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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즙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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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두유즙 - 단편

-두유즙(頭油汁)- 나는 아까부터 머릿속을 뱅뱅 도는 한 가지 생각으로,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돌려대던 펜이 가속을 더해가고 있음을 알았다. 학교 때, 산불처럼 번지던 그 못된 버릇, 그저, 손가락을 이용해서 펜을 돌리는 것뿐인데도, 아이들은 그 단순한 동작에 대한 중독에다, 금단 현상으로 쉼 없이 펜을 돌렸다. 마치 순례자들이 직접 손으로 돌려대며, 그 회전이 멈추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믿는 티벳의 그 종들처럼 말이다. 교실이건, 똥깐이건, 버스나 전철 안이건 간에 그 펜 돌리기 열풍은 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선생들의 악다구니 속에서도 굳건히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이렇게 어른이 다 되었어도, 펜만 들었다 하면, 여지없이 돌아가는 그 자연스러움….. 사실, 회의실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와중에 날파리 처럼, 자리 곳곳에서 돌아가는 펜이 시선을 성가시게 하는 것은 사실 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나도 중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무랄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었고…… ‘회의 안 할 거유?’ 영주의 재촉. 언제나 나보다 한 수 위의 여자. 졸나 재수없다. ‘알았수다.’ ‘아쭈구리! 요즈음 틈만 나면 유대리, 사람들 앞에서 반말 까드라? 내가 팀장 된 거, 아직도 속 쓰린가 보지?’ ‘그럴리가여?, 니 마음대로 생각하세여.’ 회의실로 들어가면서 나와 영주의 힘겨루기는 계속되고, 그 가운데 실장님께서 끼어들고야 만다. ‘어허? 또 투닥 거린다! 어떻게 두 사람은 만나기만 허면 쌈박질이야? 아랫것들 보기 민망하지도 않남?’ ‘저희들이 언제여? 그냥 소소한 대화 나눈 걸 갖고서, 실장님은 괜히 그러신다니깐!’ ‘그게 소소한 대화냐? 서로 배꼽까지 맞아도 될똥, 말똥한 일들을 앞에 두고 그러면 쓰남?’ ‘똥 같은 일이니 그렇지….’ ‘뭬이야? 유대리, 지금 뭐라고 했음둥?’ 입으로 중얼거린 그 혼잣말을 기어이 들었던 모양이다. 머리도 돌 같은 게, 나처럼 귓구녕은 밝아가지고 설랑….. ‘자,자…..우리의 생명은 팀워크야. 서로가 서로를, 전쟁터의 전우들처럼 의지하면서, 포화를 뚫고서, 기어이 적의 고지를 점령하는 장엄한 역사의 한 페이지…..그게 우리들의 초상 이라구…….’ 아주 소설을 써요….아이디어는 좇도 없으면서 관리자랍시고, 독방에 앉아서 청승만 떨고 앉아 있는 꼴이라니…..회의실에 모인 직원들의 얼굴이 하나 같이 푸석하다. 