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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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4,6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9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9부]
월요일
초가을의 선선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제 더이상 아찔한 스커트의 여대생들을 볼 수는 없다는 것도
사방팔방 널린 깜찍이들조차도 더이상 부럽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저멀리 보이는 동아리동 건물뒤의 잔디밭..
눈에 익은 패거리들이 빙둘러 앉아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씨바.... 안내면 술래.... 가위 바위 보!!.. 보!!... 보!!!!...]
"와아!!!!......창식이!!!..."
"하하...빨리 달려!! 이 새끼야....."
[창식]이 녀석이 울상을 짓고 여자애들쪽으로 달려간다.
불쌍한 [창식]이..
결국 엊그제 [은영]이와 헤어졌다는 것이다.
[창식]이 말로는 좀더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 당분간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던데..
솔직히.. 그 각자의 시간은 영원할 것이다.
그러게.. 녀자는 일단 따먹고 봐야한다는 [종필]이형의 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변의 진리인거 같다..
깜찍이 여대생 [은미]는 이미 나의 여자나 마찬가지..
[은미]생각만 하면 가슴이 뿌듯하고 요새는 정말 학교생활할 맛이 난다.
잔디밭에 남아 있는 [종필]이형과 [대식]이..
"어.. 희준이 왔냐??..."
"뭐야.. 나만 빼고 냄비사냥이야??..."
"넌 임마 은미씨 있잖냐..."
"아.. 그거는 그거고.. 이거는 이거지.."
[종필]이형에게 [서연]이 소개팅자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작전을 상의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아닌것 같다.
[창식]이 녀석..
데리고 와도 꼭 어서 폭탄들만 골라서 데리고 온다..
"에이.... 씨바.. 야.. 가자..."
"이자식.. 완전히 배가 불렀어..."
"너나 가 임마.. 우리는 저 언니들이랑 놀아야 겠다..."
"에효... 불쌍한 중생들... 난 갈께.."
"이따보자.."
"잘가......"
[창식]이 손에 이끌려온 여대생들..
[종필]이 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집애들의 손바닥을 조물딱 거리고 있다.
"에효... 인생들아..... 왜들 그러고 사냐...쯧쯧쯧...."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은미]라는 든든한 내 여자가 생긴 지금..
지난시절 나의 철없던 행동들이 이제서야 쪽팔리다는 생각이 들다니..
수업이 끝나고 강의동 앞.. 선큰 광장에서 [종필]이형과 마주쳤다.
"형.. 이따 술한잔 하면서 잠깐 얘기좀 하자.."
"글쎄.. 내가 좀 바쁜데.. 강의끝나자 마자 친구들좀 만나기로 했거든..."
"뭐야.. 아까 꼬신 애들이야??..."
"아냐.. 임마.."
"그래??.... 치.. 좋은 껀수 하나 있어서 얘기좀 해주려고 했는데.."
"담에 보자 임마... 내일이나 모레쯤.... 나 간다...??..."
어제오늘..
[종필]이형이 좀 이상하다.
학과 모임이 있어서 오늘은 만날 수가 없다는 [은미]..
[은미]와 나는 보다 성숙한 사랑을 위해 오늘 하루만 각자의 시간이다..
밀린레포트를 정신없이 파고들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열한시가 넘어버렸다.
[종필]이형네서 놀다 자야겠다는 생각에 먹거리를 사들고 [종필]이형네로 향한다.
[종필]이형에게 [서연]이라는 글래머를 소개팅 시켜준다면 나와 [종필]이형의
관계도 그전처럼 좋아질꺼다.
가로등 불이 켜져있는 [종필]이형네 집앞..
[종필]이형과 어떤 여자가 마주서 있다.
'씨바... 은미?????.....'
잽싸게 골목 모퉁이에 숨어버렸다.
"이제는 오빠맘을 이해할 수 있을꺼 같아..."
"은미야......."
"흑흑... 오빠.... 나 어쩌지??? 내가 진짜 미쳤나봐.."
"아냐.. 괜찮어.. 내가 다 알아서 할께...."
"희준이 오빠한테 미안해 죽겠어..."
"후우..... 다 내탓이지 뭐....."
"이힝....이 바보!!... 바보!!..."
"............"
[은미]가 [종필]이형의 품에 안겨든다.
들고 있던 순대와 떡볶이를 떨어뜨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흑흑....응........"
지금 내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현실..
이것들이 아직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었다는 거였던가??...
나의 불길한 예감이..
지금.. 믿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형.. [종필]이형... 이 개새끼.. 니가 나한테...
그리고.. [은미].. 이 걸레같은 기집애.. 역시 업소아가씨 출신이라...
'내가 순진한건가?? 아직까지 이것들에게??...'
속에서 욱컥 울화가 치민다.
지금 도무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담배가 몇가치째인지.. 줄담배의 마지막 꽁초가 바닥에 떨어진다.
발바닥으로 비벼꺼버린다.
