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68장. 이이제이(以夷制夷) (3) / 69장. 위기의 순간 (1) 73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68장. 이이제이(以夷制夷) (3) / 69장. 위기의 순간 (1) 73화
“그럼요. 지금과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총장님은 하시던 대로 하시고 도와주는 사람만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아뇨. 이 자리에서 결정하시죠.”
“흐음……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결정 하신 겁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 떡밥을 조금 풀고 언론이 조금 맞장구 쳐 주면 의외로 빨리 시작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거라면 적극 협조해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성사의 의미로 한잔하실까요?”
오정윤은 의외로 사업가적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었다.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 아는 것이었다.
간단한 술자리가 끝나고 강 총장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그제야 나도 좀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 정도 가지고 긴장했어요?”
오정윤이 나를 보고 슬쩍 웃었다.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직 검찰총장이잖아요. 옛날에 저는 지나가는 경찰 아저씨만 봐도 숨고 그랬는데…… 지은 죄도 없이…… 그런데 강 총장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예요. 우리랑 틀어지게 되면 손 안에 있는 모든 걸 놓지만, 우리랑 함께하면 가지고 있던 흙 묻은 떡은 버리고 새로운 떡을 쥘 수 있는데 그 기회를 왜 버리겠어요?”
“그렇다면야 다행이지만.”
“지훈 씨가 계획 다 세워 놓고 무서워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게요 조 대표님은 직접 만나실 생각이신 거죠?”
“네. 거긴 내가 직접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행히 그쪽과 연결된 라인이 조금 있고 아마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날 믿어 봐요.”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잘 지켜봐요. 아마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온 나라가 떠들썩할 테니까…… 그리고 배다른 내 동생도 원래 주인에게 자기 자리를 내어 놓겠죠…….”
***
핸드폰 벨소리가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 액정으로 확인하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보세요……? 유연 씨?”
[나예요, 지훈 씨…… 흑…… 윽…….]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녀는 바로 눈물부터 터트리고 말았다.
“유연 씨 괜찮아요? 어디 아픈 데 없어요? 다치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네?”
[나는 괜찮아요…… 지훈 씨야말로 아픈 데 없어요? 그날 너무 심하게…….]
“나는 괜찮아요. 그 정도 맞아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런데 전화할 수 있는 거예요?”
[은지 언니한테 핸드폰을 건네 받았어요. 그동안 할 경황이 없어서…… 지금에야 했어요…….]
“잘했어요…… 그리고 유연 씨…… 아이…… 정말이에요?”
내가 정말 궁금했던 질문이기도 했다.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망설이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럴 리가요. 유연 씨 아이고…… 우리, 아이잖아요.”
[고마워요 지훈 씨…… 그렇게 말해 줘서…….]
“임신 확실한 거예요?”
[확실해요…….]
“고마워요, 유연 씨. 내가, 내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아…….”
나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 없고 지금은 내 아이를 품고 있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내 눈앞에서 볼 수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보고 싶어요…….]
“조금이에요. 이제 정말 조금만 기다리면 돼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가 데리러 갈게요.”
언제부턴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늘 기다리라는 것뿐이었다. 이제는 그 말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 잘 있어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서두르지 말아요. 아이 가진 걸 알고 나서부터 어머님은 잘해 주세요. 그 사람은 오히려 나를 보려고 하지도 않아서 더 편해요.]
홀몸도 아닌데 거기서 버티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알고 있었지만 나를 위해서 괜찮다고 말해 주는 그녀가 눈물 나게 고마웠다.
“후우…… 그날…… 은지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고마워요.”
[자꾸 고맙다고 말하지 말아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고, 지훈 씨가 날 위해서 애쓰고, 싸우고 있다면 나도 함께 싸울 거예요. 우리 두 사람과 이제 태어날 우리 아기를 위해서 나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니고 함께해야 할 일이에요.]
“고마…… 아니, 매번 기다리라고밖에 말 못 하지만 꼭 데리러 갈 거니까 조금만 더 버텨요. 사랑해요…… 유연 씨…….”
[사랑해요…… 지훈 씨…… 언제든 괜찮아요. 우리가 만날 수 있기만 하다면 언제든지…… 그리고 나는 이제 엄마니까 훨씬 더 강해졌어요. 지훈 씨도 나와 우리 아이가 있으니까…… 힘내요. 알았죠?]
“알았어요…….”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할 수 없었다.
[이제 그만 끊어야겠어요. 상황 봐 가면서 내가 전화할게요. 사랑해요.]
“알았어요. 몸 잘 챙기고 아프지 말고…….”
[알았으니까 내 걱정 하지 말아요…… 그럼 끊어요.]
69장. 위기의 순간
모텔을 나오면서도 요새는 꼭 한 번 주위를 확인하게 된다. 혹시라도 뒤를 따라붙는 사람이 있을까 봐 항상 경계하는 게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여기야~”
저쪽에서 손을 흔드는 동현의 모습이 보였다. 허름한 삼겹살집은 언제나 우리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너 요새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 얼굴이 반쪽이야.”
“그냥 좀 바빴다.”
앉자마자 고기보다 소주에 먼저 손이 갔다. 술이 목젖을 타고 흘러 들어가자 이제 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리핀 쪽은 어떻게 됐어?”
“대금은 모두 지불했고 형이 인수해서 빠르면 다음 주부터 영업할 수 있대. 원래는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는데, 돈 좀 찔러 주니까 오히려 일사천리로 진행됐대.”
