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홀려볼까요(리그 오브 레전드)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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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06,7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리그 오브 레전드) - 단편
-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리그 오브 레전드) - 지쳤다. 적어도 그의 현 상태는 누가 봐도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한 손에 든 대검은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받쳐야 할 정도로 힘에 부치고, 적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입힐 자양분이 되는 분노도 더 이상 끓어오르지 않았다. 체력 손실도 심각하고 더군다나 이곳 아이오니아의 기후는 발로란 북부나 프렐요드와는 달리 변화가 심해서 후덥지근하고 짜증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앞에 서있는 망할 고철덩어리 로봇(그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에 타고 있는 녀석은 싸움이 시작된 지 한참이 흘렀는데도 도무지 지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기계와 인간의 차이는 지구력에서 좁힐 수가 없다. ‘럼블이라 했던가? 조그만 녀석이 솜씨도 좋군. 빌어먹을!’ “네 녀석은 이제 여기서 끝이다, 트린다미어! 먼 타지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는 말 정도는 남겨주고 싶군.” 그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들려온 럼블의 목소리. 야만전사 왕 트린다미어는 그런 그의 말에 욱하는 기질이 발동되어 으르렁대었다. “난쟁이 따위가 기계에 의존하는 주제에 잘난 척 씨부리기는.” “감히 누구한테 난쟁이라고 그러는 거냐!” 럼블은 평소 공격 때 건들지도 않았던 레버를 붙잡아 과감하게 끌어당겼다. 그가 타고 있는 기계의 뒷편에서 처음 보는 거대한 미사일들이 다발로 하늘을 향해 쏘아올려졌다. 그리고 트린다미어는 밴들시티의 기계악동이 발명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폭격을 조심하라는 애쉬의 당부를 되새겨야 했다. 중력의 힘을 거스르지 못해 공중에서 떨어지는 이퀄라이저 미사일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감당하지 못할 무시무시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몸 속 깊은 곳에서 남겨진 최후의 분노를 발산하였다. “불사의 분노!” 떨어진 이퀄라이저 미사일들이 잡초들을 순식간에 증발시키고 대지를 집어삼키며 불살라올랐다. 동시에 가공할만한 신체적 고양을 이끌어낸 트린다미어는 온몸이 불에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은 채 달려나갔다. 그 믿지 못할 광경에 럼블마저도 경외감이 일어나 잠시 동안, 트린다미어의 질주 방향이 자신을 향한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얼어붙어버렸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정신을 차리곤 레버를 고쳐잡았다. “큭… 놓칠 줄 알고…!” 문득 럼블은 조종석 옆 칸을 턱하고 붙잡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웬 늑대인간이 특유의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럼블은 갑작스런 동료의 제지에 짜증을 냈다. “뭐야, 워윅. 언제 온 거야? 여튼 간에 저 녀석은 내가 잡을 거야. 아무리 너라도 내 성과를 가로챌 권한은 없어!” 워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수의 본능 가득한 그답지 않은 침착성에 럼블은 멀어져가는 트린다미어를 쫓을 생각도 못한 채 의아한 표정으로 워윅을 응시했다. 워윅은 붉은 눈으로 흘끗 트린다미어가 도주한 방향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 숲은 그녀의 영역이다. 굳이 네가 쫓지 않아도 동료가 처리해줄 것이니 소환사들에게 성과를 보이는 것은 변함이 없을 터.” 럼블은 같은 팀원의 성과와 자신의 독자적인 성과의 차이점을 서술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하필이면 ‘그녀’라니, 젠장할…. 럼블은 땅꼬마 같은 외형에 어울리지 않게 옆으로 침을 뱉으며 투덜거렸다. 워윅 또한 그의 불량한 태도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잠잠히 들어줌으로써, 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개탄하는 데 동조했다. “소환사의 협곡이나 수정의 상처를 놔두고 왜 이곳 먼 아이오니아 지역을 리그의 대상으로 했는지 모르겠군. 빌어먹을! 소환사들 그 오만한 것들의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단 말야. 무엇보다 저 숲은 그녀의 권한 내에 있는 만큼 어찌나 강한 마력을 뿜어대는지… 우리가 외부인이 된 듯한 기분은 둘째 치자고. 같은 팀이 됐는데도 그녀의 말이 암묵적인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 된 지 오래잖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게다가 워낙 자신에게 익숙한 지역이다보니 슬슬… 그녀의 본색이 나오지?” 조용히 듣고 있던 워윅이 침울하게 한마디 거들자 럼블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트린다미어가 도주한 방향을 보고는 그에게 뜬금없는 동정심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 불사의 분노 후유증은 익숙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자신에 몸에 스며든 분노 조절을 통해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였다. 하지만 트린다미어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이 숲은 머리로는 아이오니아의 울창한 남부 숲이라고 인지하고 있었으나 몸 구석구석으로 들어차는 공포심은 떨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어두컴컴한 풀숲을 헤치고 녹턴이나 마오카이가 등장할 것만 같았다. 물론 녹턴과 마오카이가 이번 경기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참으로 그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럼블에게 추격될 일은 없을 것 같군. 하지만 이렇게 으슥한 숲이라니… 도대체 이곳은 리그로 쓰일 만한 가치가 있긴 하나? 손질도 제대로 안 된 것 같은… 엇!’ 트린다미어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밤인지 낮인지조차도 구분이 잘 안 갈 이 울창한 숲 한켠에서 뭔가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의 움직임 같기도 했고 하얀 무언가가 설핏 눈에 띈 것 같기도 했다. 트린다미어는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그 덤불쪽으로 걸어갔다. 문득 그는 자신의 대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곤 오래 지체하지 않고 그 덤불을 단숨에 갈라버렸다. 너무 많은 틈을 주는 것도 곤란하다. 그래서 저지른 일이지만 트린다미어는 차라리 지체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확인해볼걸 하는 후회감이 일었다.