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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데? -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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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사랑하는데? - 6장

6. .. 박경철과 신현정의 강행군 마트에서 경철이는 카트를 밀면서 진열대 앞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현정이는 그의 옆에서 걷고 있었다. 현정이는 진열대에서 사야 할 물건을 찾아서 골라야 했다. 그렇지만 그 쪽으로는 마음이 가지 않고 그 대신에 자꾸만 경철이를 보게 된다. 경철이는 걸어가면서 마치 무엇을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리번거린다. 서울에 와서 혼자 살면서 현정이는 지금까지 마트에 갈 때에 누구랑 같이 가본 적이 없다. 물건을 고르는 것도 또 집에 까지 들고 가는 것도 그녀는 낑낑대면서 늘 혼자서 했다. 그를 바라볼 때마다 지금 자기 옆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남자가 카트를 밀고 자신은 그 옆을 따라서 걷고 있다니 ... 지금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드는 이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경철이가 남자라서 그런가? 이 남자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생각도 깊고, 힘들어도 잘 참기도 하고 ... 같은 나이이지만 그는 어른처럼, 또 어떨 때에는 아빠처럼 느껴진다. 지금 마트에서는 카트를 세우고 현정이가 물건을 담기를 기다렸다가 나중에는 계산까지 하고 또 집에까지 들고가고 .... 그럴까? 여자가 장보러 갈 때 남자를 데려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일까? 갑자기 그가 걸음을 멈춰 서서 현정이에게 말했다. 경철 : 우리 여기에 물건 사러 왔지? 현정 : 아마도 .. 경철 : 지금까지 그냥 지나치기만 했네. 현정 : 아~ .. 미안~!! ..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한다고 ... 현정이는 그에 대한 생각을 혼자서 하고 있었는데, 마치 그것을 들켜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경철이는 현정이에게 메모지를 건네주었는데 거기에는 오늘 여기서 사야 할 물건들이 적혀있었다. 마트에 올 때 사야할 물건을 미리 적어오는 것은 현정이도 하지 않는 일인데 ... 거기에 적혀있는 것들은 음료수, 과일, 그리고는 경철이가 먹을 것들이었다. 그런데 경철이는 컵라면 두 박스를 사려고 했다. 현정 : 라면만 먹고 사니? 라면을 너무 자주 먹는 것이 아닐끼? 경철 : 우리도 먹고 또 애들도 출출하면 금방 먹을 수 있게 ... 현정 : 그럴 꺼면 라면보다 밥이 어때? 경철 :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 일이 많아서 ... 현정 : 진수성찬은 안되지만 밥, 김치, 간단한 찌개 그리고 조림 .. 경철 : 그런 정도면 제법 훌륭한데요? 현정 : 그럼 밑반찬을 사야 하네. 경철 : 아무래도 이것은 엄마랑 의논을 해야 할 것 같아. 현정 : 일단 사다 놓고 의논하세요. 이렇게 해서 그날은 엄청 많은 양을 샀다. 현정이는 여지껏 혼자 살면서 이렇게 많은 양을 사 본 적이 없다. 과일이나 음료수는 아예 박스 채로 샀다. 또 밑반찬이라면서 종류별로 산 것이 웬만한 살림하는 정도의 규모였다. 이 남자 ... 지금 뭔가를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 더운 날에 누가 어떻게 이것을 다 먹겠다고 ... 현정 : 냉장고는 있어? 경철 : 가정용 대형이 아니라 작은 것이던데? 현정 : 이게 다 들어가? 경철 : 그럼 냉장고도 대형으로 사야 하나? 현정 : 조금씩 자주 사는 것은 어때? 경철 : 시간이 그렇게 될까? 현정 : 네가 바쁘면 내가라도 .. 경철 : 글쎄 ... 현정 : 그럼 부엌 살림도 웬만큼은 사야 하겠네. 경철 : 일단 이것부터 갖다 두고 생각하자. 그는 카트를 밀고 계산대로 향했다. 현정이는 자기의 고집대로 했으면 좋겠지만 경철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그는 거의 십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신용카드로 계산했다. 현정 : 나 혼자서 한달 내내 장보는 가격이 오늘 단 한방에 .. 경철 : 이거는 한사람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니까 ... 