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만 있다면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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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83,1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그럴수만 있다면 - 단편
-그럴 수만 있다면-
‘이 과장, 오늘 한잔 어때?’
또 그 놈의 한잔 타령이다. 언제나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는 굶주린 하이에나 처럼 저녁시간을 같이 지내 줄 동료를 찾아서 사무실 안을 빙빙 배회하는 신과장. 사람들은 이제 그의 행동에 자못 무덤덤 하기까질 한다. 사람들은 속으로 카드 값이 무섭지도 않은지, 저렇게 술을 퍼 마시다가는 언젠가 퍼질 날이 올 텐데 하는 걱정마저도 앞선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렇게 관리자의 순위까지 올라 오면서 유학파나 낙하산 계열이 아닌 다음에 어떻게 아직까지 혼자 살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했고. 그는 그 훤칠한 용모와 다르게 여자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듯이 산다. 여직원들 에게 조차 그 흔한 농담 한 번, 건네는 적이 없었으니까. 일이라면 또 그렇다. 어찌 그렇게 자기 회사인 것처럼 열심이고, 나서대며, 일을 처리하는지 타 부서와의 회의 시에 똥마려운 강아지 처럼 다른 부서의 일마저 부산하게 챙겨 들고 들어 오는 그를 말릴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직원은 없는 듯이 보였다. 나야 가정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정시 출퇴근 이지만, 언제나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커피를 몇 잔을 빼먹는지 셀 수도 없고, 언제나 먼저 퇴근하는 동료들을 배웅하는 그의 손짓을 보면 회사에 살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아직 총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이 있기는 해도 곧바로 신과장의 무덤덤함으로, 더하여 회사에서 죽 때리는 그의 행태로 보아 결혼이라도 했다가는 그 스트레스를 집안에서 고스란히 당할 생각에서 였는지 아예 관심을 접어 버리는 여자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와 가끔 술을 대작하는 유 대리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주량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또 특징이었다. 1,2차는 기본이고, 대개는 술을 마시다가 술이 깰 때까지 먹고야 만다는 신과장의 체력은 도저히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후문 이었다. 사내 체육대회나 단합대회 때에는 그 술 실력과 더불어 신과장의 노래솜씨가 돋보이는 때 이기도 했다. 회식 자리 같은 곳에서는 반주가 있던 없던 간에 허리띠를 주욱 빼 들고는 마이크처럼 붙들고 한 곡조 멋들어지게 불러 제끼 면서 흡사 나이트 클럽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뱀 쇼 처럼 그 허리띠로 좌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 넣을 때면 다시 또 나의 마음 속에는 저렇게 가슴이 따듯할 것 같은 남자가 어찌 혼자 사는지 의문스러울 따름 이었다. 언제나 샌님처럼 술자리를 되도록 이면 마다하는 나에게 오늘은 왠 일 인지 술을 같이 먹자고 들이대는 그의 의중을 알 길이 없다.
‘입사동기 끼리 오늘 술 한잔 어때?’
‘오늘 제목은 또 무언데?’
‘나야 뭐 꼭 제목이 있어야 술을 먹남? 땡기니까 재끼는 거지. 갈래, 말래?’
오랜만에 둘이서 점잖게 술 한잔 해도 괜찮을 듯 싶어서 나는 승낙했다. 둘러선 직원들이 내가 왠 일 이냐 면서 한마디씩 했고, 내일 아침 살아서 보자는 둥, 내가 걱정 되었는지 퇴근하는 어떤 직원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이과장님 화이링 하면서 조크를 하기도 했다. 아니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승낙이었나 싶었다. 집에 전화를 하면서 차를 놓고 가겠다고 전하면서 나는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이거 괜한 술친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했고, 정말 누구 말대로 내일 아침 제대로 회사에 나올 수 있을 런지도 아리까리 했다.
‘제수씨가 뭐라고 하시나? 내가 잡아먹을 것 같으니 따라가지 말라고?’
‘농담도… 그래, 어디로 갈꺼나?’