“그래. 고맙다. 그런데 필리핀 가는 비행기는 여권만 있으면 바로 출발할 수 있나?”
“자리만 있으면 그럴 수 있지. 근데 갈 거면 미리 예약을 해.”
“동현아…….”
“무섭게 갑자기 왜 목소리를 깔고 그래?”
녀석이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 사고 쳤다.”
“무슨…… 사고?”
“나 여자 생겼어…….”
“여자 무슨 여자? 난 또 여자 생긴 게 뭐 대수라고…….”
“유부……녀야.”
“켁…… 헥…… 뭐? 와, 이거…… 후우, 그래. 일단 진정 좀 하고…… 뭐, 까짓 거 눈이 헤까닥 돌면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어디까지나 한 번일 경우야. 너 혹시 그 여자 남편한테 들킨 건 아니지?”
“들켰어.”
“너, 이! 아오…… 아니, 나쁜 짓을 하려면 좀 몰래 하던가. 머리도 좋은 놈이 그런 머리는 없냐? 까짓 거 뭐 들켜도! 요즘은 혼인빙자 간음도 없고 간통죄 폐지된 지가 언젠데, 계속 갈 마음은 있는 거야?”
“있으면?”
“있으면……? 미치겠네 진짜. 어머니한테 뭐라고 할 작정이야?”
“일단 그건 나중 문제야. 진짜 급한 문제가 있어.”
“이거보다 더한 문제가 어디 있어? 어머니가 들으시면 뒷목 잡고 쓰러지겠구만.”
“놀라지 말고 들어.”
“뭔데? 이제 더 놀랄 것도 없다.”
“내가 만난다는 그 여자가 신유연이야.”
“푸헥~!! 크헉, 켁…….”
소주를 들이켜려던 동현이가 삼키지도 못하고 바닥에 뱉어 버렸다.
“야, 이~ 미친놈아!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이제 좀 뭔가 앞뒤가 맞네. 너 그래서 지금 한국 뜨려고 준비하는 거냐? 오현태한테서 도망치려고?”
“일단은 모르니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거지…….”
“너 정말 진지한 거냐?”
“어.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에는 확신이 있다.”
“아휴, 아이고 하나님…… 에라이~! 와, 근데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거냐? 오현태가 가만히 있겠어?”
“당연히 가만히 안 있겠지. 그런데 다음 주부터는 태양그룹이 떠들썩할 거야. 조금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그 여자를 먼저 필리핀으로 보낼 생각이야. 네가 미리 얘기 좀 해 주라.”
“혼자? 넌?”
“나는 아직 할 일이 좀 남았어. 그리고 그 여자, 내 아이도 가졌어. 만약에 유연 씨가 나 없이 먼저 가게 되면 세심하게 신경 좀 써 달라고 부탁해 주라.”
“애까지? 오늘 너 뒤통수 여러 번 친다. 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태양그룹에 곧 엄청난 일이 벌어 질 거야. 검찰 쪽이 직접 움직일 거거든. 너도 잘 대비해 둬라.”
“검찰? 너 그거 확실한 정보야?”
“확실해.”
“알았어. 그런 정보는 일단 땡큐다. 그리고 거기는 어차피 네 집이나 마찬가지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일단은 너도 몸을 좀 사리는 게 좋겠다.”
“알겠다.”
***
[긴급속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방금 전 검찰이 태양그룹 오현태 이사를…….]
텔레비전을 껐다. 오늘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될 것 같았다.
도덕성에 유난히 민감한 우리나라 정치 상황상 이번 사건은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 입문이 늦춰지는 건 두 번째 문제고 오현태 실장의 사법처리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태양그룹은 격랑 속으로 휘말리고 말았다.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던 주식도 하한가에 가까운 수치를 찍으며 폭락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걸려 있는 만큼 직접 만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 강 총장과 오정윤 사장과의 연락은 주로 전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일이 잘 진척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우리가 이기는 게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오정윤 사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심각한 사안이 있는지 강 총장도 함께 볼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그녀가 나에게 차를 보내 주었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별장에 내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미 와 있었다.
“어서 와요.”
“오셨어요? 무슨 일이 있어요?”
“일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네.”
복잡한 표정의 강 총장이었다.
“이상하다는 게 어떤 의미신지…….”
“외압이 들어오는데…… 윗선이래요.”
심각한 표정의 오정윤 사장이었다.
“윗선이라 하시면…… 조 대표님 하고도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었나요?”
“그것보다 더 위야. 지금 상황에서는 나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네.”
“더 위라면……?”
“검찰총장이나 여당 대표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한 명밖에 없지. 흐음…….”
한 숨을 쉬며 강 총장이 말했다.
“그럼…….”
“송 회장이 그쪽과 유착관계가 공고한 모양이야.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뒷덜미가 잡힐 거야.”
“방법이 없겠어요?”
오정윤 사장과 현직 검찰총장이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일단 생각을 해 보죠.”
“그냥 그 파일을 폭로해 버리는 게 어떨까요?”
“오 사장님~!!”
답답한 상황인 건 알았지만 오 사장의 말은 우리 전체를 흔들리게 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당연히 강 총장이 눈을 치켜뜨고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들은 모두 매장시켜 버릴 수 있어요.”
“그럼 제가 뭐가 됩니까?”
강 총장이 반대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절대 반대였다.
유연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온 국민이 다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저도 명백히 반댑니다. 사장님께서도 답답하시겠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상황을 뒤집을 만한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고요. 그 동영상 파일만 공개하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나도 답답해서 하는 소리죠.”
오 사장도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