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데? -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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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4,8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사랑하는데? - 9장
[9] .. 사랑하는 거야?
고속도로에 어딘가에서 사고가 났는지 정체현상이 너무 심했다.
두 사람이 서울에 도착한 것은 저녁 9시가 거의 다 돼서였다.
현정이네 집에서 오후 1시 반 쯤에 출발했으니까 8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
경철이는 현정이를 그녀의 원룸에 내려주었다.
현정 : 같이 올라가서 저녁 먹고 갈래?
경철 : 배는 고프지 않은데 엄청 피곤하다.
내일 보자는 말을 남기고 그는 집으로 가버렸다.
현정이는 다시 혼자이다.
그녀는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몸은 피곤한데도 잠은 들지 않았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집 생각이 나기도 했다.
현정이의 아빠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수업하는 교사였다.
그런데 몇년 전에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엄마 말로는 현정이가 서울로 오고 나서 엄마와 아빠는 살던 아파트를 정리했다.
지금은 변두리에 있는 작은 2층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 집은 독채로 전세를 얻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아빠가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현정이 아빠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노트북은 너무 오래된 것이었다.
그래서 속도가 너무 느리다면서 아빠는 늘 불편해했다.
그것을 현정이가 알기 때문에 이번에 아빠를 위한 선물로 노트북을 사려고 마음 먹었다.
현정이는 컴퓨터나 노트북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므로 경철이와 의논했다.
경철이가 그 말을 듣고는 현정이 아빠에게 노트북을 자기가 사드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현정이는 엄마를 위한 선물만을 샀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따로 백만원을 드리고 왔다.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돈봉투를 뿌리쳤었다.
현정 엄마 : 이런 경우가 어디 있대?
우리가 너한테 돈을 충분하게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한데 ....
현정 : 엄마. .. 나 돈 제법 벌거든 ...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현정이는 경철이가 자기에게 하는 이런 모든 것들이 고맙게 생각되었다.
또 이번에는 그가 자기와 같이 자기 집에 갔었던 것도 잘 한 것 같았다.
부모님도 경철이를 믿음직스럽다면서 마음에 들어했었다.
그것은 현정이도 그렇다.
지금 현정이는 경철이가 점점 좋아지면서 그에게로 마음이 끌리고 있다.
그런데 경철이의 마음은 어떨지가 궁금했다.
지난 번에 팔당에 갔을 때에 그가 한 말로는 그도 자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일 때문에 참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오가는 길에 운전하면서 앞차들 때문에 버럭하고 화를 내던 모습도 귀여웠다.
과거 자기 집안에 있었던 좋지않은 일들을 생각해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는 순진했다.
그에게 전화를 해볼까 했으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도 피곤하다고 했으므로 잠을 자야한다.
그렇지만 계속 그와 함께 있다가 이렇게 혼자 누워있으려으니까
현정이는 너무도 외롭고 또 그가 보고싶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던 현정이는 그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런데 경철이에게서 이미 카톡이 들어와있었다.
현정이도 답장을 보냈다.
[경철톡] : 전할 말이 있는데 ..
[현정톡] : 자니?
[경철톡] : 앗~!! ... 나도 막 너에게 보내려고 했는데.
[현정톡] : 텔레파시가 통한건가? ㅋㅋ
[경철톡] : 우리 엄마가 생선 고맙대.
[현정톡] : 그게 다야?
[경철톡] : 뭘?
[현정톡] : 나한테 할 말 ..
[경철톡] : 내일부터 애들 개학이니까 ..
[현정톡] : 그거는 내일 말해. .. 내일 청소하러 일찍 갈께.
[경철톡] : 내일 부터는 정수도 와야하고.
[현정톡] : 편의점에 걔 대신 일할 사람 구했다더라 .. 오라면 올거야. .. 또 없어?
[경철톡] : 음 ... 글쎄?
[현정톡] : 실망이네.
[경철톡] : 내가 뭐 생각 못하는 것 있나?
[현정톡] : 아냐 ... 됐어 ... 기사 하느라고 고생했는데 잘자요.
[경철톡] : 현정아~!!
[현정톡] : 응?
[경철톡] : 혹시 ... 아냐~.. 잘자고 내일 보자.
현정이는 정수에게 내일 오후 4시 까지 오피스텔로 오라는 카톡을 보냈다.
그런데 경철이는 현정이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걍 참고 조심하고 있다는 말일까?
