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감나무 -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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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5,6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어머니의 감나무 - 11부
어머니의 감나무제 11 부
감 따기
감을 딸 때는 먼저 긴 대나무 장대와 멍석 혹은 갑바(질긴 비닐로 만든 큰 천막)을 준비한다.
대나무 장대는 감이 달린 감나무 가지를 꺽기 위해서 필요하다. 손에 쥐기 적당한 굵기와 약 2미터 정도의 길이면 좋다. 너무 굵거나 길면 무겁다.
적당한 대나무를 고른 후 장대의 끝을 약 10센티미터 정도 갈라서는 틈을 약간 벌려 놓는다. 그 틈으로 감이 달린 감나무의 가지를 끼워 넣고는 장대를 돌려 가지를 꺽는다. 대나무 고유의 탄력으로 갈라진 틈에 끼워진 감나무의 가지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망이 달린 장대를 이용해 따는 경우도 있지만, 다음 해 더 많고 굵은 감을 열리게 하기 위해서는 감이 달린 잔가지를 꺽어주는 것이 좋다. 일종의 가지치기를 겸하는 것이다.
노련한 사람이 감을 딴다면 감이 땅바닥에 떨어질 경우는 잘 없지만, 혹여라도 떨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감나무 밑에서 몇사람이 멍석이나 갑바를 펼쳐 들고 있어야 한다. 모든 과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감은 땅에 떨어져 껍질에 흠이 생기거나 깨지면 상품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 감들은 곶감을 만들 수 없다. 떨어져서 깨지거나 상처가 생긴 감은 감또개(감을 껍찔째 칼로 일정하게 썰어 햇볕에 말린 것)를 만들어서 쓴다. 하지만 곶감에 비해 상품가치는 훨씬 덜 하다. 그래서 감나무에 올라가 장대로 감 따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밑에서 갑바로 받쳐주는 사람도 굉장히 주의해야 한다.
감나무에 올라가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감나무는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 집 감을 따는 날이다.
새벽녘 부엌에서 엄마와 삼촌의 정사를 지켜본 나는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
나에게 어떤 엄마이고, 삼촌이던가….
이제 앞으로 둘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무일 없다는 듯이 평소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도저히 둘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겠다. 그래서 넘어가지도 않는 아침밥을 억지로 우겨 넣을 때도 고개 한번 들지 못했다.
엄마와 삼촌은 아무일 없다는 듯 식사를 한다.
아니다. 아무일 없는 것 같지 않다. 흘낏 본 둘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행복하게 보였다.
가슴에서 불길이 일었다.
지금 잡고 있는 것이 숟가락이 아니라 칼이라면 당장 삼촌의 목을 찌르고 싶을만큼…
숙모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하다. 허리가 아프다는 둥, 감기기운이 있다는 둥 하며 어떻게 하면 감 따는 노동에서 빠져나갈까 잔머리를 굴린다.
숙모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엄마와 삼촌이 더 이상 진도를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머리속에 삼촌과 숙모가 그짓거리 할 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숙모는 삼촌이 엄마와 섹스하는 것을 자극제로 삼는 변태적 성향이 있다는 것을…
내가 숙모에게 엄마와 삼촌의 얘기를 한다면, 숙모는 아마도 더 흥분하며 보지를 벌렁댈 것이다.
나만 변태가 아닌 것 같다. 숙모도 변태다. 확신이 들었다.
또….
숙모와 나만 변태가 아니다. 삼촌도 변태고, 엄마도 변태다.
다들 개새끼들이다. 보지 벌렁대는 암캐고, 좆 껄떡대는 숫캐다. 온통 개새끼다.
엄마는 물론 숙모의 보지를 찢고 싶다. 내 자지와 삼촌의 자지도 잘라내고 싶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 와? 입맛이 엄나? “
할머니가 물었다.
“ 어.. 어… 속이 쪼매 글네… “
“ 속이 와….? “
엄마가 걱정스런 눈길로 쳐다본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저 자애로운 눈은 조금전까지만 해도 삼촌의 껄떡대는 좆을 보며 불타올랐던 눈이었다.
“ 아.. 아이다. 개안타… 개안아 지겠지…. “
나는 얼버무리고는 방을 나왔다.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눈앞이 막막하다.
그래도 오늘 일단 감은 따고 보자…
아침을 먹은 식구들은 감따기 준비에 들어갔다.
엄마는 먼저 아침에 찐 팥시루떡을 큼직막하니 몇 겹 잘라서 감나무 아래에 갖다 놓고는 반절을 하며 빌었다.
올해도 풍성한 감을 열리게 해준 자연과 아버지의 영혼에게 감사해 하는 것이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니, 한없이 미워졌다.
반절을 하며 조아리는 저 허리는 불과 몇시간 전 까지만 해도 삼촌의 좆대를 보지에 갖다 붙이고는 아래위로 음란하게 비벼대는 허리다.
