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 되기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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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5,7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좋은 아빠 되기 - 상편
좋은 아빠 되기
좋은 아빠 되기좋은 아빠 되기(상)
아내의 전화를 받으며 내 감정은 마치 널을 뛰듯 일희일비(一喜一悲) 했다. 빌어먹을 ...... 정말 남의 오장 지르는데는 한가닥 한다니까.
"나예요."
착 가라앉은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주눅들게 하거나 불쾌감을 준다. 나는 "어-."라고 간단하게 응답했다.
"민정이를 발견했어요!"
"뭐? ...... "
나는 경악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아, 이 일을 어쩌나? 어떤 순서로,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
"그런데 또 자취를 감췄어요."
"뭐? ...... "
나는 또 놀라움의 한마디만 하고 혼란에 빠졌다. 발견됐다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무슨 내용인가? 뭔가 일이 꼬이고 복잡해 지는 모양이다.
"그년이 친구와 만나기로 한데에 내가 미리 잠복해 있었는데 내가 나서자 냅다 도주해 버렸단 말예요."
"도주 ...... ? 누가 도주를 해?"
"누구긴 누구예요? 당신 딸, 민정이 그년이죠."
"뭐? 그럼 민정이가 살아 있단 말야?"
"네? ......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 ......? "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착각을 한 것 같다.
"음,음, ...... 그러니까 당신이 민정이 얼굴은 봤는데 그 애가 도망을 쳤다는거야."
"그렇다니까요."
아내의 목소리는 벌써 짜증끼가 배어 있다.
그러나 나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큰 숨을 내쉬었다. 아, 민정이가 살아 있었구나! 아,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야. ...... 그제서야 나는 화가 치밀어 전화기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말을 차근차근하게 남이 알아듣게 해야 될꺼 아냐!"
"어머! 왜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예요? 당신은 손 놓고 멀뚱히 있는데도 나는 여기저기 쏘다니며 정보를 캐고, 그애 친구년 카드빚까지 탕감해주기로 하고 은신처를 파악해서 장시간에 걸쳐 잠복까지 한 것인데 그 공로를 인정해주기는커녕 왜 나한테 화부터 내고 야단이예요?"
아, 또 그 장황한 잔소리 ......! 다른 때 같았으면 당장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너무 궁금해서 참았다. 그 후에도 몇차례 언쟁이 오갔지만 이제 사태는 대충 파악했다.
민정이가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아내가 나갔건만 민정이가 제 에미를 보자 도망쳐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에 민정이가 일한다는 곳까지 아내는 알아 냈다.
안산시에 있는 파인힐 비지네스 클럽. 이름만으로 나는 그곳이 룸살롱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집에서는 홍리나, 혹은 0번을 찾으면 된다고 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아니, 이년이 룸살롱은 또 뭐야. 아직 여고 2학년짜리가 ...... 아내 탓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나를 화나게 하는 일이었다.
"6시에 출근한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까 이제 당신이 처리해요. 그년을 끌고 오든지, 아예 목을 따 놓든지 ...... "
아내는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여자가 말하는 꼴 하고는 ...... 에미가 저런 식이니 딸도 가출을 하지.
전화를 끊으니 일희일비의 널뛰기도 중단됐지만 여전히 화가 나고 아내가 밉쌀스러웠다.
오늘 일도 그렇다. "민정이를 만났는데 도망쳐 버렸으니 이제 당신이 찾아 오시오." 하고 남들처럼 쉽게 말했으면 바로 알아들었을 것 아닌가. 뭐 유식한 티를 낸다고 '발견'이니 '자취'니 '잠복'이니 '도주'니 '은신처' 같은 말을 쓴단 말인가. 제가 무슨 컬럼버스야, 뉴튼이야, 형사야. 가출한 딸 찾아 냈으면 그저 '찾았다'고 말하면 될 것 아닌가. 그 '발견'이라는 단어 때문에 나는 '시체 발견'이라는 뜻인줄 알고 경악했던 것이다.
모든 일의 발단은 꼭 일주일전이다.
그날 민정이가 아무 연락도 없이 집에 안 들어왔다. 나는 우선 "자식을 어찌 키웠길래 그러냐?"고 아내를 닥달하고 마음을 다졌다. 다 큰 여자애가 무단 외박을 하다니 ...... 외동딸이라고 응야응야만 해 주었는데 한번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튿날도 안 들어왔다. 나는 정말 화가 났다. 그 애한테는 처음이지만 종아리라도 때리면서 바로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셋째날도 안들어 오자 이년, 아예 다리 몽뎅이를 분질러 놓겠다며 속을 부글부글 끓였다. 그동안 아내는 민정이 친구며 학교며 잘 가는 PC방도 돌아다니며 수소문하는 모양이지만 행적이 묘연했다.
넷째날은 ...... 나는 문득 아라비안나이트의 한토막이 생각 났다.