그의 오피스텔에 돌아온 현정이는 사온 물건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그와 함께 부엌 살림 도구들을 점검했다. 냄비, 컵, 그릇, 숟가락과 젓가락, ... 경철이는 이런 것들을 메모지에 적었다. 현정 : 애들이 깰 수도 있으니까 비싸고 좋은 것보다는 ... 경철 : 냄비는 큰 것으로 ~ 현정 : 일단은 다섯명을 기준으로 사자. 그들은 카트 두개에 물건들을 가득히 담았다. 그 근처에서 여직원 한명이 진열대에서 물건을 정리하면서 이들 둘을 지켜보다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여직원 : 두 분 신혼부부는 아닌 것 같은데요? .. 호호~ 현정 : 제가 그렇게 늙어 보여요? .. 호호~ 여직원 : 그게 아니라 ... 젊은 사람들이 너무 다정해 보여서요. 경철 : 우리 둘이서 살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 도와주시겠어요? 여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에게 당장 급하게 필요한 물건일 것이라면서 이것 저것을 추천하고 또 골라주었다. 그들은 이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가서 정리했다. 그에게 있는 작은 냉장고 두 개가 가득 차고도 남았다. 주방에 있는 붙박이장들도 모두 꽉꽉 채워졌다. 이제 주방은 다섯 식구가 밥을 해서 먹기에도 충분한 살림용으로 변했다. 둘은 음료수를 들고 원탁에 마주 앉아서 쉬고 있었다. 경철 : 엄마가 와서 이 상황을 봐야 우리에게 냉장고가 하나 생기죠. .. 하하~ 경철이는 전화를 받더니만 어머니에게 갔다 와야 한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혼자남은 현정이는 허전해졌다. 창밖으로 그의 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던 현정이는 저녁밥을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현정이는 자기 혼자서만 먹을 식사 준비를 해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한 사람을 더 계산해서 해야 했다. 게다가 그 다른 한 사람은 남자이다. 원래 현정이는 시골 집에 있을 때에도 밥을 해본 적이 없다. 있는 밥과 있는 반찬을 밥상에 차려놓고 밥을 먹는 것도 잘 하지 않았다. 엄마가 오실 때가지 굶고 기다리다가 혼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러던 내가 한 남자를 위하여 자녁밥을 해야하다니 ...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하실까? 현정이는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계란 후라이도 만들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는 것, 또 그 누군가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것을 미리 상상하는 것 ...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엇인가가 가슴 속을 가득히 채우는 것을 느꼈다. 이것도 일종의 행복인가? 그러나 현정이는 한편으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도 김치도 담글 줄을 몰라서 마트에서 사다가 먹는다. 다른 반찬도 마찬가지였다. 현정이 혼자서 먹기 위해서는 반찬을 사다가 먹는 것이 값도 훨씬 싸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 한다? 앞으로는 경철이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있다는데 ... 계속해서 사다가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가 그러자고 할까? 식사 준비가 모두 끝났을 때 경철이가 돌아왔다. 현정이는 두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탁을 차리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같이 먹을 밥상을 차린다. 그것도 그가 보는 앞에서 .... 이것은 기쁘고 즐겁기도 하지만 왠지 뭔가가 어색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경철이는 식탁 잎에 서서 바쁘게 움직이는 현정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현정 : 앉아. .. 다 됐으니까 먹자. 경철 : 기분이 이상하네. 현정 : 왜? .. 뭐가? 경철 : 다른 여자가 나를 위해서 밥을 차려주다니 .. 하하~ 현정 : 야아아~!! .. 나도 다른 남자를 위해서 밥 했거든~ 호호~ 경철이는 수저를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는 현정이는 온통 긴장해있었다. 그는 이것 저것을 조금씩 맛보더니만 현정이를 보면서 웃었다. 경철 : 사온 반찬들은 너무 짜고 맵고 .... 