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lem Angels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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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3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Harlem Angels - 6부
나이트 참사(!)가 일어난지 일주일이 흘렀다.
난 그동안 자숙하는 의미로 지나가는 계집들한테 눈길 안주기 주간을 가졌고, 일주일만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걸 자신에게 감사했다.
계절은 바야흐로 여름으로 접어들고 거리에 여자들은 하나둘씩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어던진채 활보하기 시작했으며, 내 눈은 이 공짜 호강을 왜 나만 못 누려야 하느냐며 성질을 마구 부려댔기 때문이다.
자숙기간이 끝난 오늘, 나는 점심시간에 밥도 굶고서 회사 근처 카페로 향했다.
일부러 챙겨온 짙은 선글라스, 분명이 자식놈이 텐트를 칠 테니까 사타구니 근처를 최대한 편하게 옷을 정리하고… 나는 커피와 치즈케揚?시켜서 홀짝거리며 거리의 여자들을 눈으로 즐길 준비를 마쳤다.
‘흐음… 70점.’
팬티인지 반바지인지 모를 아랫도리를 걸치며 지나가는 계집에게 점수를 매기며 나는 커피를 홀짝거렸다.
‘호오? 드물게 나타나는 정품 C컵인데? 80점.’
‘음, 넌 너무 대담하다 그 몸매로… 60점.’
성욕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나는 정말 맘에 드는 세상에 모든 계집을 다 먹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한다.
그냥 지나가는 계집을 그 자리에서 발가벗겨서 거리 한가운데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박수속에 섹스를 치르고 싶다, 아무리 늘씬하고 멋진 여자라도 내가 붙잡아서 발가벗기려 들면 목숨처럼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는양 나에게 헌신했으면 좋겠다.
아니라고 우겨대긴 하지만 나도 사실 인정하고 있다, 난 세 계집들의 말대로 섹스중독자라는걸.
혼자서 눈은 지나가는 미녀들을 쫓으면서 머릿속으론 이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길 건너편 카페 야외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가 일어서더니 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앉은 테이블과 대각선상에 놓인 자리였지만 제법 거리가 멀고, 나는 시력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라서 멀리 앉은 사람까지 시선이 닿질 않았었다, 눈 앞에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었지만.
처음엔 그녀가 다가오는걸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다.
카페 사이의 건널목에 들어서서 한 20m 앞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비로소 그녀에게 시선을 맞췄다.
갑자기 눈알이 확 튀어나올뻔 했다.
‘우아앗! 저, 저 다리! 저런건 우리나라 애들 몸매에서 잘 안나오는 스타일인데… 유나만 한거 같다!’
검정 핫팬츠에 에나멜 샌들을 또각거리는 다리에 완전히 정신이 나갈듯해서 시선을 올리다가 점점 얼이 빠진다.
‘개, 개미허리다 진짜. 가슴 모양도 끝내주는군, 85? 아냐, 90에 C컵! 키는 170cm은 되겠다, 어디서 이런 명품이… 이 동네 물이 언제 이렇게 좋아진거야?’
드디어 얼굴까지 기어올라간 내 시선, 아마 그 순간 내 입에선 분명히 침이 흘렀을거다.
햇빛에 비쳐 반짝거리는 빨강머리,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큼직큼직하게 선이 강한 미모, 검은 눈동자지만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젊은 미녀가 눈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엄청난 빨강머리…. 염색? 원래 머릿색인가? 외국인? 혼혈인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남자 여럿잡아먹게 생겨먹은 얼굴이다….’
동양과 서양이 절묘하게 혼합된 이목구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가슴에 개미허리, 쭉 뻗은 다리곡선… 어느 한군데 흠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렬한 미모를 뽐내며 그녀는 나를 향해 직선으로 걸어왔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구둣 소리가 끝났을 때, 그녀는 내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듯 다리를 살짝 벌리고 서서 한쪽 허리에 살짝 손을 걸친 채 그녀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나 또한 손에 든 커피잔이 기울어져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서 멍하니 입을 벌린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구찌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쳐놓은채 얼굴의 반은 차지할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마주 바라보면서, 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갈색 빛 하나없이 새카맣다고 생각했다, 그 외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듯 싶다.