우선 밥을 먼저 먹자고 했다. 둘은 회사 근처의 내장탕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는 신과장이 잘 안다는 술 집으로 향했다. 밥을 먹으면서 나는 신과장이 술을 시킬 줄 알았는데 곱게 식사만을 해서 나는 이제까지 보아오던 그와 조금 다른 면을 느꼈다. 입사동기로 대리도 과장도 같이 달았기 때문인지 다른 동료들 보다 더 가까웠고, 그 술버릇까지도 훤한 나였지만 오늘은 왠지 쓸쓸해 보이는 것도 같아 나는 식사 도중에 그에게 물었다.
‘아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나랑 같이 술을 먹자고 했누?’
‘우리 그 동안 정말 오래도록 같이 붙어왔는데, 너무 소원한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우리 입사한 거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과장이네, 내년이면 벌써 차장을 바라본다니… 우리 입사해서 OJT해주던 인사과의 명대리 얘기 생각나냐? 회사생활은 3579 손꼽다가 퇴직하거나 기어이 머리 박고 죽었 읍네 하면서 지내던가 둘 중에 하나밖에 없다는 말. 기억 나냐?’
‘암,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실감을 못했는데, 이제는 정말 피부에 절절하게 와 닿는다. 너나 나나 물려 받은 재산도 없어, 어디 오라는 데도 마땅칠 않아, 뾰족한 새끼줄이나 핸드백도 없으니 머리라도 박을 수 밖에…허허’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는 샐러리맨 만이 안고 있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요즈음 입사하는 신출내기 신입들은 무언가 우리의 예전과는 달랐었다는 것에 스스로의 세월을 실감하고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 보다 먼저 정시에 퇴근하면서도 윗사람의 눈치를 보질 않았고, 업무분담 회의 시에도 정확히 선을 그어 예전의 우리처럼 남의 일이라도 도맡아 하려는 무모함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기획 안을 작성하는데, 반드시 종이에 초안을 적었다가 PC로 옮기는 우리들과 다르게 그들은 바로 모니터가 그들의 연습장 이었으며, 최종 보고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역시 튀는 신세대들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매일 겪고 있으면서. 업무를 벗어나면 PC문맹이기는 매한가지인 우리들과 다르게 그들의 관심사는 항상 달랐다. 워크맨을 들으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우리들과 다르게 그들은 MP3로 온갖 노래들을 PC에서 다운 받아 즐거움을 만끽했고, 기껏해야 단축버튼 사용이 고작인 핸폰 으로 그들은 속사포 같이 문자를 날리고, 사진을 찍어대고, 우리들을 매번 깜짝 놀라게 하는 그 세대. 그러기에 이렇듯 관리자의 입장으로 전환된 우리는 시시각각 그들의 여파에 밀리고 밀려 3579타령을 해야 할지 명퇴의 그늘로 접어들어야 할지 나날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유 대리의 말과 다르게 오늘 신과장은 분위기 있는 스텐드 바로 자리를 잡았다. 바텐더가 그에게 인사를 한다.
‘과장님 오셨습니까? 오늘은 술친구를 모시고 오셨네요?’
‘응, 하도 혼자 오기도 뭣하고, 거시기, 따라다니는 인간들이 기운이 딸린다고 해서 오늘은 연식이 좀 오래 됐어도 싱싱한 인간으로 골라 왔지. 보관해 둔 술로 줘.’
바텐더는 뒤 켠 에서 사람의 이름 표딱지가 걸려있는 양주를 꺼내 온다. 말로만 들었던 단골 주당의 찜술. 역시 신과장 이었다.
‘야. 너 보기 보다 멋있다, 나는 드라마에서나 봤었는데…’
‘이렇게 먹는 게 더 절약 된다구, 이곳은 내가 혼자 먹을 때나 오는 곳인데, 이렇게 너를 달고 왔으니 오늘 이 술 절단 났네 그랴.’
‘걱정을 붙들어 매라고. 내가 어디 술로 끝장보는 사람이냐? 그건 그렇고 오늘 무슨 일 있냐? 혼자 먹는 이런 곳엘 다 데리고 오고…’
‘뭐긴 뭐, 신세 한탄이나 하려고 왔지.’