현정 : 내가 직접 한 거는? 경철 : 맛있네. 현정 : 그 말 진심?? 경철 : 그치만 앞으로는 덜짜고 덜 맵게 .... 현정 : 뭐어야아~!!?? .. 방금 맛있다고 했쟎아~!!! 경철 : 입맛에 맞게 하자는 말이 아니고 덜 자극적으로 하자는 거야. 현정 : 애들은 그렇다 쳐도 우리도 그렇게 먹어야 해? 경철 : 입맛은 결국은 적응의 문제가 아닐까? 현정 : 그럼 .. 입맛대로 먹고 싶을 때는 외식? 경철 : 그것도 좋고 ... 반찬은 우리 집에서 가져와야겠다. 현정 : 그럼 마음이 놓이네 ... 난 할 줄을 모르는데 ... 경철 : 여기서 음식 냄새를 피우면서 요리하면 그것도 약간 ... 식사가 끝나자 그가 설거지를 했다. 현정이는 남자가 자기를 위해서 설거지를 한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오면서 또다시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런데 여기는 경철이의 집이고 그가 설거지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경철이는 내일 일요일에는 별 일이 생기지 않는 한 하루 쉬자고 했다. 현정이의 집안 살림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황이어서 경철이가 한 이 말이 다행스럽게 들렸다. 현정이는 다음날 일요일에 늦잠도 자고, 목욕탕에도 가고 또 미장원에도 갔다. 그런데 경철이가 저녁 7시까지 오피스텔로 올 수 있느냐고 카톡을 보내왔다. 현정이는 간다고 답장을 하고 서둘러서 그의 오피스텔로 갔다. 나중에 하자고 미루다가 빨래도 청소도 손을 대지 못했다. 늦잠이 문제였다. 그의 오피스텔에는 그의 어머니와 누나가 와 있었다. 누나는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현정이와 경철이를 불러서 앉혀놓고 .... 경철 어머니 : 교육하는 사람들은 옷차림부터가 상당히 보수적이어야 해. 아무리 더운 여름이지만 경철이나 현정이는 옷을 생각해서 입어야 해. 아무리 여름이지만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상담이나 수업을 할래? 사실 현정이는 자신의 몸매 하나 만큼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수경이마저도 부러워하는 몸매였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면 늘 반바지나 짧은 치마와 반팔 티셔츠로 살아간다. 이러는 현정이에게 수경이는 다른 여자들을 기죽인다고 뭐라고 투덜댄다. 그런데 현정이는 옷을 살 때 좋은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입고 나서 세탁기에 돌릴 수 있는, 그러니까 취급이 간편하면서도 값싼 옷들을 골라서 산다. 세탁소에 맡기는 것은 엄청난 비용 때문에 문제였다. 그래서 그녀의 옷들은 주로 흰 색이 많다. 그러다보니까 노출이라는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노출이라는 것을 통해서 자기의 몸이 다른 남자들의 눈요기 거리가 되는 면도 있어서 꺼림칙하기도 하지만, 다른 여자들에게는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못할 것도 아니었다. 현정이는 오늘 수업도 상담도 없으므로 짧은 반바지와 반팔의 라운드티를 입었다. 경철이 어머니는 그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경철이 어머니는 경철이와 현정이를 백화점으로 데리고 갔다. 수업하면서 입을 만한 옷을 고르라고 해서 여러 벌을 사주었다. 남방, 치마, 바지 등을 항상 깨끗하고 단정하게 해서 복장에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 경철 : 우리 둘이서 유니폼처럼 .... 커플룩인가? .. 헤헤~ 현정 : 감사합니다. .. [꾸벅~] 경철어머니 : 이것은 좋은 옷은 아니고 .. 그냥 작업복이야. 현정이가 고맙다고 말할 필요가 없어 .. 깨끗이 빨아서 다림질을 꼭 해. 자신 없으면 차라리 집으로 가져오든가 아니면 세탁소에 맡기든지. 옷을 사들고 집에 돌아온 세사람은 다른 것들을 다시 점검을 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미루어 두기로 했다. 아직 학생들이 많이 와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밤이 늦어지자 그의 식구들은 남아있고 현정이를 자기의 원룸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하면 자신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편의점 일이 아니면 당장 먹고 살기도 힘겨울 줄 알았었다. 현정이는 백화점이나 베이커리 또는 커피숍에서도 일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근무 시간도 애매하고 돈도 그리 많지도 않았다. 