한 어부의 그물에 물고기 대신 도자기 병 하나가 걸려 나왔다. 뚜껑을 열었더니 연기가 모락모락 나더니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섭게 생긴 마귀로 변했다. 그 마귀는 "나는 3천년 넘게 이 병에 갇혀 있었는데 이제 너를 죽여야겠다."라고 했다.
"내가 바로 갇혀 있던 마귀님을 풀어 준 사람인데 왜 나를 죽입니까?"
겁에 질린 어부에게 마귀는 설명했다.
"알라신의 노여움을 사서 이 병에 갇힌 후 처음 천년동안은 누구든지 나를 구해주면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작정했다. 다시 2천년이 되기까지는 왕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지. 그런데 3천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자 나도 너무 화가 나서 누구든지 나를 병에서 꺼내면 우선 그놈부터 죽이겠다고 스스로 약속해 놓은 것이다."라고 ......
내가 그 꼴이다. 다만 내 감정의 변화는 갈수록 약하고 너그러워 졌다는 점이다를 뿐이다.
바로 어제까지 다리 몽뎅이를 분질러 놓겠다는 내 기분은 넷째날이 되자 덜컥 겁부터 났다. 이 애가 정말 사고라도 난 것 아닌가? ...... 사고라는 말을 떠올리자 상상은 더욱 나래를 폈다.
한창 때의 여자애가 범죄의 표적이 된다면 남자나 중년 이상의 여인들보다 더욱 위험하고 끔찍하다. 납치, 인신매매, 강간, ...... 그것도 집단 윤간을 당하고 시체는 어디 외진 곳에 버려진 것까지 나의 상상은 진전되는 것이다. 공사판 한구석에 유기된 묘령의 여인시체, 목을 졸라 살해한 듯 한데 하의는 벗겨져 있고 추행당한 흔적이 있다. ...... 이런 신문기사나 방송뉴스는 이제 일상사가 되어버릴만큼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지 않는가. 그런 끔찍한 사건과 민정이가 연결되는 것이었다. 아, 재수 없게 불길한 생각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미 본 것을 억지로 잊어버리라는 강요처럼, 나의 마인드 콘트롤은 효과가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딸 가진 부모들은 이런 나의 심정에 공감할 것이다.
아, 민정아! 귀여운 내 딸아! 부디 살아만 있어다오! 납치가 되었든 강간을 당했든, 그것도 여러놈이 집단 강간을 했더라도 부디 살아만 있어다오! ...... 그동안 너를 때리거나 야단 친 적은 없지만 무심한 아빠였던 것만은 틀림 없지. 아, 민정아. 부디 살아만 있어다오! 앞으로는 정말 다정하고 좋은 아빠가 되어줄께! ...... 나는 눈물까지 글성이며 혼자 이렇게 기도하고 다짐했다.
나는 경찰서를 찾아갔다. 마침 형사계장이 중학교 동창이라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딸의 문제를 털어 놓을 수 있었다.
가만히 그 동안 경위를 듣기만 하던 친구는 "학교 성적은 ......?" "특별한 교우관계는 ......?" "일진회 같은 써클 가입은 ......?" 같은 것들을 물어 왔는데 나는 하나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나는 민정이가 내신 몇등급 정도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뭘 원하는거냐?"
"뭘 원하다니 ......? 당장 수사를 하고 그 애를 찾아야지. 제발 하루 빨리 좀 찾아 줘! 가슴이 타서 미치겠어."
같이 술도 마시고 오입도 한 놈이 갑자기 냉담하게 나오는 것 같아 섭섭한 기분이 들었지만 내 입장이 다급한지라 나는 또 눈물까지 글성이며 애원하듯 말했다.
"가출자 때문에 경찰을 투입할 수는 없어. 정식으로 실종신고를 하면 접수는 해 주지. 하지만 역시 전담수사는 못해. 인력이 워낙 부족하거든."
녀석이 더욱 냉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계속 징징거리자 그가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주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만도 했다.
그는 부하를 시켜 '실종신고철'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이게 올해 접수한거야"라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백장은 넘어 보였다. 그중 몇장은 '귀가' '시신발견' '수사종결' 같은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지만 대부분은 미해결이었다.
더구나 신고서 양식을 보니 명함판이나 수영복 사진, 혹은 가족과 찍은 것등의 사진이 필수적이며 가족 사항, 이성 관계, 전과 여부, 정신병이나 도벽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적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단골 치과, 몸에 있는 점이나 흉터등도 표시해야 한다. 그것은 시체를 발견했을 때 식별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을 나도 상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딸을 거의 발가벗기듯 기록해 놓는다는 것이 망설여 졌다.
"경험상으로 보면 실종신고의 95% 이상이 자발적인 가출이야. 특히 10대와 주부들이 많지. 또 신고자들중에는 변심한 애인에게 복수나, 떼인 돈 받아 내려는 채권자도 있어. 가출한 여고생 찾아 보라면 요즘 젊은 형사들은 당장 나한테 대들거야. 하여튼 내가 유념은 할테니까 며칠 더 기다려 봐."
