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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은.. - 1부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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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어쩌면 그것은.. - 1부10장

어쩌면 그것은..- 띵동 때가 왔다. 사랑을 나누고 두시간 정도만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옷을 다 입은채로 눈을 붙였던 우리는 짐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큰아빠 차는 베스타였는데, 그 차에 짐을 싣고 5동과 6동으로 가서 어르신 네분을 모시고 내려와 태웠다. 나는 대번에 한분은 큰엄마, 아니지, 나의 아내가 된 순이의 친모, 즉 장모님?이 되는 분인걸 알아봤다. 그리고 장모님 옆은 남자가 있었는데, 나이가 순이 정도 되는 연배의 남자분이었다. 큰아빠랑 약간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일사불란하게 탑승한 우리는 신속하게 아파트 단지를 나서서 가평으로 가기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시간을 꼬박 운전하여 그 어두운 길을 헤치고 할머니 댁에 도착했는데, 아빠가 어제 먼저 전화를 드려놓으셨던지, 할머니댁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때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물론, 그 옆으로 할머니댁을 오가며 한번 밖에 뵌적 없는 조씨 할아버지의 형제 두분까지 나와 계시는걸 보게 되었다. 큰아빠와 순이, 그리고 아빠와 내가 가게 협실에서 모여서 눈물을 흘리며 나눴던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셨던 것이다. 아빠는 차를 멈추자마자 시동을 끄고 사이드브레이크라는걸 끼익하며 올린다음에 번개처럼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 할머니를 포옹하고, 조씨 할아버지와 형제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을때 엄마와 나, 그리고 큰아빠와 베스타에 타고 있던 가족들이 줄줄이 내렸다. 한밤중이었지만, 그 상황을 어느정도 이야기를 해드린건지, 조씨 할아버지와 그분의 형제 할아버지 두분은 어서 오라는듯 큰아빠를 보듬어주고 어르신들과 공손하게 인사를 나누셨다. 그리고 우리는 쌀쌀한 날씨 때문에 일단 집의 거실로 들어가 통성명을 하고 차를 한잔씩 나누셨다. 나도 그 자리에서 큰아빠와 같이 온 어르신들이 큰아빠의 장모님, 고모님, 고모부님, 그리고 사촌동생 김충학이라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장모님은 우리 할머니 정도의 연배로 보였는데, 고모님도 그 두분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들어보이는 정도 였다. 세 분은 외모로는 거의 비슷한 연배의 분들로 보였고 할머니와 장모님이 상대적으로 좀더 미모가 많이 남아있다고 보면, 고모님은 평범한 외모, 평범한 할머니의 느낌이 들었다. 고모부는 약간 사팔뜨기 인지 양 눈동자가 다른 곳을 바라보는지 시선이 약간 다른곳을 보시는 것 같아보였다. 조씨 할아버지야 다부지고 키도 할머니보다 아주 약간 더 큰 정도로 큰 차이 없으신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두 형제 할아버지분은 조씨 할아버지와 거의 비슷한 얼굴이면서도 키가 약간씩 더 크셨다. 얼굴은 형인 조씨 할아버지랑 비슷하게 주름도 많고 까무잡잡하셨지만, 한 분은 웃음이 많으신지 눈꼬리가 약간 쳐지고 팔자주름이라고 하는 입가 주름이 도드라진 반면 한분은 이마주름만 좀 깊게 페였지 다른 곳은 두 형제분보다 팽팽한편이었고 인상도 약간 강직한 분 같았다. 그렇게 인사가 끝나고 우리집과 큰아빠는 다시 차에 올라 서울행에 올랐다. 할머니는 가는길에 졸면 안된다며 한약을 반사발씩 주셨는데, 아빠는 오만인상을 쓰시며 코를 잡고 겨우 드셨고, 큰아빠는 꿀떡꿀떡 아무렇지 않게 넘기셨다. 뭐였을까? 