말이 회의실이지, 그 안은 거의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우리들 일의 특성상, 자기 책상은 명경처럼 닦아 놓고 정리들을 하고는 있었지만, 회의실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결집시켜, 최종적인 시안을 뽑아내는 곳이라는 특성 때문에, 온통 벽과 작업 다이 에는 미처 숙성되지 못한 카피들이 불완전한 DNA의 형태로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 콘티를 위해서 최종 카피가 더해져야 할 D-Day가 내일이야, 다들 알고 있지? 이제까지 진행 된 거, 중간 점검 쫌 허자. 제발 이번에는 감독님한테서 욕 좀 먹지 않을 수 없냐? 카피가 없어서 도무지 진척이 없다는 괜한 시비에 말려들지나 말구.’ 우리 팀은 그야말로 펜대로만 먹고 사는 인간들이라고 시선이 곱질 않은 것이 사실 이었지만, 작업의 완성도와 견주어 볼 때, 그 중요성은 가장 우위에 있다고 봐야 했다. 이른바 카피라이터의 고뇌……그게 우리들의 화두 였다. 누구는 언어의 연금술사네, 마법을 가장한 언어의 유혹 이라느니,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리, 우리의 일들을 호칭하고 있었지만, 사실 우리의 일을 우리끼리 부를 때는 두유즙 이라고들 했다. 툭 하면 내뱉는, ‘야,야, 멍청하게들 있지만 말고, 아이디어 쫌 내 봐. 머리를 짜내란 말이지.’ 배운 게 고작, 거기서 거긴데, 그 나물에 그 밥인 대가리를 쥐어짠들, 기름 밖에 더 나오겠는가? 그래도 가까스로 쬐금 삐져나온 건덕지로 목적을 이룬다고 해서, 결코 짜기만 하면 줄창 나오는 것이 아니라, 쥐똥 만한 즙처럼 소량으로나마 그 원대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별칭을 붙였다는 설도 있긴 했다. 카피라이트 팀은 크게, 두 개의 부서로 되어 있었다. 한 쪽은 부동 매체팀, 다른 한쪽은 유동 매체팀 이었다. 부동 매체팀은 이른바, 신문, 잡지 같은 지면을 통한 광고에 쓰이는 카피 제작을 도맡고 있었고, 우리는 영상매체 광고의 장황한 카피나 대사, 지문, 혹은, 인터넷에서 이루어 지는 액티브 X부문이나, 플레쉬 부문을 담당하는 것으로 구분이 되고 있었다. 카피라이트 부문의 중요성이 마케팅의 중요 요소로서 부각 되기 이전에는, 쌩뚱 맞은 어구가 지 멋대로 선택되어져 쓰여질 따름 이었지만, 광고가 그냥 돈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부터는 우리 같은 전문 카피라이터의 각광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신체를 예를 들어, 쭉빵 가도를 달리던 때가 정해져 있듯이, 우리들 에게도 감각의 예리함은 그 절정과 내리막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리 다가오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지갑을 열고자, 밀착도 넘치는, 입바른 카피를 생산하고 싶어도, 역시 우리네도 세월이라는 기차를 타고, 현재를 뒤로 하며,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는 마당 이어서, 그 감각이 날로 무뎌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류 이기도 했다. ‘유대리, 어제까지 했던 카피의 베타 버전이 총 몇 개야?’ 의뢰가 들어 온 회사의 종류로 볼 때, 대개 6,7개의 카피가 동시적으로 생산되고 있었기에 그 준비작업과 숙성도에 따라 분류할 경우에, 그 영역의 방만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대개 영상 매체 카피의 경우, 내레이션이 필요 없이, 섭외가 필요한 유명배우나, 연예인의 빡씬 새끼줄 일정에 따라, 카피가 필요 없는 부분에 대해서, 슈팅이 들어가게 되지만, 요즈음은 그 잘난 유명세를 지속하려고, 지 목소리로 반드시 대사 한 줄 이라도 읊으려는 속셈에 따라, 콘티의 설정이 이루어지기 무섭게, 의뢰자 측에서 강조하는 마케팅 요소가 가미된 카피를 슈팅 전까지, 반드시 토해 내야만 했다. 