전에 일하던 편의점은 점주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았고 학생들을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시급도 최소임급보다는 낮았지만 웬만한 다른 곳보다 500원 이나 1000원 정도 높았다. 그렇지만 가끔씩 급여와는 별도로 돈봉투 하나를 더 받을 때도 있었다. 그 때마다 현정이는 매우 감격해했었다. 그러나 지금 경철이는 전혀 딴판이다. 그의 어머니는 부동산 분야에서 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경철이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밀어주는 것 같다. 이 좁은 원룸을 그의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하늘과 땅 차이이다. 그러나 경철이는 동시에 해야하는 수업 때문이라고 우기면서 오피스텔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그의 어머니에게 말을 한다. 학생을 수송하여야 한다면서 차도 제법 큰 차를 그것도 완전 새 차로 사야 한다고 말한다. 오피스텔 안에 들여놓는 가구나 살림도구도 아예 결혼해서 분가하는 것처럼 해준다. 도대체 그는 어떤 아들이기에 부모에게서 저런 믿음을 얻었을까? 공부를 잘해서 스카이 대학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 생각하면 그가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내일부터 있을 수업 준비를 해야하는데 .. 오늘은 피곤하니까 일단 잠을 자자. 자고 나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하자. 제발 내일은 늦잠을 자지 말자. 이러다가 망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현정이는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다음 날 월요일 아침에 현정이는 아침 일곱시에 눈을 떴다. 날은 벌써 더워지기 시작한다 이 정도의 시간에 일어났으면 늦잠 잔 것은 아니다. 전화기에는 벌써 경철이로부터 일어나는 대로 전화해달라고 카톡이 와있다. 보나마나 일찍 오라는 말이겠지. 현정이는 일단 샤워를 하고 나서 외출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경철 : 오늘 오피스텔 계약도 있고 또 그 방에 수업용 가구도 들여야 하니까 일찍 와 주었으면 해서. 그녀는 설거지도 하지않은 채 쌓여있는 그릇과 세탁기에 차 있는 빨래, 그리고 방안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옷가지들을 둘러보면서 방을 나서야만 했다. 오피스룸을 지나서 작은 그의 방안에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건조대에는 그의 세탁물들이 널려있다. 경철 : 미안해. 현정 : 꼭두새벽부터 뭐해? 경철 : 이따가 바빠질 것 같아서 수업 준비를 미리 해놓으려고. 현정 : 집이랑 가구를 계약하는 것 아니었어? 경철 : 계약하기 전에 직접 가서 봐야죠. 현정 : 나는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거지? 경철 : 너는 이따가 내가 수학 수업을 할 때 같이 했으면 해서. 현정 : 내..가..?? ........수..학..을..?? 경철 : 나중에 내가 없을 때에는 네가 해야만 할 수도 있겠고. 현정이는 그에게서 오늘 지혜에게 수업할 부분을 받았다. 내용은 2차 방정식에 관한 것이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그는 동영상에서 하는 수업들을 현정이에게 보라고 찾아주었다. 점심 때가 거의 됐을 때 그의 어머니가 계약하러 가자면서 그를 불러내갔다. 그래서 현정이 혼자 남아서 수업준비를 계속했다. 그에게 무슨 속셈이 있어서 수학 수업에 같이 들어가자고 하는 것일까? 현정이는 그에게 묻고 싶었지만 일단은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오늘은 거금이 오고가는 날이라서 경철이가 신경과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한참 후에 경철이가 싱글벙글하면서 들어와서 현정이를 데리고 복도의 맨 끝방으로 갔다. 그런데 그 오피스룸은 마치 두 개의 오피스텔을 합쳐놓은 것처럼 엄청 넓었다. 경철 : 이걸로 얻었어. 너도 왔다갔다 하기 귀찮으면 여기서 그냥 살아도 돼. 현정 : 나는 여자거든요~ .. 집과 직장은 떨어져 있어야야 해. 경철 : 이 방에도 화이트보드 걸고 책상과 의자를 넣어야 하겠지? 현정 : 바쁘겠네 .. 오늘 지혜에게는 영어수업만 하면 안돼? 경철 : 그럴 수는 없지. 현정 : 오늘은 가구가 없으니까 일단 원탁을 옮겨다 놓고 거기서 수업하면? 경철 : 지혜 말고 두세명이 더 오면 그렇게라도 해야죠. 현정 : 아침은 먹었니? 경철 : 앗~!! ... 그러고 보니까 벌써 점심때네. 현정 : 갔다 와서 같이 먹자. 