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50장. 그들만의 세상 54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50장. 그들만의 세상 54화
은지가 흐르던 눈물을 닦아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먼저 오 실장이 몸을 움직였따. 여기는 분명 한 이사의 집이었다. 그렇다면 오 실장은 한 이사가 갈 곳을 미리 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둘이 앞장을 서고 우리 둘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가는 곳은 집 밖이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차고로 간 그들이 차고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벽에 있던 선반을 왼쪽으로 밀기 놀랍게도 거기에서 문이 나타났다.
“가지.”
은지도 처음 보는 곳 인 듯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문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오자 또 새로운 정원이 나타났다.
여기는 한 이사의 옆집이었다. 그렇다면 옆집도 한 이사의 소유라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무엇 때문에 자신의 집 옆에 이런 비밀스러운 집을 또 하나 마련했느냐였다. 뭔가 기분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당신도 여기는 처음일 거야, 오 실장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하하, 아마 아주 재미있을 거야. 아니지, 오늘은 벌을 받아야 하니까, 재미가 없으려나? 하지만 운이 좋으면 새로운 자신을 찾을 수도 있어. 그런 사람도 꽤 있었지.”
한 이사는 다정스레 은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은지는 이미 패잔병처럼 아무런 의욕이 없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이사의 집과 거의 비슷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하지만 온통 어두운 나무색으로 꾸며져 있어 음산한 기분마저 들었다.
한 이사는 우리를 끌고, 한쪽 끝 방으로 데려갔다. 엄청 넓은 크기의 방에 여러 개의 소파들이 있었고 옆쪽에는 엔틱한 커다란 사이즈 침대가 있었다.
족히 가로 세로 2미터는 훨씬 넘어 보이는 엄청난 사이즈의 침대와 옷장이 함께 있었다.
한 이사가 은지의 손목을 잡아끌고 침대로 밀쳐 버렸다.
“이제 너는 벌을 받을 시간이야…… 잘못을 해서 벌 받는 거니까 불만은 없겠지?”
은지는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더러운 꼴을 보지 않으려면 지금밖에 시간이 없었다. 이런 약골들 두 명 정도라면 얼마든지 혼자서도 때려눕힐 수 있었다. 빨리 선택을 해야 했다.
오 실장이 침대 옆 슬라이드 장을 열자 수갑과 채찍을 비롯한 각종 기구들이 그 안에 있었다. 그들이 뭘 하려는지 이제야 똑똑하게 알 수 있었다.
“실장님…….”
마음껏 주먹을 휘둘러 반 죽도록 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뇌는 이성을 찾고 있었다. 지금 분을 참지 못하고 뒤엎어 버리면 남은 미래는 없었다.
유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은지에게는 미안하고, 너무 비겁하지만 지금은 내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실장님…….”
“아니…… 일단 지켜봐…….”
오 실장은 내 말을 가로막고 수갑과 채찍을 꺼내 들었다. 성인용품점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이었다.
보통의 사람이 들고 있었다면 그냥 애교스러운 수준으로 받을 수 있겠지만, 역시 누가 들고 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었다. 오 실장이 들고 있는 저것들이 나에게는 흉기처럼 보였다.
은지의 눈이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옷 벗고…… 누워.”
한 이사가 말을 했지만 은지는 두려움으로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매를 맞아야 옷을 벗겠다는 건가?”
은지가 체념한 듯 말없이 일어나 옷을 벗었다. 그리고 곧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침대에 앉았다.
놈들은 탐욕으로 눈이 번들거렸지만 나는 그저 안쓰러울 뿐이었다.
“거기…….”
한 이사가 날 불렀다. 그리고 수갑을 낚아채 나에게 건네주었다.
“옛 여자의 손과 발을 좀 묶어 줘야겠어. 자네가 스스로…….”
그들은 기어코 이 말도 안 되는 장난질에 나를 끼워 넣을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오 실장은 나를 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간단한 고갯짓으로 한 이사의 말을 따르라고 하고 있었다.
“후우…….”
“이봐…… 오 실장 저 친구…… 저래서 되겠어?
“지훈아…….”
그가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걸 거절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수갑을 받아 들고 내가 은지에게로 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가 애처롭게 그 넓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은지야…… 미안해…….”
왠지 코끝이 시큰했다. 은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고 있었다.
도저히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있는 힘껏 최대한 주먹을 꽉 쥐었다.
몸을 돌리려던 순간 은지가 내 손을 잡았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은지 덕분에 나는 한 번 더 참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비겁해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은지의 양손과 양발이 침대의 네 귀퉁이에 묶이게 됐다. 마치 이런 행위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침대는 빗살무늬로 되어 있었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그녀의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든 걸 체념한 은지는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 버렸다. 곧 오 실장이 채찍을 들었다.
“시작해 볼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말해…… 그러면 멈출 테니까…….”
오 실장이 은지에게 말했지만 역시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이사는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방관하고 있었다.
찰싹!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내며 검고 기다란 여러 갈래의 채찍이 은지의 붉은 꽃잎을 파고들었다.
“아악~!!”
은지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고통으로 몸부림 치고 있었지만 팔다리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가슴이었다.
하얀 은지의 피부에 여러 갈래로 빨간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은지가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그들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제법 버티는데……?”
“그러게 말이야…… 오 실장이 봐 주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걸레치고는 독한 면이 있지만 곧 꼬리를 내리고 형님 앞에 고개 숙일 겁니다.”