창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백지를 받아 든 공포라고 했던가? 우리는 한 줄의 카피를 성숙시키기 위해, 벼라 별 요소를 다 끄집어 내야만 했다. 의뢰사의 의지가 희미하게 탈색된 카피가 나왔을 경우에는, 말장난이 너무 매끄럽다는 비아냥이 날라왔고, 그에 반하여, 남대문 시장의 가판대에서 호객 꾼들이 외치는 것처럼 만들어 놓으면, 수준이 그것 밖에 안되냐고 인신공격이 판을 뒤집기 일 쑤 였다. 아나운서들이 무의식 적으로, 자신이 토해 놓은 평범한 대화체 속에서도, 불쑥불쑥 튕겨 나오는 비표준어의 출현으로 인해, 똥꾸녕이 간질거리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카피랍시고 들이대는 언어들 속에서, 의붓자식처럼 퉁명스럽게 껄끄러운 단어가 뒤섞일 때는, 똥누고 밑 안 닦은 느낌이 장시간 지속되는 묘한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기도 했다. 어떤 때는 기초 카피로 만들어 놓은 글자를 하나씩 오려 내서는, 퍼즐 맞추기처럼 이리 돌리고, 저리 꿰어 맞추는 우스꽝스런 짓거리도 이 바닥에서는 묘수로 통 할 정도 였으니까. 그 와중에 소 팀장의 선전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여자 이면서도 입사 동기생인 나를 누르고, 내 머리 위에 똥주바리를 내려 깔면서 승승장구, 진급의 상승가도를 탔던 그녀. 그녀가 내세우는 카피 창조의 지론은 다름 아닌, 탈선이 그 주된 요소였다. 어차피, 세상도 지 잘난 맛에, 좇나리 삐꾸 삼아 돌아가는 이 판국에, 광고의 카피도 교과서 같이 맹탕의 미사여구만 늘어 놔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그녀의 카피가 콘티의 수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지경까지 그 영향력이 증대되어 가고 있는 것이 요즈음 이었다. 또 한가지, 그녀가 내세우는 주장은 언제나 카피와 영상의 조화 속에 영화 같은 요소를 삽입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씨리즈 라는 개념은 필수라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광분해 왔다. 그 이유는 심리학의 부분을 들먹여 가며, 내세우던 것인데, 인간의 본성 중에는, 연속성과 안정된 결말을 갈구하는 면이 있는데, 이것을 쌩뚱 맞게 강제로 끊어 버리면서, 다음 번 닥칠 상황에 대한 의문 부호를 제시하는 상황을 연출하면, 곧바로 그 부분에 대한 집착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다음은 뭐지? 어떻게 될까, 등등의 물음이 꼬리를 물고, 줄줄이 사탕이 되어, 관심이 증폭되고, 그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 들면서, 카피를 들이대면, 여지없이 광고 의도 이상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론 이었다. 