그는 회이트보드 때문에 밖으로 나가고 현정이만 다시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현정이는 영어와 수학 수업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경철이가 전화를 해서 지혜 말고 오늘 두명이 더 올꺼라고 했다. 현정이는 3명의 학생에게 수업할 자료들을 컴퓨터로부터 출력해놓았다. 그는 오늘 수업을 진행할 프로그램을 미리 짜 두고 있었다. 그럼 경철이는 어제 잠을 잔거야? 하루 24 시간을 일만 생각하나? 수업 준비며, 세착이며, 오늘 할 일이며 .... 자기가 할 일에 대해서 이만큼 준비를 해놓다니 ... 아무리 남자라고는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야. 차라리 나도 그냥 저 방에서 자고 집에 가지 말까? 집에만 가면 무조건 침대에 눕고싶고, 또 아침 늦게까지 잠만 자고 ....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경철이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참 후에 그가 치킨을 사들고 들어왔다. 경철 : 배고파도 꾹 참고 나를 기다릴 것 같아서 그냥 올 수가 없잖아 ... 헤헤~! 둘이서 아침 겸 점심으로 치킨을 먹었다. 오후에는 화이트보드를 배달해 온 사람들이 설치를 끝내고 돌아갔다. 나중에는 가구점에서도 바로 배달을 해주어서 가구도 모두 도착했다. 그래서 원탁을 옮겨다 놓을 필요가 없어졌다. 텅 빈 오피스룸이 거의 채워졌다. 작은 방안에는 침대와 작은 테이블 그리고 옷장이 있었다. 경철 : 여기가 훨씬 넓으니까 주방을 여기로 하자. 현정 : [끄덕끄덕~] ... 그는 엄마로부터 동의를 얻어서 냉장고를 주문하겠다면서 또 사라졌다. 냉장고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보는 것이 좋을텐데? 하긴 .. 그나 나나 ... 살림을 모르니까. 현정이가 시계를 보니까 이제 거의 4시이다. 일주일 동안을 지혜 한 명을 놓고 수업했는데 오늘은 세명이 온다고 한다. 물론 와 봐야 알겠지만 .... 그가 없으므로 일단은 영어 수업을 하여야 한다. 현정이는 출력해 둔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네시 조금 넘어서 벨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주니까 문 밖에는 새명이 아니라 지혜까지 모두 일곱명이 와있다. 여학생이 3명이고 남학생이 4명이었다. 현정이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듯한 긴장을 느끼기 시작했다. 애들을 자리에 앉게하고 컴퓨터에서 부족한 네명분을 더 출력했다. 애들은 저희끼리 무슨 얘기를 하면서 킥킥거리고 있었다. 제발 나를 두고 비웃지 말기를 .... 지혜 : 선생님, 새로 온 애들도 있는데 수업 하지 말고 놀면 안돼요? 현정 : 그냥 놀기만 하면 안되죠. .. 조금만 하고 놀자. 지혜 : 그 <조금만>이 잘하면 사람 잡는다~.. 호호~ 현정이는 긴장한 탓인지 당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애들이 지문을 읽는 동안에 경철이에게 상황을 알리는 카톡을 보냈다. [현정톡] : 세명이 아니라 일곱명이야. 지금 정신이 나갈 지경이야. [경철톡] : 30 명이 왔더라면 어쩔뻔했어? .. 곧 갈께. 현정이가 단어와 문장을 설명하고 문법을 설명했다. 들뜬 기분인 현정이는 애들이 알아듣는지 못알아듣는지를 알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암기하라고 하고 시간을 주었다. 그러다가 보니까 이미 시간은 한시간이 넘고 있었다. 지혜 : 오늘은 수업을 조금만 한다고 하셨는데요? 벌써 한시간이 넘었어요. 그 때 경철이가 피자 네판을 들고 나타났다. 애들은 모두 입맛을 다시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와서 두명당 피자 한판을을 먹을 수 있도록 놓아주자 애들은 곧 먹기 시작했다. 경철이는 자기 소개도 시키고 또 학생카드를 나누어주고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집주소와 집 전화번호를 적도록 했다. 애들은 먹으면서 조잘거렸다. 여자애 중에 정희가 현철이에게 물었다. 정희 : 선생님 두 분이서 사귀는 것 같은데요? .. .호호~ 경철 : 그렇게 보여? 현정 : 절대 아니거든~ 지혜 :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의 역설적 표현? .. 호호~ 경철 : 아직은 아닌데 .. 너희들 생각이 그러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께요. 지혜 : 와앙~ .... 근데 언니선생님이 쫌 아깝다~!! .. 호호~ 정희 : 그치만 어쩌겠어? .. 걍 사귀세요~!! 모두들 : 사겨라!!..사겨라!!..사겨라!!..사겨라!! .. 깔깔~ .. 까르르~ 하하~ 호호~ 여학생들이 먹던 핀자는 남고 남학생들은 모두 먹어치웠다. 피자를 먹고 난 후에 현정이는 정리를 했다. 경철이는 학생 일곱명을 두 팀으로 나누었다. 