1초였을까? 아니면 1분이었나? 내가 그녀를 얼마동안 바라보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갑자기 그녀가 생긋 웃더니 내게 말했다.
“그래서, 난 몇점이죠?”
쨍그랑!
떨어뜨리듯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나는 얼이 빠진듯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와… 왓(what?) 아이(I), 아이(I), 아이(I)… 아이 벡 유 파돈(I beg you pardon)?”
거래처 미국인 사원이 내게 ‘미스터 김 영어는 오리지날 영국 상류층 액센트예요’라고 칭찬했던(나중에 미국 유학갔다온 어린놈이 발음이 완전히 중학생 책읽는 주순이라고 놀린거라고 증언했다) 영어가 띄엄띄엄 쏟아지고 있었다.
“네? 아하하하하하….”
그녀가 신나게 웃었고 나는 그녀가 웃는게 기분좋아 따라 웃으며 머릴 긁적거렸다.
지나가는 잡놈에 잡년들이 다 우릴 쳐다보고 있었지만 난 누구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렇게 나는 캐리(carrie)를 만났다.
[얼굴만 놓고 말한다면 효정이가 최고지, 그 인형처럼 작고 예쁜 얼굴은 어디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어. 목 아래서 허리까지만 말한다면 단연 나야. 진짜 자신있다구요. 엉덩이에서 발까지라면 유나언닐 당할 애는 젊은 모델들 중에서도 없을걸. 하지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한꺼번에 매긴다면…. 분해 죽겠지만 저 년이 최고야.]
처음으로 네 계집이 한꺼번에 내 침대에 올랐던 날, 발가벗고서도 당당한 몸짓으로 알몸을 자랑하며 나머지 여자들에게 몸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캐리를 쳐다보던 미희가 한숨과 함께 한 말이다.
그녀는 한참 배를 잡고 웃더니 내 앞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영어로 이야기하는게 더 편해요?”
“아니, 아니요. 한국말 잘하시는데 뭘…”
“다행이네요, 저도 한국말을 제일 잘하거든요.”
“순간적으로 외국인인가 싶어져서….”
“하하하하….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주로 혼혈이냐고 질문을 많이 받구, 어릴때 외국에서 자라서 그런가? 그치만 토종 한국사람이예요.”
“역시! 이 세상 온갖 종족중에서도 한국여자가 최고라는 진리를 오늘 다시 한번 맘에 새겼습니다.”
내말에 그녀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래서… 저는 몇점인가요?”
“네???!!!”
“계속 여자들 점수를 매기고 있었잖아요? 그 중에 난 몇점?”
“아아… 표시가 나던가요?”
“그렇게 잡아먹을듯한 얼굴로 지나가는 여자들 하나하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는데, 선글라스로 눈을 가렸다고 못알아 볼 줄 알았어요?”
“음음음음”
갑자기 갈증이 확 치밀어 오르는 느낌에 물을 찾는데, 그녀가 살짝 컵을 잡아채며 다시 물었다.
“매겨줘봐요, 난 몇점인가요?”
“종합평점으로 90점.”
“하하하하하… 100점이 못되네요? 내 어디가 모자라죠? 나름 자신있는데.”
“모자란덴 없어요. 저기…”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등 뒤를 가리켰고 그녀는 내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몸에 딱 붙는 브이넥 셔츠로 슬쩍 가슴골이 비치는 앞모습과 달리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뒷목과 등은 훤히 드러나 보이게 파져 있었다.
새하얗게 반짝거리는 살결에 다시 넋을 잃고 있는데 그녀가 물었다.
“저기 뭘 말하는 거예요?”
짤짤 고개를 흔들고 황급히 대답하는 나.
“버스요.”
눈앞에 속옷광고모델의 사진을 붙인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거의 벌거벗은채 요사스런 웃음을 띄고 있는 금발머리 여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저 여자보다 나아요.”