"정면승부다... 씨발.....!!..."
애써 태연한척.. [종필]이형네 집구석으로 걸어간다.
불이켜져있는 [종필]이형네...
침을 꼴까닥 삼킨다.
저안에 [은미]가 지금 [종필]이형과 있다고 생각하니.. 돌아버릴 지경이다.
힘차게 현관문을 잡아당긴다.
잠겼다...!!
[탕탕탕...]
"종필이형..!!... 나왔어...."
"..............."
"종필이형!!......."
"..............."
이것들이 안에 있으면서 인기척을 내지 않으려고 숨죽여 숨어 있는게 확실하다.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은미]이름을 목청껏 외쳐보고 싶지만.. 쉽게 목구녕너머로 올라오지 않는다.
'은미야.......... 서은미...!!.....'
"흐음... 종필이형..!!... 안에 없는거야???..."
[탕탕탕.....]
밖으로 걸어나온다.
더이상 구차해지지 말자..
[종필]이형네 주택 대문을 빠른걸음으로 걸어나온다..
'씨발 년놈들........'
골목길을 빠져나가려는데.. 갑자기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마치.. 어두운 골목길 바닥이 내 발바닥을 잡아당기기라도 하는듯..
쉽게.. 돌아서서 나가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수십분을 문밖 골목길 모퉁이에 찌그러져 앉아있다.
별하나 없는 깜깜한 골목길의 하늘..
[은미]......
나의 영원한 콘크리트가 되어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종필]이형의 염려... 그 때 점심시간 때 엿들었던 둘만의 그 대화..
그 모든게 사실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종필이형.. 이 개새끼....'
'그리고.. 은미... 이...씨발년......'
갑자기 또다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문득 손에 벽돌 하나가 잡힌다.
길이197,높이57,폭90 짜리 일반 시멘트 벽돌..
그 시멘트 벽돌을 잡아들고 성큼성큼 [종필]이 형네
집으로 간다..
아예 불이 꺼져 있는 [종필]이형의 반지하 자취방의 창....
불이 꺼져있다는 걸 보니... 머리에 피가 몰리는듯 한 처참한 심경이다..!!!!!
'이...씨발..것들...!!!....'
있는 힘껏 벽돌을 창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쨍그랑!!!!!!!!!!!!!!!]
"어맛!!!!..."
안에서 [은미]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유리창이 박살이 나버렸다.
서둘러 대문을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길로 내 달린다.
"씨발..........."
나도 모르게 두 볼이 뜨거워져 있다는게 느껴졌다.
암울한 현실..
암울한 대학생활..
그나마 이런 나에게 크게 위안이 되었던 [종필]이형과.. [은미]의 존재..
나는 이제 [종필]이형도.. [은미]도.. 그리고 나의 모든 꿈과 희망 행복마저 모두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학교 잔디밭..
늦은 새벽시간..
편의점에서 사온 쇠주에 양파링이다.
미친듯 술을 퍼마시지 않는다면 도무지 오늘 겪은 처참함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다.
다음날..
깨어나보니 잔디밭이다.
이위에서 폐인이되어 노숙을 하고야 말았다.
꺼져있는 핸드폰..
지금 대충 10시 정도 된거 같기도 하다.
감자탕집으로 가서 뼈다귀해장국으로 해장을 하고 다시 학교로 기어들어온다.
저멀리.. 음대생 [은영]이가 지나간다.
[은영]이를 불러내어 벤취에 앉았다.
구불거리는 검은색 웨이브에 검은색 정장자켓과 치마.. 흰색 블라우스.. 검은색 스타킹..
내가 암울한 기분이어서 그런지..왠지 장례식장 분위기가 나는 [은영]이의 블랙..
"..........창식이 얘기라면.. 더이상 오빠랑 할얘기 없어.."
"수아얘기야...."
"수아언니???....."
"종필이형이랑 어땠니?? 수아랑..."
"뭐.. 그냥 알꺼아냐??...."
"몰라.."
"오빠 왜?? 오늘 표정이 왜 그래??.. 무슨일 있어??..."
"그냥 대답만 해줘.. 부탁이야.."
"글쎄.... 둘이 뭐...그냥 언니 출국하기전까지는 둘이 매일 붙어있다시피...잘 지냈었지...."
"싸운적도 없고??..."
"글쎄...아참..2학기 개강하고 나서 부터.. 종필오빠가 수아언니를 조금..뭐랄까..
그냥.. 내생각인데... 좀 많이 소홀한것 같더라구..."
"............"
"언니 출국하는데도 이핑계..저핑계 대면서 끝까지 안만난것도 그렇고..."
"............"
"..솔직히.. 언니가 좀 많이 서운해 했었어.. 방학때 몇달동안이었지만..
언니가 진짜 좋아한거 같았거든.."
"............"
"치이.. 그래봤자 2년 반이라던데.. 그걸 못기다려주냐??.. 자주 들락날락 하겠다던데..
하여간.. 종필오빠.. 실망이야..."
