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성교육 (누나가 결혼했다) 29화
무료소설 누나의 성교육: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누나의 성교육 (누나가 결혼했다) 29화
나는 입대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조차도 군대 가기 싫어서 누나 핑계를 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려고 마음먹으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니까… 그냥 군대 가기는 싫고, 여자한테 관심은 있지만 여친한테 차였으니… 가장 가까이 있던 여자인 누나한테 그렇게 쉽게 푹 빠졌던 게 아닌가 싶은 기분.
내 마음이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나 생각하면 분통 터지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누나는 누나고 나는 동생이니까. 내가 정신없이 군대 갈 준비를 하는 동안 누나도 딱히 내게 말 걸지 않고 내 눈치만 살폈다.
다행히 20대 초반의 남자가 군대 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보니, 부모님도 나와 누나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뭐… 왜 그토록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차이고 군대 가는 놈이 꼬박꼬박 나올 수밖에 없는지 뼈저리게 실감했지만.
단순하고 유치한 나는 누나한테서 도망칠 방법이라고는 그 정도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누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꼭 잡고, 편지를 쓰겠다는 둥 면회를 오겠다는 둥 누나 사진 보내줄 테니 팔아먹으라는 둥 온갖 소릴 다 했지만……. 나는 그냥 쓴웃음만 났다.
줘도 못 먹는 나는 이제 누나에게서 독립할 수밖에 없다. 똘끼 쩌는 우리 누나는 정말 예쁘긴 하지만… 세상에 더 예쁜 여자도 있을 것이다. 찾으면 되지 뭐, 나 아직 어린데.
군대는 아주 좆 같았지만, 확실히 아무 생각 안 하기엔 딱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휴가를 받아도 집에 가지 않았다. 친구들 집을 전전하거나 찜질방이나 모텔로 향했다. 그리고 내가 제대하자마자 엇갈려 군대 간다는 친구의 자취방을 강탈하는데 성공했다.
돈 주고 살라고 해도 웬만한 여자는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으슥하고 치안도 별로였지만… 싸니까.
내가 그렇게까지 자취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부모님은 결국 두 손을 들었고, 어느 날 그토록 피해 다녔던 누나가 내 자취방에 찾아왔다.
“너 군대 가서 별 달고 왔어?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서울 하늘에서 별 찾는 기분이네.”
“…뭐 여기까지 오고 그래? 이 동네 치안도 별로인데… 일주일 전에 옆방에 도둑 들었어. 조만간 이 집 털릴걸?”
“넌 뭐 이런 데서 살아? 겁도 없이……. 저, 나 결혼해.”
“성진 형님이랑?”
“응. 준비는 다 됐는데 너 제대할 때까지 미룬 것뿐이니까…….”
“그래.”
누나는 여전히 예뻤다.
결혼할 거라고 다이어트를 한 건지, 내가 군대 간 사이에 밥이 잘 안 넘어가기라도 한 건지… 누나는 내가 군대 가기 전보다 좀 여위어 있었다. 더 가느다래진 손가락이 천천히 내 뺨으로 오더니 내 얼굴을 아쉽게 더듬었다. 누나의 눈은 아주 까맣고, 커다랗고, 예뻤다. 입술은 도톰하고 촉촉했고… 흰 목덜미의 투명한 살결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폭발적인 가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가슴은 살이 빠져도 별로 안 줄어드는구나. 허리는 더 가늘어진 것 같은데… 발목도 조그맣고.
누나는 퀴퀴한 내 자취방에서 내 앞에 마주 앉아,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내 뺨을 어색하게 어루만졌다. 누나한테서 은은한 향기가 났다. 옛날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지는 않았다. 오히려 밥통 끌어안고 퍼질러 자던 모습이 먼저 생각났다. 꼴린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다. …군대 그거 효과 있네 싶어 좀 우스웠다.
“넌 되게 멋있어졌다. 키 더 큰 거 아냐? 얼굴은 좀 탔고… 우리 지훈이, 곱상하게 생겼었는데 완전 탄탄해졌는데?”
“…나 꼬시는 거야, 지금?”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말고. 참, 그… 지영이랑… 연락 안 해?”
누나는 이 답답한 기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누나가 면회 오고 편지 쓰고 할 때도 그냥 대충 넘기기만 했더니… 냉큼 살가운 태도로 변하는 것도 병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해.”
“그… 그래? 여튼… 정장은 있지?”
“너무 늦었다. 이 동네 별로라니까. 데려다줄게.”
누나는 결국 결혼식 안 올 거냐고 나한테 묻지 못했다. 나도 차마 안 간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안 갈 수도 없겠지… 가족인데. 일부러 나 때문에 미룬 거라는데. …아니 그냥 미루지 말지. 나 누나 드레스 입은 거 보기 싫은데.
억지로 누나를 데려다준 지 며칠도 안 됐는데, 이번엔 엄마가 찾아왔다.
