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55장. 반격의 서막 60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55장. 반격의 서막 60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걸 신뢰의 척도로 생각하실 텐데…….”
“글쎄다…… 아직은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좀 더 고민을 해 봐야지…….”
집으로 돌아와서부터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만약 진짜로 오 실장이 유연을 마음에 품었다면 일이 훨씬 더 복잡해질 게 뻔했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카드를 먼저 준비해야 했다.
***
밤을 새워 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모두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고 오 실장에게 들이밀 수 있는 카드는 분식회계와 신성로지스 관련 부정거래 정도였다. 거기에다가 유정과 관련된 일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신성로지스는 유연의 아버지 회사였다. 그걸 가지고 걸고넘어지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그리고 유연은 아직 유정과 남편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도 굳이 그것까지 밝혀서 그녀에게 하나의 상처를 더 안겨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찌 됐든 그녀에게는 가족이었으니까…….
나중에 다 알게 된 이후에는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그랬다.
그럼 모든 걸 제외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이제 분식회계 단 한 가지였다. 이 하나로만 보면 어마어마한 사안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오 실장 뒤에서 그를 받쳐주는 사람들이었다.
오 실장은 막강한 부를 가졌고, 각종 언론과 법을 좌지우지할 만한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
내가 그 사람들을 극복하고 이슈화시킬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따지고 보면 나는 일개 사원이었고 내가 아무리 설친다고 해 봐야 자칫하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냥 끝나 버리고 말 수도 있었다.
나에게 두 번의 기회는 있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의 기회를 거대한 태풍으로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 했다. 그리고 거기에 적합한 사람이 지금 당장은 딱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오정윤.’
지난번 동현이의 말처럼 그 사람이 정말 다른 대주주들을 만나고 다니는 목적이 오 실장을 밀어내는 데 있다면, 어쩌면 그 사람과 나는 좋은 동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그 사람에게 다가가느냐가 문제였다. 무작정 내가 찾아 간다고 해서 나를 만나 주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하는 말을 다 믿어 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오정윤의 확실한 생각을 내가 알아내는 것도 필요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사교계의 여왕이고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지만 나와의 접점은 하나도 없었다.
오정윤에 대한 조사가 좀 필요했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만 만들어진다면, 단 몇십 분이라도 독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에게도 승산은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지난번 유정과 오 실장이 사무실 안에서 관계를 가질 때 찍은 동영상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날 내가 녹음했던 음성파일도 무사히 잘 살아 있었다.
‘그래…… 좋은 방법이 있었어…….’
이거 하나로 단숨에 결정타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의심하는 상대에게 충분히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자료는 될 것 같았다.
동영상을 컴퓨터로 옮겨 둘의 모습을 확대해 보았다. 사진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그게 오 실장이라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동생 사진이라면 그녀도 몰라볼 리가 없었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그녀에게 이 사진을 보내느냐는 거였다. 무작정 택배나 우편으로 보낸다고 해서 그녀가 받아 본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러다가 다른 데 유출 되기라도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좀 더 신중하게 고민을 해 볼 문제였다.
***
점심시간, 밥을 먹자마자 몰려오는 졸음 때문에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커피를 사러 회사 아래 커피숍으로 내려왔다.
밤을 새서 머리를 굴려 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오정윤은 미술 갤러리를 자주 가고 즐겨하는 운동은 골프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녀와 함께 갤러리에 가거나 골프를 치며 만나기에는 나에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더군다나 그런 자리에 그녀 혼자만 나올 리도 없었다.
비어 있던 내 옆자리에 다른 부서 여직원들 셋이 갑자기 커피를 들고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조금 쉬려고 했더니 오히려 피곤할 판이었다.
“어머, 어머…… 진짜? 그 남자가 진짜 그랬어?”
어딜 가나 남자는 여자 이야기, 여자는 남자 이야기였다.
한 여직원의 말에 나머지 여직원들의 놀라운 표정으로 호들갑스럽게 반응하고 있었다.
“직접 말한 건 아니고, 내 SNS 쪽지로 연락을 보냈더라고…… 한번 따로 만나고 싶다고…….”
“어머 웬일이니? 진짜~ 대박. 너 그 사람 관심 있다고 계속 지켜보기만 했었잖아, 그런데 그 사람이 먼저 연락 온 거야?”
“어…… 내일 만나자고 했어. 나 어떡하지……? 뭐 입고 나가……?”