결국 나는 실종신고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고 그 친구의 말이 맞았다.
나는 혼자 차를 운전중이다. 민정이가 일한다는 룸살롱을 찾아 가는 것이다. 오늘따라 음악이나 젊은 연예인들의 잡담을 듣는 것도 짜증이 나 라디오를 꺼버렸다. 민정이 문제를 다시 생각했다. 그년을 야단쳐야 하나? 달래야 하나? ...... 바로 오늘 아침까지 부디 살아만 있어 다오 라고 빌었던 것과는 달리 심경이 착잡했다. 그러나 한동안 사색하던 나는 행동지침을 결정했다. 대화, 이해, 관용. --- 이것이 바로 학습효과인 것이다.
어젯밤, 나는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무슨 교육방송 같은데서 '청소년의 탈선과 비행'이라는 프로를 꽤 진지한 자세로 시청했다. 민정이 일만 아니었으면 이런 프로는 죽어도 안 본다. 나는 드라마도 싫고 스포츠중계와 뉴스나 가끔 보고 그런 것도 없으면 이미 보았던 포르노 테이프를 다시 틀지언정 모두 저 잘난척 떠드는 토론프로 같은 것은 10초도 안걸려 채널을 돌리곤 했다. 그러나 이날만은 내 처지가 그러니 신경을 집중하면서 시청했다.
역시 토론프로는 모두 저잘난 척하고 중구난방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 여자 게스트의 말은 내 귀에 쏙 들어왔다.
" ...... 그렇게 기성세대들이 10대의 언행을 일단 부정적으로 보고 억압과 교정만 하려고 집착하는 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우리는 우선 10대와 감정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죠. 그리고 그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부모의 심경을 알아달라고 강요하기 전에 그 애들의 심경을 이해해 주어야 해결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관용이예요. 매질을 하거나 정학을 시키거나 소년원에 가두는 것으로는 이 사회가 절대로 10대의 탈선이나 비행을 치유하지 못합니다. 대화, 이해, 관용 ---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슨 대학교 교수와 교육심리학 전공. 심리학 박사등으로 소개 자막이 나오는 그녀는 돗수 높은 안경을 끼고 깡마른 얼굴에다, 얄팍한 입술이 말을 할 때는 남을 비웃는 것 같은 인상도 들었다. 다른 때 같으면 억지로 이런 프로를 보게 되더라도 참 맛없게 생긴 년이로군이라고 툴툴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어떻게 그리 맛없이 생긴 얼굴에서도 그토록 지당한 말씀을 하시는지 ......
그래, 나의 오늘 행동지침은 정해졌다. 대화, 이해, 관용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아빠, 정말 철저하게 좋은 아빠가 될 것이다.
파인힐 비지네스클럽은 아직 시멘트 냄새가 날 것 같은 신축빌딩의 지하에 있었다. 주위에는 룸살롱뿐 아니라 카바레, 노래빠, 모텔, 심지어 아구찜 식당까지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며 불야성을 이루는 환락가였다.
요즘은 촌놈들이 더 한다니까 ...... 아니, 그것은 꼭 올바른 지적이 아니다. 나도 지난날 일부러 북한강변이나 신흥도시의 유흥가를 찾아 돌아다닌 적이 있지 않은가. 이곳도 주민이 고객이 아니라 은밀하게 만나거나 탈선을 할 때 가능하면 평시의 행동반경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는 연놈들을 위한 장소일 것이다.
이 룸살롱은 입구에서부터 리본이 달려있는 화분이 줄줄이 놓여 있어 역시 최근에 개업한 집이다. 언뜻 보기에도 면적은 백평이 넘어 보이고 카페트가 깔린 복도 사이로 총총이 붙어 있는 룸들이 몇10개는 될만한 대형 룸살롱이었다. 보타이를 맨 웨이터가 90도 각도로 절을 하며 "혼자십니까?"라고 묻기에 내가 "지금은 혼자지만 더 올 수도 있지."라고 했더니 나를 한 룸으로 안내했다.
이어서 물수건을 든 웨이터와 함께 드레스를 입은 30대 초반의 여자가 등장했다.
"사장님, 우리집 처음이시죠? 우선 인사드립니다. 저 강미란이예요." 하면서 그녀는 명함을 내밀었다. 키도 휜칠한데 인상이 요즘 윔블돈에서 뛰는 사라포바와 퍽 닮았다. 젖통은 그보다 훨씬 커 보였다. 딸 문제만 아니면 이집 마담과도 작업을 한번 걸어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미션이 있다.
"여기 홍리나라는 애 있지?'
"어머, 사장님도 정보가 빠르시네요! 어떻든 일찍 오셨으니까 바로 대령하죠. 그 애는 우리집 프린세스지만 늦은 시간이면 콜이 너무 많아 트래픽이 일어나기도 하죠."
