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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닭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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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303,0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코스닭 치킨

정 차장은 모 은행에서 15년째 일을 해오다가 얼마 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은행의 여러 사정상 조만간 퇴출자 명단에 오를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생각되는 40대였지만, 아내와 상의 끝에 결정을 했다. 



그리고, 퇴직금과 이런저런 돈을 모아서 자신의 집 근처에 자그마한 치킨집을 내기로 했다. 



[코스닭] 



그의 치킨집 이름이었다.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꽤 크게 있는 관계로 치킨집은 그럭저럭 수익을 내면서 유지가 되었다. 



일년을 넘게 치킨집을 해나가면서 큰 실수나 문제없이 부부는 잘 꾸려 나갔다. 



내년이면 큰 아들이 고3, 막내 딸이 고1이 되니 돈 들어갈 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얼마간 저축도 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은행을 다닐 때 소홀하던 집안 일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서 아이들에게도 아버지의 위치를 인정 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치킨집의 사장 겸 배달 일도 이젠 아르바이트 종업원을 쓸 정도의 여유가 생겼으며, 



그의 친절한 인상과 가끔 은행 쪽 상담까지 무료로 해주는 서비스에 동네에서도 인심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치킨집 ‘코스닭’ 이란 재미난 이름과 거기에 맞는 치킨 맛도 일품이었다. 



덕분에 가게는 늘 맥주와 치킨을 찾는 손님들과 주문하는 전화벨 소리로 늘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그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치고 말았다. 



바로.. 조류독감 파동이었다. 






“여보.. 벌써 며칠째 주문 한 건 못 받았으니...성근이 학생을 그만두라고 할까 봐요” 



정사장의 아내는 신문을 보면서 한숨을 쉬는 남편 앞에 앉아서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말을 했다. 



“에휴~ 젠장 그 조류독감인지 개나발인지 때문에 아휴~” 



부부는 벌써 일주일이 넘게 장사를 못하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조류독감 파동에 잘못하면 일년 동안 열심히 꾸려온 이 가게를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잠을 설쳤다. 



“성근이 내일부터 그만두라고 하고, 밀린 월급하고 보너스나 좀 잘 챙겨줘. 걔 집이 어려워서 이거라도 해야 학비라도 벌어 쓰는데..” 



그는 담배를 한대 물고는 조용한 가게에 앉아서 유리문 너머로 펼쳐진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바라봤다. 



그는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최근에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금새 끝날 거라 생각한 조류독감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치킨집 사장이 자살을 하고, 여러 가게가 문을 닫았다. 



동네에 있던 다른 치킨집 사장도 어느 날 자신의 가게에 와서 같이 술을 먹고는 문을 닫는다고 했다. 



“젠장.. 그 더러운 중국 놈 새끼들 때문에 생긴 병이잖아요. 우리나라는 문제 없다는데 방송에서 그렇게 때려대니.. 씨발.. 개새끼들.. 그게 어떻게 마련한 가겐데..” 



그는 정사장과 한참을 그렇게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울분을 토하고 열변을 하면서 울고 화를 냈다. 



정사장도 말은 참았지만, 속으로 울화가 터졌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상황은 별로 좋지가 않았으니.. 



며칠 후 그 치킨집 사장은 가게를 팔아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가버렸다. 






그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치킨집 셔터를 올리는 정사장의 마음은 가볍지가 않았다. 



오늘도 전혀 손님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되고 또 차라리 문을 닫고 쉴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며칠째 밤잠을 설치던 아내가 결국 쓰러져서 끙끙 앓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안된 정사장은 안방에 누운 아내에게 쉬라고 하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가게로 향했다. 



그날도 역시.. 손님이 없었다. 



주문 전화 한 통 없고.. 



정사장은 냉장고에 든 얼어있는 닭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이었다. 






[때르릉~때르릉~] 



전화가 울렸다. 



아내인가 보다 하면서 정사장이 힘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코스닭입니다.” 



“여보세요~ 어머 호호~ 사장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셨네~ 여기 A동 1422호 정미 엄마예요~” 



A동 아파트 동장인 정미엄마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집사람 몸이 좀 안 좋아서 집에 있는데..”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통닭 배달되죠?” 



“예? 통닭이요? 아~예.. 되죠..되죠.. 프라이드요? 아님..양념??” 



정사장은 배달이란 말에 우울하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프라이드로 두 마리만 해서 좀 갔다 주세요. 빨리요~” 



“네네 빨리 갖다 드릴께요~ 서비스 콜라 드릴까요?” 



“아무거나 갖다 주세요~” 



정사장은 장부를 적고는 냉장고에서 실해 보이는 냉동닭 두 마리를 꺼내서 주방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는 튀김 옷을 입히고, 오랜만에 튀김기를 켜서 기름을 데웠다. 



‘그래~ 그래도 하루에 한 마리, 두 마리만 팔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정사장은 치킨을 맛있게 튀겨댔다. 



지글거리며 닭 튀겨지는 냄새가 가게를 오랜만에 활기차게 만든다. 



튀겨진 닭의 기름을 털어내고, 종이박스에 야채샐러드랑, 소금이랑 단무지를 넣고, 닭을 호일에 정성껏 싼 다음 박스를 접어 넣고는 냉장고에서 콜라 PET병을 꺼내 들고 가게 앞의 스쿠터에 닭과 콜라를 실었다. 



“윤씨~ 나 배달 갈 동안 여기 좀 봐줘~” 



“아줌마 안 나오셨나?” 



“집사람이 몸이 안 좋아서~” 



“오랜만에 배달가는 구만? 어여 갔다 와” 



앞집의 슈퍼에 윤씨에게 정사장이 치킨집을 좀 봐달라고 하고는 스쿠터를 타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1422호가 있는 A동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오랜만에 이렇게 배달 나오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바빠도 좋으니 자주 배달이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딩동~] 



1422호 벨을 누르고 정사장은 닭과 콜라를 들고는 큰소리를 쳤다. 



“코스닭입니다~ 배달 왔습니다.” 



“잠시만요~” 



정미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는 자물쇠 여는 소리가 철컥철컥 들렸다. 



[끼익~] 



문이 열리고 정미 엄마가 웃으면서 정사장을 맞이한다. 



“아유 직접 오셨어요? 들어오세요.” 



정사장은 닭 봉투를 들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현관에 서서 정미엄마가 엉덩이를 흔들면서 돈을 가지러 안방으로 가는 것을 바라 봤다. 



혼자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무슨 닭을 두 마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바닥에 콜라와 치킨을 내려 놓았다. 



겨울이라 쌀쌀한 날씨인데도 실내온도가 꽤 높아서 잠시 서있는데도 후끈후끈 땀이 흐른다. 



“호호~ 사장님이 직접 오실 줄 몰랐는데.. 성근이 학생은 딴 데 배달 갔어요?” 



“아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써요. 혼자서 해도 살까 말까 한데..” 



“사장님 바쁘세요?” 



정사장은 그제서야 정미엄마가 슬립 같은 얇은 원피스 하나만 걸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아뇨.. 바쁜 일은.. 없는데..” 



“그럼 들어와서 차나 한잔 하고 가세요~” 



그러면서 정미엄마는 정사장의 손을 잡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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