‘신세한탄? 너야 혼자 사는 놈이 신세 한탄할 건덕지 라도 있냐? 대체 결혼은 할 생각이나 있는 거야?’
‘왜 나라고 결혼 하고 싶은 맘이 없겠냐? 나도 남잔데…’
회사에서의 활기찬 모습과 달리 오늘 신과장은 눅눅한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술을 들이키는 속도도 둘 다 느릿하기는 마찬가지 였고…
‘과장님, 아까 전에 전화 왔었는데…’
알고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누구길래 술집에 전화를 다해서 너를 찾느냐고 되물었다. 신과장은 아는 술집 주인이라고만 대답한다. 자기가 들른 지가 꽤 되어서인지 전화를 했던가 보더라고 하면서 잠시 전화를 하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신과장, 여기에 자주 와요?’
‘그럼요, 그런데 항상 혼자 오세요. 느즈막히, 지금보다 아주 늦은 시간 즈음에 혼자 오셔서 한 두잔 정도 온더 락스로 두잔 정도 드신 후에는 금방 가시곤 하죠. 오늘은 예외지만…저는 과장님께서 누굴 모시고 오는 거 처음 봐요.’
신과장의 또 다른 면이었다.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먹으러 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금시 초문 이었다. 나는 전화 건 사람이 더 궁금했다.
‘전화는 자주 오나요?’
‘궁금 하신게 꽤 많으신 것 보니 별로 친하질 않으신가 봐요?’
아주 재치 있는 바텐더였다. 단골의 신상명세에 대해서 은근히 보호하는 정중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아니요. 내가 술을 좋아하질 않아서 그렇지, 우리 이래 뵈도 입사동기에요.’
‘아, 그러시군요! 어느 여자 분인데,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음성이에요. 항상 과장님이 오셨는가 묻고는 오시면 전화 왔었다고 전해 달라고만 하시죠. 외상 값 같은 것은 남기질 않는 분인데, 아마 잘 아는 분 같아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핸폰 으로는 전화를 않 하시나 봐요. 과장님도 이곳에 오셔서 전화가 왔다는 얘기를 들으셔야 연락을 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그 때, 신과장이 들어왔다.
‘내 술 좀 잘 놔 둬. 내가 금 그어 놨으니 알쥐?’
신과장은 자리를 옮기자면서 돈을 냈다. 내가 내겠다고 하자, 오늘은 자기가 낸단다. 다음 번에 뻐들어지게 한잔 사라면서 그 집을 나오면서 택시를 잡는 폼이 회사에서의 그 기운찬 모습이다.
‘어디로 가게?’
‘아무튼 오늘은 내가 가자는 대로 그냥 가자. 혹시 아냐? 좋은 일이 있을지?’
나와 신과장은 택시를 타고 강남의 번화한 유흥가 앞에서 차를 내렸다. 조금을 걸어 들어가자, 야화(夜花)라고 되어있는 룸살롱이 나왔다. 입구의 대리석 바닥하며, 길다란 복도의 벽 조명등을 보니 왠간히 돈을 들인 곳이 아니었다. 이른바 물 좋은 웰빙 들이 들이닥쳐서 혼줄 나게 놀아대는 곳이 분명했다.
‘와, 이거 술 값이 장난이 아니겠는데?’
‘술 값, 쯤이야…’
룸에 들어서자, 나는 고급 호텔에 온 것 같은 인테리어에 기가 팍 죽었다. 방안은 그야말로 싸구려 티가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와, 너는 항상 이런 곳에서만 술을 먹냐?’
‘아니, 내가 그냥 아는 집이야. 나랑 분위기가 않 맞아서리 자주 오진 않지.’