잔인한 오 실장은 계속해서 쉬지 않고 그녀의 몸에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여린 살이 견디지 못하고 터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흐윽…… 자…… 잘못했, 어요…….”
그녀의 가랑이 사이 시트가 소변으로 젖어 들어 있었다.
“흐흐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이사가 악마처럼 웃었다.
“뭐라는 거야? 크게 이야기해야 알아듣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흐흑…….”
“정말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거야?”
은지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해.”
“네…… 흐흑…….”
한 이사가 악마처럼 속삭였고, 오 실장은 느긋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나, 는.”
“더러운.”
“더, 러운, 흑.”
“걸레입니다.”
“걸, 흑…… 레입니다…….”
갑자기 한 이사가 은지 머리채를 휘어잡아 당겼다.
“똑바로 다시 얘기해 봐! 너는 뭐라고?!”
“더러운…… 흑…… 걸레……입니다…….”
은지가 흐느끼며 울었다. 한 사람의 인격을 완전히 짓밟아 놓고도 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대고 있었다.
“좋아…… 너는 걸레니까 앞으로 걸레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줄 거야…… 불만 없지?”
“네…… 흐흑…….”
“좋아…… 그러면 오늘은 이 정도 선에서 봐줄까?”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와 견딜 수가 없었다. 재빨리 방을 뛰어 나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먹었던 모든 것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토해 내도 시원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속을 다 게워 내고 화장실을 나오자 오 실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쯧쯧…… 그 정도로 약해서야…… 따라와…….”
***
그 집을 빠져나오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오 실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꽤 놀란 눈치구나?”
“죄송합니다.”
“뭐 처음에는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귀찮은 일들이 생기더라고. 별로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귀찮게 하니까…… 이런 일이 생겼을 때는 최대한 밟아 줘야 해. 다시는 머리를 들지 못하게, 영원히 나만 보면 바닥에서 기어 다니도록 그렇게 만드는 게 중요해. 사람을 지배한다는 건 의외로 단순한 일이야. 그 밑바닥에 공포심을 심어 주면 되거든…… 근데 나 오늘 좀 놀랐다.”
“죄송……합니다.”
“뭐, 네가 죄송할 건 없지. 따로 만난 사이도 아니고 그전에 알던 건데…… 그런데 한 이사랑 나 같은 사람들은 그런 게 좀 있어. 주변에선 나를 향해 달려드는 이리 떼 같은 놈들이 득실대지. 그래서 어느 한 군데라도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대개는 그런 경우 집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 그런데 오늘 한 이사는 그게 무너진 거야…… 지훈이 너라는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곁을 벗어나려고 한 그 여자가 문제였던 거지.”
오 실장은 역시 한 이사 편이었다.
“이제 은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를 꽉 깨물고 다시 오 실장에게 질문했다.
“후훗…… 걱정하지 마. 그 여자는 아직 활용가치가 있어. 쓰임새가 있단 말이지. 버릴 때 버리더라도 그 가치를 다할 때까지는 그 자리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차라리 버려 주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았지만 그런 인간들도 아니었다.
“물론 너한테는 이런 광경이 이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충분히 이해가 가. 내가 만약 한 이사였더라면…….”
“…….”
“아마…… 둘 다…… 죽여 버렸을 거야…….”
무섭지만 오 실장은 그런 인간이었다.
“아, 아니다…… 죽여 버리는 건 너무 쉽잖아…… 그런 건 너무 재미가 없어. 난 항상 재미있는 게 좋거든. 서로가 서로를 밑바닥까지 떨어트리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떨까 싶어…… 재미있겠지?”
“글……쎄요.”
“이상주의자들. 특히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서로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다 어쩐다 하는데 그런 꼴 같지 않은 짓들을…… 눈앞에서 하나하나 깨부수어 주는 거지. 그게 얼마나 재밌는 건지 너는 모를 거야…… 거기에다가 짜릿한 쾌감도 안겨 주지.”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미친놈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도 돈 때문에 나를 찾아온 커플이 있었지. 그들은 돈을 얻었지만 나갈 때는 등을 돌리고 말았어. 그 돈 때문에 말이지…… 사람이란 건 그런 거야. 원래 다 그런 족속들이지…….”
“실장님에게 사모님도 그런 존재, 입니까?”
“우리 집사람? 흐흐흐…… 재미있는 질문이군. 우리 집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건지를 묻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냐. 흠…… 그 여잔…… 아직 나한테 가져다줄 게 많지.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건…… 아까 그 여자처럼 나를 먼저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야.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이긴 한데 그렇게 영악한 짓을 할 정도는 아니거든. 밖에 나가서 다른 남자 만날 일도 없을 거야…… 내가 첫 남자였거든…… 그런 면은 참 좋아,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네…… 그럼 실장님, 한 가지만 더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
“아까 한 이사님이 말씀하신 그 계획이라는 게…… 뭔지…….”
“그건 그냥 잊어버려.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까…….”
오 실장이 집으로 들어갔다. 오 실장이 들어간 그 집에는 유연이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조만간 오 실장이 뭔가 위험한 일을 벌일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그리고 그 일에 유연도 연루되어 있다는 게 내 예감이다.
그 전에 어떻게든 손을 써야 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너무 무거웠다.
나는 은지를 방관했다. 왠지 맨 정신으로는 집에 들어가기가 힘들 것 같았다.
보고 싶다, 신유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