“뭘 어떡해? 무조건 최고로 예쁘게 하고 가야지~!!”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드디어 탈출구가 보였다.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너무 고마운 마음에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여자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말았다. 물론 그녀들은 나를 미친놈 바라보듯 황당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정말 머저리 같았다. 사람이 쫓기다 보면 뭔가 놓치는 게 많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인가 보다.
정말 어이없게도 커피숍에 앉아 있던 그 여자들의 수다에서 크나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이 조선시대나 구한말도 아니고 꼭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중요한 순간에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그 과정까지 굳이 직접할 필요는 없었다.
낯선 사람에게 현대인이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무기. 그건 SNS였다.
퇴근하자마자 여러 종류의 SNS 중 오정윤이 가입되어 있는 곳이 있는지 샅샅이 뒤져 보기 시작했다.
“있다! 찾았다!”
아무도 듣는 사람도 없는 방 안에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렀다.
분명 태양건설 오정윤 사장이 확실했다. 최근 게시 글을 보니까 이틀 전에도 접속했던 게 확인됐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과거 사진을 뒤져 보니 다른 젊은 친구들처럼 음식이나 여행 사진이 주를 이루는 건 아니었다.
여성 기업가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인지 시사적인 발언들이나 해외나 국내의 여러 단체 활동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이 젊은 친구들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녀에게 개인 쪽지를 보내 그녀가 나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올 수 만 있다면, 그녀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오 실장 동영상 사진을 조금 확대해서 그녀에게 보내 보기로 했다. 얼굴 사진을 우선 보내고 상황을 설명할까 생각해 봤지만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오 실장이 유정과 책상 위에서 질펀한 섹스를 벌이고 있는 한 장의 사진만 보여 주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려 볼 참이었다. 혹시 몰라서 본인인증이 필요 없는 해외 계정으로 가입해서 그녀에게 개인 쪽지를 보냈다.
사진 한 장과 함께 이 말을 덧붙였다.
[조금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지금부터는 정말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가만히 있다가는 모든 걸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오 실장은 자꾸만 거대하게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그대로 놔두면 나는 어떠한 힘도 쓰지 못한 채 그저 밟혀 버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보내 놨으니까 연락이 오겠지, 설마 오 실장 얼굴을 못 알아보고 그냥 지워 버리는 건 아닐까?’
잡다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었다. 행동에 돌입하기 시작했으면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날수록 내가 들킬 확률도 더 높아질 테니까…….
가지고 있던 자료를 2개의 USB에 나누어 담았다. 분식회계 위조 장부와 오 실장과 유정의 동영상, 음성 파일까지. 그의 흠을 잡을 수 있는 작은 꼬투리 하나까지 모두 다 정리했다.
백업한 USB는 신발장에 있는 오래된 구두 깔창을 파내고 거기에 보관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구두일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돈을 신발에 숨기던 버릇은 이럴 때도 나타나나 보다. 그리고 혹시라도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노트북을 분해해 하드디스크를 빼 버렸다.
빼낸 하드디스크를 들고 집을 나갔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필요한 걸 사기 위해 ATM기에서 돈을 출금했다. 그리고 다시 운전해 가던 도중 옆으로 강이 보이자 잠시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려 주머니 속에 있던 하드디스크를 강으로 던져 버렸다.
이제 내 부주의로 인한 것 외에 다른 경로로 자료가 유출될 위험은 없었다.
***
오랜만에 오는 전자상가 뒷골목이었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싼 컴퓨터 부품을 찾아 헤집고 다녔던 곳이지만 지금은 각종 몰카나 도청장치 등을 판매하는 가게가 성업 중이었다.
이 근처에 분명 내가 필요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1시간에 걸쳐 몇 군데를 기웃거려 봤지만 쌩한 분위기가 더 많았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포기하고 그냥 가려다가 골목 제일 끝 쪽 희미하게 불이 들어온 간판을 발견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역시 CCTV와 카메라 등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어서 오세요…….”
중년의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가 안경을 벗어 놓고 나를 바라봤다.
“뭘 찾으시나……?”
그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몇 군데 들러본 가게 사람들 모두가 그랬다.
몇 번 거절을 당하다 보니 이제는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우선 그의 앞에 돈 한 뭉치를 얹어 놓았다.
적어도 묻기도 전에 거절당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포폰을 좀 구하러 왔습니다…….”