그때 였다. 문이 열리면서 정장을 한 웨이터가 들어오면서 신과장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과장님 오셨습니까?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애들도?…’
신과장은 능숙한 솜씨로 안주와 술들을 시키고 여자는 두 명을 들어오라고 시킨다. 술만 먹는 줄 알았더니만 여자까지… 역시 꾼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 있질 않아서 문이 열리고 웨이터는 술과 안주를 푸짐하게 들고 들어오면서 여자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여자는 3명 이었다. 2명은 지금 갓 대학에 들어간 듯한 알로 깐 도토리 같은 팽팽한 여자들 이었는데, 한 여자는 되 보여도 나이가 50은 됨직한 지긋한 중년 여성이 들어왔다. 그 여자는 웨이터에게 부르기 전에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얘기하고는 웨이터가 나가자, 내 양 옆에 앉은 한 여자에게 눈 짓을 하자, 쪼르르 달려나가서 방의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근다. 그 지긋한 나이의 여자는 신과장 옆에 앉았는데, 나는 졸지에 두 여자를 양 옆에 끼고 술을 먹게 되어 황송할 따름 이었다.
‘신과장! 나는 얘네들 둘, 정말 감당 못한다.’
신과장은 괜찮다며, 그냥 먹자고 한다. 그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개를 했다.
‘과장님이 이렇게 손님을 모시고 올 줄은 몰랐네요. 인사드릴께요. 저 이 집 주인, 정화입니다. 너희들도 어서 소개해야지?’
내 옆에 앉은 애들도 그제서야 소개를 하고는 아직 적응이 덜 되었는지, 아저씨와 오빠를 번갈아 불러대면서 나에게 술을 권한다. 나는 더 이상 여자를 부르지 않고, 주인마담의 술잔을 받는 신과장이 이상했다. 나라면 젊디 젊은 것들을 데리고 술을 먹어도 시원찮을 판에 왠 주인마담?
‘신과장, 정말 저 마담과 술대작 할 심사야? 거 취미 참 독특하네.’
‘괜찮다니깐, 자, 우리 모두 오늘, 죽자, 건배!’
신과장은 술잔을 높이 치켜 들었다. 서로가 잔을 부딪치며, 술을 넘겼다. 아까의 스텐드 바와 다르게 술은 속도를 높혀 가면서 뱃속으로 쏟아져 들어갔고, 분위기가 흥에 겨웠는지, 신과장은 자신의 주특기인 허리띠를 빼서는 그 놈의 뱀 쇼를 한바탕 흐드러지게 펼치고…나는 오줌을 참을 수 없어서 화장실을 왕복하면서 점차 취기에 사로잡혀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도 조용조용 옆 사람도 들리질 않을 낮은 목소리로 신과장과 얘기하면서 자세가 흐트러 짐도 없이 술을 주고 받던 마담이 플로워에 나섰다.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그 마담은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한듯 않한듯 매력적인 아이쉐도우 부터 온 얼굴을 적절한 톤으로 우아하게 화장한 모습은 정말 나이만 빼고는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으니까. 게다가 그 나이쯤이면 똥배에다가 쳐진 히프로 그런 섹시한 칵테일 드레스가 왠말 이라고 할 터 인데 정말이지, 체격 하나는 죽여주는 라인의 소유자 였다. 게다가 노래를 부르면서 갑자기 긴 드레스의 중간을 확 잡아 째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드레스에서 미니스커트 로 분리되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다리를 가리던 천이 사라지고 암갈색 스타킹에 싸인 두 다리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와, 저 나이에 저런 체격이 왠일? 노래와 섹시한 춤이 끝나고 자리에 앉은 마담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야 임마, 실례되는 줄 알면 묻덜 말아야지!’
‘괜찮아요, 이런 자리에 어울릴 나이가 아니어서 저도 좀 쑥스럽긴 하네요. 저 내일 모레면 50 끝자락 이에요. 놀라셨죠?’
정말 놀랄 노자였다. 나는 신과장에게 입에 침이 튀어가며, 마담의 체격이며, 섹시한 모습 등을 줏어 섬기며, 내가 오늘 여자를 잘 못 고른 것이 아니냐는 농을 섞다가 옆 자리의 여자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방 안의 사람들이 어지간히 취기가 올랐을 때, 마담이 내 옆의 두 여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두 여자는 즐거웠다고 하면서 황망히 방을 나가는 것이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심정으로, 알토란 같은 탱글한 엉덩이를 흔들며 나가는 두 여자를 보면서 나는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여자들이 나가고, 마담은 방안의 조명을 어둡게 낮추었다. 그리고, 노래방기기를 끄고는 구석의 스위치를 넣자, 그야말로 분위기 죽이는 유선방송이 흘러 나왔다.