나는 그녀도 아내처럼 문자 쓰기를 좋아 하는 것 같아 "알았어. 빨리 데려 오기나 해!"라며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노크 소리가 잠깐, 안에 있는 사람의 반응을 들기 전에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놀라움으로 거의 비명을 지를뻔 했다.
마치 꿈 속에 선녀가 나타난 듯 했다. 아니, 그런 식의 말은 너무 허황하다. TV에서 보았던 미스코리아대회나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온 후보가 실제로 내 앞에 등장한 것 같았다. 저게 내딸, 여고 2년생인 민정이란말야?
앞머리는 후까시라나, 붕 뜨게 올렸고 옆머리는 우아하게 웨이브 진 것이 목덜미까지 내려져 있다. 마스카라와 아이새도우로 치장한 눈은 쥴리아 로버츠나 이영애를 연상시켰다. 오뚝한 콧날 아래의 저 샛빨간 입술, 역시 여자는 진빨강 루즈를 발라야 가장 신선하고 색기있게 보인단말야. 커피색이나 보라색 루즈를 바른 여자를 보면 시체가 연상돼 정말 밥맛이 떨어진다. 그 붉은 입술 옆에는 못보던 큰 검은 점도 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점이 있는 자리다.
긴 목덜미를 지나 가슴으로 눈이 옮겨지며 나는 흑!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앞가슴이 거의 파인 드레스를 입었기에 계곡을 만들며 불룩하게 솟아 있는 젖통도 반쯤이 노출되어 있었다. 노브라라 팥알만한 젖꼭지의 윤곽도 보인다.
교복 차림일 때 민정이의 가슴은 거의 내 눈을 끌지 못했다. 가끔 잠옷차림일 때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저 제 에미 닮아 젖통도 큰 모양이군 하는 정도로 생각했지, 특별히 관심이나 호기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토록 풍만하면서도 탱탱한 젖통으로 성장했다니 ...... 당장 저 옷에 가려진 나머지 반쪽과 윤곽만 보이지만 분명히 분홍빛일 젖꼭지와 그보다 연한 색일 젖무리가 드러난 젖통 전체를 보고 싶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 눈으로 보는 감탄 뿐 아니라 바지 속에서 좆까지 꿈틀거리지 않는가. ...... 이래선 안 돼. 너는 오늘 좋은 아빠 노릇을 하려고 이 자리에 온 것 아니냐? 나는 뜻하지 않게 일어난 나의 충동을 자제하고 진정시켰다.
룸에 들어서며 민정이는 나보다 더 놀란 눈을 했다. 하기야 호스테스 차림으로 술집에서 아빠와 맞닥드렸으니 제 애인이나 학교선생을 만난 것보다 더 놀라고 당황할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민정이는 한껏 크게 떴던 눈을 깜빡거리며 입을 씰룩거렸다. 눈동자를 굴려 바로 뒤에 따라 오는 마담을 가르키기도 했다. 재치있게 임기응변을 부리는 그 제스쳐의 의미를 나는 알아 차렸다. 남들에게 우리가 부녀간이라는 것을 감추어 달라는 것이다.
나 역시 남들이 있는 이자리에서 곧바로 부녀상봉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태연을 가장한 것은 주책 없이 껄떡거리는 좆을 진정시키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인사드려. 오늘 처음 오신 사장님이시다."
"안녕하세요? 0번 홍리나라고 합니다."
나는 또 흑!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돌렸다. 딸애가 얼굴을 깊이 숙이자 패인 앞가슴이 젖꼭지만 빼고 거의 들어나듯이 안쪽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웨이터가 위스키 한병과 우유, 생수, 과일과 마른안주등을 갖다놓자 민정이, 아니 0번 리나는 제법 능숙한 손놀림으로 우유와 생수를 따르고 술병 뚜껑을 따더니 두손으로 내가 들고 있는 술잔을 채운다. 제기랄, 나는 난생 처음 딸년의 술잔을 이런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받고 있다.
"마담도 한잔 ...... ?"
혼자 술을 들이키기도 어색해 옆에서 땅콩 껍질을 벗기고 오징어를 찢는 마담에게 말을 걸었다.
"주신다면 영광이죠. 하지만 먼저 파트너한테 ...... "
나는 민정이가 두손으로 들고 있는 술잔에 또 난생 처음 딸에게 술을 따르고 마담 잔도 채웠다.
"찾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 건배!"
마담의 리드로 세명은 잔을 부딪혔다. 기분이 야릇하다. 정말 뭐 이런 시츄에이션이 있어? 술이라도 빨리 취해야 좀 진정될 듯 했다. 나는 위스키를 단숨에 비웠다. 민정이는 한모금 살짝 입에 대는 듯하고는 잔을 내려 놓았다.
"리나야! 내가 몇번 말했니? 사장님께서 주신 첫잔은 노털카로 마셔야 한다고 ...... 그래야 건배가 되지."
