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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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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7,0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게 - 프롤로그

전화기에 쓰여진 문자가 희미해지자 그제서야 수영은 1시간 넘게 미동 없이 앉아있었음을 알았다. 다시 금요일 밤이 시작되면서 그녀는 이성을 밀어낸 체 환각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금새 씻고 나와 몸을 말렸다. 까맣게 드리워진 어두움은 무거운 굴레처럼 그녀를 짓눌렀다. 현관 문틈으로 보이는 빛을 바라보다가 그 곳에서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차가움이 그녀의 오른쪽 젖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긴장과 안도를 되풀이하며 그녀는 차곡차곡 흥분은 쌓아갔다. 실낫 같이 들려오는 시계소리가 지난 주말의 기억의 토막을 꺼내 보여주었다. 거스를 수 없는 깊은 흥분이 그녀의 명치에서 그녀의 자궁 안까지 거침없이 휩쓸고 지나갔다. “음~.” 그녀의 짧은 신음이 까만 집안을 깨웠다.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지만, 수영은 속수무책으로 젖어가는 그녀의 아랫도리를 조절할 수 없었다. 꿇어앉은 발뒤꿈치에도 조금씩 물기가 느껴졌다. 수건이 필요했다. 한참을 숨을 고르고 나서야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동시에 현관문 앞에 크게 울리는 그의 인기척이 그녀를 그대로 얼어붙게 했다. 다시 현관 앞으로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환한 빛이 그녀의 발가벗은 하얀 피부를 드러냈다.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감싸고 다시 그녀의 뽀얀 살결에 까만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Prologue 사람들은 저마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은밀한 욕구를 가지고 살아간다. 운이 좋은 사람은 그 욕구를 공유할 수 있고, 그 비밀을 공유한 이들끼리 서로의 갈증을 채워나가는 행운을 누리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짊어져야 할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야 한다.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은 3가지의 특징을 갖는다. 평범하지 않거나, 옳지 않거나, 아니면 둘 다 이거나. 난 나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는 나의 욕망의 단서 발견하고는, 그와의 철저한 공유를 위해 나를 몰아갔다. 지금 그는 그 단서를 잡고서 나를 알아가고 있다. 멀지 않아 난 그에게 나의 모든 걸 들켜버릴 것이다. 나의 욕망은 도덕적 갈등을 동반한다. 단 한번도 도덕과 이성이 패한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바뀔 것이다. 만일 도덕과 이성이 승리한다면, 먼 훗날일 것이고 그것은 곧 그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와의 단절은 모든 공허를 덮을 만한 절대적일 것이다. 난 그를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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