엄마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들이 온통 가식이고, 거짓인 것 같다. 지금까지 엄마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오늘 아침의 일로 깡그리 부정되고 있었다.
엄마의 의식이 끝나갈 즈음 하늘에 서서히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날씨도 으스스하니 서늘해졌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햇살이 화창한 아침이었는데…
엄마의 의식이 끝나자마자 나와 숙모는 갑바를 펼쳐 삼촌이 따 내리는 감을 받을 준비를 했다. 곧이어 삼촌이 장대를 들고 날랜 다람쥐 마냥 감나무에 올랐다.
“ 성배야… 조심해라~!! “
할머니가 감나무 밑에서 연신 조심하라며 소리친다.
내가 보기에도 아슬아슬한데 할머니는 오죽하겠는가?
“ 아따~ 할마씨… 고만 좀 해라… 한 두번 따나? “
삼촌은 퉁명스럽게 할머니의 말을 받고는 감따기에 열중한다. 밑에 있는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삼촌은 이 가지 저 가지 장대를 옮겨가며 능수능란하게 감을 땄다.
나는 삼촌이 떨어지기를 은근히 바랬다. 떨어져서 허리가 부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다시는 엄마를 집적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삼촌은 아무일 없이 원숭이 마냥 이 가지 저 가지 잘도 옮겨 다니며 감을 땄다.
삼촌이 장대로 감을 꺽어 내리면 숙모와 나는 밑에서 갑바를 받치고는 삼촌의 감을 받았다. 엄마는 갑바에 쌓인 감을 부지런히 광주리로 옮긴다.
우리집 뒷마당 감나무는 마을에서 가장 크고, 또 감이 제일 실하다. 그래서 감 따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감 따기가 어느덧 11시를 넘어가고 점심때가 다가왔다.
언제 다 딸까 싶었던 감도 이제 꼭대기에 몇 개만 따면 끝이다.
꼭대기에 있는 감 몇 개는 늘 그렇듯이 까치밥으로 남겨놓는다.
생각해보면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전통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까치밥이 대변해준다. 배고픈 시절 감 하나라도 더 없이 소중할 터인데 내 주린 배보다는 짐승의 끼니를 걱정하며 남겨놓는 여유라니... 참으로 현명하고 따뜻한 우리네 품성이다.
“ 마… 됐다.. 이제 고만 내려온나… 까치밥은 남기나야 될꺼 아이가? “
할머니가 밑에서 소리쳤다.
“ 그라까? 알았니더… 근데 조짝에 홍시가 참 맛있어 비는데…. 조고 따가… 기후이 니 주꾸마…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꼭대기 왼편 가지쪽에 발갛게 익은 큼지막한 홍시가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 됐니더… 고마 내려오소… “
엄마가 만류했다.
“ 아이니더… 조곳만 따가 내려가께요… “
제법 거리가 떨어진 가지에 달린 홍시는 그 탐스러움 만큼이나 쉽게 접근을 허락치 않았다. 삼촌은 한손으로 감나무 가지를 잡고는 길게 장대를 뻗었다. 그런데 장대의 끝이 조금 모자랐다.
왼손을 반대편 가지를 잡고 몸을 지탱한 삼촌은 장대를 든 오른팔을 길게 뻗치며 몸을 뉘었다.
그순간 내 몸에서 으스스한 소름이 돋았다.
삼촌이 잡고있는 왼손의 가지가 불안하게 보였다.
“ 사… 삼촌… 됐다… 안 먹어도 된다~!!!! “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순간…
뚜뚝~!
이미 늦어버렸다. 기어코 삼촌이 지탱하고 있던 왼손의 가지가 부러졌다.
“ 어~? 어~? “
중심을 잃은 삼촌이 버둥거렸다.
“ 성배야~! “
“ 자기야~! “
“ 삼촌~! “
“ 삼촌~! “
우리 네 식구는 동시에 소리쳤다.
투다닥탁~! 쿵~!!!!
삼촌이 떨어졌다. 3미터는 족히 넘는 곳에서 삼촌이 떨어졌다.
“ 아아악~! “
땅바닥에 떨어진 삼촌은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렸다.
삼촌의 손이 뒷허리를 부여잡고 있다. 그 허리 밑에는 엄마가 감을 가득 담아 놓은 광주리가 놓여져 있었다. 우리집 먹감은 차돌마냥 단단하다. 삼촌은 돌에 떨어진 것이나 진배 없었다.
그날로부터 삼촌은 자리보전을 하고 누웠다.
그날을 생각해면 3류 드라마 같다.
새벽에 엄마와 삼촌은 부엌에서 그짓을 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감나무에서 삼촌이 떨어졌다.
나는 삼촌이 감나무에서 떨어지길 바랬다.