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분명히 말하자면 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자신의 적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전혀 그렇게 볼 수 없었다. 검고 기다란 머리칼을 늘어뜨린 여자가 덤불 너머 공터의 바위 위에 앉아있었다. 트린다미어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던, 그리고 사진과 정보에 의하면 두 여우귀를 가지고 아홉 개의 푹신한 꼬리를 지닌 매혹적인 여자, ‘아리’라는 것을. 따라서 처음 보긴 했지만 그가 알고 있는 여자기도 했고, 자신의 적이니만큼 바로 대검을 내리꽂아야 할 것이었다. 하의를 완전히 걷어올리고 다리를 벌린 채 보지 속에 손가락을 넣고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면. 분명 공터 한쪽 덤불을 갈라버린 소리가 들렸을터인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는 다리와 상체를 살포시 떨면서 보지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가 어둠 속에도 뽀얀 빛을 발할 정도로 통통한 허벅지 사이에 자리한 균열, 즉 보지 속에 들락날락하면서 질펀하게 젖어 있다. 조금씩 새어나오던 보짓물이 그녀의 가느다란, 하지만 짙은 신음소리가 고조되면서 퓻하고 뿜어져나온다. “아… 아아…… 흣……!” 아리는 벌렸던 다리를 안쪽으로 움츠리며 동시에 상체로 앞쪽으로 오무렸다. 쏟아져나온 보짓물이 질질거리며 그녀가 걸터앉은 바위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러다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한 듯 상체를 펴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아아아…… 아흐윽……!” 한쪽 다리를 쭉 펴고 다른 쪽 다리는 무릎을 굽힌 자세로 손가락을 깊숙이 짚어 넣은 보지에서 왈칵거리며 대량의 보짓물들이 분출되었다.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찌릿 떨려왔다. 이쪽, 이쪽을 좀 더 누르면. 그렇게… 아리는 떠오르는 쾌감을 주체할 수 없어서 마음껏 달뜬 신음을 흘렸다. 때문에 바위 앞쪽 공터 여기저기로 보짓물을 뿌리고 있는 아리를 바라보고 있는 트린다미어는 그야말로 멍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 자위에 몰두하던 아리는 가느다랗게 뜬 눈동자를 돌려 트린다미어를 바라보았다. 곁눈으로 살짝 바라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트린다미어는 그 시선이 자신을 처음 본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리는 전혀 놀라지도 않고 보지 속에 두 손가락을 느릿하게 들락날락하며 쾌감에 겨운 목소리를 내었다. “당신은… 누구?” “어… 어?” 트린다미어는 그제서야 정신이 듦과 동시에 아리의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 알고 있을 텐데? 리그 오브 레전드에 참전하는 챔프들에게는 미리 상대가 누군지가 적혀진 명단을 건네 받기 마련이고 따라서 자신의 적이 누군지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묻는 건 정말로 몰라서인가? 아니, 그보다… 나부터가 지금 적을 앞에 두고 대검을 완전히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지만서도. “나… 난, 이 리그에서 네 적이 된 야만전사의 왕 트린다미어라 한다.” “아, 그러세요. 흐음, 음…. 난 구미호 아리라고 해요.” 방금 격렬하게 쑤셨던 느낌이 오래가는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대답하고 여전히 손가락을 뺄 생각도, 옷을 추스를 생각도 않은 채 숨을 몰아쉬는 아리. 전투의 긴장감 따윈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바보 같은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고 트린다미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머리 한구석의 생각일 뿐 여전히 시선은 어디에 두어야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보통 여자들은 그렇게 남자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게 수치스럽지 않나? 적어도 애쉬는 그랬는데, 그런데……. “흐음……?” 뭔가를 눈치챈 듯 머리 위에 달린 여우귀를 쫑긋거리며 트린다미어를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 트린다미어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반쯤 돌리고 내키지 않는 음성으로 딱딱하게 말했다. 이렇든저렇든 리그는 진행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 “검을 집어라, 아리. 이곳에서 만난 이상 너와 나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무방비의 여자를 곧바로 공격하고 싶지는 않군.” “난 검이 없어요. 무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요. 그보다도 당신….” 바위 위에 앉아있던 아리는 그제서야 보지에서 손가락을 쑥 빼어들어 자기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것을 쪽하고 맛보면서 내리깐 눈으로 트린다미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지식하고 바보 같은 소환사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멍청이 짓은 관두고, 그냥 우리 같이 …해볼래요?” “뭐…?” 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해 멍한 표정으로 아리를 바라보는 트린다미어. 그러고 보니 엄청난 미모군, 이 여우 녀석…. 문득 그는 뭔가를 느꼈다. 주체할 수 없는 이상한 욕망 같은 거랄까?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아리는 트린다미어가 제대로 듣지 못한 말을 또박거리며 발음해주었다. “우리 같이 홀.려.보.자.구.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트린다미어의 실수였다. 아리는 보지 속에서 입으로 이동했던 손가락을 다시금 빼어들어, 이번엔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쫙하고 펼쳐서 그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그 손에서 분홍색 하트 모양의 마력이 뿜어져나와 트린다미어를 휘감았다. 느릿하게 다가오는 그것을 보고도 피하지 못한 채 정통으로 맞은 트린다미어는 잠깐 동안 시야가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트린다미어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불여우 같은 녀석!” 아리는 들은 채도 안 하고는 다리를 꼬아 앉아, 그 위에 팔꿈치를 받쳐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리며 그를 응시했다. 역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요망한 계집이군. 공격할 의사가 있든 없든 그냥 처단하는 게 내 편에선 여러모로 이로운 거겠다. 그렇게 생각한 트린다미어는 검을 고쳐잡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가게 되는’ 자신을 느끼곤 당황했다. 어… 엇? “왜 그러세요, 트린다미러님?” “트… 트린다미어다! 똑바로 발음해! 그… 그보다 방금 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아리는 이젠 아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대면서 눈물을 짜내었다. 