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친구, 그리고 나 - 중편
무료소설 유부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6,4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들의 친구, 그리고 나 - 중편
"뭐?? 못 온다고?? "
"어, 미안. 학원에서 갑자기 레벨테스트 한데. 나 간당간당 하쟎아. 떨어지면 끝이야. ㅠㅠ"
"그럼 어떡해?? 엄마 혼자선 이거 다 못 해. 지금도 난장판인데. "
"아!! 내가 성우한테 콜 해볼게. 걔가 비쥬얼은 그래도 정리정돈은 끝내주거든"
"성우는 테스트 안해?? 같은 학원이쟎아??"
"... 성우는 전국에서 노는 레벨이야... 테스트가 필요없지."
"으이구. 너두 그러니까 좀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를 해. 맨날 산만해서 이리 갔다 저리갔다 그러니까 ~~~ "
"에에에. 몰라몰라. 안 들려. 에에에. 여하튼 성우 불러줄게. 청소시켜. 끊는다. 뿅!! "
갑작스럽게 고장나버린 보일러때문에 집안이 난장판이 되버렸다. 아들 학원끝나기만 기다렸는데 항상 이런 식이다. 장농이랑 식탁, 소파등 무거운게 많아 혼자 할 엄두가 안 나서 맥이 빠졌는데 싹싹하고 자상하고 깔끔한 성우가 온다니 오히려 반가웠다. 그 날 둘의 대화를 엿들은 이후 성우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따스함이 더해진것도 반가움의 이유였다. 말도 안되지만 성우가 온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머리도 하나로 질끈 묶고 무늬없는 티셔츠와 김장 할 때나 꺼내입곤 하는 몸빼바지도 입었다. 준비가 끝난것 같아 방을 나서려는 순간 벨소리가 울렸다. 왜인진 모르지만 신이나서 부리나게 달려나갔다. 발걸음도 너무 가볍고 상쾌했다.
"벌써 왔어?? "
"네!! 달려왔어요. 아하. 숨차요. 하하. "
"으잉?? 그럴거까진 없는데. 힘들게 왜 달려와. "
"어머니 혼자 먼저 일 시작하실까봐. 힘드실까봐요. 제가 다 할게요. 어머니는 일하시지 않아도 돼요. 감독관 하세요. 오늘 여태 얻어먹은 밥값 제대로 하겠습니닷!!! "
이 아이는 참 한마디를 해도 따뜻하구나. 현관문 앞에서는 햇살이 비치지 않는데도 난 지금 햇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손목을 잡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얼른 들어오기나 해. 천천히 할테니 조금만 도와줘"
우리는 구역을 나눠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작업 방식의 불합리성을 느끼고 분업을 하기 시작했다.우리 집이라 뭐 하나를 배치해도 내 의견없이는 결정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우가 먼저 앞서 가며 짐들을 부리고 옮기면 내가 뒤따르며 위치를 지정하고 정리하는 식이었다.한참동안이나 우리는 음악도 없이. 그렇다고 별달리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조용한 가운데 일을 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집안은 우리의 열기로 다소 더워졌지만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정원의 새소리가 들려 오기도 하고, 지나가는 아이들의 고함소리도 들리고, 여하튼 모든 것이 평화로왔다. 무척이나.
"생각 밖으로 일을 잘 하시는데요.그냥 보기엔 어머니 정말 약해보이시는데. 약간 의외에요. ㅎㅎ"
"그래? 그럴 거야. 우리집 체질이 원래 그래. 보기보다 강하거든. 어렸을 때도 이사를 하면 우리 엄마가 집을 온통 수리를 했거든. 매번. 큼직큼직한건 당연히 인부들이 하지만 그래도 자질구레한게 많거든. 끝나고 나면. 엄마랑 내가 온종일 동동거리면서 일했지.그리고 마당에 화초들도 전부 새로 심고 그랬어."
"정원도요?. 진짜 힘드셨겠다."
"그때는 그랬지. 그래도 이쁘게 바뀌어가는 모습 보면 힘든줄도 몰랐어. 아무튼 우리 엄마는 뭐든지 다 잘했어. 그러니 나도 왠만큼은 하겠지?? 하하하 "
내가 더 일부러 더 능숙한 척하며 돌아다니자 성우는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 순간 잠시 나는 그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일을 계속해 나갔다. 평소엔 다소 어두운 표정인데 어쩌다 이렇게 한번 활짝 웃을 때는 너무나 황홀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잠시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일꾼 밥 줘야지?? 배고프지 너두. 아줌마는 엄청 배고픈데"
시장기를 느낀 내가 물었다.