내 마음을 읽은 아버지의 영혼이 삼촌을 떨어뜨린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전혀 통쾌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나는 삼촌이 떨어지길 바랬던 것을 후회했다. 나에겐 친구 같고 아버지 같은 삼촌인데 재수없는 나의 생각으로 떨어진 것 같아 미안했다. 진심으로 미안해 했다.
쓰러져 있어도 삼촌은 어엿한 가장이었다.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누워있음에도 농사걱정이 늘어졌다. 제일 걱정하는 것은 내 대학등록금이었다.
또 삼촌은 의연했다. 허리가 아파 끙끙대면서도 웃으며 내게 건넨 첫마디가
“ 아… 씨발~ 그 홍시 억시 맛나게 비더라… 내가 그거 따가 꼭 니 줄라 캤는데… 하하~ 쪽 팔린데이… “
“ 삼촌… 됐다… 고마해라… 흐흑~ “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삼촌의 병세는 위중했다. 할머니와 엄마는 읍내 택시를 무려 3만원이나 주고 불러서는 안동시내 병원으로 갔지만 병원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할머니~ 여기서는 힘들 것 같아요. 서울이나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 그런데 거기도 장담은 못할 것 같은데…. 허리가 차라리 뚝 부러졌으면 다행인데… 금이 가면서 신경을 다쳤어요. 뼈 금 간 거야 누워있으면 그냥 붙을 수 도 있는데, 문제는 신경입니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는 것 같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환자가 평소 워낙 건강한 체질이라 자연스럽게 신경을 회복하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을 꺼 같아요. “
의사의 설명에 할머니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엄마와 숙모는 서울이나 대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쓰러진 할머니와 삼촌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삼촌을 돌보았다. 삼촌 간호에 할머니의 건강도 눈에 뛰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집안일이며, 농사일은 우리 엄마의 몫이 되었다. 숙모는 삼촌이 아프기 전이나 후나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이 요리조리 뺀질거렸다.
나도 열심히 일했다. 쓰러진 삼촌에게 미안했고, 그보다는 고생하는 엄마를 거들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엄마와 나는 삼촌이 못다한 가을걷이를 오롯이 둘만의 힘으로 해내야만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안쓰러워하며 가서 공부나 하라고 내 등을 밀쳤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에 대한 증오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삼촌이 다친 것을 다친 것이고, 두 사람에 대한 미움은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 됐니더…. 걱정마소… 내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하니더~ “
나는 엄마의 만류를 퉁명스럽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중간고사는 당연히 망칠 수 밖에 없었다. 늘 전교 10등이내 맴돌았는데, 30등으로 밀려났다. 식구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삼촌은 여전히 자리에 누워 일어나질 못했다.
덜컹이는 하교길 버스안에서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첫 눈이 올 모양이다. 우리 마을은 눈이 많이 온다. 빠르면 11월 초순부터 내린다.
올해는 좀 늦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에 도착할 즈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띄엄띄엄 내리더니 금새 퍼붓는다. 온 세상이 하얗다. 어린 중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난리가 났다. 하지만 나는 좋아할 수 없었다.
몇몇 아이들의 부모는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엄마는 없었다. 엄마는 오늘도 아마 삼촌 병간호를 하고 있을 것이다.
뽀득뽀득 눈소리를 내며 나는 걸었다. 정류장과 불과 300여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였지만,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 기후이~ 인제 오나? “
예상과는 달리 엄마가 우산을 받쳐들고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반가움과 서운함이 교차한다.
“ 눈도 이키 오는데 와 나왔어요? 고마 삼촌이나 돌보지… “
“ 개안타… 삼촌은 숙모가 보고 있다 “
“ 우얀일이고? 숙모가 다… “
“ 니 너무 그카지마라. 그래도 마누란데… 당연한 거 아이가? “
“ 숙모보다 엄마가 더 삼촌 마누라 매로 그카이 안캅미꺼? “
엄마가 흠칫 놀란다. 말해놓고 생각하니 내 말속에 뼈가 있다.
“ … 우야겠노… 숙모는 천성이 게을러서… 그래도 우리집 가장 아이가? 빨리 나사야 될꺼 아이가? 휴우~ “
엄마의 한숨소리가 한편 애처롭게 들려 더 이상 쏘아붙이지 못하고 호응했다.
“ …. 그래… 맞니더… 휴우~ “
“ 삼촌… 내 왔다… 오늘은 좀 어떻노? “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삼촌을 찾았다.
“ 어… 기후이 왔나? 개안타… “
방에는 구린내가 진동을 했다. 아마도 삼촌이 똥을 싼 모양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숙모는 방안에 없었다.