그래, 이렇게 방심한 틈을 타서 공격해야 하는데… 이런 젠장할, 몸이…! 트린다미어는 비척비척 아리에게 다가가다가 결국 그녀가 앉아있는 바위 앞에 무릎을 꿇듯 털썩 주저앉았다. 몸 구석구석으로 알 수 없는 마력이 스며들어와서 자신의 힘을 봉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찌된 건지 그 봉쇄된 힘만큼 특정 부분으로 다른 힘들이 몰리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당신, 꽤 크네?” 여전히 다리를 꼬아 앉은 채 턱을 괴었던 손을 약간 뺨으로 이동하면서 그렇게 내뱉는 아리. 뭐가 크단 건지 짐작하지 못하던 트린다미어는 그제서야 아리의 시선이 자신의 하반신에 꽂혀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몰린 그 힘들의 정체도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트린다미어의 자지는 어느 새 그 힘들이 모여 팽팽하게 부풀어올랐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하트… 성욕을 극대화시키는……! 꼬아앉은 다리 한쪽을 까딱거리며 욕망에 빛나는 눈으로 내려다보던 아리는 혀로 살짝 입술을 핥았다. 아리가 앉아 있는 바위는 꽤 컸고, 그래서 주저앉은 트린다미어는 마치 그녀가 자신을 집어삼킬 서큐버스처럼 높은 입지의 악마처럼 보였다. 트린다미어는 덜덜 떨리는 입을 열어 간신히 목소리를 내었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알면 막아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꼼짝도 못하게 된 트린다미어와는 달리 너무도 여유로운 아리는 그렇게 반문해보았고, 그래서 결국 그는 자신이 지게 된 현실을 자각하곤 고개를 푹 숙였다. 구미호의 속성을 모르고 단칼에 끝내지 못한 채, 그녀의 자위 모습에 넋나간 자신을 탓할 시간도 사실은 얼마 없었다. 아리는 발등으로 - 하반신은 신발까지 완전히 벗은 상태였기에 그녀의 발은 맨발이었다 - 야만전사 왕의 턱을 받쳐서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강제로 눈을 맞추었다. 미지의 공포심에 몸을 떠는 그에게 아리는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떨 것 없어요. 이건 당신에게도 기분 좋은 것일 테니까♡ 나는 당신의 정기만 흡수하면 목적이 달성된 거에요. 지저분하게 피를 흘리는 일도, 고통도 없죠. 뭐 그런데 뽑아져나오는 데 느끼는 것도 고통이라면 고통이랄까? 남자가 돼 본적이 없어서 그건 잘 모르겠네, 후훗.” “어… 어떻게 흡수한다는 건데?” “싫다아…. 알면서 물어보는 건지, 아님 정말로 모르는 척 내숭떠는 건지.” 그리고 아리는 바위 위에서 툭하고 내려왔다. 공터는 풀이 얼마 없고 모래와 흙이 부드럽게 깔려 있는 곳이라, 트린다미어는 주저앉아있는 자신의 주변을 사뿐사뿐 걸어 돌고 있는 그녀의 발자국만 아무 생각 없이 응시했다. 물론 다른 생각이 들어차서 그런 것이지만. 그는 지금 이 구미호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차츰 짐작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리가 최면을 걸 듯 커다란 꼬리들을 살랑거리며 자신을 끌어안음으로써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몸 되게 멋지네요? 당신네 부족 남자들은 원래 이렇게 단단하게 몸을 키우나요?” “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난 야만전사 왕이니까…….”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채 한 손을 그의 목에 휘감고 다른 쪽 손가락으로 가슴을 살살 훑어내려가던 아리는 다시금 풋하고 웃고 말았다. 역시 남자는 다 똑같이 단순하단 말야, 이렇게 내 물음에 진지하게 답변해주고. 그녀는 트린다미어의 투구를 벗겨버린 후 엷은 입술로 그의 목에 살며시 키스했다. 트린다미어의 몸이 움찔하고 떨린 것도 잠시, 그녀는 점차적으로 깊숙하게 그의 목에 키스해갔다. 나중에는 아예 이빨로 살며시 깨물기까지 했다. 트린다미어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흐읍….” “우웅… 음…… 쭙…… 쪼옥…….” 그의 목과 어깨부분을 조금씩 이동해가며 여기저기 이동해가던 아리는 문득 입술을 떼고는 트린다미어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짜릿함을 느껴가던 트린다미어는 졸지에 그녀의 눈을 빤히 마주보게 되었고 곧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젠장할, 구미호들은 다들 이렇게 예쁘냐고 되묻고싶어질 정도군. 커다란 눈에 또렷한 이목구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부드러운 볼과 턱선. 그렇게 트린다미어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놓은 아리는 여우귀를 다시금 쫑긋거리며 물었다. “흐응, 그런데 아무리 주술이 걸렸다지만 되게 숙맥이신데. 아니면 뭔가 불안한 게 더 있으신가?” “다… 당연하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나에겐 발로란의 부족들을 위한 사명이…….” “호오… 그런 중대한 사명을 지고 리그에 참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제 자위 모습에나 넋나가있던 거에요? 호호홋.” “그… 그리고 내겐 애쉬가…….” “애쉬? 프렐요드의 그 애쉬 말인가요?” “내… 내 아내…….” 그렇게 말을 잇지 못하는 트린다미어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아리는 그만 폭소했다. “아하하하핫!”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그의 몸에 밀착하며 키득거렸다. “아하… 정세의 부흥을 위해 결혼했다는 그 왕과 왕비의 주인공이셨군요. 그런데 뭐 어때요? 어차피 정략결혼인데. 게다가 프렐요드라면 이곳 아이오니아에서 상당히 먼 타지인데, 리그를 위해 먼 곳을 잘도 오셨네요.” 그리곤 잠시 말을 끊고 그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했다. 느릿하게라고 표현할만한 시간이었으나 그녀의 미모와 말에 정신을 놓고 있던 트린다미어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찰나처럼 느껴졌다. 부드러운 아리의 혀가 트린다미어의 혀를 이리저리 헤집었다. 혀놀림이 어찌나 능숙했던지 트린다미어는 그녀가 방금 한 말을 곱씹어볼 생각도 못한 채 그녀가 주도하는 대로 키스에 몰두해갈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깊숙한 키스 끄트머리에 아리는 침을 길게 늘어뜨리며 살짝 입을 떼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것 다 필요없어요. 지금 이 순간, 이 곳은 당신과 나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니까. 본능에 충실해요. 그것이 진짜 사랑이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아요.” 무슨 그런 위험한 발언을 하냐고 트린다미어가 반박할 사이는 없었다. 다시금 아리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덮쳤기 때문이었다. 고요함과 적막의 일색인 숲 한가운데의 공터에 두 남녀가 키스하는 소리만 섬세하게 울려퍼졌다. “우움… 쭙…… 쭈웁…… 슈릅, 츄릅….” “으… 읍…… 쭙… 츄읍, 츄읍…….” 아리는 한 손으로 트린다미어의 귀 밑을 붙잡고는 혀를 가볍고 빠르게 놀려나갔다. 많은 침이 아리의 입과 트린다미어의 입에서 섞여갔다. 질척한 침들이 약간의 거품을 생성하며 두 남녀의 맞붙은 혀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헤매며 여행한다. 그러다가 지쳐버린 무엇처럼 입술 가장자리로 새어나와 턱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트린다미어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고, 아리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응시하면서 그의 혀를 구석구석 탐닉하였다. 