 외모가 뛰어난 경우는 납치당한 여고생 역에 캐스팅 될 수 있음. 캐스팅 될 경우 촬영에 따른 보수 200만원.
윤경은 잠시 겨울방학에 친구의 제주도 별장에서 지낸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떠났었다. 청바지를 비롯한 자신의 옷가지와 로션, 빗 등만 챙기고. 공부 잘 못하는 친구의 학습지도가 명분이었다. 떠날 때부터 마음이 왠지 불안했었고, 그것이 지금껏 마음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