그녀의 성공에 한 큐, 힘을 실어다 준, 그 문제의 광고도 나와의 팀워크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인데, 그 장면의 불순함으로 말미암아, 시정 명령을 받았을 지언정, 이 바닥에서는 칭송과 찬사가 쏟아 졌음은 물론 이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좁은 목욕통 안, 게다가 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 옷을 입은 채로, 맛이 간 표정으로 누워 있는 장면은 원래 콘티에 없던 것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세 사람의 은밀한 일탈에 초점을 맞추자며, 카피 안에다가 극도의 한계 상황 마저도 불사하며, 방향성의 예측이 도저히 불가능한, 젊은 세대의 섹스관을 교묘하게 비벼 넣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었다. 그런 영파워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옷이 그 제품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감독과 카피라이터끼리는 가장 위험한 승부수를 두었는데, 그것은 마지막까지 제품에 대한 내용을 한 줄도 넣질 않는 기법이었다. 예전처럼 회사의 홍보 차원에서 제작된 이미지 광고의 경우에는 적어도 회사 이름 정도는 끼워 넣긴 했어도, 자막으로 맨 마지막에 쫑을 내버리는 그런 상황은 자칫, 의뢰 회사의 심기를 건드릴 소지도 있었으며, 제품을 강조 하려는 의지가 가려져, 광고의 미각에 초를 칠 수도 있었지만, 그 광고에 워낙 기깔난 연예인이 섭외된 까닭도 있었고, 영화 뺨치는 스토리 라인과 설정이 그 우려를 순식간에 뽀샤 버렸음은 물론이다. 예전의 광고는 단지, 30초에 불과한 전달 영상의 이미지에 목숨을 걸고, 카피라이터는 단 한 줄에 끝장을 본다고도 했지만, 요즈음의 광고는 돌출성과 그 여파에 촉각을 세웠고, 카피는 한 줄이 아니라, 길고 길어진 대사로 변해 가면서, 우리들을 마치 극작가라도 되는 양, 절벽으로 몰고 있었다. 샘이 나고, 분하기는 해도 역시 뛰어난 것에는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는 소 팀장……. 그래, 좇나게 소처럼 일이나 해라! ‘유대리,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거야? 시간 없다니깐?’ 실장이 나를 닥달 한다. 그래 어디 보자, 직급으로 타고 누르는 일도 얼마 못 갈게야! ‘아, 네! 이번에 가장 급하게 뽑아야 할 카피는 다름 아닌…..’ ‘이게 무신 로또냐? 뽑고 앉아 있게? 얼릉, 야그 해봐.’ ‘그러니까, 그게….’ ‘어이그 답답해. 내 손이 내 딸이지……’ 하면서 자료 철을 열지도 않고서, 소 팀장이 언제 그렇게 외워 놨는지, 어제까지 숙성 시켰던 베타 버전의 카피들을 회사, 제품들과 연관 지어서 좌악 읊어 대는 것이 아닌가? 그래, 너 잘났다. 니 마음대로 하세요! 쒸발……… ‘잘 들었어? 역시 팀장이 뭔가 다르긴 다르네. 별말 할 거 없고, 앞으로 2시간 줄 테니, 최종 카피로 낙찰 시켜 봐. 난 부서장 회의에 다녀 올 테니, 알았지? 농땡이 피지들 말고… 소 팀장은 가장 급하다는 그 디카 광고 카피부터 완성 시키고…..수고!’ 실장이 회의실을 나가자, 모두 한숨들을 폭 내 쉰다. 글자와 문장의 조합으로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 법인데, 더구나 그 안에 감추어진 복선을 심어서, 그것도 2시간 안에 출산을 마무리 짓는다구? 다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꼭 저렇게 똥 플레이 하는 인간들이 있다니깐! 아니, 누군 만들고 싶질 않아서 이렇게 쌩고생 하고 앉아 있남? 너그들도 알지? 생쌀에 물도 안 붓고, 되도 않게 쎈 불만 디리 들이대면 어떻게 되디?.... 그래, 그거야! 밥도, 죽도 아닌, 뻥튀기 밖에 더 되겠냐 이 말이지, 내 말은……’ 내가 봐도 난 성토에 체질이 있는 걸 매일 느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권으로 나갔던가, 아니면, 정치판으로 튀어 갔어야 옳았는데….. 