마담의 말에 민정이는 남은 술잔을 한숨에 비우더니 티슈로 술잔을 닦아 나에게 건넨다. 그 익숙한 동작들에 나는 불쑥 기분이 상했다. 잠시 나는 아무 말도 행동도 없이 찜찜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럼 불청객은 물러가겠사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라며 눈치 빠른 마담이 자리를 떠났다.
"민정아! ...... 이게 무슨 꼴이냐?"
나는 이 집에 와서 처음, 제대로 따진다면 일주일이 넘는 시간중 처음 딸에게 말을 건넸다.
"아빠 ......!"
눈을 마주치게 되자 나는 가슴이 찡하고 얼굴에 열기가 올랐다. 머리를 가꾸고 화장을 하니 늘 보아왔던 여고생 딸은 간곳 없고 정말 신선하고 매력적이며 한껏 성숙한 여인을 보는 듯 했다. 더구나 그 붉은 입술은 바르르 떨고 큰 눈망울에는 눈물이 글성이고 있어 더욱 내 가슴을 저리게 했다.
"죄송해요."
눈물이 한줄기 떨어지자 민정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 애처러운 모습을 보며 나는 울화가 치밀었다. 따지고 보면 사실 이 집에 와서 보게된 딸애의 모든 모습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흑! 하고 숨을 들이마실만큼 뇌쇄적인 옷차림이나 짙은 화장, 병마개를 따고 술잔을 채우는 그 능숙한 손놀림, 위스키를 원샷으로 마시는 것까지 ...... 영계 좋아하는 뭇녀석들이 며칠 사이라도 내딸을 얼마나 희롱했을까? ...... 이게 모두 장삿속에만 눈이 먼 악덕상인 때문이다.
"이 나쁜 놈들! 여고 2년생짜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 요즘 미성년자고용이 얼마나 큰 죄인지 이놈들은 모르나? 당장 이 집을 쑥밭으로 만들고 사장이고 마담이고 모두 콩밥을 먹여야지!"
나는 언성을 높이며 일어서려 했다.
"아, 아빠! 그러시면 안돼요. 이건 모두 제 잘못이예요."
"뭐가 네 잘못이야? 법으로 금지된 곳에서 일하든, 매춘을 하든, 미성년자는 처벌을 안 받아! 고용한 놈들이 죄값을 치루는거지."
"그게 아니라니까요! 이곳 사장님이나 마담은 제가 미성년자인줄 몰라요. 제가 스물두살이라고 속였거든요."
"뭐, 네가 스물두살 ......? 어떤 동태눈깔 연놈들이 너를 그렇게 본단 말이냐? 더구나 이런 룸살롱에 종업원을 고용하려면 필히 주민등록증을 확인해야 하는거야."
"그걸 제가 자영언니껄 빌려서 사진을 바꿔 붇혔거든요."
"뭐, 구장집 그 자영이 ......?"
민정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문제가 되면 저와 자영언니가 공문서 위조라나, ...... 사문서 위조 같은 죄목으로 처벌을 받게 된대요."
나는 주저 앉았다. 이거 좀 복잡하다. 민정이가 주민등록증을 위조했고 이집 사장은 그걸 전혀 몰랐다면 사실 처벌대상은 딸과 제공자인 자영이일 것이다.
하필이면 자영이가 또 이 일에 관련되다니 ...... 구장집이란 옛날 손바닥만한 동네의 아래 윗집에서 살던 때 불렸던 것이고 그애는 세탁소 하는 황가의 딸로 이미 고3일 때부터 나와 씹을 해왔던 처지다.
행실이 좋지 않고 몸이 헤퍼 그때도 '걸레'라는 소문이 돌던 애인데 우연히 한번 내 차를 태워 주었더니 "아저씨, 나 술 좀 사주세요." 하길래 아쭈, 이것 봐라 하는 기분에 바로 그날밤 한번 따 먹었다. 그후 자영이가 지방의 3류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가끔 만나 씹을 해 왔는데 작년부턴가 애인이 생겼는지 만나쟀더니 "바쁘다"고 하고, 다시 전화도 오지 않아 나도 잊고 있던 사이였다.
원조교제 식으로 약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씹을 하고나서 "급히 쓸데가 있는데 ......"라거나 "요즘 돈이 말라 전화도 못한다." 같은 말을 하면 용돈하라며 몇푼씩 쥐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년이 우리딸한테까지 무언가 사례를받고 주민등록증을 빌려준 모양이다.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 처음부터 흥분할 것이 아니라 당초에 생각했던대로 차근차근 이 문제를 풀어 가자. 바로 대화, 이해, 관용의 마음가짐으로 ...... 나는 위스키를 원샷으로 마시고 한껏 부드러운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민정아. 그동안 아빠가 너한테 소홀한 점도 많았지만 나도 10대를 경험했고 지금 10대의 기분이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부녀 사이에 우선 마음의 장벽을 허물자. 그리고 숨김이나 꾸밈 없이 모든 것을 서로 솔직하게 털어 놓는거야. 나는 오늘 네가 아무리 잘못된 일이나 틀린 생각을 말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너를 꾸짖지 않을께. 분명히 약속하지! 나는 너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 이해, 관용으로 대할꺼야. 내 말 알아듣겠지?"