“ 작은 엄마는? “
“ 어… 마실 나갔다 “
“ 아픈 사람 내비두고 또 어딜요? 아이구 참… “
엄마가 세숫대야를 물을 받아서는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아무 꺼리낌 없이 이불을 들추더니 삼촌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삼촌이 내 눈치를 보며 다급하게 엄마의 손을 잡았다.
“ 아… 개… 개안아요… 집사람 곧 들온다 캤는데… “
“ 아이구… 개안킨요… 손 놔 보소… “
나는 슬그머니 방문을 닫았다. 숙모보다 엄마가 삼촌의 마누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책가방을 안방에 던져놓고 마루에 앉아 소복소복 싾이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을 바라보며 내 머리속에도 눈이 내렸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내 머리속에 눈이 내려 엄마와 삼촌이 몸부림치던 그 장면을 하얗게 덮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이 또 하얗게 내려 삼촌이 감나무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덮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삼촌방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나는 또 궁금증이 도지기 시작했다. 삼촌은 분명히 엄마와 아무것도 못할 것인데도 둘이 함께 있는 장면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나도 모르게 외양간을 돌아 삼촌방 뒷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다. 눈 밝는 소리가 최대한 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하여 한발한발 내딛었다.
사르륵 사르륵 눈 쌓이는 소리만 들릴 뿐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뒷창문에 다가서서 귀를 세우니 비교적 또렷하게 엄마와 삼촌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 넘 그래 생각지 마이소… 개안니더~ “
“ 아.. 아이라요… 내 형수한테 미안해 죽겠심미더~ 마누라가 해야 될 일을… 내 우예 저런 년한테 장개를 가서… “
“ 그런 생각은 고마하고… 빨리 나을 생각이나 하소… “
“ …. 예… “
“ 빨리 나사가… 일도 해야 되고… 또… 마… 하여튼… 빨리 나으소… “
“ 크흑~! 혀.. 형수요… 내 미안니더~ 내가 천벌을 받아가… 이래 된거 같니더~ 흐흑~! “
삼촌이 끝내 우는 모양이다.
“ …뭔 소리를 하는교~ 그런 소리 마이소… “
호응하는 엄마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묻어났다.
“ 내… 내가 형수한테 못된 짓 해가… 형님이 벌주는 같슴미더~ “
“ 그… 그런 얘기는 고마 하이소… “
“ 내 그날… 감 따는 날…. 형수랑 그카고… 기후이 눈을 못 보겠디더~ 그래가 감 딸 때 빨간 홍시 그거 따가 기후이 줄라 캤는데… 흐흑~! “
“ 고마하라카이 와 자꾸 그캐요… 흐흑~ “
엄마도 같이 운다.
“ 내… 이 허리 나수만… 내 진짜로 형수랑… 기후이 한테 잘 하께요… 그카이… 마 형수도 내 좀 용서해 주소… “
“ …. 내는… 아무것도 기억안나는데… 와 자꾸 그카노… 진짜로… “
“ 그카고… 내 진짜로 꼭 나술끼구만… 걱정하지 마이소… 형수… “
“ 맞니더… 그런 마음이 중요하다카이…. 포기하지 말고… 내 무슨일이 있어도 꼭 나을끼다 이래 마음 잡수이소… “
“ ….. 예…. “
그리고는 둘의 대화가 잠잠해졌다.
그러더니 한참후에 다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래해도 아무 느낌 없어요? “
“ …. 예…. “
“ 느낌이 오만… 나아지는 신호니깐 그땐 바로 얘기하시소… “
“ 혀.. 형수요… 고마해도 되니더… 내 이카다가 천벌 받은긴데… “
“ 가마이 있어 보이소… 내 이카는거는 그때 그카는거 하고 다른거자네요… “
뭘 하고 있는 거지?
귀를 더욱 쫑긋 세웠다.
그때 입으로 무엇인가를 빠는 소리가 들렸다.
쭉쭉 거리는 것이 흡사 쭈쭈바를 빠는 것 같다.
나는 여닫이로 된 뒷창문의 가늘게 벌어진 틈으로 눈을 갖다 댔다.
가늘게 보이는 그 틈으로 엄마의 머리가 보였다.
엄마는 삼촌의 사타구니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삼촌이 똥 싼 것을 치우고 엄마는 삼촌의 늘어진 자지를 입으로 빨고 있었다.
아…
드디어 삼촌은 엄마의 입까지 정복한 것이다.
엄마는 삼촌의 자지를 한참을 입에 물고 있더니 천천히 빼내었다.
엄마의 얼굴이 발그레 하니 달아올라 있었다.
엄마의 입에서 빠져나온 삼촌의 자지는 힘없이 뚝 늘어졌다.
힘없이 늘어지는 자지를 엄마는 손으로 잡고는 재차 입으로 가져갈려고 하였다.
삼촌의 손이 엄마의 머리를 잡았다.
“ 고.. 고마하이소… “
만류하는 삼촌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