헐……. ‘유대리, 외부 작업 잠깐 다녀 오죠?’ ‘왜여?’ ‘왜긴 왜여?, 선약이 되어 있으니 그렇지……어서 준비하고 현관 앞으로 차 몰고 나와요. 내가 기둘릴 테니….’ 다른 직원들은 역시 직급이 죽인다는 표정으로 깨갱 하며, 짐을 꾸리는 내 뒷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것이 틀림 없었다. 내가 쒸발, 못 산다니깐! ‘저번에 갔던 그 곳으로 요.’ ‘왜 또 거길…..’ ‘아니, 몰라서 물어여? 카피 완성 된 후에 다시 회사로 들어 올 것도 없이, 바로 멜로 날릴 수 있는 곳이 그 곳 말고 또 있어여? 노트북 피씨는?’ ‘저기 뒷 자리에…….’ 차에서 내릴 때까지, 뭐가 그리 바쁜지, 계속해서 문장을 고치고, 지우고, 해골을 굴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 곳으로 가서, 나는 노트북을 탁자에 펴고, 급하게 처리해야 될 그 카피들을 순서대로 화면에 띄워 놓았다. 소 팀장의 영역과 다르게, 나도 처리해야 될 카피들이 산적해 있는 고로, 나 또한 소 팀장의 작업 준비가 될 때까지 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딸깍!’ 이어서, 미끈하게 생긴 두 남자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소 팀장이 카피가 잘 안 풀릴 때마다, 혹은 이렇게 일정에 쫓기면서 결정적인 스트레이트를 먹여야 할 순간에는 언제나 슈퍼맨 처럼 빠지지 않는 감초 아쟈씨들…. 지난번 그 공전의 대 히트를 쳤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옷 광고 카피도 이런 상황에서 내가 줄기차게 받아 적었던 것이다. ‘안뇽?’ 대꾸도 없다. 소 팀장 닮아 싸가지가 바가지인 것들 같으니라구, 허긴 유유상종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 중에 언제나 그 얌통머리 없는 수염을 절대 깎질 않고 왔던 그 자슥이 소 팀장을 확 밀치면서 바닥으로 쓰러 트렸다. ‘오호라, 오늘은 쎈데?’ 소 팀장의 탄성. 그것도 칭찬 이라구…..쯧쯧….. ‘왜 바쁜데, 자꾸 부르고 지랄이야, 이 쒸발년아!’ ‘좋아, 더 격하게….’ 얼굴이 길다란 다른 녀석이 소 팀장의 두 팔을 뒤로 잡아 채서는 졸려 버린다. ‘요년, 요거 반반한 거 빼고는 씨발, 다른 건 졸나 개걸레야, 그치?’ ‘아니, 그런 식으로 말고, 도도하게……’ 소 팀장은 둘러선 두 남자를 지시하랴, 연기하랴, 바쁘기 그지 없었다. ‘너 그렇게 살지 마라. 그렇게 살지 마라 말이야, 알간?’ 정면에 있는 그 수염탱이가 두 팔이 뒤로 꺾여 있음으로 해서 앞으로 쏟아 질듯이 돌출된 두 젖을 손바닥으로 툭툭 때리며, 던진 말이었다. 정말 크긴 큰 젖이다. 옆구리에 갈비뼈가 톡 튀어 나와 있으면서도 어찌 그리 멜론만한 젖퉁이는 붙어 있는 건지….. ‘좋아 그거야….그거……뭐해?’ ‘응?’ ‘빨랑 받아 적어.’ ‘뭘?’ ‘그 디카 광고 말이야……어흑….. 좀 살살 벗겨라. 단추 다 떨어 지겠다. 띠발, 요즘 것들은 옷 귀한 줄 몰라.’ ‘어이쿠 누님, 지송……’ 폭압적 분위기에, 앞 뒤에서 소 팀장을 을러대며, 몸을 희롱하던 두 놈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깨갱…….. ‘뭘 써?’ ‘받아 적으라니깐! 그 디카 광고 말이야……어둠 침침한 다락방 같은 분위기의 골방에서 여자가 다 찢어질 것 같은 옷을 걸치고, 음흉한 눈빛으로 꼬나보는 남자에게 대고 이렇게 내려다 보면서 얘기 하는 거야……바로 살진 않을 거야….. 어때?........