달콤한 향을 간직한 아리의 침이 트린다미어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하악…….” 트린다미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쥐었다. 아리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를 꼬옥 끌어안고는 더욱더 깊숙하게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나긋나긋한 아리의 몸이 트린다미어의 몸에 밀착하면서 몽환적인 기분을 선사해주었고, 입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혀는 뇌가 타들어갈듯한 짜릿함으로 다가왔다. 어느 새 정신없이 아리의 혀를 빨고 있던 트린다미어는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가득 하반신을 메우고 있음을 자각하였다. 그리고 그 느낌이 무엇인지 도와주기라도 하듯 아리는 살며시 입술을 떼고는 그를 약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굉장히 딱딱해진 것 같은데?” “뭐… 뭐가……?” “당신 이것요, 이것.” 아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켜보였고, 트린다미어의 시선도 따라 내려갔다.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는 아리의 벗어버린 하반신 밑으로 자신의 자지가 옷 위로 불쑥 솟아올라있었다. 거기를 촉촉하게 적시는 것은 아리의 애액인지 자신의 애액인지 알 수 없는 것이긴 했으나 어쨌거나. 트린다미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눈앞의 아리를 바라보며 더듬거리는 음성을 내었다. “너… 너 혹시 거기로……?” “흥미롭죠. 키스를 하면 할수록 점점 커져가는 걸 보지로 느끼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랄까요. 게다가 그런 반응을 느끼고 있다보면…… 하아…. 나도 흥분해버릴 것 같아서…….” 트린다미어가 그녀의 말에 기겁할 사이는 없었다. 이미 다른 것에 기겁할 준비를 해야 했고, 당연하게도 그런 준비를 갖추지 못한 그의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새 아리는 그의 벨트를 끌러 바지를 밑으로 걷어내고 있었다.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자지가 벗겨지는 옷을 붙잡듯 아래로 팽팽하게 당겨지다가 그녀의 눈 앞에 벌떡 치솟아오른다. 아리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녀는 눈을 빛내면서 자지 끝에 몰린 쿠퍼액을 검지손가락으로 살살 휘저어보다가 자기 입술로 쪽하고 가져갔다. 귀여운 그녀의 색정적인 모습에 몸이 굳어있던 트린다미어는 얼른 팔을 뒤로 뻗어 상체가 쓰러지는 걸 방지해야 했다. 아리가 귀를 쫑긋거리며 그의 자지를 가만히 물었기 때문이다. “음……♡” “으윽…….” 시작은 가볍게 귀두 끝을.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의 좆대를 문지르며 조금씩 위아래로. 그녀의 머리가 트린다미어의 자지에서 상하로 움직이며 피스톤 운동을 해갔다. 부드러운 아리의 입술이 자지를 감싸서 훑어내려갈 때마다 트린다미어는 온몸에 마비가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 떨어야 했다. 아리는 그의 자지를 힘있게, 그리고 능숙하게 빨아당겼다. 입 안에 넣고 그 안에서 혀로 좆대와 귀두 끝부분을 이리저리 핥고 헤집었다. 마치 혀로 자지의 모양이 어떤지를 확실하게 탐색하는 것처럼. 곧 핏대를 세우며 엄청나게 부풀어오른 트린다미어의 자지였지만 반대로 아리는 더욱더 깊숙이 입 안에 넣으려고 숨을 몰아쉬었다. 트린다미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상체를 지탱하고 있던 두 팔 중 한 팔을 앞으로 뻗어 아리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아리의 여우귀가 비스듬이 새어나왔다. 아리는 얼굴을 살짝 붉힌 채 트린다미어의 거대한 자지를 입 안 가득 집어삼켰다. 귀두 끝이 아리의 희고 고운 목 안쪽까지 들이밀어졌다. “크… 크흣……!” 트린다미어는 아리의 머리를 붙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리는 그의 자지를 입 안에 한껏 문 채 숨을 쌕쌕 몰아쉬었다. “우웅…… 움… 웅, 웅, 음…….” 푸핫-! 트린다미어가 결국 참지 못하고 쏟아낼것만 같은 기분에 다다랐을 때 아리는 그제서야 자지를 뱉어주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침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자지를 바로 눈앞에서 똑바로 관찰하면서 아리는 그의 불알 밑부분부터 위를 향해 혀로 핥아올렸다. 부드럽고 유동적인 감각을 지닌 여자의 혀가 트린다미어 자지의 곳곳에 불거진 실핏줄을 타고 이동하였다. 그녀의 예쁜 얼굴 곳곳이 애액으로 번들거린다고 느껴지는 것도 것도 잠시, 트린다미어는 결국 그녀의 혀놀림을 참지 못하고 묶였던 무언가를 풀어내었다. 찌익-. 왈칵-. 울꺽-. 울꺽-. 울꺽-. 자연스럽게 터져나온 희멀건 정액들이 자지를 핥고 있는 아리의 얼굴 위에 쏟아졌다. 아리는 자기 얼굴에 쏟아지는 뜨뜻한 액체의 느낌을 음미하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하아……♡” 쭈욱-. 주륵, 주륵…. 아리는 그의 자지를 붙잡고 자기 볼에 갖다대어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정액을 만끽하였다. 귀두 끝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좆물이 아리의 머리카락을 적시며 그녀의 이마에 착 달라붙게 했고, 그녀의 예쁜 코 위로도 흘러내려 코 끝으로 하얀 정액이 또옥또옥 떨어졌다. “으윽… 끅…… 끄윽…….” 트린다미어는 힘에 부쳐서 결국 지탱하던 팔을 꺾으며 반쯤 누워버렸고, 아리는 눈을 감은 그대로 다시 트린다미어의 자지를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질펀하게 젖은 그의 자지를 쭉쭉 빨면서 묻어있던 좆물들과 귀두 끝에 남아있는 정액을 모두 빨아먹었다. 트린다미어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 듯 힘겨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간신히 목소리를 내었다. “너… 너…… 이 요망한 년이…….” “헤헤….” 아리는 그제서야 좆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생글생글 웃으며 트린다미어를 마주보았다. 그는 아리의 머리를 붙잡은 손을 떨쳐내려했으나 의도와는 반대로 왠지 그녀의 윤기나는 머리칼을 쓰다듬고 싶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욕망을 느끼곤 꼼지락거렸다.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그녀의 여우귀가 굉장히 부드럽다고 생각되는 사이, 아리는 좆물 때문에 엉망으로 달라붙은 머리칼을 한 손으로 쓸어낸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덕분에 트린다미어는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잠시 난감해졌고, 아리는 그런 그의 모습에 킥하고 다시금 웃고는 한발자국 다가섰다. 트린다미어는 여전히 반쯤 누워 있었기에 일어선 그녀가 다가오자 그녀의 보지를 눈앞에 들이밀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보짓물이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고 생각되는 것도 잠시, 아리는 한 손으로 자신의 걷어올린 옷자락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주먹을 모아 입에 갖다댄 채 툭하고 말했다. “빨아줘요.” “뭐… 뭐……?” “아이, 참.” 