한의사도 아닌 분이지만 오랜동안 서적을 통해 약재를 공부하고 쓴 할머니께 아빠는 종종 "허순"이라고 하시곤 했다. 허순? 허준이라는 분이 있는건 알았는데, 허준이 뭐하는 분인지는 몰랐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었다. 집으로 두시간 남짓하여 돌아오니 거의 일곱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아빠는 쌩쌩한듯, 아니, 큰아빠도 쌩쌩해보였다. 큰아빠까지 우리 넷은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나는 평상시 보다 일찍 등교했지만 쌀쌀해진 날씨에 맞춰 옷을 입고 교실로 들어가 조례때문에 옆에서 깨우기 전까지는 세상모르고 쿨쿨 잤다. 내가 흘린 침으로 손바닥이 흥건할 지경이었다. 그날 만큼은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느라 몇대나 꿀밤을 맞고 책 모서리로 맞고 했는지.. 며칠이 지나는 동안 나는 그 검은 코란도가 나타날까 싶어 눈에 불을켜고 다녔지만, 이내 쓸데 없음을 깨닫고 우리집 복도에서 주차장을 내려다보는걸로 방식을 간소화?해보았다. 그리고 그놈이 내 얼굴을 알고 있다는게 신경 쓰여서 괜히 학교에서 돌아오는 경로를 이래저래 바꾸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김경미 선생님 사진이 붙어있던 사진관도 몇번을 더 지나다니게 되었다. 나는 학대를 일삼으며 쾌감을 느끼는 여자가 아닐까 싶은 김경미 선생님에게 호감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 친해지고 있는, 아니 일방적으로 다가와서 징징거리고 수다를 늘어놓는 철호 때문에 김경미 선생님의 루머에 대한 궁금증도 비슷하게 폭증해가고 있었다. 그 사진관을 지날때마다 한 네배씩은 커지나 싶을 정도로... 나는 할머니댁을 전격 적으로 다녀온 지 일주일 후 집으로 돌아가며 들러 증명사진을 찍어볼까 하면서 그 사진관 앞을 지났는데, 철호는 그날도 전날 여선생님들의 복장과 미모에 따라 투표를 진행하여 받은 걸로 순위를 조정한 다음 조례가 끝나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1교시가 수학이라 그런지 아주 열정이 대단해보였다. 그러더니 은근슬쩍 내 옆 짝인 준호를 자기 자리로 가게 하고 자리를 바꿔 앉았다. 분명 또 김경미 선생이 불러내서 문제 풀라고 하면 제빨리 나에게 답을 받아서 한대라도 덜 맞을 속셈인게 뻔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여지없이 타작이 이어졌지만 나는 잘 피해갔다. 물론 철호도. 오늘은 다행히 단답형 문제들이었기에. 수업이 끝나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사진관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작년 즈음에 간판을 달았을까, 깨끗한 간판과 외관, 그리고 햇빛에 바래지 않은 사진들. 그런데 그곳에 붙여져있는 김경미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그날은 다른날과 달리 또 나 혼자 터덜터덜, 그 사진관으로 끌려갔다. 철호는 큰길에서 버스를 타고 반대방향으로 가니까 이 사진관의 정체를, 이 사진을 한 번도 본 적 없었을 것이다. 나는 쭈뼛쭈뼛, 증명사진을 찍는다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별다를 것 없는, 약품냄새같은게 좀 나고, 벽에는 액자들이 수십개, 대충 세어도 오십개는 넘게 붙어있었다. 미인이고 아니고를 떠나 다들 잡지사진처럼 풍부한 느낌을 전달했다. 흑백 사진도 거의 절반은 되는것 같았고, 가족사진도 드문드문 있었다. 작년에 개업해서 벌써 이정도의 숫자만큼 붙여놓을 수 있을까? 아니지, 여기 오기 전부터 사진을 찍었으니까 이렇게 많이 붙여놓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러나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저씨가 안쪽 방문에서 나오는 바람에 내 시선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왔어?” 30대 중반? 아니면 후반? 미남은 아니고 호남? 뭐라고 해야 할까, 얼굴도 둥글, 눈도 조금은 부리부리, 코도 약간 크고. 