‘우리 즐겁게 놀죠?’
우리 라는 말에 신과장과 나는 서로 쳐다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서 자리를 떴는데, 오줌을 누고, 나오다 보니 두 사람이서 술잔을 섞으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
‘과장님이 안 드시는 것 같아서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한잔 따랐어요. 우리 모두 건배하죠.’
나는 얼결에 마담이 건네준 스트레이트 잔을 받아 들었다. 신과장도 마담도 한꺼번에 위하여를 외치면서 단 숨에 술을 넘겼다. 싸하니 목구멍을 넘어오는 술은 약간 쓴 맛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넘겼다. 술이 과하긴 했어도 그 잔을 넘기고 나자, 나는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온 몸이 붕 뜨는 것 같고, 가슴이 스멀스멀 지리리 한 것이 오금이 재려 오기 시작했다.
‘야, 이거 기분이 묘하네, 신과장, 넌 괜찮냐?’
‘마담이 네가 왔다고 특별히 선사한 술이야. 평소랑 좀 다를 게다. 맛이 기가 막히지? 내가 아까 얘기 했잖아? 오늘 모두 죽자고!’
‘뭐 약이라도 탔냐? 그래도 난 그런거 안 믿어.’
마담은 신과장 옆에 앉아 있다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확하고 풍기는 향수냄새. 쁘아종이 분명했다. 신과장과 나 사이에 앉은 마담은 두 남자의 다리에 손을 올려 놓고는 슬슬 쓰다듬기 시작한다.
‘과장님 술에만 약이 있는게 아니에요. 제 술에도 약을 넣었어요. 우리 같이 즐겨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이건 술도 아니고 약이라니… 이런 노땅 아줌씨랑 놀려고 약까지 먹어야 되다니…나는 속이 끓었지만 신과장 체면도 있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 밖에…그러나,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약기운과 술기운이 상승효과를 가져 왔는지 내 좇은 이 상황에서 아랑곳 하질 않고 불뚝불뚝 제정신이 아니다. 대개 술이 많이 취하면 절대 발기가 않 되었던 나인데, 오늘은 술을 거나하게 들이켰음에도 이렇게 옷이 찢어져라 서대는 것을 보면 약기운이 틀림 없었다. 신과장은 잠자코 술만을 들이킨다. 마담이 내 손을 쥐고는 자신의 넓적다리로 가져간다. 나는 미친 척하고 마담의 짧은 치마 속으로 손을 푹하니 찔러 넣었다. 스타킹이 끝나는 무렵 있어야 될 팬티가 없는 것을 알고 나는 헉 하니 숨이 막혔다. 곧 이어 마담의 입술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브레지어도 않 했으면서 그 유선이 나이답지 않게 도드라진 유방을 한 손아귀에 거머쥐려고 했다. 그러나, 그 크기가 만만치 않았다. 나와 마담은 입술 주위로 침을 범벅을 해대면서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진한 키스를 혀를 나누어 빨며 해댔고, 두 손은 옆으로 앉은 자세이면서도 치마를 걷어 내면서 가랑이를 벌리게 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마담의 치마는 가뜩이나 짧은 대다가 가랑이를 벌리니 위로 말려 올라가면서 온통 엉덩이와 보지가 확연히 바깥으로 드러나는 중이었다. 마담은 나와 키스를 하다 말고, 넥타이며, 내 셔츠를 천천히 풀기 시작하고, 그것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던 신과장도 나처럼 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한다. 세 사람의 눈자위는 벌겋게 충혈된 것으로 보아 약 기운이 최고조에 달한 듯 싶었다. 나와 신과장은 무언의 약속처럼 옷을 벗어서는 옆 자리로 던져 버렸다. 내가 마담과 돌려 앉아 입을 맞추는 사이에 신과장은 마담의 칵테일 드레스의 등지퍼를 내려 준다. 지퍼가 내려가고 마담의 훌륭한 어깨가 서서히 드러나고, 나는 또 한번 마담의 백옥 같은 살결에 감탄하고야 만다.