가을이 오고 있다.
그 말은 더운 여름이 끝을 보이고 있는 얘기이다.
가을의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한다.
지금 현정이의 CD 에서는 리챠드클라이더만(Richard Clayderman))님이
<가을의 속삭임(A Comme Amour)> 을 연주하고있다.
어떤 사람들은 리차드 클라이더만님을 피아노의 음영시인(?)이라고도 부른다.
이 분은 <겨울연가>의 메인주제곡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들고 2005년 12월 27일에
중국 베이징에서 연주회를 열었는데 이 곡은 2004년에 제작한 그의 앨범에서 타이틀곡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그 해 연말에 중국 순회공연도 했다.
클라이더만님은 드라마 <겨울연가>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가을을 연주하는 사람이 겨울을 좋아하다니 ....
가을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라던데 ..
나도 사랑을 해도 될까?
아니면 나도 일 때문에 참아야 해?
아 .. 사랑하고싶다.
또 그리고 사랑도 받아보고 싶고 ....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엎치락 뒤치락을 하다가 현정이는 잠들었다.
경철이는 아까 현정이를 원룸 앞에 내려주고 나서 현정이가 올라가자는 말을 했을 때
따라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는 팔다리가 아프면서 피곤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현정이를 안고 싶은 충동적인 욕망이 생기는 것이 문제였다.
현정이와 가까이에 앉아있으면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현정이에게서 나는 여인의 냄새를 맡으면서 참고 있기란 참으로 고역스러운 일이다.
방금도 그는 집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현정이네가 준 생선을 전해주었다.
그가 자리에 누웠을 때에 현정이의 생각이 그에게 물밀듯이 엄습해왔다.
그는 전화기를 노려보면서 현정이 생각을 했다.
오가면서 그렇게 기사 노릇을 톡톡히 해주었는데도 잘자라는 전화도 안하나?
전화를 하기가 애매한 시간이라면 카톡이나 문자라도 하든지 ...
현정이에게 자신이 전화를 걸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그러게 되면 이 시간에 둘이 만나서 맥주 마시러 가게 될 것 같았다.
그러면 현정이는 피곤해서 자겠다고 하겠지.
그래도 현정이네 집 앞에서 잠시만이라도 보자고 자신이 말할 것 같다.
두 사람의 내일 일정을 위해서는 그런 일이 생기면 위험하다.
자신이나 현정이는 피곤하니까 자야만 할 것이다.
현정이 엄마가 준 생선을 엄마에게 전해주자 엄마는 엄청 기뻐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그는 현정이에게 이 말을 전하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서 현정이랑 카톡 대화를 하려고
현정이에게 미리 카톡을 보내보았다.
현정이로부터 답장이 온 것은 한참 후였다.
그렇게 해서 대화가 오고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현정이는 할말이 또 없느냐고 묻는다.
그는 보고 싶다고, 원룸 앞으로 갈테니까 현정이에게 잠시만 나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참고 또 참았다.
그는 주연이와 모텔에서 가졌던 뜨거웠던 시간을 아직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는 주연이를 불러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지금 그는 여자의 몸과 그 몸에서 나는 여자의 냄새가 그립다.
그렇지만 그는 절제를 하여야만 했다.
절제되지 않은 표현은 젊은 육체적인 욕망을 발산하는 것일 뿐이다.
그와 엄마 사이에는 약속이 있다.
그 약속이 지켜진다는 전제하에서 엄마가 저렇게 자기가 하는 일을 밀어주고 있다.
그 약속이란 다른 데에 정신 팔지 않고 이 사업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경철이의 심리적 압박감이 너무 컸다.
그런데도 그가 현정이에 대한 생각을 하기만 하면 그의 머리 속은 엉망이 되고 만다.
현정이에 대한 마음을 앞으로 언제까지나 더 다스릴 수 있을 지 .....
다음날 아침에 현정이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마치 순천에 있는 자기 집에서처럼 아직도 경철이는 위층에서 자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현정이가 위층에 올라가서 그를 깨워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착각은 착각일 뿐 .. 지금 여기는 서울이다.
현정이는 방안을 한바퀴 둘러보고 또 냉장고도 열어보았다.
어느 것 하나 엉망이 아닌 것이 없다.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 또는 세탁물을 빨래하는 것들은 언젠가 하기는 해야 하는데 ...
그런데 냉장고에 들어있는 식품들이 상할 지도 모르겠다.
