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49장. 비밀의 문 (3) 53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49장. 비밀의 문 (3) 53화
은지의 왼쪽 입술 끝이 터졌는지 약간 피가 비쳤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손찌검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여기는 이 사람의 세계였다. 당연히 내가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고, 이 상황조차도 보고 있을 수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자신의 뺨을 만지는 은지의 손이 벌벌 떨렸다.
이제 공은 나에게로 넘어왔다.
“어때? 옛 여친이 맞아서 기분이 나쁜가?”
“뭔지 모르겠지만…… 다 지나간 일들입니다. 지금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상관이 없다니!! 상관이 없다고?!! 그런데 왜 저년이!! 화장실에서 네 이름을 부르고 울고불고 짜고 있는 거야?!! 도대체 뭐 때문에?”
그것까지는 내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차라리 내가 그날 전화를 받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유가 듣고 싶어?! 이유가 궁금하면 말해 줄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은지가 한 이사를 쏘아붙이며 말했다.
“너, 미쳤어?”
“왜 지훈이 이름을 불렀냐고? 왜 그랬을 거 같아?! 뻔하잖아? 돌아가고 싶어서 그랬어.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랬어! 흑…… 왜 그게 그렇게 잘못됐어?!! 밤마다 네 몸에서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나는 걸 알고는 있니? 두 집 살림이든, 세 집 살림이든 밖에서 딴짓하려거든 예의상 모르게 해 주면 안 되니? 나도 더는 못 하겠다. 끝내고 싶어…… 너랑…… 이젠 끝내고 싶다고!!”
은지는 악을 쓰며 말을 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끝내? 누구 마음대로 끝내?!! 네까짓 게 네 맘대로?! 웃기지 마. 네 잘난 아버지가 정말 잘나서 그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네 아비는 네 애미 말고 다른 년을 안 품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은지가 멍한 눈으로 한 이사를 쳐다봤다.
“네 아버지랑 나랑 같이 한 여자 가지고 씹질한 적도 있어.”
“미친 새끼.”
“못 믿겠으면 보여 줄까? 아니면 네 애비한테 확인이라도 해 볼래? 정말 사위랑, 같은 여자 따먹은 적 있냐?! 네 입으로 직접 물어볼래? 끝내고 싶다고? 누구 맘대로…… 끝난 건 네 인생이야. 앞으로는 밑바닥을 보여 줄 테니까…… 각오해.”
“한 이사님…… 제가 대신 사과 드릴 테니까.”
“하하핫…… 사과? 그런 거 하지 마. 너는 잘못이 없어, 그리고 너…….”
한 이사가 은지의 턱을 치켜 올렸다.
“네가 돌아가고 싶다는 쟤도 나랑 같이 섹스했어…… 흐흐히히. 그런데 나는 더럽고 저 자식은 괜찮은 거야? 어?! 내 말이 거짓말 같아? 그럼 저 자식한테 물어봐, 내 말이 진짠가 거짓말인가…….”
초점 없는 눈빛으로 은지가 나를 바라봤다.
“미안하다…….”
“봤지? 나도, 네 애비도, 쟤도 모두 똑같은 남자들이야. 그래도 나만 더럽다고 할 거야? 진짜 더러운 건 네년 아니야? 너 나한테 가식 떨지 않았어?”
“…….”
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네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다 봤다고…… 그런데 넌 할 말이 없어? 너는 깨끗해? 하하핫……. 뭐? 남자 물건을 처음 빨아본다고, 부끄럽다고, 못하겠다고! 내숭 빼던 년은 어디 가셨나? 옛날 남자 친구 물건을 똥걸레처럼 빨아 줬잖아? 안 그래? 그런데 나만 더럽다고? 웃기지 마 미친년아! 내가 진짜 화가 나는 사실이 뭔지 알아? 어차피 네가 처녀가 아니라는 거 알고 결혼했어. 몇 명의 남자를 만났던 상관없어. 저 자식과 뭘 했던지 그것도 상관없어! 네가 잘못한 건, 나를 그렇게…… 가지고 놀았던 네가…… 날…… 배신했다는 거야…… 몸이 올 때…… 네 마음도 따라왔어야지. 몸이 여기 있으면 네 마음도 여기에 있었어야 했어. 그런데 가증스럽게 여길 떠나겠다니…….”
“배신? 웃기지 마…… 누가 누굴 배신해? 여러 여자 만나고 다닌 너는 배신이 아니고, 결혼하고 한 번도 다른 남자 만난 적 없는 내가 배신이야?!”
“똑같은 조건을 나한테 들이대고 싶다면 네 아비 배 속으로 쑤셔 박은 내 돈부터 토해 놓고 이야기해. 내가 그렇다면 그냥 그런 거야. 내가 그만큼 투자했으면, 너는 나만 바라봤어야지. 내가 열 여자, 백 여자를 거느려도, 넌 나만 바라봐야지……. 그게 공평하고 아름다운 세상 아닌가? 안 그래? 오 실장……?”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벽을 마주서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벽은 너무 높아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무서움이 느껴졌다.
옆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오 실장이 한 이사의 물음에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을 보면 순간 온몸의 모든 털들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고 말았다.
“형님도 이런 이야기가 있으셨으면 미리 저한테 언질이라도 주시지…… 물론 그랬다면 이 흥미진진한 광경을 재미없게 봤겠지만 말입니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역시나 어울리는 인간들이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 계획을 조금 앞당기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안 그래?”
한 이사의 말에 오 실장이 웃었다.
50장. 그들만의 세상
계획?
무슨 계획을 말하는 거지?