‘피부가 너무 희면 남편 복이 없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가 봐여.’
‘왜요? 이런 일 하시다 보면 이렇게 젊디 젊은 남편을 수시로 갈아치울 수 있잖아요? 그게 어딥니까?’
아예 서버린 내 좇은 감각이 없어지는 지경이다, 무슨 약인지, 몽롱하기까지 하면서 발기된 좇은 피부가 찢어질 듯이 팽창되어서 내가 보기에도 이런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마담, 이런 기분 때문에 단골 되면 어쩌지요? 돈이 없으니 자주 오지도 못하고, 이거 야단인데…’
괜한 소리 한다는 표정으로 마담은 나의 젖꼭지를 핥는다. 혀끝으로 돌돌 말면서 건드리는 내 젖꼭지는 마담의 집요한 공략으로 소름 끼치듯이 발딱 서버리고… 내 좇은 그 사이 마담의 섬섬옥수로 천천히 주물러지고 있었다. 나는 그 약기운 으로 인해 마담과의 나이차를 망각해가는 것을 느꼈다. 흡사 그것을 바라고 약을 탔던 것 처럼…신과장은 마담의 등뒤에 붙어서 마담의 목뒤와 귓밥을 잘근잘근 물어주면서 음침한 어조로 무언가 마담의 귓속에 얘기를 흘리고 있었다. 벌거벗은 세 사람은 약기운에 의지하는 것만도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마담의 체격은 젊은 사람 못지 않은 고혹적인 자태 였으며, 약기운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런 분위기라면 섹스를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나이차이를 느끼기에 마담은 너무나 싱싱하고 매력이 있었으니까. 마담의 보지에는 털이 없었다. 아주 깨끗하게 밀어버려서 털의 뒤덮힘 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나이조차도 알려지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나는 마담의 벌려진 가랑이와 보지의 씹살 사이가 보통 여자들보다 넓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또한, 그 통통한 음순의 형태로 인해 정말 명기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고 있었다. 이제 마담은 내 좇 위에 엎드려 입안 가득히 사까시에 열중하고 있다. 소파에 올라선 채로 엎드린 마담의 뒤에는 신과장이 버티고 있었다. 신과장은 마담의, 뒤로 벌려져서 허공으로 들려져 있는 둔부와 보지의 조화를 여유롭게 감상하면서 한숨까지 내 쉬고 있었다. 벌거벗었음에도 스타킹만을 벗지 않고 남겨둠으로 인해서 두 남자에게 시각적인 흥분조차도 유지시키고 있는 마담의 연출은 가히 최고 였다. 신과장은 도자기를 쓰다듬듯이 마담의 엉덩이를 계속해서 훑으면서 간간히 움찔거리는 항문과 털 없이 조물 대고 있는 보지 살을 을러댄다. 그로 인해 순간 순간, 내 좇을 빨고 있는 마담의 입에서 신음과 탄성이 새어 나오고 아프지 않게 내 좇을 잘근 깨물기도 하는 걸 보면 엄청 꼴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마담의 둥그런 히프 사이로 신과장이 사라졌다. 아마도 마담의 보지를 빨기 위해서 일 것이다. 마담은 내 좇을 빠는 도중에도 끊임 없이 웁웁 하면서 보지를 빨아대는 그 흥분으로 경련과 신음을 같이 토해내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빨고 있는 신과장의 인내력이 가상했다. 고개를 쳐든 신과장은 그런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처음에는 약기운 때문에 눈이 충혈된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 이었다. 마담은 잠시 뒤를 돌아보며 내 좇을 빠는 것을 멈추더니 곧바로 신과장을 일으켜 세워서 키스를 했다. 그러는 도중에도 마담은 앉아 있는 내 위로 몸을 실어왔다. 나는 신과장을 살펴볼 사이도 없이 내 좇 위로 덮쳐오는 마담의 민둥 보지에 정신이 없었다. 흡사 그 통통한 음순이 장갑처럼 내 좇을 감싸듯이 내 좇은 마담의 씹살에 융숭한 인도를 받으면서 보지 속으로 딸려 들어가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무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웅얼거리면서 키스를 멈추질 않았다. 