"그래.. 알았다.."
"오빠... 근데.. 왜??? 무슨일 있어???..."
"아냐....."
"오빠...??...."
"나 간다.. 열공해라.."
"............."
[종필]이... 개새끼...
나한테는 아닌척.. 해도.. 역시 이래서 사람 속마음은 알 수가 없는건가 보다.
강의실..
전공선택과목..
수업을 듣는건지.. 마는건지..
니미럴...개강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중간고사가 닥쳐오는 이마당에..
취직도 어려운 요즘세상 분위기에 다들 나름대로 열공모드이다.
슬쩍 뒷문이 열리고.. 모자를 푹 눌러쓴 [종필]이 개새끼가 들어온다.
[종필]이 저 씹새끼가.. 교구를 펴고 열공을 한다.
한종필이....
나이쳐먹은 편입생.. 개새끼..
실기는 항상 만점에.. 기집애들 후려먹는 도사... 노는것도 그렇고 술퍼마시는것도 그렇고..
그러면서도 1학기 과목별 학점은 에이제로이상.. 한두개가 비뿔..
저 개새끼가.. 나의.. [은미]를 어제저녁 따먹었다고 생각을 하니.. 또다시 울화가 울컥!!!
치솟는다.
강의가 끝났다.
밀려나가듯 쏟아져 나오는 학우들 틈에 끼어 강의동 밖으로 나간다.
뒤에서 [한종필]이 개새끼가 나를 ?아와 내어깨에 손을 얹는다.
"희준아...."
".............."
"짜식.. 점심 먹으로 가자.. 내가 쏜다.."
"이거놔....."
"....그냥..따라와 이새끼야!!.. 할말 있으니까..........."
"............."
[종필]이 개새끼와 함께 강의동 뒤 주차장 그늘로 향한다.
앞서가던 [종필]이 개새가 그자리에 멈춰선다.
그리고 뒤로 돌더니 모자를 벗는다.
입에 담배 하나를 꼬나 물며 나를 내리 깔아본다.
"어떻게 해줄까???...."
"씨발......."
"빨리 대답해봐... 어???...."
"형.. 참 좃같구나.........."
"그래.. 그래.. 나 좃같은 놈이다... 또.. 계속 해봐.."
"어쩜 그리도 뻔뻔스럽냐?? 어??.... 남의 여자랑.."
"남의여자???... 후우... 좋다.. 그래.. 그렇게 됐으니까...."
"말끊지마...."
"그래.. 미안해.. 후우... 계속해..할말 다해....."
"할말??.... 없어... 니들끼리.. 잘먹고 잘살어....."
"그게 다야??..."
"그래.... 좃같아서 나는 먼저 간다..."
"야... 형 얘기도 들어...!!..."
"조까!!!!!...씨발!!!!........"
"이 새끼가....."
"씨발새끼.... 앞으로 아는척 하지마.... 좃같은 새끼...."
"후우!!!.... 이 씨발!!!......"
[퍽!!!]...
[종필]이 새끼가 주먹으로 벽을 쳐대고 있다.
'지금 누가 열받은 상황인데.. 저 또라이새끼가...'
"야!!... 희준아!!.... 미안하다!!... 정말 너한테 내가 잘못했다..."
"됐어.... 형 여자 내가 데리고 논거 맞는거네.. 그치????.... 그냥 그렇게 알고 잊을래.."
"미안하다....."
"됐다니까!!!!!!.... 내몸에 손대지마... 기분 좃같으니까...!!.....씨발..."
그렇게 돌아서서 강의동으로 향한다.
로비를 지나 정문을 나간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은미] 기집애가 서있다.
[서은미]...
이 기집년이 내 눈치를 살피며 애써 태연스런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오빠.. 왜 핸드폰 안받아?? 밧데리 다됐어???..."
".........."
"오빠......."
"너 나한테 할말 많은거 같은데.... 그래서 온거지..??..."
"..............."
"가자.. 니얘기좀 들어야 겠다..."
"아..알아??....."
"뭘???.....응???.... 말해봐..??? 내가 뭘 알꺼 같아??????....어????...."
"오....오빠...."
"말해보라구.......니 입으로다가..... 어??????....."
"흑흑.............."
"씨발........"
"미안해......오빠.....흑흑....."
"좃같다....진짜....후우........... 가라..... 됐으니까..."
뒤를 돌아보니.. [종필]이 새끼가 둘의 뒤에 서있었다.
이 년놈들을 뒤로 하고 강의동을 빠져나와 버렸다.
하루종일 이 더러운 기분..
하지만 왠지 속 시원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종필]이 새끼의 여자였으니까..
그래.... 잠깐 [종필]이 여자를 데리고 좀 놀았다고만 생각하고 말자..
[종필]이형과 [은미]야 말로... 철근과 콘크리트의 존재였던거 같다.
절대 뗄레야 뗄수 없는...........
찢겨진 심정으로.. 어디론가 다급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