현정이는 이것들을 비닐 봉투에 담아서 들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는 동안에 팔과 다리가 당기는 것 같았다.
사우나에를 한번 가야 하나?
현정이는 오피스텔 건물에 들어서서 위층으로 올라가자 바로 경철이 쪽으로 갔다.
아직 아침 9시도 되지 않았는데도 그는 이미 도착해서 수업 시간표를 손보고 있었다.
경철이는 현정이를 데리고 주방쪽으로 나왔다.
그런데 원탁 위에는 유부초밥이 든 도시락이 놓여있었다.
경철 : 벌써 왔어?
현정 : 그러는 너는 더 일찍 나왔으면서 ...
경철 : 잘 놀았으니까 바쁘게 일해야지. .. 호호~
현정 : 이것은 웬거야?
경철 : 아침밥을 들고 왔어. .. 같이 먹고 나서 하자.
경철이는 커피 잔을 들고 현정이가 입을 오물거리면서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잠에서 깬 경철이는 더 이상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현정이가 보고싶어서 인가?
빨리 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는 엄마와 누나가 어제 저녁에 만들었다는 유부초밥을 도시락에 담아서 들고 집을 나섰다.
현정이와 같이 아침으로 먹자고 할 생각이었다.
틀림없이 현정이는 일어나자마자 아침도 먹지 않고 바로 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현정 : 안먹고 뭘 그렇게 열심히 쳐다봐?
경철 : 네가 아침도 안먹고 양쪽을 청소하고 나면 얼마나 기진맥진할까 하고 ...
현정 : 고맙기는 한데 .. 그래야 살이 좀 빠질텐데 ...
경철 : 뺄 살이 어디 있다고?
현정 : 숨겨뒀거든~ .. 제법 돼 .. 호호~
경철 : 하긴 ..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운동이 부족할거야.
현정이도 커피를 따라서 마시고는 청소를 시작하려고 일어섰다.
그런데 경철이는 엄마를 만나야 할 시간이라면서 밖으로 나갔다.
현정이는 청소를 멈추고 다시 창가에 섰다.
유리창 밖으로 가가 차에 타서는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로 오니까 이제는 그가 나간다.
마치 그에게로 다가서는 그녀를 피하기라도 하듯이 그가 멀어져 간다.
바보같이 ..
미리 만나고 나서 천천히 올 것이지 ...
현정이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쓴 웃음을 지었다.
사람이란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아무도 모르는 일들을 묻어두고 살기 마련이다.
이 일은 크건 작건 간에 밖으로 드러나서는 안된다.
이것이 자기만 아는 자기만의 비밀이라는 것 아닐까?
비밀이 없이 인생을 산다는 것은 뭔가가 서운한 일이다.
또 어떤 비밀은 두 사람이 같이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비밀이라는 것들이 많이 사라진다.
바깥 세상으로 많이 까발려지는 것이다.
그리고는 혼자서 두 오피스 룸의 청소와 정리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는 간식 준비도 끝냈다.
일을 모두 마치고 나니까 12시가 넘었다.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내가 오늘 너무 일찍부터 일어나서 설쳤나?>
라고 생각을 하고 현정이는 자기 방에 누운 채로 잠들었다.
잠결에 전화벨소리를 듣고 현정이는 전화기를 열었다.
경철 : 지금 내려오세요. .. 점심 먹으러 가자.
현정 : 엄마랑은?
경철 : 차 보험 문제 때문이었는데 ... 해결했어.
현정 : 나중에 정수랑 같이 저녁을 밖에서 먹고, 점심은 올라와서 같이 해먹자.
현정이는 경철이를 올라오게 했다.
현정이는 지금 잠에서 막 깨어난 푸석푸석하고 부시시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아까 청소하고 나서 땀에 젖은 몸을 씻지도 않고 잠을 잤기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싫었다.
또 현정이가 자기 원룸에서 들고온 것들을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현정이는 아까 간식으로 만들어둔 음식을 조금 덜어내서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식탁을 차렸다.
식사가 끝난 후에 현정이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경철이와 함께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항상 시간을 잘 지켰던 정수는 오늘도 오후 4시에 모습을 나타냈다.
당분간은 정수가 두 사람의 수업에 같이 들어가면서 돕다가
당름 주부터 새로 들어오겠다는 애들로 반을 만들어서 넘겨주기로 했다.