내 좇 위에서 엉덩이를 느릿하게 돌려대면서 마담은 상체를 기울여 신과장의 좇을 입에 담갔다. 길이는 보통이어서 유별날 것은 없었지만 신과장의 좇은 그 굵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언제나 사우나도 같이하고 해서 눈에 익기는 했지만 이렇게 발기된 형태는 처음 보아서 그런지 망치처럼 보이기까질 했다. 마담은 신과장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의 좇 만을 열심히 빨아 재끼고 있었다. 마담은 자세를 바꾸더니 자신의 씹물이 묻은 것도 아랑곳하질 않고 다시 내 좇을 엎드려 빨면서 신과장에게 보지를 뒤로 벌려 주었다. 여자가 나이가 들고 폐경이 되면 씹물이 나오질 않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 뻑뻑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신과장은 눈을 슬며시 감으면서 마담의 보지에 좇을 밀어 넣었다. 뻑뻑한 느낌에 더하여 그 굵기로 좇을 들이미니 잘 들어가질 않는 모양 이었다. 좇을 빨다 말고 마담이 손을 뒤로 하더니 보지 살을 벌려 주기까질 한다. 끙 하는 신음과 함께 신과장의 체중이 마담의 둔부를 밀어낸다. 삽입이 되었는가 보다. 여전히 신과장은 눈을 감고 마담의 엉덩이를 움켜 잡은 채, 허리를 밀어댄다. 내 좇을 베어 물은 마담의 어깨가 내쪽으로 신과장의 허릿 짓에 따라 울컥하며 파동쳐 오고, 마담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내 좇을 입에 물고 웁웁 하는, 경끼 같은 비명만을 내지른다. 이어서 신과장은 탄력이 붙었는지 겁나는 속도로 좇을 박아대고, 내 좇을 물고 있는 마담의 상하 운동도 그에 따라서 흔들리는 머리칼과 함께 엄청난 가속을 더해갔다. 신과장의 허리가 점차 뒤로 제껴 지면서 마담의 엉덩이를 연속적으로 패대기질 치는 것과 동시에 신과장은 비명을 질렀다.
‘…..엄마! 이모! 억…억…억’
신과장의 오르가즘과 동시에 마담은 내 좇에서 얼굴을 들고 입을 벌린 채로 허공에 비명을 질렀는데, 마담도 역시 울고 있었고…. 내 좇물은 허공으로 치솟으면서 마담의 젖가슴과 턱 밑에 지지래를 해놓았다. 나도 눈을 감고 극한 오랄 서비스를 받느라 혹시나 잘 못 들은 것이 아닌가 했다. 세 사람은 숨을 돌려가면서 섹스의 여운을 삭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용히 옷들을 입었으며, 마담은 가슴과 턱 주변에 내가 싸놓은 정액과 신과장이 보지에 싸놓은 것들로 인해 티슈로 닦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그럼 다음에 또 뵙죠.’
마담은 옷을 입고는 아까 분리해 놓았던 치마조각을 움켜쥐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가자! 입가심은 해야지!’
신과장은 아무런 얘기도 없이 술집을 나왔다. 아무도 돈을 내라는 사람이 없었고, 그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태도로 문을 나서는데도 그 마담은 보이질 않았다. 신과장은 택시를 타고 아까의 그 스텐드 바로 다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술을 시켜서 벌컥대는 그였다.
‘이 과장, 다 들었지?’
‘무슨 말?’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되물었다.
‘내가 외친 말들...’
‘응, 그거야, 마담 나이도 있고 하니 얼결에 그렇게 부른 것 아니겠어?’
‘아니, 짐작도 못했겠지만 그 마담, 실은 우리 진짜 이모님 이야. 내가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지. 자네가 모르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었네. 내가 한사코 반대 했었는데, 이모가 오늘, 날을 잡았던 거야.’
‘날을 잡다니?’
‘자네는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는 계속 모를 소리만을 했다.