야, 이 멍청한 쇄끼 같으니라구. 브라쟈가 무신 쉐타냐? 위로 걷어 올리게? 머리 쫌 써라. 후크를 풀러 야지. 니 눈에는 그 젖퉁이 크기에 위로 벗겨질 것 같냐? 하나 같이 얼빵 하기는….. 다 적었지?’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욕은 나와도 소 팀장의 재주는 비상했다. 요즈음 디카를 온전한 카메라로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세상 천지가 다 아는 사실을, 디카 제작자가 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카피의 주제로 끌어내다니……당연히 그 디카를 사면, 고놈의 음란한 누드에다, 빠구리 사진으로 줄창, 돌려 댈 텐데, 그러려면, 요 디카가 제격이라는 그런 카피의 날카로운 침투력……..사람들은 그 광고를 보면서 그럴 것이다. 요 디카를 들이대면서 광고에 나오던 그 매혹적인 여배우의 대사처럼, 상대녀의 입에서도 똑 같은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너도 그렇게 찍어주마 외칠 거라고………바로 살지 않으면 어쩔 거냐구? 그거야, 당삼, 옷 홀랑 벗겨 놓고, 보지가 씨벌창이 되도록 마구 찍어 대는 거지, 뭐 별 거 있어? ‘가만히 쫌 있지? 우리 같은 전문가를 불렀을 때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거 아냐? 이 좇 같은 개년아?’ ‘그래, 좋아…..더…더’ ‘너도 니 딴에는 그 놈의 개벌창 보지 돌리느라 전문가 소리 들을는지, 몰라도, 분야가 다르지 않겠어? 넌 너대로, 우린 우리 대로…’ ‘으극… 씨벌 놈들, 옷만 벗었다고 씹물 흘리는 년들 천지냐? 침이라도 바르고 박을 것이지, 너 수염탱이……. 그렇게 매너 없이 굴면, 다음부터 빠구리 뛰다가 아가리에 똥 멕여 버린다…..알간?.....으그극…. 못된 쇄끼 들이 좇대가리는 튼실해 가지구 설랑…….어여 또 받아 적어…..그 뭐더라…..그 외국 보험 회사 광고 들어온 거 있지? …..윽윽윽윽……야! 내가 업무차 혀 놀릴 때는 천천히 박으라고 했어, 않 했어? 하여튼 뭘 삶아 먹었는지, 기억력은 좇도 없어요.’ ‘말해! 적고 있으니….. 캐스팅 된 여자가 까까 머리 연극배우래….어서 얘기 해……’ ‘그래, 연극 무대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게 연극이죠……그래서 자꾸 연습을 더 하게 되죠……자꾸 해봐야 빠구리는 보지만 거덜 나는데……이건 빼, 알았지?......전문가가 되려면 수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배태랑 전문가도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것에는 전문가를 부른다, 이런 야그지…. 척하면 알아들어 야지. 일일이 단어를 찝어 줘야 하남?......너 말상! 오늘 양치질 했냐? 아후….. 너 당장 욕실에 가서 아가리 물에다 빨고 와. 그 아가리로 젖꼭지는 왜 빨고 지랄이야. 아휴, 꼭지 가려워…..’ 두 녀석이 소 팀장에게 흠씬 당하고 있었다. 돈 주고 고용된 아그들 이지만, 쫌 불쌍킨 허다. 인생아, 왜 그러고 사니? ‘……윽윽…윽윽……후후후후……..참참참….너 그만 박고, 일루 와봐…..윽윽…..고만 쫌 박으라니깐? 말을 하면 제때 듣지를 않아. 꼭 이런 것들이 개그 프로그램에도 나와요. 귓밥 까뜩찬 멍텅구리들…..어여 내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봐…..옳지…..꼭 어디가 쥐어 터져야 말을 듣지…..자, 두 손으로 내 발 받쳐들고, 발가락 좀 열나 빨아 봐. 생각 좀 정리하게……야! 너 말상! 그렇게나 빨랑 튀어 나오냐? 