“지나가 너 사는 데가 살 곳이 못 된다더라. 그렇게 자취하고 싶으면 학교 근처에 오피스텔 얻어줄게. 아니, 한 일주일은 그냥 집에 있지 그래? 어차피 지나 결혼식 때문에 바쁜데 좀 도와주고.”
우리 부모님은 내 자취방이 어디에 있는지도 관심 없었는데…….
…그건 애정이 없다기보다는, 다 큰 사내자식 거기까지 신경 써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어서 그런 것뿐이지만…….
누나는 그렇게 어색하게 쫓겨나듯 돌아갔는데도, 부모님한테 내 자취방 제대로 된 곳 구해달라고 떼를 썼나 보다. 어쩌면 자기가 돈 보태겠다고 우겼을지도 모른다.
괜스레 눈물이 났다.
안 꼴린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무리 삽질 한 번 할 때마다 누나를 땅에다, 눈 속에다, 군대 깊이 파묻고 왔어도 그리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누나의 신음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누나의 알몸과 거기… 그리고 쾌감에 젖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도. 나는 아직도 잊을 만하면 누나 꿈을 꾸고, 여전히 누나의 입술을 덮치고 싶었다.
내 꿈속에서 누나는 내 여자였다. 시집도 안 가고, 내 옆에서 떠나는 일도 없었다. 누나는… 심지어 내 아이도 낳아줄 것 같았다. 그렇게 누나가 끊임없이 생각나기 때문에 집에도 안 들어가고, 부모님까지 피해 다니고, 유리 누나한테도 지영이한테도 연락하지 않았던 건데. 두 사람의 호의를 생각하면 존나 나쁜 새끼라고 생각하면서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건데…….
그런 발악은 아무짝에도 소용없었다. 누나와 의절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아니, 이 상태라면 의절을 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나는 자취방을 정리했다. 집에 들어갔더니, 누나는 우는 얼굴로 웃었다. 망할 년이라는 욕설이 입안을 맴돌았다.
그리고 며칠 뒤… 누나가 결혼했다.
뻣뻣하게 정장을 입고 입술이 경련할 정도로 웃으면서 악수도 하고 인사도 하고 있었더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누나 옆에서 누나가 내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같이 사진을 찍을 때는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기분이었다.
“더 웃어, 왜 표정이 똥 씹었어? 누나 시집가는 게 그렇게 아까워?”
“누나를 데려가 주다니 고마워서 눈물이 나려고 해서 그렇거든?”
퉁명스럽게 대꾸했더니 누나는 깔깔 웃었다. 비록 나비넥타이는 아니지만 나도 양복 입었는데……. 이대로 누나 손목 잡고 달려나가면 완전 기가 막힌 막장이 될 것 같은데.
신부 대기실에서 수십 장의 사진을 찍던 누나는 결국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신부 화장까지 하니까 안 그래도 예쁜 누나가 더 예뻐서 참 좆 같았다.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의 미모인 건 그렇다 치고, 누나의 미모는 적어도 이 결혼식장은 파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내가 끝장낼 수 있었다. 총 들고 와서 신부를 납치해가라고 해도 나는 그랬을 거다. 군대까지 다녀온 남자가 하는 생각으론 너무 유치한가?
씨발, 이렇게 좆 같은데 그런 생각 좀 하면 어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누나의 결혼식은 막장이 되지 않고 막힘없이 쭉 진행됐다. 그리고 성진 형님이 우리 부모님 앞에서 큰절을 할 때, 누나는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나를 봤다.
나는 이를 악물고 웃었다. 이가 부서질 것 같고 충혈된 눈에서 피가 터져 나올 것 같지만, 지금은 웃어야 했다.
내가 간신히 웃으면서 손을 살짝 흔들어주자, 누나는 안심했는지 마주 살짝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심장이 미어졌다…….
정신없는 하루가 끝나고, 누나가 성진 형님과 공항에서 손을 흔들었을 때… 나는 힘이 쫙 빠졌다. 이젠 누나 뒤통수도 안 보이니까, 울어도 되나?
심신이 피곤한 상태로 집에 다시 돌아왔다. 부모님이 학교 근처에 오피스텔을 잡아줬으니 다음 주엔 나도 이사할 거다…….
이 집에서 누나가 대자로 뻗는 일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그걸 다시 볼 일은 없겠지…….
나는 충동적으로 누나 방에 들어갔다. 침대 위에 누나의 이불이 놓여 있었다. 손을 뻗어 꼭 끌어안았더니 누나 냄새가 났다.
이 침대 위에서 누나가 신음했다. 자위하고, 섹스도 하고, 나를 보고 웃기도 했다.
야한 생각을 하니 눈물이 멈추고, 야한 생각을 안 하니까 눈물이 났다. 이것도 저것도 좆 같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울었다. 어릴 때 누나가 나를 놀리려고 놀이터 한복판에 나를 놔두고 숨었던 그때처럼,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누나가 안 보여서 엉엉 울었던 그때처럼… 누나를 몇 번이고 목놓아 부르짖으며 서럽게 통곡했다. 그러나 아무리 질질 짜도… 누나는 그때처럼 나한테 달려와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