‘자네, 내가 회사에 왜 그렇게 열심인지 생각해 본적 있어? 그냥 성격이라서? 아니면, 일이 좋아서? 글쎄, 무얼까?’
‘자네는 일을 즐겨 하잖아? 예전에도 그랬고…’
‘이 회사가 아버지의 회사가 아니라도 그렇게 일했을까? 회장님이 바로 내 아버지셔. 돌아가신 어머니는 아버님의 3번째 첩이셨고…’
‘자네는 회장님과 성이 다르잖아?’
‘그것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거지. 내 성은 아버지의 호적에 올릴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님의 성을 따랐지. 젊디 젊은 어린 나이에 회장님의 눈에 들어 첩 살림을 차리고 나를 가졌는데, 남자들이 그렇잖아? 이런 저런 거짓말에 여자들을 혹하게 하는 거…어머님은 순진하게도 이혼하고 자신과 살아 줄 거라고 믿고 계셨는가 봐. 아이를 낳았는데도 호적에 못 올리게 하고, 몇날 며칠을 회장님 집, 문간에서 핏덩이인 나를 안고, 호적에만 올려달라고 사정사정 했는데 그 집 큰 마님이 꼼짝도 않하셨다지? 이모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는 그렇게 통곡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애만 덜렁 안고 가방도 모두 잊어버리고 정신이 약간 나간 채, 봉투 하나만 들고 들어왔대요.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들어있었고…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집안에서 나를 반대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엄마와 이모가 쌍둥이 였기 때문이라는 거야. 미신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쌍둥이의 자식은 받질 않기로 했다면서…엄마는 그때부터 아버지도 볼 수 없게 되고 돈 몇 푼에 팔린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미우셨던지,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제풀에 지쳐 돌아가신 거지. 아마 울화병 이었을 거야. 그 돈으로 이모는 이른바 숙원사업을 시작하고, 지금의 그 가게로 발전 하기까지 시집도 않 가고, 나를 키워가며 일구어 온 거야.’
‘회사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이모가 회장님을 찾아갔지. 나의 합격이야 따 논 당상 이었구. 아버지라고 평생 불러보지도 못했고, 회사에 들어와서도 얼굴 한번 대면한 적 없지만 못난 혈육이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던지 나 스스로 일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더 구만. 이런 얘기 처음 듣지? 나도 고백하기는 처음이야.’
신과장의 과거는 얼룩진 형태로 그 자신을 평생 짓누르고 있었다.
‘이모는 나의 유일한 혈육이자, 엄마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야. 평생을 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이모는 술장사를 하면서도 나에게는 보란 듯이 정조를 굳건히 지켜왔던 오뚜기 같은 여인이었어. 그러던 이모가 이제는 도리어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된 거야. 가뜩이나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운 나에게 엄마와 똑같이 빼다 박아 놓은 듯한 이모의 연정을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어서 같은 집에 살면서도 이모의 육탄공세를 피하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써 봤어도 도무지 소용이 없었지. 내가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내내 술 먹으러 다닌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구. 그러다가 나도 더 늦어서는 서로에게 안되겠다 싶어서 결심을 한 거야. 혼자서는 용기가 없어서 안되겠고, 내 친구랑 같이 시도를 내어보겠다고 하고서는 차일피일 미루어 왔지…그러다가 여기까지 온 거고…’
‘이모님도 용기가 필요했기에 약을 드신 게로구만.’
‘아마 그랬을 거야. 평생 혼자 살면서 나만 바라 보고 사셨는데, 나와 섹스를 하게 된다는 설정은 맨 정신으론 해결하실 수 없었겠지. 이제 내 속을 다 털어 놓았으니 어쩌지?’
‘어쩌긴 뭐, 가끔 끼워주면 나야 고맙지. 내가 모르는 척 하고…’
신과장은 허탈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 살까지 섞은 이모와 어떻게 나날을 보내야 할지 그 걱정을 하는 얼굴이었다. 그의 마음 속에는 분명 죽은 엄마와 쌍둥이 이모의 얼굴이 같이 겹쳐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럴수만 있다면 지금 자신 앞에 놓여진 쓰디 쓴 잔이 치워지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