누가 물로 행구라고만 했니? 빨고 오라고 했어, 안 했어? 치약, 치솔은 뭣 하려구? 집에 갖고 가려구?’ 때 아닌 발가락 빨기에 난감한 표정의 수염탱이…아이구 꼬소하다. ‘음…음…. 종아리가 다 지릿지릿 하구만…….그래…..맞아….. 이거야….받아 적어…….그 홈쇼핑 광고 들어온 거 있지? 그 성깔 머리 드러운 B형 인지, 뭔지 하는 영화에 나온 갸가 캐스팅 되어 있다는 그거 말이야……..’ ‘오케이… 준비 완료.. 허시고…..’ ‘남자가 공주처럼 차려 입은 여자를 올려다 보면서 감동의 눈초리로 되내이는 거야. 무릎을 꿇고 여자의 신을 신겨 주면서……구두의 끈을 정성스럽게 묶어 줘도 좋겠지……야! 수염탱이, 너 혼 쫌 나 볼래? 어여 쭉쭉 소리 나게 안 빨어? 이빨을 몽조리 뽑아 뿔라, 마!’ ‘쭉쭉…쩝쩝….줄줄…’ ‘옳지, 그래, 그거야….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치도곤 맞고 정신 차리지 말고……참….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 ‘감동의 눈초리!’ ‘맞아……당신을 공주처럼 모시겠습니다. 어때? 요즈음 그런 꽃미남 들이 여자들 제대로 대우해 주는 거 본 적 있어? 발톱 사이에 낀 때만도 못하게 내리까는 거, 이걸 꼬집자 이거야. 이 세상에 공주가 되어보는 기쁨을 주는 홈쇼핑…. 어때? 어쭈구리? 그렇다고 그렇게 발가락 빨고 트림까지? 내 발가락이 무슨 감자탕에 든 뼈다귀냐? 쪽쪽 빨고 트림 날리게… 하여튼……내가 못 산다니깐…’ ‘이건 어떻게 하지?’ ‘뭘? 오늘 끝마쳐야 할, 급한 건 다 한 거 같은데, 아니야?’ ‘하나 더 남았지…..’ ‘뭐가?......뭐가 남았지?.......야? 말상! 왜 얼굴 노래지고 지랄이야? 젖퉁이가 커서 빨다가 코꾸녕 멕히면, 멕힌다고 얘길 하든가, 아님, 중간 중간에 숨을 쉬든가…….창문 쫌 열지? 얘 숨막히는지, 해롱댄다. 이거 방안 공기가 왜이래?’ ‘창문 열면, 바깥 공기가 더 드러울 걸?’ ‘그럼 창문 닫고 숨막혀 뒤지라고?..............가만….. 가만 있어봐… 너 그만 빨고, 여기 누워……..수염탱이…. 이번엔 뭘 쫌 발라라… 알았쥐? 안 그랬다간 니가 싸는 좇물 대신, 잼 바르듯이 똥덩어리 비질비질 좇대에 발라줄 테니……윽……으극..어후…….. 좋다. 대가리 수준 모자라는 거 빼고, 너그들 좇맛 하나는 정말 좋아. 누나가 일 할 동안….윽윽윽윽…. 사이 좋게 싸우지들 말고 보지랑, 똥꼬랑, 형님 아우 하면서…윽윽윽윽…. 그렇게 쑤셔, 알았쥐?......아까 어디까지 했지?’ ‘내가 얘기 안 했나? 마지막이 그 공기 정화기 광고 말이야. 그 무슨 추억인가, 또라이 형사로 나온 사람이 캐스팅 되어 있는 그 제품 말이야……’ ‘맞아… 잘 받아 적어……아그그극……아휴….아후……발음이 정확하게 안 들려도…..아후…아후……이거야 원 보지랑 똥꾸녕을 이리도 같이 쑤셔대니, 말이 나와야지……윽윽으극…..자, 시작한다……애가 시험 성적을 좇같이 받아와서 엄마한테 열나 터지는 거야. 그때, 신문 보고 있던 남편이 말하는 거지………..아휴 보지 찢어 지겠네.’ ‘보….지…찢….어…..지…..겠….네. 다 쳐 넣긴 했는데 이거 카피 치고 너무 적나라 한 거 아냐?’ ‘그건 빼………..야, 이 띠벌 놈아! 누가 니 좇 빼라고 그러디? 하여튼, 대가리들 하고는 받아 적는 놈이나, 쑤셔대는 놈들이나 간에 개진또진 이라니깐……’ ‘나의 실수! 또 계속 하쇼’ ‘그러니까, 남편이 그러는거지… 당신 닮아서 그래…..꼬나보는 아내…….팩하며….째려 보는데, 남편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대사를 치는 거야..윽윽윽윽…’ ‘윽윽윽윽? 뭐 그런 대사가 다 있대?’ ‘왜 없어? 보지랑 똥꾸녕 같이 쑤시다 보면 나오는 게 그런 멘트지, 뭐 별거 있어? 