"어!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요?? 저도 그 말을 들으니까 엄청 시장한데요"
"어떡할까?.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시켜다가??"
"저기... 제가 오면서 샌드위치랑 라떼를 좀 사 왔는데. 같이 먹으려고요. 아무래도 집에서 해먹기 곤란할것 같아서"
"으잉?? 아니 넌 일하러 오면서 뭘 그렇게까지 했어?? 내가 널 먹여야지!!"
샌드위치 뭉치가 어느새 싱크대 위에 놓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꽤 고급스러운 가게에서 만든 것이었다.
"어쨌든요. 일단 먹고 또 하죠. 근데. 우리 정원에 나가서 먹을까요? 이왕이면 ?? 근사하게."
마지막 근사하게 라는 말 한마디가 정말 근사했다. 그리고 근사한 성우의 제안에 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봤다. 맑고 청명한 날씨...솔솔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그런 것들이 고개를 나도 모르게 끄덕이게 만들었다. 샌드위치는 진짜 훌륭했다. 아삭아삭 양상추와 신선한 토마토, 듬뿍 들어간 모짜렐라 치즈만으로 이뤄진 샌드위치는 담백하면서도 든든해서 곁들여 가져온 바닐라 라떼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역시 감각이 있단 말이지. 그리곤 근사하게 배려받는 기분에 갑자기 내가 갓 연애중인 아가씨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정원 한가운데 나무 그늘밑에 놓인 의자에 앉아 대문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맛있어요?"
"응!!! 진짜 잘 골랐어. 너무 맛있다."
우린 다시 말없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냥 이런 휴식같은 순간이 너무 좋았다. 침묵속의 다정한 대화랄까. 바람에 잎사귀 부비는 소리를 내는 주변의 나무들을 가끔씩 둘러보기도 하고 새털같이 가느다란 구름이 높이 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언뜻 둘이 시선이 마주치면 조금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앉아있었다. 몇마디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둘러싼 공기자체가 바뀐것 같았다. 좀 더 친밀하고 편안한 느낌이 우리를 감싸는듯한 기분도 들었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눈을 반쯤 감은체 하늘을 올려다봤고 그리곤 어느 순간 언제부턴지 성우의 팔 바깥 쪽이 나와 닿아 있음을 느꼈다. 내 몸에 닿아있는 녀석의 팔은 나이에 맞지 않게 무척이나 경직되어 있었다. 매일매일 무척이나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이 그대로 내 몸에 전해져왔다. 순간 눈물이 핑 돌고 쓰다듬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일어났다.
"자, 좀 쉬었으니 이제 마무리 해볼까?? "
"네. 어서 일해야죠. "
같이 의자에서 일어나던 성우가 불쑥 말을 건넸다.
"근데 어디서 좋은 향기가 나는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어요. 설명하기도 힘든데 엄청 좋은 향기가. 흠흠.뭘까요??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 난 전혀 모르겠는데. 뭐지?? "
"그러게요. 아~~ 궁금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봐오던 교복이 아닌 약간은 헐렁하면서도 빛바래듯한 청바지를 입은 뒷 모습이 무척이나 남자다워 보였다. 걸음걸이마저 거침없고 시원시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왜 이렇게 내가 이 아이의 행동하나 말 한마디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시선은 그의 등에 꽂은체 이런 상념들을 곱씹었다. 그리곤 몇걸음을 옮겨 현관문 앞에 이르러 문을 열고 신발을 벗으며 들어가려는 순간.
성우의 얼굴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속도로 출렁이며 다가와 나의 입술에 닿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멈춰 있다가 떨어졌다. 운동화를 채 벗지도 않은체 , 신발장 문은 반쯤 열린체, 그 좁은 현관입구에서 성우의 입술을 느꼈다. 처음엔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 부딛쳤다고 생각했다. 좁기도 하고 신발을 벗느라 둘다 움직거렸으니까. 게다가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엉뚱했기에 설마 이게 의도한 입맞춤이라고는 도저히 판단할 수가 없었다.