남자답다 싶으면서도 못생겼다 싶은 얼굴은 아니고, 흔해보이진 않은 그런 얼굴이었다. 거기다 보름은 면도를 안한건지 기르는건지는 몰라도 수염이 고른 길이로 자라 있고. “증명 사진 찍으려고요.” “어디다 쓸건데?” “아빠가 찍어오래요. 어디다 쓰실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 크기별로 인화해서 오천원이다.” 금액은 좀 비싼것 같았지만, 내 용돈을 탈탈 털만큼의 가치가 있는 모험이기를 바라면서 사진점 안쪽의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리고 아저씨는 내 어깨, 내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며 각도를 잡아주었고 나는 마치 찰흙인형이 된듯 그 아저씨의 손길대로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사진이 박혔다. -팍 “자, 한 번 더.” -팍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아니, 너무 갔어. 살짝 왼쪽으로. 자, 다시.” -팍 대여섯방은 찍었을까. 그 아저씨는 사진을 찍을때 두어번 약간씩 내 몸을 움직이거나 지시를 통해 나를 통제했다. 사진이 다 찍히고 번쩍거린 불빛에 눈 앞에 구슬 몇개가 있는 것 같아서 눈을 꿈뻑거리며, 내 본 목적을 위해 사진들을 다시 훑어보기 시작했다. 불혹은 넘겼을법한 중년의 아줌마가 농염한 자태로 앉아있기도 하고, 역시 삼십대 후반은 되었을법한 아줌마가 고혹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한 사진도 있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몇 장은 가슴골이 확 드러나는 자극적인 사진이 이었는데, 그런 사진은 하나같이 흑백으로 찍혀있었다. 그러다가 무슨 작품집에서 볼법한 나체의 여인이 가슴을 가린채 바람에 나부끼는 실크로 된 천으로 아름답게, 아슬아슬하게 하체를 가리운 사진이 보였다. 이거! “사진 찾으려면 다음주에 오면 되겠다.” 아저씨의 말에 잠깐 주의가 흐트러졌지만, “네.” 짧게 대답하고 다시 그 사진속 주인공의 얼굴을 살폈다. 김경미! 그녀 같았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냐? 그거 보러왔냐?” 마치 정곡을 찌르는 듯한 아저씨의 말에 뜨끔했지만,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정말 순수한 호기심에 물어보듯 물었다. “아뇨, 모델이 아름다워서요. 애인이세요?” “애인이면 어쩌려고?” “어쩔건.. 아니고요...” “계산하고 구경하다 가던가.” 아저씨는 내 관심, 내 호기심에는 심드렁하게 계산을 요구했고, 나는 계산을 치르고 이름과 집전화번호를 남긴 후 다시 벽의 액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 작업해야되는데, 계속 볼거냐?” “아, 조금... 네...” “또 딸친다고 사진 훔쳐가지 말고.” “또요?” “하하, 아니, 너 말고. 아무튼, 액자가 니 사진값보다 비싸니까 떼지마라.” 나는 도둑취급 받는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김경미 선생님을 닮은, 그녀로 추정되는 사진이 한 장만 더 발견되면 된다 생각하고, 얼른 눈으로 훑었다. 아저씨는 쪼잔한건지, 나를 정말로 의심하는건지 아까 자신이 나왔던 방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카메라와 필름이 진열된 진열대에 그대로 서서 뭔가 뒤적이는 척을 하는것 같았다. 꼭 찾아내고야 말겠어! 그러나 더 찾을 수는 없었다. 나는 들어오자마자 발견한 밖에 붙여진 사진과 좀 다른 김경미 선생님 닮은 사진으로 발을 옮겼다. 이 남자에게 내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을 질문을 빠르게 고민하면서 한 발씩 내딛는데, 몇 걸음 안되는 위치다보니 한 걸음 뻗을때마다 무척 조바심이 급격하게 치밀어올랐다. 마침내. “어? 이 분, 저쪽 그 누드사진 모델이랑 같은분 아니에요?” 아저씨는 심드렁하게 눈을 들더니, “그래.” 귀찮다는듯 대답하고 다시 눈을 내리 깔았다. 뭘뒤적이는거야? 아마도 나보고 왜 안가고 삐대냐는 의미겠지. “신기하다, 이분 우리학교 수학선생님이랑 닮았는데. 김경미라고.” 나는 일부러 그 말을 할때 아저씨를 살펴보고 있었다. 맞다면 분명 무슨 반응을 보일터. 