“일단 형님…… 이 일부터 생각을 해 보자구요. 그러니까 형님의 와이프가 아직…… 여기 있는, 제가 총애하는 지훈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 그리고 형님에게는 손톱만큼도 마음이 없다…… 이게 문제 아닙니까……?”
“크흐흐……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웃는 한 이사의 모습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 기괴하기만 했다.
“그럼…… 이쪽부터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겠군요. 지훈이 너는 어때? 아직 저쪽에 마음이 남아 있나?”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결혼하고 따로 만난 적이 없는 건 확실해?”
“네.”
“형님…… 보셨죠? 그럼 이건 너무 간단한 문제예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저기 저, 걸레 같은 년을 걸레 취급하세요.”
듣고 있으면서도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조금 전까지 형수님이라며 부르던 여자를, 그것도 그 여자의 남편 앞에서 걸레라고 부다니…….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상을 하는 오 실장이었다.
“그래야겠지……?”
“너흰…… 미쳤어……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은지가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 가만히 안 있으면 네까짓 게 어쩔 건데? 원한다면 네 아버지가 개처럼 여자랑 물고 빨고 하는 영상이 대한민국 전역에 퍼지도록 만들 수 있어. 너희 아버지 정치 인생도 별거 아닌 너희 집안도 모조리 끝장나겠지. 네가 저놈 물건을 빨고 있는 사진도 네 이름만 치면 나오도록 만들어 줄 수 있어. 너의 친구들, 다른 가족들…… 하다못해 너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다 네가 더러운 년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흐윽…… 흑흑…… 윽…….”
“질질 짜지 마…… 너 연기 아주 잘하잖아. 아직까지 법적으로 너는 내 여자고 아직 활용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거기 입을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남들 앞에서는 착한 아내 행세를 해야 할 거야…… 나는 아직 네가 필요하니까 말이지. 하지만 좀 아쉽군. 네가 완전히 나의 것 이었다면 좀 더 재미있었겠지만 왠지 김이 샌 느낌이야…… 안 그래 오 실장?”
“형님도 참…… 즐거움의 범위를 확장해 보세요~ 아끼고 아끼는 보물을 함께 나누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아꼈던 보물을 완전히…… 짓밟아, 버리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 않겠어요?”
“허허허…… 역시 네가 그런 면에서는 나보다 한 수 위야.”
“뭘요? 그런데…… 저 냄새나는 계집을 그냥 두시겠어요? 벌을 좀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친놈들이었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인간들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은지와 함께 여기를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몸이었다.
제멋대로인 구석은 있었지만, 어떤 이유로도 은지가 저런 취급을 당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은지의 눈에서 더 이상 저항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절대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많은 사람들과 한 치도 다름없는 눈빛이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은지도 더 이상은 저항할 힘이 없을 게 뻔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도망갈 수 있는 곳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당해야 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벌을 주지…….”
“저한테 맡겨 주세요…… 오랜만에 그쪽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오 실장의 말에 한 이사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럴까……?”
이 작자들이 뭘 하려는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옮기자는 건 또 어디로 옮기자는 건지, 무슨 벌을 어떻게 주겠다는 건지…… 가늠조차 불가능 했다.
“따라와.”
한 이사가 은지에게 명령했다.
“어, 어딜…… 모, 못 가…… 안 가…….”
“입 다물고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은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뒤에 있던 벽에 부딪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 이사가 은지를 보고 웃으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에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누군가 전화를 받은 모양인지 한 이사가 은지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장모님…… 네 한 서방입이다…….”
능글거리며 그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은 은지의 어머니였다.
은지의 눈빛을 절망으로 가득했다.
“네. 저야 잘 있죠, ……오랜만에 집사람…… 옛날 사진을 보다가…….”
그가 날 쳐다봤다.
“그 사진 중에 장모님도 계셔서 오늘은 제가 먼저 전화 드려 봅니다. ……네, 집사람이요? ……옆에 있어요. 요즘 제 내조하느라고 아주 바쁩니다. 네, 장인어른도 의정활동 잘 하고 계시죠? ……하하하, 제 덕이라뇨? 그게 다 장인어른이 훌륭하신 덕이지요…… 네, ……네, 그럼 집 사람 바꿔 드리겠습니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은지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 히죽거리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진심으로 악마 같은 놈이었다. 그냥 몇 번 본 게 다였지만 오늘 그 바닥까지 모조리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더 공포스러운 건 여기가 그들의 바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선악이나 윤리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그들의 진짜 모습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숨죽이고 있던 은지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은지가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엄……마? 흐……읍…….”
은지가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걸 보면서도 한 이사와 오 실장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고 있었다. 나는 너무 주먹을 꽉 쥔 나머지 팔이 저릿할 지경이었다.
한때는 좋아했던 여자였다. 다시는 보기 싫었지만 잘 안 되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그냥 어디 가서도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어느 때고 지금 내 눈앞에서처럼 무너져 가는 과정을 보고 싶진 않았다.
“응, 엄마…… 주말에 갈게. ……응, 알았어. ……끊어.”
전화를 끊자 은지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걸 앞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던 한 이사가 은지를 쳐다봤다.
“이제 똑똑히 알겠지……? 그동안 몰랐던 네 짐들을 어깨에 올려놓으니까 기분이 어때? 이제는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을 거야? 만약 네가 죽거나 도망가면 네 짐들은 모두 너의 애미나 아비가 짊어질 테니까 말이야…… 너 대신!”
한 이사가 은지의 뺨을 툭툭 쳤다.
“그럼 앞으로 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아들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만 일어나서 나를 따라오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