"아, 여기서 나는 향기구나"
잠시후 내 뒷덜미를 단단히 잡아채는 손길을 느꼈고 이내 좀전보다 무척이나 촉촉해진 성우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다시금 닿았다. 그 아이의 까칠한 턱과 코가 느껴졌고 내 입술을 덮고 가볍게 빨아들이는 입술의 흡입도 느껴졌다. 분명한 입맞춤이었다. 난 즉시 밀쳐내려 했다. 그러나 내 몸은 전혀 작동하질 않았다. 아랫입술을 살며시 빨던 녀석은 윗입술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키스의 아련함에 점점 몽롱해져갔다. 나도모르게 아랫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이자 성우도 내 윗 입술을 깨물고는 놓지 않았다. 어느새 벌어진 입술사이로 그의 혀가 들어왔다. 좀전에 같이 마신 바닐라향이 느껴졌다. 아니, 그보다 훨씬 달콤했다. 그가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혀를 얽히고 鰕?돌리자 내 입속은 더 뜨거워져갔고 손은 허리를 감은체 더 바짝 당겨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 막상 키스가 시작되자 난 양손만 꽉 쥔체 꼼짝도 못 했다. 두 손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벌 서듯 엉거주춤 들고있을 뿐이었다.그리곤조심스레 나도 혀끝을 돌려 그의 혀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잠시후 내 등을 더듬어 올라가는 손길이 느껴졌고 몸에 맞닿은 탄탄한 성우의가슴이 흥분을 더 했다. 혀가 점점 길어진것처럼 목 구멍 끝이 닿을정도로 깊이 키스를 퍼부었고 브래지어 아래로 불쑥 그의 손이 들어온 그 순간에야 난 정신이 돌아왔다. 체취에 마음이 가 있는 사이 성우의 손이 내 젖가슴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그제서야 느낀 것이다. 나는 순간 몸을 비틀며 밀어내려 했지만 어느새 두 손목이 성우의 손에 의해 뒤로 꼬인체 잡혀있음을 알았다. 웅웅거리며 몸부림을 쳤지만 가슴위에 올라와 있던 손이 가득 움켜잡은 뒤 혀에 자신의 혀를 엉켜가자 나의 몸짓은 순간 멈췄다. 그리고 곧이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젖가슴을 주무르자 입술을 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성우야, 그만해!!"
고개도 들지 못한체 한마디 내뱉은후 겨우 어깨를 밀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물러나주겠지 생각했지만 성우는 다시 강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그의 당김에 얼굴이 어깨에 파뭍였고 땀내새와는 좀 다른 체취가 느껴졌다. 한순간의 스킨쉽에 성우가 벌써 남자라는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순식간에 반대편 손이 청바지의 뒷쪽으로 들어와 엉덩이를 터질듯이 잡았다.그리고 그 순간 아랫쪽부터 짜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그 때 여자의 촉이 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내가 먼저 안기고 싶을것 같은.
"오늘은 안돼, 여기서도 안돼. 애아빠가 올지도 몰라. 지금은 일단 나가줘. 부탁이야. 제발. "
있는 힘을 쥐어짜서 소리쳤다. 외침이 통했는지 성우는 포옹을 풀었고 그대로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내가 먼저 때리듯이 그의 등을 떠 밀었다. 그래야만 했다.
"어서 가. 성우야. 이러다 큰일 나 우리. 어서 나가. 응?? 어서."
잠시 숨을 헐떡이던 성우는 나의 계속된 재촉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못한체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잠시후 콰당 하는 문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나도 잠금장치를 걸고는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갔다. 슬리퍼도 신지않은척 뒤도 안 돌아보고 욕실로 들어간 나는 수도꼭지를 최대한틀어 세수를 하고 입안을 헹구고 거울을 보며 몸을 가다듬었다. 거울속으로 보이는 발그라한 얼굴이 우리가 나누었던 좀전의 야릇한 시간들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순간 깜짝 생각이 떠올라 급히 변기에 앉아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내려보았다. 진향 향기와 함께 온통 축축이 젖어있었다. 얼른 바지를 벗어서 세탁바구니에 넣곤 정신없이 팬티를 빨기시작했다. 누구 하나 보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주홍글씨라도 묻은것처럼 난 온 힘을 다해 팬티를 씻고 또 씻었다. 한참이나 지나 어느새 말끔해진 팬티를 빨래걸이에 걸고 넋이 나간듯 욕조 귀퉁이에 널부러져 앉았다. 그리고 가슴이 터질듯 생각이 났다. 내가 그 아이에게 한 말이.
"오늘은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