아저씨는 이름이 나올때 몸을 움찔하는것 같았다. 미동이었지만 나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듯 잔뜩 긴장한체로 말을 던지며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사진 속 여자는 분명 김경미 선생님이고, 이 남자는 분명 김경미 선생님이랑 아는 사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 봤으면 얼른 가라. 일이 많다.” 대답은 안하고 사진을 살피며 어느새 입구까지 온 나를 그 말로써 가게 밖으로 떠밀어 냈다. 내 심증은 아직 불완전한 것으로 남았지만, 어쨌든 매우 중요한걸 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는 다음주에 다시 물어보면서 파볼까. 그나저나 큰엄마에서 내 색시가 되어버린 순이가 떠난 후, 나는 교감을 나눌 상대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미 남자가 되었다는 자부심같은 생각 때문에 자위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더니 나도 모르게 성적인 자극에 점점 예민해지고 있는게 느껴졌다. 사진관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김경미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누드사진이 눈에 아른거리고 길에서 마주오는 아줌마나 아가씨를 보면 얼굴과 가슴으로 눈이 자꾸 움직여지는게 꽤나 불편했다. 다행히 발기되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집에 와서도 엄마와 같이 있을때 한 번씩 엄마의 엉덩이와 가슴에, 엄마가 전혀 육감적이지 않은 옷을 입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눈이가고, 집이라 그런지 즉각적으로 내 고추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며칠후 토요일이 되어 오늘은 아빠와 엄마가 할때가 됐지 싶어서 오늘 밤은 아무래도 자위를 해서 정액을 쏟아내야되겠다 싶은 마음에 약간 들뜬 기분으로 학교를 갔는데. 토요일에도 한시간 끼어있는 수학시간에, 또 다시 대타작이 시작되었다. 늦가을 추수하듯 아이들이 털려나가고 있었고, 수업 내용도 대강대강하다가 칠판에 풀어보라고 휘갈긴 문제는 응용문제로 내니 학원에 다니지 않거나 예습이 없는 애들은 그 수업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는, 말 그대로 때리기 위한 수업을 진행하는게 노골적으로 전해졌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씨발, 또 생리중인가봐. 생리 존나 자주해.” 철호가 칠판 앞에서 등짝을 후드려 맞고 있는 애들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야, 이번엔 니 덕 못보겠다. 씨발. 존나 아프게 때리는것 같은데.” 계산식까지 다 쓰라고 요구하는 통에, 반장까지도 줄줄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반장은 학원도 다니고 수학시간에 왠만해선 맞는 일이 없었는데, 풀이 속도가 늦다고 오른쪽 어깨를, 상박 부분을 몇대나 맞고 있었다. 맞은데를 몇번 맞자, 왼손으로 상박을 문지르는데, 딴짓하지 말고 얼른 풀라며 등짝을 또 때렸다. 어우, 정말 미친것 같았다. 때릴때 표정이 뭐에 그렇게 분노에 찬건지 이글거리는 눈빛 하며, 한번씩 입꼬리도 올라가는게, 제정신이 아닌것 같아보이는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로는 나도 얻어맞을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나도 엉덩이와 허벅지를 세차게 몇대를 맞았고, 철호는 하도 맞아서 맞는동안 거의 춤을 추는 정도였다. 종례가 끝나고 인자한 미소와 도도한 걸음걸이로 긴 주름치마를 흔들거리며 나가는 우리 담임선생님을 보며, 가방을 싸는데 본래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철호가 분노를 토해냈다. “아이, 씨발, 개같은년! 존나 다 멍든것 같아.” 나는 힐끔 돌아보고는 일어서서 우르르 나가는 애들의 흐름에 끼려고 하는데, “야, 존나 기똥찬 소식 하나 알려줄까?” 