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惡緣)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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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5,0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악연(惡緣) - 6부
악연(惡緣)
제 7장: 악연의 시작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잘 갔다 와!”
"예~!”
계절이 차츰 여름으로 향해 가고 있기에 아침기온이 점점 따스해지고 있는 게 태수의 피부에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봄철 황사로 인해 요 며칠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셔 본적이 드물었다.
"오늘은 수정누나를 만날 수 있을라나..”
태수와 수정이 처음으로 관계를 가진 이후 1주일 넘게 지나가고 있었지만 수정은 의도적으로 태수를 피하고 있었다. 수정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태수가 사과를 하고자 해도 수정을 만날 수가 없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수정이 태수와의 대화를 회피하고 있었다.
그날 날이 밝자 두 사람은 버스를 이용하여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고 돌아오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서로한테 그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아니 수정이 태수와의 대화를 피하고 있는 눈치였다.
수정의 두 친구에 대한 일은 당시 근처를 지나가던 불량배들의 소행으로 사건 수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당시 두 사람은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범행을 당하여 범인들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하였기에 범인들에 대한 정확한 인상착의를 사건을 담당한 형사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에게서는 남자들의 타액이나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 주원이 철민에게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라고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두 사람이 건달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문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학교에 퍼지게 만들면서 두 사람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부랴부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말았다.
물론 태수는 당시 운전수도 놈들과 한패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경찰서에 가서도 사건당일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형사들에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태수의 전과가 문제가 되어 태수의 진술을 형사들이 믿으려 하지를 않았다. 오히려 태수도 범인들과 한패로 오인한 형사들이 태수를 유치장에 가두는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태수의 큰아버지께서 경찰서에 오시면서 무사히 일이 해결되게 되었다. 결국 강간사건은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미제사건으로 남을 것 같았다.
"오늘은 이야기를 좀 해야겠는데 누나가 만나줄려나.."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가면서 태수는 이 생각 저 생각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며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
"야~!"
"……."
"야! 이 새끼야!"
"?"
"나?"
"그래 이 새끼야!"
태수가 한참 잡생각을 하며 걸어가느라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처음에는 듣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들려온 욕설에 뒤를 돌아보았다.
"왜?"
태수가 뒤를 돌아보자 서너 명의 남학생들이 태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다른 학생들은 멀찌감치 피해가는 게 태수의 눈에 들어왔다. 태수가 보기에 학교에서 힘깨나 쓴다는 아이들로 보였다.
"니가 정태수냐?"
"그런데?"
태수가 보기에 자신과 동일한 색의 명찰을 차고 있는 걸로 봐서는 동급생으로 보였기에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였는데 자신이 한 반말에 남학생들의 인상이 순간 찌푸려지는 게 태수 눈에 들어왔다.
“이 개새끼가 혓바닥이 반쪽이 났나! 어디서 반말 지껄이야!”
“뒤지고 싶냐?”
“뭐?”
“죽기 싫으면 아가리 닥치고 조용히 꺼져라!”
그렇지 않아도 수정 때문에 요 근래 심기가 불편했던 태수였는데 아침부터 별 같잖은 애들이 시비를 걸자 자신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푸, 푸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생각지도 못한 태수의 도발에 남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안다면 결코 저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으리라.
“아~! 씨발 존나 웃겨. 야~! 저 새끼 방금 뭐라고 씨불였냐!”
“우리보고 아가리 닥치고 꺼지라는데!”
“이 좃밥 새끼가 뒈질려고 환장을 했나!”
남학생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것처럼 태수에게 접근하고 있었는데 등교하던 학생들도 일제히 가던 길을 멈추고 시비가 붙은 태수일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때마침 등교하시던 선생님에 의해 더 이상 일이 커지질 않고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야! 정태수 나중에 보자! 각오하고 있어라!”
“보든지 말든지!”
“씨발놈!”
태수를 힐끗 째려보며 남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갔고 태수는 아침부터 재수 없는 일에 휘말린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찝찝함을 느끼면서 학교로 향하였다.
“괘, 괜찮을까?”
태수가 남학생들과 시비가 붙는 장면을 수정도 등교를 하다가 조금 멀리서 보게 되었는데 수정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정이 태수를 바라보는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상태였다. 태수와 처음으로 관계를 가진 날로부터 1주일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수정의 마음속은 앞으로 태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미움. 원망. 애틋함. 설렘 태수를 볼 때마다 수정이 가슴에 일어나고 있는 그전과는 조금 변화된 감정들이었다.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준 고마움 그러나 자신의 순결을 빼앗아간 미움과 원망 또 그 일이 있고난 후 태수와 마주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설레임 이렇듯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는 수정이었고 그래서 교내에서 태수를 발견하면 미리 숨어버리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고는 하였다. 수정도 이렇듯 나름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서 학교로 향하였다.
“그래. 어떻게 됐냐?”
“그 새끼 보기보다 완전 꼴통이던데.”
“왜?”
“글쎄! 우리보고 한다는 소리가 죽고 싶네.”
“풋!! 진짜?”
“응!”
“그 새끼 아주 아작을 내버려!”
“당근 그럴 생각이다!”
1학년 화장실은 아침부터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로 초만원이었고 한쪽 구석에는 아침에 태수와 시비가 붙었던 아이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 재식이 같은 동급생들에게 명령하듯 말을 하고 있었는데 재식은 1학년 짱임과 동시에 이 학교 짱인 최철민의 왼팔역할을 하는 아이였다. 철민이로 부터 태수를 괴롭히라는 명령을 받고는 같이 어울리는 1학년 아이들에게 아침에 일부러 태수에게 시비를 걸게 한 것이었다.