다음부터는 한팀씩 영어와 수학을 동시에 하고 나중에는 수학과 영어를 동시에 한다. 수업은 월, 수 그리고 토, 일 이렇게 주 4일로 잡았다. 이런 것들은 현정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없었을 때 현정이는 긴장하고 당황했었다. 그가 돌아오자 모든 것은 다시 순조로워졌다. 현정이의 두 뺨도 이제는 더 이상 불그레 하지 않다. 경철이는 수학 수업을 시작했다. 방정식, 그리고 일차방정식, 또 2차방정식의 개념과 근을 구하는 법에 대한 설명을 끝냈다. 그리고는 근의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화이트보드에 일일이 적어가면서 설명했다. 그리고는 각자 해보라고 시키면서 한바퀴 돌았다. 이 때 현정이도 같이 돌았다. 한명 한명에게 시키면서 악히도록 가르쳐주었다. 세번 정도를 반복하자 웬만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한번에 두명씩 애들을 화이트보드로 불러서 직접 시켜보기도 했다. 경철이와 현정이가 한명씩 밭아서 익숙해지도록 시켰다. 그러는데 지혜가 경철이에게 말했다. 지혜 : 선생님 .. 얘들 오늘 첫날인데 너무 빡씨게 시키는 것 아닌가요? 경철 : 근의 공식 한가지밖에 안하는데? 지혜 : 빡씨다의 정의 - 놀지 않고 공부만 한다. 정희 : 놀기도 해야죠. 경철 : 공부 다 끝나고 놀자. 정희 : 끝나면 집에 가야죠. 경철 : 노는 것은 아까 피자 먹으면서 놀았잖아? 정희 : 그건 영어시간에 놀은 거고, 수학 시간에도 놀아야죠. 경철 : 알았으니까 이것만 끝내자. 지혜 : 헐~~ ... 그럼 수업 끝날 시간인데 ..?? 경철이는 지혜와 정희의 말을 무시하고 끝까지 수업을 해버렸다. 그래도 애들 일곱명의 표정은 모두 밝은 것 같았다. 일곱시 반이 넘어서 수업은 끝나고 애들이 모두 돌아갔다. 현정이는 긴장이 풀리면서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경철이는 여섯명의 엄마들과 전화를 하고 또 카톡도 했다. 그러면서 계좌번호를 보내주었다. 또 나중에는 지혜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누구누구 여섯명이 왔다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끝나고 나자 경철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현정 : 수업이 끝나도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니네? 경철 : 처음 온 애들이니까 이렇게 해야 해. 현정 : 너는 어떻게 이건 것을 잘 해? 경철 ; 인터넷 검색~!! 현정 : 그런데 .. 다음 수업 전까지 6 명으로부터 정말로 600 만원이 입금될까? 경철 : 몇일 오차가 생기더라도 될거야. .. 걱정 돼? 현정 : 워낙 큰 돈이쟈나? .. 이러다가 돈벼락에 맞을까봐서 .... 경철 : 우리가 투자한 돈은 생각 안해? 현정 : 그건 .. 경철 : 30 명이 다 와도 끝까지 남아잇지는 않고 일부는 나갈거야. 또 금액이 약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고 ... 현정 : 그치만 정희를 조심해야겠지? 경철 : 맞아. .. 지혜가 지난 주랑은 아주 다른 애처럼 하네. 현정 : 무조건 무시하면 상처받을 것 같으니까 안되고 ... 현정이는 저녁밥을 해서 그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밤 10 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현정이는 얼른 침대로 가서 뻗고만 싶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본 경철이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럴 수는 없었다.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도 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잠시만 쉬겠다고 했는데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니까 그만 아침 8시였다. 현정이는 화들짝 놀래서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가서 찬물을 틀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찬물의 물줄기 속에 한참을 서있었다. 아마도 전화기에는 또 그가 카독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냉장고 들어오고 또 뭔가를 해야하니까 일찍 오라고 하겠지. 그러나 그녀가 나와서 전화기를 열어보았을 때에는 아무 것도 와있지 않았다. 왜지? 몇일간 무리를 하더니 결국 아파서 누웠나? 설마 간밤에 또 맥주라도 홀짝거리고 늦게까지 뻗어서 자고 있나? 전화를 할까? 기다릴까? 