트린다미어가 영문을 모른 목소리만 내자 답답해진 아리는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 자신의 보지에다 확 끌어당겼다. “읍…!” 트린다미어의 입술이 아리의 보지에 맞닿았고 그의 코가 클리토리스를 건드렸다. 흥건하게 젖은 아리의 보지에서는 끊임없이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트린다미어는 여자 보지 특유의 물컹거림에 불쾌함보다는 부합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나옴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트린다미어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어 아리의 보지 속살을 헤집어가기 시작했다. “아앙… 그래요. 그렇게…….” “츄릅, 츄릅, 슈릅… 쭙, 쭙, 츄읍…….” 핥짝, 핥짝…. 마치 무언가를 정신없이 핥아먹는 것처럼 트린다미어는 본능적으로 아리의 보지를 물고 빨아대었다. 그에 따라 아리도 키득키득 웃으면서 한편으론 보지 속을 헤집는 유동적인 혀놀림을 느껴갔다. 아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트린다미어 머리를 붙잡은 손에 점차 힘을 실어갔다. “아아아앙…….” 그녀의 고개가 조금씩 뒤로 젖혀졌다. 트린다미어 옆얼굴을 감싼 두 허벅지도 파르르 떨려갔다. 트린다미어는 이제 정신없이 아리의 보지를 핥아댔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물컹거리고 부드러운 여자 아이의 보짓살 느낌에 다른 어떤 생각도 날려버린 지 오래였다. 그가 보지를 빨아댈수록 아리의 보지에서는 보짓물이 흥건하게 샘솟아서 트린다미어의 입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시큼하면서도 깔끔한 구미호 애액의 맛과 향은 트린다미어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손을 움직여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쥐게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두툼한 손으로 아리의 통통한 엉덩이를 끌어안고 미친듯이 보지를 빨아대었다. 핥짝, 핥짝, 핥짝……. “아… 앙… 아아아아앙…….” 아리도 더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트린다미어의 상체를 밀어눕혔다. 약간 흥분한 그녀의 손길에 의해 트린다미어는 꽤 호되게 바닥에 똑바로 눕혀졌으나 사실 그에게 있어서도 별다른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발갛게 상기된 아리의 보지가 적나라하게 올려다보이면서 자지가 하늘로 꼿꼿하게 치솟아올랐다. 사정한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의 자지는 아리의 보지를 갈망하며 불끈불끈 경련을 일으키듯 부풀어올랐다. 등 뒤 가득 배경처럼 아홉 개의 꼬리를 하늘거리며 아리는 살포시 그의 자지 귀두 끝에 보지를 얹히듯 앉아 내려왔다. 트린다미어가 침을 꿀꺽 삼켜보는 것도 잠시, 아리는 곧 쑤우욱하고 보지 속에 자지를 삽입하였다. 자지를 가득 감싸주는 느낌과 자신의 내면에 무언가가 들어왔다고 여기는 느낌이 서로 각자에게 찾아들었다. 신체의 가장 예민한 부분의 조합. “허억…….” “응…… 앗.” 아리는 그 느낌을 가만히 음미하다가 서서히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이번엔 조금 더 빠르게 자지를 보지 속으로 들이밀었다. 손가락으로 자위할때와는 다른, 꽉꽉 채워주는 느낌이 그녀의 온 몸을 감싸듯 스며들어왔다. 그녀는 점차적으로 빠르게 엉덩이를 들었다내렸다 하며 더 깊고 자극적인 쾌감을 향해 전진하였다. 자지가 그녀의 보지 속을 구석구석 쑤셔오자, 아리는 차츰 쾌감이 자신을 사로잡아오는 것을 느끼면서 본능적인 신음소리를 내었다. “앗, 앙… 아흥아흥… 흐으으으응…….” 한편 트린다미어는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아리의 보지는 그의 자지를 한치의 틈도 없이 뜨뜻하게, 부드럽게 꽉꽉 조여대고 있었다. 귀두 끝부분부터 뿌리까지 전해오는 보지의 압박은, 트린다미어로 하여금 이대로 보지 속에 삽입한 채 죽어도 좋을 것만 같은 느낌까지도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금방 사정해버리지 않게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미 한번 그녀의 얼굴에 쏟아내었는데도 왜 이렇게 사정감이 빨리 찾아오는지 황당할 따름이었다. “헉…… 끅…… 끄윽…….” “학학…… 아으으응…… 하악… 아앙…….” 철퍽, 철퍽… 퍽퍽퍽… 푹, 푹… 찔걱, 찔걱……. 적막하기 그지없는 숲 안 공터에 그렇게 남자의 들어찬 숨과 여자의 신음소리와, 성기가 맞물리는 음란하기 그지없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아리는 트린다미어의 가슴 위에 손을 내뻗어 지탱하고는, 허리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면서 그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살살 자극했다. 트린다미어의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뿜어져 나오며 자지는 미칠 듯이 부풀어올랐고, 그에 따라 아리도 자신의 보지 속에 들어온 자지의 변화를 느끼면서 신음소리를 고조시켜갔다. “아아…… 좋아, 이거… 이거야아… 아앙….” “아윽…… 너… 너 정말……. 이 색녀 자식…… 크흑…….” 물론 트린다미어도 마지막 남은 존심 때문에 그렇게 욕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완전히 아리에게 점령당한 상태라 자신조차도 별 효과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리는 매우 당연하게도 그런 그의 발악은 한 귀로 흘려버린 채 자신의 상의를 잡아 밑으로 끌어내렸다. 약간 어려보이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매우 큰 두 개의 젖가슴이 불쑥 튀어나왔다. 흥분한 아리는 자신의 젖가슴 한쪽을 잡아 주물렀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여대었다. 상하로, 앞뒤로, 때로는 돌리듯이 하며. 찌걱, 찌걱, 쑤욱 푹, 쑤욱 푹, 퍽퍽퍽퍽-. “학학학… 아…… 아으으으읏…… 흐읏…!” “아으으윽……! 싸… 싼다…… 큭……!” 한량없는 쾌감 속에서도 아리는 그의 싼다는 말에 얼른 허리놀림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느릿하게 앞뒤로 허리를 움직이며 문질러대었다. 그녀는 아직 멀었다는 듯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그의 뺨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면서 속삭였다. “에에…? 벌써요?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트린다미어 씨.” “이… 이 요망한 것…. 무리야. 네 녀석… 도대체!” “흐응, 야만전사 왕께서 겨우 이 정도셨나? 좀 더 나를 만족시켜줄 순 없는 건가?” 트린다미어는 그런 그녀의 말 속에 담겨진 ‘야만전사 왕’이란 표현이 이상스런 빈정거림으로 들렸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치욕감 같은 게 솟아나왔다. 일종의 오기 같은 거랄까?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벌떡 일어났다. 이어서 그는 보지로부터 자지를 빼어들고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몸을 돌리게 했다. 그리고는 아리의 몸을 그녀가 처음 앉았던 바위 위에 엎드리도록 했다. 아리는 트린다미어에 의해 바위 위에 허리를 굽히고 두 다리를 벌려 선 자세가 되었고, 트린다미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뒤로 비틀비틀 걸어왔다. “…뭐하려는 거에요?” 아리는 그가 무엇을 할 것인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여유롭게 물어보았다. 