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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은.. - 1부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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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어쩌면 그것은.. - 1부9장

어쩌면 그것은..스산한 바람이 불고, 아직은 뭐가 즐거운건지 잘 모르겠다 싶은 축제도 어영부영 끝나고, 근처 여중에서 여자아이들이 와서 잠깐 눈요기 한 것 정도였지만 2학기는 1학기에 비하여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거 말고는 딱히 특별난게 없었다. 막 이 녀석, 저 녀석, 자위를 하기 시작한 나이라 그런지 남자애들끼리는 처녀 선생님부터 거의 할머니에 가까운 선생님들까지 꼼꼼하게 늘어놓고 서열을 메겼다. 치마도 입고 바지도 입었지만, 아이가 있는 아줌마 선생님이건, 시집안간 처녀 선생님이건, 설령 나이가 든 할머니에 가까운 선생님까지라도 치마를 입고 오는게 우리들의 낙이랄까. 길든 짧든 그녀들의 발목과 종아리가 보인다는건 다 벗은 몸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촉매와 같았기 때문에, 즉, 남자 얼굴에 머리카락만 길다거나 몸매가 도저히 여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한마디로 외모가 너무 여성스럽지 못한 분들을 순위권에서 아예 빼버리고, 배가 나왔어도 얼굴이 예쁘다거나, 얼굴은 그다지 이쁘지 않아도 가슴과 엉덩이 라인이 잘빠진 분들은 여지없이 중위권에서 엎치락 뒷치락 논쟁까지 붙으며 우리들만의 순위가 메겨졌다. 물론 죄송할 일이지만, 남자애들이 여태껏 여자를 엄마와 엄마가 아닌 어른들로 나누다가, 중학생 정도 되면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자기 자지에 피를 쏠리게 하고, 불끈 힘이 들어가게 하고, 구체적인 상상까지는 못해도 그녀들을 나름대로 상상속에서 벗겨놓고, 그 벗겨놓은 몸 만으로도 설익은 정액을 쭉쭉 발사하게 하는 판타지의 상대. 여 선생님들은 숙명적으로 남학생의 성적 판타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독보적인 일등은 처녀 선생님 중에서 키도 꽤 크고 단아한 느낌에 무엇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게 가슴과 허리를 뽐내는 2학년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남자애들의 환상이라고 할만한게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는건 역시 가슴크기와 몸매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순위는 수학선생님이었는데, 도톰한 입술과 빨간 립스틱, 이쁘게 진 쌍꺼풀과 역시나 키에 비하여 큰 가슴, 작고 아담한 체구지만 영어선생님과 거의 같은 크기, C컵이래나 뭐래나 하는 크기의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 그리고 아주아주 여성스러운 복장인 정장치마와 블라우스를 늘 입고 오시는게 그녀의 매력포인트였다. 물론 내 마음속의 1위는 큰엄마 처럼 자상한 아줌마 선생님, 국어과목을 담당하는 우리 담임이었다. 30대 후반이긴 했지만, 그녀는 충분히 농익은 여인이었고, 그녀가 늘 입고 오는 긴 치마는 약간 드러난 발목과 정강이 뿐이었지만 나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물론 우리 담임의 순위는 20명이 약간 안되는 순위에서 중상위? "어우, 막 나는 있잖아, 김경미 선생님만 보면 막 입에다가 내 좆을 물려주고 싶어. 입술이 그냥 환상 아니냐? 오뎅 빨듯이 쪽쪽 빨아줄것 같다 진짜." 이 순위를 주동해서 메기기 시작한 원철호라는 놈은 자나깨나 수학선생님의 입술을 탐했는데, 이놈의 소원은 자나깨나 수학선생님 김경미의 입에 자신의 좆을 물려놓고 정액을 싸넣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때 마다, 진정한 입안 사정의 기쁨과 만족감, 쾌감을 모르는 녀석의 애처로운 객기일 뿐이라고 나는 혼자 생각하곤 했다. 이 어린놈들에 비해서는 나는 옛날 같았으면 장가가서 애를 낳았을 정도의 경험을 한것 같았고, 다른 녀석들은 덩치나 커다랗지 오로지 꼬맹이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만의 순위가 오르락 내리락 할때 흉흉한 소문이 여름방학이 끝난 이후 스멀스멀 돌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 중에 하나가 수학 김경미 선생님이 파혼당했다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또 들려오는 소문이 김경미 선생님의 누드 사진을 본적 있는 놈이 있다는 출처불명의 소문까지. 