어제 올 때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 현정이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일곱명에 대한 수업은 오늘은 없다. 그러니까 쉬어도 된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뭔가 일정이 빡빡할 것 같고, 또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오늘 하루가 불안하게 생각되었다. 현정이는 혼자서 망설일 수가 없어서 큰 가방에 속옷과 겉옷 몇가지를 싸들고 서둘러서 그에게로 갔다. 그녀는 당연히 그가 일어나서 테이블에 앉아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오피스룸을 지나서 그의 방문 앞에 섰다. 그런데 방문이 닫겨져 있었다. 이 더위에 왜 문을 닫아두었지? 현정이는 노크를 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녀는 현관으로 나가서 그의 신발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 평소와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남자가 옷을 벗고 자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문을 열 수도 없고 .... 현정이는 전화기를 들고 그의 번호를 띄워 올렸다. 그리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경철 : 벌써 일어났어? 현정 : 나 여기 왔는데 .. 어디야? 경철 : 오늘 수업 없으니까 늦게까지 푹 잘 생각 아니었어? 현정 : 아니 ... 난 .. 그냥 ... 경철 : 나 지금 집인데 .. 기다려. .. 곧 그리로 갈께. 뭐야~?? 내가 오바한 건가? 현정이는 그의 방을 나와서 새로 얻은 방으로 갔다. 그리고는 혼자서 청소를 시작했다. 욕실과 작은 방, 옷장, 오피스룸까지 걸레질을 깨끗이 했다. 그런데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현정이의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그에 대한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방 청소가 다 끝나고나서 문을 잠그고 족도로 나왔다. 그런데 복도에서 보니까 그의 현관 문이 열려있다. 그것을 본 현정이의 가슴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가 온 것일까? 반가운 마음에서 현정이는 열린 문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갔다.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꽝~!!!> 하고 현정이가 경철이와 부딪쳤다. 현정이는 갑자기 어지러워지면서 경철이에게 몸을 기댔다. 경철이가 현정이를 잡으면서 말했다. 경철 : 미안 .. 저쪽으로 가려고 급하게 서둘러서 나오다가 그만 ... 현정 : 아니야. .. 내가 미안하지 .. 문이 열려있어서 내가 아까 열어놓은 줄 알고 ... 현정이는 그제서야 자기가 경철이에게 거의 안기다시피 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그는 그녀를 이상하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경철 : 무슨 일 있었어? 현정 : 아니~ .. 청소하는 중이었는데.. 경철 : 아침에 차를 계약하러 가기로 했거든. 현정 : 갔다 와 .. 청소를 마저 해 놓을께. 경철 : 엄마가 밑에서 기다리셔. .. 갔다 올께. 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현정이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현정이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만지면서 집안으로 들어섰다. 아무 일도 아니었어. 서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까 그냥 부딪친 것 뿐이야. 현정이는 스스로를 달래면서 욕실로 가서 찬물에 손을 적셔서 얼굴에 댔다. 자기의 얼글이 뜨거운 것 같았다. 앞에 있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쳐보았다. 얼굴이 버얼겋다.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는 거울을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현정 : 야~!!! ... 신현정~!! .. 정신차려~!!! 얼굴에 있는 물기를 닦아내려고 현정이는 타올을 꺼내서 얼굴을 탁탁 치면서 몸을 돌려서 욕실을 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또 한번 기겁을 하고 놀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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