“대포폰이라…… 그런 건 불법인데…….”
“불법이라도 웃돈 주면 빨리 구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요?”
내가 올려놓은 돈에 다시 손을 가져가려 하자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젊은 친구가 성질 그렇게 급해서야 쓰나? 일단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봐야지. 우선 전화번호 한번 불러 봐요.”
찜찜하긴 했지만 일단 내가 아쉬운 입장이라 그에게 전화번호를 불러 줬다. 그가 잠시 후 뒤쪽으로 들어가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눈치였다.
이삼 분이 지난 후 다시 그가 나왔다.
“일단 확인해 보니까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보아하니 짭세나 끄나풀도 아닌 거 같고…… 어떤 거 필요해요?”
“어떤 거라뇨? 그냥 폰.”
“2g 3g 뭐 그런 거요.”
“아…… 스마트폰으로요…….”
“선불폰이고…… 대당 40이야. 몇 개 필요해요?”
“다섯 개 정도 주세요, 그러면.”
내가 원래 시세를 몰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른 사람한테 더 싸게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 한 대에 그 정도면 여러 대의 구매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여기서 30분 정도만 기다려요.”
잠시 후 그가 뒤로 들어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후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남자가 들어와 검은 가방을 내밀고 말없이 그냥 사라졌다.
“여기 받아요…….”
“네, 돈은 여기…… 그냥 가면 되나요?”
“원래 여기 오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팔지는 않는데, 뭐 어디 가서 허튼짓할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 파는 거요. 나도 돈이 좀 궁하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또 뭐?”
“혹시 여기 초소형카메라도 있나요? 배터리가 좀 오래가는 거였으면 좋겠는데. 가볍구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요? 행색으로 보나 말하는 걸로 보면 이쪽 동네랑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데…… 마누라가 바람이라도 난 게요?”
“아…… 네, 뭐…… 비슷한 거 같아요.”
“사람 싱겁긴……. 잠깐만 있어 봐요, 어디 보자.”
그는 판매대 근처에 박스를 뒤적거리더니 엄지손가락 굵기의 카메라와 배터리 하나를 판매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보다 더 작은 건 없어요?”
“이것보다 더 작은 게 있기는 있지. 그런데 그런 걸로 찍으면 누가 누군지 구분도 못 해. 막말로 코앞에 갖다놓고 찍을 거요? 그건 아니잖아…… 카메라로 찍어서 그걸 증거로 쓰려면 화질이 뒷받침돼야 한단 말이지.”
“네.”
“그리고 이 배터리를 연결해서 옆에 다 같이 놓으면 아마 12시간 이상은 찍을 수 있을 거야. 메모리카드도 넉넉히 넣어 둔다면 말이지.”
“이걸로 주세요.”
그는 다시 종이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나에게 내밀었다.
“꼭 증거 잡아서 혼쭐을 내줘요…….”
혼쭐을 내주라는 그의 말에 왠지 웃음이 났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대포폰 구매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미리 현금을 찾아오길 잘한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카메라를 만지며 여러 가지로 시험해 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에 해상도가 어느 정도인지, 배터리를 연결했을 때 어느 정도 수명이 될지 미리 체크를 해 볼 심산이었다.
그 아저씨 말처럼 멀리서지만 해상도는 괜찮은 것 같았다. 얼굴을 알아보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산너머 산이라고, 하나가 해결되자 또 하나의 문제가 나타났다. 이제 이 카메라를 어떻게 은지에게 전해 주느냐가 문제였다.
워낙 잘사는 집이고 방범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곳이라 물리적으로 내가 들어갈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은지 혼자 있는 것도 아니라 배송 업체를 불러서 전달하기도 힘들었다.
또다시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순간이 왔다. 아무래도 이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내일은 한 이사 집 근처를 한번 둘러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더맨처럼 담장을 뛰어넘어갈 수는 없겠지만 직접 가서 보면 좋은 방법이 생각날 수도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묘수가 떠오르는 경우는 없었다. 뭐든지 부딪치고 시도해 봐야 했다.
충전된 대포폰을 꺼내 새로 만든 SNS의 계정을 등록했다.
아직 오정윤이 메시지를 확인한 것 같진 않았다. 제발 꼭 연락이 오기를 믿어 본 적도 없는 신에게 기도를 해야 할 판이었다.
다시 내 휴대폰에 있던 기록들을 모두 삭제하고 다시 초기화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