"네." 하면서 민정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 왜 집을 나왔니? 학교에는 결석하면서 뭐라고 말했니? 너 일진회 같은 서클에 가입한 것이 있냐? 네 친구들중에 행실이 나쁜 애들이 있어? 또 하필이면 왜 이런 집에서 일하게 됐니?"
"그게, ...... 저 ......" 하며 민정이는 머뭇거리다 살짝 웃으며 반문했다.
"아빠, 무엇부터 대답할까요?"
나는 쑥스러웠다. 자식들하고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없기에 너무 서툴렀던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려면 우선 나는 대화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래, 차근차근히 하자. 우선 너는 왜 가출했니?"
"그저, ...... 여러가지가 슬프고 싫었어요. 혼자 따돌림 당하는 것도 그렇고 ...... "
"학교에서 누가 너를 왕따 시킨단말야?"
"아니예요. 학교에서는 내가 짱인데 누가 날 따돌려요? 집에서 그렇단 말이지."
나는 속으로 쳇! 하면서 웃음까지 나왔다. 참 사춘기 계집애들이란 ...... 말똥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거리고 낙엽 떨어지는 것에 눈물짓는다더니 ......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라도 당시에는 심각하고 슬픔일 수도 있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그런 것도 다 이해해야 한다.
"집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빠는 요즘 바깥 일도 좀 바쁘고 그냥 무심해서 그랬던거야. 앞으로는 너한테도 신경을 많이 쓰고 같이 어울릴께."
"아빠한테는 감정 없어요. 늘 그래 왔으니까 ...... "
나를 빼면 지금 가족이라고는 아내와 올해 대학에 입학한 민수 뿐이다. 큰아들 민철이는 대학 2학년 때 입대해서 지금 군복무중이다.
"그럼 엄마나 민수가 ......?"
"둘 다요."
"어떻게 너를 따돌리는데 ......?"
"그게, ...... 저 ......"
민정이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눈물을 글성였다.
"괜찮아. 속에 담아 두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네 속에 담아 둔 일, 다 털어놓아보렴. 아빠는 절대 너를 탓하거나 화내지 않을께."
"그러니까 엄마가 민수오빠를 꼬셔가지고 ...... 민수오빠도 거기에 넘어가서 요즘은 나를 본척도 안하고 ...... 맨날 엄마하고만 짝궁이 돼서 ......"
나는 웃음이 터질뻔 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하지만 조금은 입가에 나타났다. 나도 어릴 때 엄마가 동생한테만 새옷을 사주거나 과자도 큰 쪽을 동생한테 주면 슬프거나 엄마와 동생이 한꺼번에 미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벌써 몸매는 다 숙성한 애가, 특히 경제적으로 부족할 것이 없는 집에서 그런 불만이 나오다니 ......
"얘야. 그따위가 뭐 그리 심각한 문제니? 앞으로는 아빠가 철저히 민정이 편이 되어줄께."
"하지만 오빠가 미워. 한때는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한다.', '네 몸매가 제일이다.' 라더니 이제는 아예 알은 체도 안하고 ...... 사실은 엄마가 더 얄밉죠. 남편도 있고 남친도 있으면서 내 오빠마저 가로채다니 ......으아앙!"
민정이는 울먹이면서 말하다 감정이 격해 지는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웃음을 담은 채 이야기를 듣던 나는 어느새 얼굴이 굳어지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아무래도 대화의 진행이 이상하다. '꼬신다'드니 '짝궁' 이라는 말을 나는 그저 여자애들이 쓰는 표현 정도로 생각했는데, 오래비와 '사랑'이니 '몸매'니 하는 말이 나오고 제 엄마에 대해 '남편'과 '남친'까지 들먹이다니 ......
"민정아! 너 ...... 그러니까 민수하고 ...... 말하자면 육체, ......무슨 그 특별한 관계를 ......?"
말을 더듬거리다 나 자신이 답답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민수하고 섹스를 했단 말이냐?"
아직도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나를 빤히 보며 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머리를 꽝! 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또 민수는 제 엄마하고도 ......?"
"네, 그렇다니까요. 하는 꼴 보면 정말 발정난 암캐 같아요. 뻔뻔스런 색골 같으니 ...... "
아까 머리의 충격이 주먹이라면 지금은 해머로 치는 것 갗았다. 그렇다면 나는 꺼꾸러져야 하는데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나도 정신적 타격에는 꽤 맷집이 있는 모양이다.
"아니, 이눔의 자슥이 말버릇이 이게 뭐야? 제 엄마를 발정난 암캐라느니, 색골이라느니 ...... 너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어? 정말 한번 혼이 나야겠구나!"
나는 버럭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
"아빠, 화 안내기로 했잖아요?"