현정이와 경철이는 오늘 수업할 자료를 정수에게 넘겨주고 중요한 포인트를 말해주었다.
사실 정수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지만 유머를 재치있게 잘 사용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인기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섯시가 되자 애들이 오기 시작했다.
현정이는 식사준비를 해서 오는 애들에게 밥을 먹였다.
남자애들은 맛있다고 현정이에게 거짓말을 해가면서 잘 먹는다.
그런데 여자애들은 아무 말 없이 조금만 먹고 만다.
현정이나 경철이는 애들이랑 농담도 주고받는다.
정수는 약간 뻘쭘한 편이다.
정수는 먼저 경철이가 하는 수업에 같이 들어갔다.
경철이는 정수를 <정수샘> 이라면서 애들에게 소개했다.
오정혜 : 정수샘도 앞으로 여기서 수업을 하실 건가요?
정수 : 그래요.
지혜 : 그럼 .. 수학?
정수 : 수학도 하고 영어도 하고.
지혜 : 과학은 안해주나요? .. 요새 과학 존나 짜증나는데 ..
경철 : 기다려 봐요.
벌써 서너달 째를 전혀 연락이 없었던 수경이에게서 현정이에게로 카톡이 왔다.
갑자기 수경이가 궁금하고 도 보고 싶었다.
[수경톡] : 일하니?
[현정톡] : 응~
[수경톡] : 몇시에 끝나?
[현정톡] : 밤 12시.
[수경톡] : 우와아~
[현정톡] : 뭐했어? .. 그동안 연락도 없고~
[수경톡] : 한달동안 배낭여행 갔었어.
[현정톡] : 진우랑 같이?
[수경톡] : 응.
[현정톡] : 좋았겠다 .. 어디로?
[수경톡] : 한달동안 유럽에.
[현정톡] : 소리소문도 없이 .. 나쁘다.
[수경톡] : 너는 일하는데 미안해서
[현정톡] : 미안하긴 ... 내 선물 사왔어?
[수경톡] : 당연하지 .. 언제 보자.
[현정톡] : 접수~!!
그날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셋은 길 건너에 있는 <랏다리아> 로 갔다.
배가 고팠던 두 남자는 2 인분씩을 먹어치웠다.
현정이도 배가 고프기는 했지만 몸을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3 킬로가 더 찐 것 같다.
살은 찌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빠지는 데에는 장구한 세월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 ...
정수는 현정이와 경철이로부터 일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정수 : 그럼 새로 생기는 반에서 영어 수업은 누가 해?
현정 : 목하 고민 중.
정수 : 아는 영문과 누나가 있는데.
현정 : 함 봐야 하는데 .. 성격이나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거든.
정수 : 그럼 나는 합격한 거야?
현정 : 너야 .. 내가 하루이틀 아는 것도 아니고 ..
정수 : 그 누나가 정말 딱인데. .. 애들이랑도 완전 잘 맞을 것 같고.
경철 : 예뻐?
현정 : 변태냐? .. 지금 밝혀?
정수 : 현정아, .. 그게 아니라 그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
경철 : 학생들도 호감을 가져야 하는 거쟈나?
정수 : 학원 차량은 학원생 수송을 전문으로 하는 기사분을 모시는 것이 어때?
경철 : 그래도 되지.
정수는 그 자리에서 그 누나라는 여자에게 내일 오후 3시즘에 만나자고 카톡을 보냈다.
그들은 맥주를 마시려고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철이나 현정이와는 다르게 정수는 술을 꽤 마시는 것 같았다.
현정 : 나나 경철이는 술을 왜 못마시는거지?
정수 : 그거야 ..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지 않으니까.
경철 : 뭐라고? .. 무슨 효소?
정수 : 알코올은 주 성분이 에탄올이쟈나?
그럼 우리 몸 안에서 두단계의 산화반응이 일어나서 분해가 되거든요.
먼저 에탄올 분자는 수소 원자 두개를 잃고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돼.
그 다음에는 산소원자 1 개를 얻어서 아세트산이 돼야해요.
이 두가지 반응이 사람 몸 안에서 일어나려면 그런 반응이 일어나게 해주는 효소가 있어야 해.
현정 : 그럼 나한테는 그 효소가 없다고?
정수 : 사람마다 달라.
어떤 사람은 나오다가 일찍 끝나는 사람,
또 처음에는 안나오다가 나중에 나오는 사람,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꾸준히 계속 나오나봐.