트린다미어는 아홉 개의 하얀 꼬리가 살랑거리는 그녀의 꼬리 밑 항문 아래쪽에 위치한 보지에 좆을 들이대었다. “네 년한테 진짜 야만전사 왕이 어떤 건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앙……♡” 아리는 기대된다는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콧소리를 내었다. 트린다미어는 그녀의 잘록하고 단단한 허리를 꽉 붙잡은 후 자지를 있는 힘껏 쑤셔박았다. 쑤우우욱, 퍼억-! “하악….” 눈을 내리깔며 그렇게 달뜬 신음을 흘리는 아리의 뒤에서 트린다미어는 정신없이 자지를 보지 속에 박아대었다. 퍽, 퍽, 퍽, 퍽, 퍽. 파악, 파악-. 철벅-. “아… 아…… 하앙… 흐으읏… 으응…….” “헉헉헉헉헉……. 학… 학…!”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는 아리와는 반대로 트린다미어는 순식간에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어떻게 된 건지 빼었다가 다시 박아대는데도 자지가 금방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점차적으로 알 순 없지만 자지를 통해 위험신호가 그의 머릿속으로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자신의 피스톤 운동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허리를 놀리며 교태를 부리는 아리의 모습에 이미 트린다미어의 이성은 끊어진 상태였다. 보지 속에 처넣어지는 자지는 한계에 다다른 듯 경련을 일으키며 벌겋게 핏대를 세워갔고 트린다미어는 그야말로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이 여우녀석한테 정기를 다 빨려버리는 건가? 아리의 보지 속에서 흘러나온 보짓물이 흥건히 트린다미어의 자지를 적셔 질질거리며 그의 불알과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에도 반짝거리는 묽은 애액들이 타고 흘러내렸다. 아리는 바위 위에 뺨을 갖다 대고는 쾌감에 물든 표정으로 눈을 감아 트린다미어의 좆질을 느껴가고 있었다. 트린다미어는 이대로 끝날 순 없다는 격정을 모아 몸 속 깊은 곳에서 한줄기 남아있던 마지막 분노까지 짜내었다. 그의 외침이 으슥한 숲 속 공터에 이리저리 메아리처럼 반사되듯 울려퍼졌다. “불사의 분노!” “불사의 분노!” “불사의 분노!” “불사의 분노!” “불사의 분노!” “아아아아아아앙……!” 죽지 않는 불사의 분노는 그의 자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기세로 아리의 보지 속을 쑤셔대었다. 당연히 아리는 그 강렬한 기세에 깊은 쾌감을 맛보며 즐거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불사의 분노가 끝나자마자 터져나온 엄청난 양의 정액. 아리는 그 와중에도 팔을 뒤로 뻗어 정액이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트린다미어의 허벅지를 꽉 붙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쭈우우우욱, 울꺽, 울꺽, 울꺽……. “하악……♡ 아…….” 꿀럭, 꿀럭, 꿀럭……. 자지 끝에서 그칠 줄 모르고 정액들이 분출되어 나왔다. 그렇게 앞다투어 쏟아져 나온 정액들은 모조리 아리의 보지 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어갔다. 한참 후, 트린다미어의 허벅지를 붙잡고 있던 아리는 손을 놓았다. 툭, 철퍽……. 털썩…. 붉게 달구어진 채 흐늘해진 좆을 덜렁거리며 트린다미어는 공터 바닥에 쓰러졌다. 눈은 뒤집힌 채 완전히 사지를 뻗고 누운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살아있다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는 여전히 바위 위에 엎드린 채 다리를 벌려 서서 격렬했던 피스톤질과 정액의 여운을 느껴가고 있었다. “하아……♡” 하늘거리는 아홉 개의 꼬리는 그녀가 느낀 오르가즘마냥 하늘로 치솟아있었고, 벌려진 다리 사이에는 정액을 가득 머금은 보지가 그녀의 애액과 더불어 질척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윽고 아리는 머리 위의 두 여우귀를 쫑긋거리며 슬쩍 트린다미어를 돌아보았다. 은은한 미소를 간직한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이 터지듯 톡하고 열렸다. “뭐, 이렇게 죽게 된 당신은 며칠 후 소환사들이 부활시켜주기야 하겠지만… 당신의 부족들을 위해 짊어진 사명은 달성하기 좀 더 어려워지겠네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이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인데, 후후훗…….” 트린다미어는 이미 의식을 잃었기에 들릴 리 없었지만 아리는 그렇게 말을 맺고는 바위 위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추슬렀다. 그리고는 한결 상쾌해진 기분으로 몸을 쭉 펴며 두 팔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흡사 기지개라도 켜는 듯한 모습. “흐음~♪ 그럼 이제 슬슬 동료들에게 돌아가볼까?” 아리는 몸을 돌려 터벅터벅 걸어서 자리를 떠났고, 그렇게 그녀가 떠난 공터에는 볼썽사납게 바지가 벗겨져 좆을 옆으로 뉘인 상태로 쓰러져있는 트린다미어만이 남아있었다. ----------------------------------------- “너무 닦달하면 못써, 럭스. 가끔씩은 너도 와드를 사서 박아두는 미덕을 보이라고.” “우웅… 하지만 귀찮은데. 편하게 말을 듣는 동료가 있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해?” 이렐리아는 한숨을 폭하고 쉬었다. 이 철부지 같은 동생 럭스는 아이오니아에서 위세를 떨칠 수 있는 이렐리아 자신과 아리와 함께 허울없이 지내는 친구이다. 하지만 가끔씩 그녀들의 그러한 위세를 빌어 다른 동료들을 부려먹는 악동적인 면도 돋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방금도 럭스는 이렐리아를 옆에 두고 워윅에게 지도를 건네면서 지정된 위치에다 와드를 박아오라는 심부름을 시킨 것이었다. 워윅은 야수의 본성을 드러내듯 잠시 으르렁거렸으나 동시에 약육강식의 세계를 잘 아는 그이기도 했기에 별 말 없이 와드셔틀의 역할을 수행하러 떠났다. 한두번이면 족하겠으나 그것이 점차 지나쳐가자 뭐든 일정 선을 넘지 않고 자기 절제를 할 줄 아는 이렐리아가 그녀에게 충고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 그러다가 내분이 일면 그것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망하는 지름길도 찾아보기 어렵단 말야. 럼블한테도 그래. 난쟁이라고 장난으로라도 자꾸 놀리지 말란 말야. 동료들이 기분 상하는 걸 너무 가볍게 보다간… 엇, 이제 오니?” 한창 설교(?)를 이어가던 이렐리아가 갑자기 반색하듯 손을 들어보이자 럭스도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온몸으로 하트를 달고 다닐 것만 같은 아리따운 아리가 타박거리며 그녀들이 있는 자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미 숲 속 샘물에서 깨끗이 씻고 온 그녀였지만 눈치가 빠른 이렐리아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에서 어떤 성과를 올리고 온 것인지 알아챘다. 이렐리아는 축하한다는 의미로, 하지만 조금 말하기는 껄끄러운 무언가도 짐작한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었다. “또 한명… 처… 치했나 보네.” “응~.”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완료한 아리는 옷 한켠에서 손거울을 꺼내 아직 수분이 남아있는 머리칼을 정리해나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렐리아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이번엔 누구?” “어. 프렐요드 왕비의 남편.” 잠시 그게 누군지 머리를 굴려보는 이렐리아. 