빤히 나를 바라보며 민정이가 던진 말에 나는 좀 정신을 차렸다. 좀 전의 나는 다운되지는 않았어도 역시 혼미상태였었다. 카운터 펀치를 맞고는 종이 울렸어도 자기 코너조차 찾아가지 못하는 그로키 상태의 복서처럼 ......
더구나 남매상간과 모자상간, 그것도 바로 내집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면서 나온 반응이 겨우 민정이 말꼬리나 잡아 화를 내다니 ...... 내가 우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가 우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우선 이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술잔을 들었더니 비어 있었다. 민정이가 채워 주는 것을 단숨에 마셨다. 좀 정신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자, 차근차근 매듭을 풀어가자.
"음, 그러니까 민수가 네 순결을 ......?"
말투는 부드럽게 고쳤지만 질문할 어휘를 고르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꼭 순결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전에 민철오빠하고도 그랬으니까 ......"
"뭐? 민철이 하고도 섹스를 ......?"
민정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민철오빠는 엄마하고 먼저 그랬어요."
"뭐? 민철이도 모자상간을 ......?"
민정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또 그로키 상태가 되었다. 매듭을 풀려 했더니 더욱 엉킨 매듭이 나타난다. 아니, 이것은 매듭이라는 부드러운 말로 비유할 것이 아니다. 에미가 두 자식과 얼키고, 그 두 아들놈은 또 제 누이와 설키고, 이거야말로 콩가루 집안이고 정말 세상 말세며 소돔고모라가 따로 없다. 그런데 나는 내가 가장인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째 그리 깜쪽같이 몰랐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 아니, 이런 상황에는 등잔 같은 표현도 너무 부드럽다. 나는 지금 시궁창 위에서 지뢰를 밟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헉헉거리는 숨을 좀 진정시키기 위해 술잔을 들자 민정이가 냉큼 위스키를 채웠다. 나는 그 잔도 단숨에 비웠다. 민정이는 강펀치를 계속 나에게 날려서 나를 다운 직전까지 몰고가다, 또 타올로 땀을 닦아주고 상처에 지혈을 해주는 세컨 같기도 했다.
"민철이는 언제부터 제 엄마하고 ......?"
"정확히는 몰라요. 하여튼 제가 중3 때부터 봤으니까요."
"봤다니 뭘 ..... ?"
질문을 하며 나는 혹 민정이가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니,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왜 여자애들은 키스만 하고도 임신이 되었을까봐 안달을 하고 방정을 떨기도 하지 않는가.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부부는 꼭 빠구리를 하지 않아도 늘 같이 있으면 아기가 생긴다." 고 내 또래 다른 애들한테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하는 짓이야 거의 비슷하죠, 발가벗고 엉켜서 쿵닥쿵닥거리고 ...... 아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
"뭐? 넌 아빠 엄마가 하는 것도 봤단 말이냐?"
"그럼요. 두분은 가끔 불을 켜 놓은 채도 잘 하잖아요. 더구나 엄마는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고 ......"
아, 이래서 조기 성교육이 필요하다는거로구나! 솔직히 나는 그런 점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아내의 잘못이 더 클 수도 있다. 자식들이 있는데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대다니 ......하여튼 색골은 어디서다 표가 난다. 더구나 빠구리를 하면서 불을 켠 것은 거의 그녀가 원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그런 쫄쫄한 문제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또 일찍부터 그런 장면을 보는 것도 일종의 조기 성교육이 될 수도 있다. 부모나 다른 사람의 빠구리 장면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빠구리를 시도했다가 얼마나 당황했던가. 나는 구멍에 제대로 꼽지 못해 허우적거리다 밖에 싸버렸다.두번째 만났을 때는 여자애의 도움으로 집어 넣기는 했지만, 지금 민정이 말처럼 쿵닥쿵닥 방아질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몰라 내 동정을 따먹은 여자에게 놀림을 받지 않았던가.
잠시 추억의 옆길로 빠졌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 내가 무슨 꼴이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점을 찾아야지, 잡념 속에서 허우적거리다니 ......
정신을 차려봐도 여전히 문제의 실마리는 눈에 뜨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그러니까 너는 ...... 음 ...... 아빠 엄마가 그렇게 하는걸 보고는 ...... 음 ...... 그래서 너도 처음에 민철이하고 그렇게 했다는거냐?"
"민철오빠가 처음은 아니예요."
"뭐? 또 있어? 그럼 네 순결을 ...... 아니, 네가 처음 남자하고 그런 일을, ...... 그러니까 육체관계를 경험한 것이 언제냐?"
민정이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나는 이년이 저를 거쳐간 놈들을 손가락으로 꼽으며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제기랄 ......정말 뭐 이런 시츄에이션이 있어?
"아빠! 솔직히 말해도 돼요?"
나는 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 이해, 관용이라는 내 행동지침이 상기되었을뿐 아니라 한번 딸애의 지적은 받았지만 "절대 화를 안내겠다."는 약속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민정이가 나에게 들려줄 말에 대해 우선 겁부터 났다.