경철 : 와~ ... 술체질이네 .. 부럽다.
다음 날 정수가 그 누나라는 여자를 만났다.
그러나 그녀는 곧 어학연수를 따날 예정이어서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에 다른 후배를 소개시켜주기로 했다.
그 후배라는 여자는 학원에서 몇달동안 임시로 영어수업을 맡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온 영어샘은 정해리였다.
정해리는 정수와 같은 대학 영문학과 3학년이라고 했다.
인상도 좋고, 성격도 서글서글한 것이 좋아 보이고 또 몸매도 빵빵한 것 같고 ...
경철이, 정수 그리고 현정이 앞에서 정해리는 시범수업을 했다.
정해리 : 에는 의지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알겠나?!!
그럼 뭘로 바꿀 수가 있어? .. will 이죠? .. 알겠나?!!
그녀는 항상 말을 <알겠나>로 맺으면서 강조할 사항을 선명하게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비록 몇개월이지만 학원 경력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갔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강남에 있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사가 말하는 것과 완전 똑같다.
정해리는 당장부터 수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
또 경철이가 볼 때 그녀는 성격도 쾌활하면서 내숭떠는 것도 없고 솔직담백한 것 같았다.
경철이와 이야기하면서 보수는 월 150 만원이라는 말에 그녀는 선뜻 동의했다.
그래서 경철이의 룸에서 정수와 해리가 수업을 하기로 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오겠다고 한 애들이 여섯명이 있으므로 그 애들로 반을 꾸려서
그 반을 정수와 해리가 맡도록 했다.
그런데 정수나 경철이가 볼 때 현정이는 정해리를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
경철 :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야?
현정 : 해리언니 수업하면서 말하는 걸로 보면 엄청 빡씨네.
정수 : 그것이 문제가 되나?
현정 : 애들한테는 부드럽게 대해주어야 할텐데.
경철 : 아무래도 여자니까 그러지 않을까?
현정 : 예쁘고 가슴 빵빵하면 무조건 좋게만 보려고 하는 거야?
경철 : 그것은 아니지.
현정이는 다음날 아침에 경철이에게 전화를 해서 수경이 만날 약속에 대해서 말을 하고
오전에 수경이와 광화문의 커피숍에서 만났다.
참으로 오래만이라서 반갑기도 했다.
또 수경이가 좀 더 생기가 있어 보였다.
수경이는 주로 배낭여행 얘기를 했다.
현정이는 경철이와 함께 과외교습소를 운영하는 얘기를 했다.
수경 : 나도 거기서 같이 하면 안될까?
현정 : 지금은 선생님들 자리가 모두 차있는 상황이라서 ....
수경 : 이번에 돈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나도 일해야 할텐데 ..
수경이는 약간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수경이의 말이 현정이에게는 거짓말 같이 들렸다.
서둘러서 오피스텔로 갈 때 수경이가 현정이에게 구경시켜달라고 말다.
현정이는 오늘은 시간이 이미 늦었으므로 다음에 하자고 그녀와 헤어졌다.
현정이 마음 같아서는 고향 친구인 수경이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수경이는 일단 경철이가 아니라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자기가 봐도 영어나 수학 어느 과목도 수경이에게는 수업을 맡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현정이가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때에 경철이는 이미 청소를 모두 끝내놓고 현정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철 : 오면 바로 같이 나가서 점심 먹게 ...
현정 : 청소 말고 다른 할 일은 없었어?
경철 : 너 기다리는 일.
현정 : 후훗~!!! ... 너 그럼 .. 나 사랑하는 거야?
경철 : 청소해놓고 기다렸더니 사랑하냐고?
현정 : 네 입장을 분명하게 해.
경철 : 전에 말 했쟈나. ..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현정 : 그러니까 나를 사랑하기는 하냐고~!!?
경철 : 야아~!! .. 수경이랑 뭐가 제대로 안풀렸어?
현정 : 야아~!! ... 나를 사랑하냐고 물었거든~!!?
경철 : 흠 .....
현정 : 나도 묻기 쉬운 것을 물은 것이 아니야. .. 힘들어도 대답해.
경철 : 휴우~ ... 맞아 ... 힘든 내 대답은 ... 그러니까 .. 음 ...
현정 : 뭐야~!!?
경철 : 사랑해.
이 말을 하면서 경철이는 현정이를 당겨서 안아버렸다.
그리고 현정이의 입술에 재빨리 키스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