철호 옆에서 늘 김경미 선생님 관련 소식을 퍼다 나르는 재호라는 놈이 또 썰을 늘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철호는 오늘 만큼은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몸때문인지 짜증을 내며 가방을 싸고 있었는데. “야, 우리 형이, 수학년 좆박히는 사진을 봤댄다!” 뭔소리야, 좆박히는 사진이라니, 포르노 사진 같은걸 말하는건가? “씨발, 뭔 개소리야. 빨랑 꺼져, 집에 갈래.” “진짜야, 븅신아. 형네 반에 아침에 그 사진이 쫙 돌았나봐. 씨발, 완전 교실 다 뒤집어지고, 3학년 교실에 소문 싹 돌고 난리였다는데 오늘 수학년 분노의 매질이 아마 그것 때문 아니겠냐.” “진짜야? 너 뻥이면 진짜 뒤진다?” “씨발, 가짜면 우리형 남창이다 임마.” “아우, 거짓말 하지마 새끼야. 좆박는 사진이래, 씨발, 거짓말도 작작, 어디서 뽀르노 사진 경미 닮은거 구해와서 개구라치고 있겠지.” “그것까지야 모르지, 나도 못봤는데. 형한테 물어볼까? 누가 갖고 있는지?” “알아내면 볼수는 있냐? 선배들한테 존나 쥐어터지겠지.” “나는 형이 있으니까 안터지지 븅신아. 너나 터지겠지.” “어익, 씨발, 진짜 열받게 하네. 너 좀 맞자.” 드잡이를 하려고 움직이는 순간 이미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던 재호는 무협영화 주인공처럼 발을 순식간에 빼서 뒷걸음질 쳤다. 여차 하면 달릴 태세였다. “됐다 임마. 너 그 사진 들고 오면 내가 인정할께. 그 전까지는 니 형 남창.” 그리고는 옆에 있던 나한테 어깨 동무를 하더니 떡볶이 먹고 가자고 끌고 갔다. 이 놈이 가는 곳은 아줌마도 약간 야시시한 분식집이었는데, 학교앞에 두어 달에 하나씩 생기는 분식집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이었다. “니 취향은 아줌마 아니라매?” 내가 그렇게 물어도 철호는 그냥 헤벌쭉 웃으며 떡볶이를 우적였다. 밖에서 떡볶이를 비비고, 어묵을 꼬치에 꿰는 아줌마의 뒷태를 보며. 그러다가. “야, 근데, 재호새끼 구라겠지?” “신경쓰여?” “몰라, 아우, 아까 경미 존나 미친것 같았던 거랑 찝찝하게 겹치네.” “구라겠지. 신경 끄고 있다가 진짜면 사진 들고 오겠지.” 나도 사실 찝찝해진건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김경미 선생님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사진관에서 김경미 선생님의 누드와 모델같은 사진을 봐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설명할 수 없는건, 그런 사진이 그 사진관 아저씨가 찍었다고 망상에 가까운 가정을 해보더라도 어떻게 중삼의 어느 놈한테 사진이 갈 수 있겠나 하는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가 없었다. 내가 겪은 일은 아직 철호에겐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만의 하나라도 그 문제의 사진이 실제로 등장해서 내가 봤던 사진의 느낌과 흡사하거나 진짜라고 판단된다면 철호한테만큼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호가 떡볶이를 사는 이유는 이 녀석도 염치가 있는 놈이라 그런지, 칠판앞으로 끌려가는 일이 잦은 수학시간이나 과학시간에 내 도움을 받는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었는데, 당연히 메뉴는 늘 지가 좋아하는 걸로만 골랐다. 내가 튀김이 땡겨도, 떡볶이가 땡겨도, 순대가 땡겨도, 늘 이 놈은 내 말을 씹고 지가 먹고 싶은 걸 먹으러 갔다. 어쩌면, 나에게 고마워서 사주는게 아니라 그냥 지가 먹고 싶은데 혼자 먹기 싫어서 나를 끌고 가는건가 싶기도 했다. 집으로 와서 밀린 숙제를 좀 해놓다가, 일주일 동안 꽉꽉 찬 호르몬 때문인지 자꾸 흐트러지는 집중력에 짜증이나서 나도 모르게 내 음경을 잡았다가 다시 손을 빼고, 몇 번을 그랬다. 확 지금 빼버릴까! 하지만 참았다. 이를 꽉 물고, 오늘 밤 엄마 아빠가 사랑을 나눌때 화장실에서 두 분의 소리를 들으면서 빼고 싶었다. 여태는 그런적 없었지만, 오늘 만큼은 버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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