철민이도 사건이 있던 날 수정과 같이 왔던 남자아이가 태수란 걸 알게 되었고 태수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망치게 됐다고 생각하여 어떡해서든지 태수에게 복수 할 방법을 생각하다 과거 지훈에게 했던 것처럼 철저히 괴롭히기로 방향을 잡았다. 그 방법으로 1학년 짱이자 자신의 왼팔인 재식을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야! 수업 시작하기 전에 그 새끼한테 쓴맛 좀 보여줘라!”
“OK!"
재식의 말에 남자아이가 꽁초가 다된 담배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버리고는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을 빠져 나갔다.
“씹할 새끼 어디 두고 봐라! 앞으로 학교생활 무지 즐거울 거다.”
재식이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며 혼잣말을 하였고 화장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괜히 트집잡혀서 좋을 게 하나 없었기에.
아침 조례 시간 전 선생님이 교실에 오시기 전까지 교실 안은 언제나 시끄럽고 소란스럽기만 했다. 어제 본 드라마 줄거리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두고서 친한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자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게 날마다 보는 아침풍경이었다. 물론 책을 펴놓고 예습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 수는 극히 적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꽝!
갑자기 교실앞문이 큰소리를 내며 열렸고 서너 명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서자 교실은 순간적으로 적막에 휩싸였다. 신나게 떠들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고는 입을 닫아 버린 것이었다. 한마디로 침묵이 흐르고 있는 교실 안이었다.
"씨발! 너 아침에 뭐라고 했냐?"
교실로 들어온 학생들이 곧바로 태수에게로 와서는 포위하듯 둘러싸고서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었다.
"아까처럼 다시 한 번 주둥아리 놀려봐라!"
재식의 친구이자 불량서클 포커스의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온 마 대영이 태수의 책상을 발로 차며 겁을 주고 있었지만 그 정도에 겁먹을 태수가 아니었다. 이들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수였다. 강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더없이 강한 자들 소년원에서 수없이 봐왔던 모습이었다. 또 이런 애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태수였다.
“야! 아까처럼 해보라니까! 왜? 쫄았냐!”
계속되는 대영의 도발이었지만 태수는 의자에 앉아서 아무런 대꾸도 없이 대영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맞으면 아프지 않을까?”
태수가 입을 열자 교실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처럼 변해버렸다. 누구하나 소리 내는 사람이 없이 모든 학생들이 침묵 속에서 태수와 대영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영이 패거리에게 대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늦게 입학한 태수가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른 체 무턱대고 대드는 걸로 아이들은 생각했고 머지않아 교실 바닥에 나뒹굴 태수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그랬냐?”
“너보고 그러다 맞으면 아프겠다는데 킥킥킥~!”
“킥킥킥~!!”
대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같이 온 아이들에게 물어보았고 대영의 물음에 옆에 있던 남학생이 한마디 거들자 그 말에 같이 온 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이 씨발넘이 뒤질려구!!”
대영이 태수의 말에 눈에 힘을 주며 태수를 째려보고 있었다.
“눈에 힘 빼라. 그러다 튀어나오겠다!”
“이 개새끼가!”
퍽!
경쾌한 타격음이 교실에 울려 퍼졌고 얼마 후 대영이 거목 쓰러지듯 서서히 옆으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태수의 도발에 대영의 주먹이 빠르게 태수에게 다가갔지만 태수의 주먹이 그보다 빨리 대영의 면상에 도달하고 있었다.
쿵!!
대영이 단 한방에 흰자위를 들어내며 쓰러지고 말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태에 같이 왔던 남자애들이 멍하니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대영이 단 한방에 나가떨어질 거라 생각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기에.
“야! 이 새끼 치워라! 곧 선생님 오시겠다.”
태수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같이 온 남자애들에게 말을 하자 남자애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웅성웅성
태수가 교실뒷문으로 걸어가자 아이들의 시선이 태수를 ?고 있었고 태수가 교실을 빠져나가자 아이들이 뜻밖의 사태에 서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젠장!’
태수는 태수대로 기분이 언짢았다. 자신의 폭력으로 인해 사람이 죽었기에 다시는 주먹을 쓰지 않겠노라 소년원에 있을 때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결국 다시 주먹을 사용하고 말았고 앞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주먹을 쓰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태수였다. 오늘 자신에게 맞은 애가 가만히 있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개새끼!!!!”
꽝!!
별관 2층 서클사무실에서 깨어난 대영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의자를 바닥에 내던지며 화를 내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는데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도 모르게 자신이 기절을 하고 말았다. 1학년 짱인 재식이와 처음 싸울 때도 이 정도까지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병신새끼!”
“뭐!!”
갑자기 들려온 재식의 말에 대영이 발끈하며 재식을 바라봤고 재식의 얼굴에는 대영에 대한 비웃음이 얼굴가득 표출되고 있었다.
“병신새끼가 그딴 놈 하나 처리 못해서 뻗어버렸냐! 애들한테 쪽팔리지도 않냐?”
“익!!”
“왜? 나한테 덤벼보시게?”
“아, 아니.”
대영이 재식의 말에 이를 악물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어진 재식의 말에 대영이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자신이 아무리 용을 써도 재식이만은 이길 수가 없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까 확실히 처리해라!”
“으,응”
서클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재식을 바라보며 대영이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재식을 상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야~! 너! 태수새끼한데 가서 점심시간에 내가 별관옥상에서 보잔다고 전해!”
“으, 응 알았어!”
대영의 명을 받은 아이가 부리나케 태수의 교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소문은 빠르게 퍼진다. 대영이 아침에 교실에서 태수에게 한방에 무너진 이야기하며 대영이 점심시간에 태수에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소문까지 아이들의 입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소문은 1학년뿐 아니라 2.3학년 교실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어, 어떡해.. 정말 괜찮을까?’
수정도 교실에 있다가 같은 반 남자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서 태수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