김경미 선생님도 경기도에서 4년을 있다가 서울로 발령받아 온 학교가 우리학교였기 때문에 학교 인근에 세를 얻어 사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결혼이 내년 봄이라던 그녀가 정말로 파혼당한건지, 정말 그 괴소문이 사실인지, 우리는 점점 증폭되는 소문으로 정신이 나가고 있는 철호의 거친 입담에 귀를 막기 바빠지고 있었다. "씨발, 어우! 누구야! 씨발, 누가 퍼뜨린거야! 어우, 진짜! 내가 박지는 못해도 다른놈이 건드리는건 용서 못해! 어우! 씨발!" 이놈은 덩치도 반에서 두번째로 큰 놈이었는데, 몸집이 비대한게 아니라 키가 크고 근육도 어른들 처럼 발달하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여기로 이사오기 전 초등학교에서는 씨름부였다고 하는데, 보통 씨름부 하면 생각나는 넙대대하고 살이 비대하게 찐 그런 체형이 아니라 천하장사 이만기 처럼 근육질로 다부진 모양을 하는 그런 애였다. 근데 부모님이 이만기가 강호동에게 제압되고 씨름 열기도 급격하게 식는걸 느끼시고는 씨름포기하고 아파트 입주를 위해 이곳으로 와서 철호에게 씨름대신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했다. 어쨌든 씨름으로 몸을 다진 놈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소문의 근원을 찾아내겠다고 성화인데, 우리가 뭐라 말릴 수 있겠는가. 수학시간, 김경미 선생님은 1학년 수학담당이었는데, 매질이 무척 맵기로 소문나있었다. 가볍고 강한, 나무는 아닌, 뭘로 만들었는지 알수없는 전기테이프가 돌돌 감긴 몽둥이로 손바닥이면 손바닥, 머리면 머리, 등짝이면 등짝, 그녀는 스윙도 그리 크지 않은데도 여선생님들 중에서는 손꼽히게 아프게 때리고 또 내 눈에는 비인간적인 처벌도 꽤 잦은 선생님이었다. 꼭, 번호대로 애들을 불러내서 문제를 풀게 하고, 못풀면 그자리에서 개망신주고 때리고. 나는 외모랑은 전혀 다른 그녀의 폭력적인 수업방식때문에 그녀에게 정이 안갔는데, 그러다가도 그녀가 매질할때면 정장치마를 허리춤으로 한겹 접어넣고 무릎이 드러나게 한 다음 폭행을 시작하는것에 주목하여 그녀의 무릎이 드러나면 흥분도 되면서 맞지 말자는 긴장도 되면서 참 아리송한 느낌이 들게 했다. 학교다닐때 껌 좀 씹으셨나? 그러나 나는 2학기 들어서는 내내 그녀의 수업에서 만큼은 단체 체벌말고는 맞아본적도 혼나본적도 없었는데, 그건 내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순전희 큰엄마의 사랑과 헌신으로 일찌감치 예습을 충분히 해놓은 때문이었다. 그날도 김경미 선생님은 기분이 꽤 안좋은 티를 내며 수업을 진행하다가 무려 스무명을 칠판으로 불러내서 푸는게 좀 느리다 싶으면 미친년 처럼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얼굴도 예쁘장하고, 몸매도 좋은, 거기다 몸집까지 아담한 처녀가 저리도 매질을 하니, 나는 그런 괴팍한 여자를 좋아하는 철호놈이 아무래도 변태일거란 생각을 했다. 물론 철호 같은 폭력녀를 좋아하는 애들이 꽤 되니 김경미선생님의 순위가 2위이겠지만. 그리고 전 반 통틀어 가장 신속하게 종례를 끝내주시는 우리 담임선생님 덕분에 옆반 담임인 김경미의 광적인 히스테리의 피날레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옆반 애들은 책상위에 무릎꿇고 앉아서 손을 앞으로 나란히 하고 약간이라도 내려가거나 몸이 움직이면 구두를 신은 채로 쏜살같이 달려가 매질을 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치마는 무릎위로 올라가있었다. 그러다가 주책맞은 철호가 훔쳐보지도 않고 큰키로 당당히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김경미 선생님의 시선에 걸려들자 복도로 나온 선생님에게 붙들려 엎드려뻗쳐진 다음 엉덩이를 다섯대나 맞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김경미 선생님의 강렬하고 약간은 미치광이같은 그 모습에 압도된건지 그녀의 모습으로 머리가 가득차 어리벙하게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중이었다. 