“아하하하, 저 모델이 100점 이예요?”
“100점은 아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도배질해서 만든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몸매인건 분명하죠.”
“흐응…”
그녀가 날 쳐다보며 고개를 기울여 조금 다가왔다.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 눈은 온통 숙이며 드러나는 그녀의 가슴 계곡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아요? 난 저 여자처럼 벗고 있지도 않는데?”
“벗어준다면 5점은 더 추가… 가 아니라! 이 나이쯤 되면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법이니까. 멋진 여성은 최고의 미술품이죠.”
“흐흥…?”
그녀는 뜻모를 눈빛을 반짝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오빠 진짜 웃겼던거 알아? 당장이라도 쓰러뜨려서 입고있는 옷을 다 찢어발길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뭐, 내가 미술품이라고? 푸하하하하…]
[그, 그랬었냐? 징그러웠어? 보기 싫었지?]
[아니. 그 육식동물같은 눈빛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난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버렸는걸. 그날 오빠랑 헤어지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팬티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어.]
“100점은 최고점이잖아요? 예술에 만점은 있을수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니까… 마티스와 고호중 어느쪽 점수가 더 위라고 생각하죠?”
“인상파를 좋아하시나요?”
“잡식성입니다. 그저 문외한이 아닌 정도… 저는 주관이 없어요. 유행따라 팔랑거리죠.”
그녀가 긴 목을 드러내며 고개를 들고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좋고 흐뭇하기만 했다.
“우리 인사해요. 난 캐리.”
“캐리? 영어군요? 스펠링이?”
“C.A.R.R.I.E.”
“애칭인가요? 직접 지은 이름?”
“호호호…. 애칭이기도 하고 가명이기도 하죠. 그쪽 같은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한테 첨부터 실명을 알려줄수는 없잖아요?”
“하하하하…. 저 얌전한 남자라고 다들 그러는데. 흠, 캐리란 이름을 들으니 스티븐 킹이 생각나네요.”
“햐아! 읽어보셨어요? 정말 반갑다, 단번에 스티븐 킹을 말한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어요.”
“캐리는 책보다 영화를 더 좋아해요. 아이러니 하지만 스티븐 킹의 영화중에 제일 재밌는건 공포물이 아닌 셔섕크죠.”
“하지만 전 샤이닝이 더 좋은데요?”
머릿속에는 그녀의 알몸을 만지고 핥고 빨아대면서도 대화는 건전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그녀와 발가벗고 침대를 뒹굴지 못하는데도 함께 하는 시간이 꽤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여전히 자식놈을 바지를 찢을듯이 발기해 있었고 눈은 그녀의 가슴에서 한순간도 제대로 떠나질 못했지만.
슬슬 대화가 물이 오르려 하는데 갑자기 캐리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지않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그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만 가 볼께요.”
“네? 벌써요?”
“네,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아서… 오늘 즐거웠어요.”
“아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벌써 일어나는건 너무…”
“호호호호… 참, 담번에 만날땐 편하게 말 놓으세요.”
활짝 웃으며 까딱 고갯짓으로 인사를 건넨 그녀는, 처음 다가올때처럼 경쾌한 걸음걸이로 빠르게 멀어져갔다.
다가올 때 볼수 없었던 등과 허리의 곡선, 미칠듯이 섹시한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또 한번 넋을 잃었다.
그리고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질때쯤에야, 내가 그녀에 대해서 아는건 오직 애칭 하나 뿐이란 걸 깨달았다.
‘학교도 주소도 전화번호도 본명도 나이도… 아무것도 모른다!!!!!!! 으아아아아!!!!!!! 씨발!!!!!!!!!!!’
벌써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그녀의 등을 찾아 달려가면서 나는 미친놈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너도 내 이름도 전화번호도 아무것도 안물어봤잖아! 아니, 이름은 물어보긴 했다… 그래도 안듣고 갔잖아! 담번에 만나서 말을 놓든 쌍욕을 하든, 만날수가 있어야 할거 아냐!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