발로란 대륙의 리그 참여자는 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아무리 유명인이라도 기억을 떠올리기 쉽지는 않다. 그리고 그런 그녀보다 먼저 대상을 떠올린 럭스가 퀴즈를 맞추기라도 하듯 하이텐션으로 외쳤다. “트린다미어! 맞지, 아리 언니?” “그렇지 뭐, 나름대로 맛있었지.” 뭐가 맛있었다는 건지 이렐리아는 캐묻지 않기로 했지만, 보다 활발하고 경망스러운 럭스는 그렇지 못했다. 그녀는 흥미가 돋는다는 듯 두 주먹을 가슴 앞에 모아쥐곤 부가설명을 요구하는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었다. 아리는 그런 럭스의 무언의 요구를 눈치채곤 여전히 거울을 바라보며 손질하는 자세 그대로 픽하고 웃었다. “숙맥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정력도 좋고, 음… 마지막 스킬은 꽤나 격렬해서 나도 적잖게 느껴버렸다니까. 정말이지,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개성있는 남자들도 많다 보니 괜찮은 스킬들도 맛볼 수 있어서 재밌어.” “꺄핫!” 럭스는 손바닥을 부딪치며 어쩔 줄 몰라했고, 이렐리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익숙하게(?) 넘겨버렸다. 하지만 이어서 럭스가 좀 더 디테일한 설명을 듣고 싶다는 신호를 자꾸만 보내자, 결국 더 묵묵부답으로 있을 수 없던 이렐리아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밀면서 제지했다. “적당히 해라, 럭스. 동생의 이런 불순한 면을 오라버니가 알면 많이 실망하겠다.” “아! 그렇지, 내겐 가렌 오빠가… 아흥, 하지만 아리언니의 경험담도 짜릿해서 참을 수가 없는걸. 흐응, 어찌해야 하나. 가렌 오빠랑 하는 것도 좋긴 한데 가끔씩 나도 모르게… 일탈의 선을 넘어버릴 것 같아. 하아, 이거… 어떡할까나, 어떡할까나?” 치솟아오르는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혼자서 화끈거리는 럭스를 보며 이렐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젠 자신도 어찌할 수가 없다. 혼자서 제풀에 지쳐 식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따라서 럭스가 통제 불가능까지 기분이 업되기 직전, 와드의 신호로 그들의 머리 위에 일련의 영상이 떴을 때 이렐리아는 차라리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들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한 지역에 누군가가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누구지?” “누구? 누구? 누구?” “흐음… 누굴까아.” 이렐리아와 럭스와 아리는 그녀들의 머리 위로 둥실 떠오른 하나의 영상을 올려다보며 제각기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리고 그 영상 속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의 형상을 보자 아리는 살짝 여우귀를 쫑긋했다. “남자네?” 그 말 한마디로 이미 99%는 아리의 것이 된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렐리아는 못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숙였고, 럭스는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아리의 팔을 붙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언니, 언니. 나 한번만, 한번만 주라. 응?” “얘 좀 봐…. 이렐 언니 말 못들었어? 가렌 오빠를 생각하라구.” “히잉… 솔직히 친오빠랑 그렇고 그런 짓 하는 게 더 불순한 거 아냐? 나 한번만 하게 해주라아. 응?” 자신이 유리할 때만 근친의 도덕성을 따지는 럭스의 발언에 아리는 그만 실없이 웃어버리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이렐리아에게 손을 들어 다녀온다는 시늉을 해보였다. “마침 살짝 부족했는데 잘됐네. 게다가 저 녀석이 왠지 오늘 리그의 마지막 생존자 같아. 확실히 뽑아주고 다음 경기때까지 상쾌하게 있어야겠다.” 이렐리아는 잘 다녀오라는 손짓을 하면서도, 럼블이나 워윅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 불쌍한 아리의 희생자를 향해 마음 속으로 소리 없는 명복을 빌었다. ----------------------------------------- 암청색이라 부르기도 부족할정도로 매우 짙고 어두운 청색의 벽돌이 건물 벽을 형성하고 있다. 내부는 매우 넓고 고요하며 천장은 높다랗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성당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었지만 곰팡이마저 슬 것 같은 무늬 없는 창문에 치장 하나 되어있지 않은 휑뎅그렁한 공간은 차라리 버려진 신전을 연상케 한다. 그 건물의 거대한 중앙 홀 내부에는 무언가의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섯 명의 사제처럼 보이는 이들이 -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다섯 명 모두 머리끝까지 꼭꼭 뒤집어쓴 후드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반경 약 2미터쯤 되는 마법진을 가운데 놓고 비밀스럽게 모여 앉아있었다. 마법진은 마치 별 모양을 연상케했고 각각의 바깥쪽 꼭지점에 은은한 촛불이 켜져있었다. 전쟁 학회. 대부분의 주요 정치적 갈등 혹은 개개인의 목적을 보다 원활하고 명확하게 해소해주기 위해, 발로란 대륙의 국가들 사이에서 일종의 약속처럼 자리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주최하고 관리하는 자들. 즉 소환사들이다. 이들은 리그의 참가자들을 전장으로 소환시켜주거나 챔피언을 처치한 자들의 성과 반영, 혹은 전장에서 죽은 자들을 부활시켜주는 역할 등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고위 관직자들이었으나 현재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면 과연 그런 소환사가 맞는지 의심이 들 것이었다. 마법진 한가운데를 비추고 있는 어떤 중계 영상을 침중할 정도로까지 조용히 시청하던 한 소환사가 툭하고 입을 열었다. 머리 위까지 푹 눌러쓴 후드 때문에 거의 코와 입 부분의 안면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 역시 아리쨩이 최고라니까….” “그… 그렇지? 하지만 나는 럭스 쪽도 왠지 끌리는데… 친오빠와 그렇고 그런 짓이라니, 하아, 하아….” “어허… 이사람 위험하게시리. 근친은 범죄야. 어쨌거나 역시 이번 시즌은 아이오니아에서 리그를 열기로 결정한 게 잘한 것 같아.” “이봐! 우리 임무는 어디까지나 국가간의 정세를 원활하게 치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고위 관직자들이란 점을 잊지 마.”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리그를 정확하게 판정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따라서 경기 내용을 확실하게 관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법진을 통해 디테일하게 관전하고 있다는 것도 참여자들은 알고 있을까?” 누군가의 이러한 질문에 그 질문자를 포함한 다섯 명의 소환사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곧 누군가가 턱 밑을 매만지면서 자못 위엄있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국가 기밀이다. 참여자들은 그저 소환사들이 어떠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성과를 전달받고 있다는 점만 확실히 인지시켜주면 돼. 그것이 참여자들에게 할당된 추적 장치라든가 센서 등의 도구 혹은 마법적 연결끈이라는 낭설이 나돌더라도.” 