그날따라 청소당번인 애들 기다려주기도 귀찮고, 곧 큰엄마와 질펀하게 정을 나눌 생각때문에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는데, 멍하게 걷다보니 평소 다니는 길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다가 길가에 있는 사진관 한 곳을 지나치는데, 내 머리속에 가득한 마녀같은 김경미의 얼굴이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잠깐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경미 선생님이 맞아보였는데, 그 사진은 증명사진이라고 하는 정면을 보는 심심한 사진이 아니라 다른 잘 찍힌 모델들이 그러고 있는것 처럼 다른 곳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너무 예쁘게 나와서,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분명 같은 사람일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늘 김경미 선생님 노이로제 걸린것 같단 생각이 들어 고개를 흔들고 아파트 단지로 달려왔는데, 교복을 입은채로 과일가게로 들어가 큰아빠와 큰엄마에게 인사를 드렸다. "우리 큰아들래미 왔나? 하하하. 엄마랑 하고 싶어가꼬?" 큰아빠가 웃으면서 먼저 맞아주셨다. "하모요~." 나는 곧잘 사투리를 따라했는데, 큰아빠와 큰엄마가 어색하다면서 면박도 주시고 귀엽다면서 볼도 꼬집어주시고 했다. "근데 바로는 몬하겠다. 아빠가 잠깐 어디 갔다와야되거던? 엄마랑 여서 좀 기다리고 있던가, 아이모 집에가서 씻고 천천히 오이라." 큰아빠는 보통 '하품'이라고 말씀하시던 상처나거나 못생긴 과일들이 담긴 봉투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5동 쪽으로 걸어가셨는데, 나는 큰엄마에게 오늘도 수학문제를 잘 풀어서 한대도 안맞았노라고 당당하게 보고드리고, 집으로 갔다오겠다고 했다. 사실 바로 하고 싶어서 달려왔지만 가만히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게 마치 배고픈데 닭튀김을 옆에 두고 참는 것과 같이 괴로울것 같아서 집에 오가며, 그리고 이왕 늦은거 깨끗하게 씻고 큰엄마랑 뒹굴고 싶었다. 일어나려는 그때, 나는 큰아빠가 저렇게 종종 과일을 싸서 5동이나 6동으로 가시는걸 봤던게 떠올라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근데, 5동, 6동에 누구 계세요? 아빠가 종종 과일 들고 가시는것 같은데." "아~ 집안 어른이 저어 계시거던. 그래가꼬 종종 간다." "아~. 그래요? 엄마, 저 아빠 오실때까지 집에서 몸 깨끗하게 씻고 숙제꺼리 들고 올께요?" 큰엄마, 큰아빠 집안 어른이 저기 계신다는게 약간은 신기했지만 뭐, 대수는 아닌듯 싶어서 가게를 나섰다. 언제나 나를 바라보는 큰엄마의 눈빛과 웃음은 나를 낳아준 엄마보다 훨씬 따뜻하고 다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집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옆을 보니 스무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검정색 코란도에 탄 살벌한 표정의 남자가 나를 노려보는게 포착됐다. 본능적으로 알아챘지만, 여름에 가게를 훔쳐보던 그 남자였다. 나는 짧은 순간에 일단 태연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무신경 안쓰는 것 처럼 아파트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경비실을 통과해서 아파트 뒤쪽을 돌아 그 남자가 못보게 옆동으로 가서 3층으로 올라갔다. "저 기분나쁜놈은 도대체 뭘까." 나는 복도를 쭉 걸어가 그놈의 옆얼굴을 볼 수 있는 정도까지 가서 눈만 내밀고 살폈다. 그 놈은 가게를 지키는 큰엄마를 보고 있었는데, 표정이 내 기분때문인지 몰라도 무척 음산하고 음흉해보였다. 혹시..! 눈매와 콧대가 약간 큰아빠를 닮았던것 같은데! 그놈이 설마!! 나는 순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놈이 맞다면 큰엄마, 큰아빠를 해코지 하러 온놈일꺼고, 지금이 어쩌면 저놈이 노리는 가장 좋은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지? 나는 오래 궁리할 꺼리도 없다 느낀게,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저놈이 그놈이 맞을경우, 그리고 그놈이 노리고 있는 순간이 지금일 경우라고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기로 마음먹고 재빨리 아파트를 내려갔다. 그리고는 쏜살같이 우리 아파트 뒤로 돌아서 원래 들어왔던 입구로 달려내려가 가게로 내달렸다. 그놈이 나를 보던 말던, 나는 오로지 큰엄마 옆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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