장난 고만하고…..빨리 적어……. 더 이상, 견디기도 힘들어, 빨랑!.......어그어그…억억억……..이거 집안 공기가 왜 이래!...이 때……그리고… 창문을 닫고…….. 공기 정화기를 켜면서…….. 아들에게 말하는 거지…. 숨쉬어, 숨쉬어 봐…..악악악악……’ ‘그게 다야?’ ‘아니쥐…….창문을 닫으면 그 제품을 켜자! 요렇게 카피를 치는 거지. 억억…….아휴…보지터져……아그그….진짜 똥 나올라….. 너그들 누나가 주는 돈으로 맨날 약이나 사 쳐먹고, 이렇게 좇대 키우고 다니지? 어쩜 싸지도 않고 그렇게나 박아대니?......내가….그러니……이 바닥에서 굴러 먹어도 너그들을 못 본채 할 수가 있냐?.......나의 아이디어 탱큰데……아휴….아휴……윽윽윽윽……아가각………’ 소 팀장이 소처럼 씩씩대면서 수염탱이와 말상이랑 열나 떡을 치다, 제풀에 뻗어 버리고야 말았다. 언제나 그 두 놈은 하면 할수록, 왜 이리 설정이 점점 어려워 지느냐며, 고개를 흔들지만, 소 팀장은 남의 돈 빼끌어 먹기가 어디 쉬운 줄 아느냐며, 꿀밤을 멕여 버린다. 그건 그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전쟁터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 남아, 고지를 점령하려면, 누구보다도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하고, 죽음조차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고, 몸으로 실천하면서 보여주는 소 팀장…….한 시간을 거지반 넘기고 나자마자, 근 2주를 끌어왔던 카피들을 단박에 해결하는 그 능력……속이 타고는 있었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깨끗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능력의 현격한 차이. 그래…..띠발…… 팀장은 아무나 하나? 다 능력이 있어야 하쥐. 그 대박 광고의 말미에 여자 배우가 던지는 충격의 카피……그래도 넌 아니야….. 라는 대사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 두 녀석에게 중얼댄, 소 팀장 자신의 넋두리 같은 것을, 귓밥 없는 내가 캣취 해서 첨부 시킨 것이었다. 그 당시, 소 팀장은 두 녀석이 온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좇물을 토해 내면서, 땀에 쩔은 몸뚱아리를 그녀에게 쓰러뜨리자, 한숨을 폭 내 쉬면서 말했었다. ‘그래, 그렇게 쑤셔대고, 박아대도….너그들은 아니야. 절대로…….사랑하는 우리 유대리, 우리 천호씨가 아니면,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 할 수 없다니깐…….자기야…. 사랑해.’ 그 때의 그 광고 카피도 알고 보면, 내가 대박을 친 거나 다름 없었지만, 누가 더 잘났는지 따질 이유는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이 혼인신고도 못 올리고, 같이 산지, 꽤 되고도 있었지만, 혹시나 누가 눈치챌까, 아무도 알지 못하게 쉬쉬 하며…….., 결국 마누라가 잘 되면, 나도 잘 되는 거 아닌감?....…쩝…..…..나는 오늘도 씩씩대며, 알몸으로 포개져, 남자들 틈에서 정신을 잃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대박 조짐이 보이는 카피의 상세 내역들을 아내의 이멜 주소로 회사에 날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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