그의 말이 설득력있는지 어떤지는 사실상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다섯 명의 소환사들은 그런 리그의 형식적인 체제나 사명보다 아리의 보지에 더 관심이 가있는 남자들에 불과했으니. 그리고 한술 더 떠 어떤 소환사는 자신의 성과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어… 어쨌거나 내가 제안한 거야. 이번 시즌의 리그 경기들은 아이오니아에서 열기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 너… 너희들 지금 이 자리에서 좋은 구경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내 덕이라고. 감사해야 할 거야.” “아… 아리가 색녀 기질이 다분하다는 점을 활용해서 이번 리그를 더 흥미롭게 꾸며가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한 건 나야.” “자네들! 지금 그게 중요해?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 주목하고 있는 발로란 대륙의 부족들과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좀 더 자신의 임무에 주어진 중대함을 자각해보는 게…….” “아, 또 시작된다. 시작돼.” 짐짓 위엄있게 동료들을 질책하던 약간 나이 많은 소환사도 누군가의 이러한 한 마디에 곧바로 마법진의 영상을 향해 시선을 옮겨갔다. 조용하라고 말한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언제 그렇게 떠들었냐는 듯 완벽한 침묵으로 그들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관계자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할 아주 비밀스럽고 깊숙한 전쟁 학회 중앙 홀에는, 그렇게 다섯 명의 남성 소환사들이 ‘경기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라는 명목 하에 마법진의 영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은은하게 타오르는 가장자리의 촛불 너머로, 침 삼키는 소리조차도 주의하며. ----------------------------------------- 아이오니아의 울창한 남부 숲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붉은 원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것을 ‘붉은 원’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형체가 없이 피로 된 웅덩이처럼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동하던 붉은 원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마치 수면 위로 인영이 떠오르는 것처럼 사람의 형체가 형상화되었다. 매말랐지만 날카롭고 잔인한 인상을 띤 젊은 남자는 피웅덩이에서 완벽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뾰족한 송곳니를 슬쩍 드러내보이며 음울하게 웃는다. “후후후후후…….” 피 냄새다. 피 냄새. 그것도 젊고 싱싱한 여자의. 이곳 아이오니아에는 미인이 많다더니 오늘 꽤 맛있는 피로 포식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손에 끼워진 갈퀴손을 찰칵찰칵 점검해보았다. 남자는 자신의 예민한 후각을 통해 이쯤에서 이번 경기의 상대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 짐작하고 하고 있었다. 한편으론 와드를 통해 미리 자신이 이 숲에 침입하는 것을 감지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별 상관은 없다. 위치가 발각되어 여러 명이 달려든다면 다시금 피웅덩이로 변해서 빠져나가면 된다. 아무도 날 잡을 순 없지. 그리고 기회를 봐서 녀석들의 피를 수혈……. “당신이 진홍빛 사신인가요?” 남자는 웃음을 지우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낮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한 명의 여자를 보곤 말을 더듬었다. “그… 렇다. 내가 블라… 디미르다…….” “어머, 그런데 왜 말은 더듬으시나요?” “…왜 하의를 모두 벗고 있지?” 아리는 맨발과 새하얀 다리의 허벅지를 모두 드러낸 채 다리를 꼰 자세로 블라디미르를 재밌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뒤로 하늘거리는 커다란 아홉 개의 흰 꼬리 덕분에, 몸 뒤에서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아리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 꼬아앉은 다리를 까딱거리며 대답했다. “그냥 좀 더워서요. 왜, 신경 쓰이시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비단 통통한 허벅지뿐만이 아니라 그 다리 사이에 자리한 보지까지 적나라하게 올려다보이는 것 같아서 블라디미르는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리는 그만 미소가 더욱 짙어지는 자신을 주체하지 못했다. 도대체 남자들이란… 왜 이렇게 성적 노출에 민감해할까. 재미있어 죽겠단 말야. 아리는 슬쩍 한 손을 들어 마력을 구체화시켜 매혹을 날렸다. 블라디미르는 시선이 흐트러졌다가 자신에게 쏘아진 분홍색 하트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땅 속으로 들어가서’ 간신히 회피했다. 아리의 시야에서는 그렇게 보인 것이고, 사실 블라디미르는 자신의 특기 중 하나인 피웅덩이를 재시전한 것이었다. 아리도 곧 그것을 눈치채고는 하트를 쏘았던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두 여우귀를 쫑긋했다. “호오… 재미있는 스킬을 갖고 계시네요.” “네 녀석의 같잖은 술법에 당할 성 싶으냐?” 블라디미르는 몇 발자국 뒤로 후퇴한 후 다시 피의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그렇게 쏘아주었다. 아리는 그제서야 툭하고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지상에 섰다. 블라디미르는 전혀 위험해보이지 않는 그녀의 외모에도 알 수 없는 떨림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방금도 그렇게 맞대응하긴 했지만 하마터면 매혹에 정통으로 맞을 뻔했던 게 사실이다. 이 년… 보통 년이 아니군. 아리는 다리 한쪽을 뒤로 들어서 발목을 잡아 꾹꾹 당기며 준비운동을 하는 동작으로 나긋한 음성을 내었다. “흐음, 그래요. 그 스킬로 어떻게 절 즐겁게 해줄지가 기대되는데요.” 블라디미르는 다시금 그런 그녀의 말에 몸을 떨었다가 곧 공포를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히죽 웃었다. “참 한가롭기 그지없군. 하지만 그 여유도 잠시다. 그리고… 네 몸 안에 흐르는 그것이 결국에는 내 몸 안에서 흐르게 될 것이다.” “우연이네요. 저도 당신의 몸 안에 흐르는 그것을 제 몸 속에 흐르게 할 것인데. 대상이 무엇인가의 차이는 있겠지만.” 블라디미르는 코웃음을 치곤 갈퀴손 두 개를 양옆으로 뻗으면서 피의 마력을 증폭시켰다. 그의 입에서 자신을 고양시키는 환희에 찬 외침이 토해져나왔다. “더 이상 한낱 녹서스의 살인자라는 오명은 내겐 존재하지 않지!” 그리곤 양 손에 집중시켰던 피의 마력을 앞쪽으로 던지며 땅을 박차고 아리를 향해 돌진하였다. 블라디미르의 특기 중 하나인 선혈의 파도가 끔찍하게 울컹거리며 그녀에게 날아간다. 그리고 아리 또한 현혹의 구슬을 생성하면서 그를 향해 뛰어나갔다. 저 남자를 쓰러뜨리고, 정기를 받아내야지♡ “강이 핏빛으로 물들 것이다!”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 두 남녀의 그림자는 그렇게 아이오니아의 깊은 숲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결투란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