집에 안 들어온 딸 때문에 애를 태우면서 나는 자신이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병속의 마귀를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갇혀 있으며 누구든 나를 구해주면 부자나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가 점점 시간이 흘러 가자 이제는 누구든 나를 꺼내주는 놈부터 먼저 죽이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감정의 변화, ...... 다만 나는 민정이를 호되게 야단쳐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자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눈뮬을 글성였던 마음 약한 아빠지만.
그런데 이제 보니 내가 아니라 민정이가 바로 그 마귀였다. 예쁜 도자기병 같은 외동딸이라 그저 응야응야만 해 주었었는데 병뚜껑을 열자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면서 마침내 모습을 갖추어 가는 그 실체는 너무나 무섭다.
"6학년 때였어요."
"뭐? 초등학생 때 ......?"
아직도 완전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마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하고 ......?"
"만화가게의 경미 아빠요."
"뭐? 그 ...... 홍상태 자식 ......?"
마귀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 자식이 ......! 더구나 초등학생인 내 딸의 순결을 먹었단말야! ......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을 진정하려 애썼다. 하기야 진정할 수 있는 꼬투리도 있었다.
홍상태 --- 그 놈은 민정이가 초등학교 때는 만화가게를 하고 있었지만 요즘은 그 자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하고 있는 녀석이다. 나보다 나이는 네댓살 아래고 특별한 친분은 없지만 그래도 특별한 인연은 그전부터 있었지. 내가 바로 그놈 마누라의 아다를 따먹은 장본인 아니겠어. 이름이 아마 현애숙이었지.....?
내가 서울의 건설회사에 3년차 사원일 때 그녀는 여상을 졸업하고 우리 회사 옆 빌딩의 보험회사 신입사원으로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그녀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해 왔는데 사실 그것은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디민 것과 마찬가지지.
나는 그녀와 남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이튿날은 명동의 스카이라운지에서 함박스테이크를, 3일 째인 일요일에는 뚝섬에서 보트를 타고 이어 그녀도 올라타 버렸다.
당시 애숙이는 숫처녀였고 나는 첫아들 민철이가 갓 돌을 지낸 무렵이었다. 그후 한 1년동안 우리는 자주 얽히다 어찌어찌 서로 연락이 끊어졌는데 몇년 후 고향에 돌아와 보니 홍상태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다시 손을 뻗었더니 의외로 순순히 나와 또 서너차례 밀회가 있다가 역시 끊어져 버렸다. 그리 오래 끌지 않은 것은 일단 그녀가 별로 맛이 없어서였다. 대패보지라고 하나 ...... 원래도 밋밋한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훨씬 그곳이 헐렁해져 있었다.
가만, 나는 또 옆길로 빠진 것이다. 내가 왜 이러지? ...... 민정이를 앞에 놓고,지금 엄청난 사태에 직면해 있으면서 나는 자꾸 잡념에 빠져 있다. 어쩌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을 일부러 외면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지. ...... 나는 다시 마음을 다졌다.
"초등학생이 벌써 그런 짓을 하다니 ...... 네 엄마도 그렇지는 않았단다."
나는 불쑥 아내를 여고 2년, 그러니까 지금 민정이 나이에 따먹던 생각이 났다. 아내도 그때 숫처녀였다.
"제가 그런건, ...... 따지자면 엄마도 연관이 있어요."
"뭐? 엄마가 어떻게 했길래......?"
"그게 아니라 만화 보러 그 집에 가면 아저씨가 '너는 엄마를 닮아서 정말 예쁘다'고 하잖아요. 갈 때 마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예뻐요?' 하니까 "그럼! 우리 동네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최고 미인이지. 아, 정말 그런 미인과 한번 연애라도 해 봤으면 ......!' 이라는 말까지 했어요."
"아니, 그 새끼가 남의 마누라를 가지고 그런 식으로 말했단말야?"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언성이 높아지자 민정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화 안내기로 했잖아요?" 라는 말을 표정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미안, 미안. 이건 너한테 화를 내는게 아냐. 남의 마누라 넘보는 그 교양 없는 새끼한데 화가 나서 그런거지."
"사실 저도 화가 좀 났어요. 그때도 엄마가 미웠거든요. 그래서 '나도 엄마가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어요.' 라고 했더니, '그럼 나하고 연애도 할 수 있니?'라길래 '물론이죠' 랬더니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고 ......그렇게 된거예요."
홍상태, 이 새끼, 너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네 마누라를 다시 불러 내서 ...... 아니, 맛없는 마누라 말고 네놈은 분명히 딸만 둘이지? 경미는 아마 우리 민정이 또래일테고, ...... 그래, 나도 네 딸년을 잡아 먹지. .......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성사가 될지 안될지도 불확실하고 ...... 우선은 민정이의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자꾸 지난 날을 캐기보다 앞으로의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