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45장. 탄로 (2) 48화 | 성인 소설 | 무료소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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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45장. 탄로 (2) 48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45장. 탄로 (2) 48화

“그래? 전혀 바뀐 게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상식적인 선에서 말이야…… 이건 얼마든지 비판받을 만한 일이거든. 안 그래?”

 

그가 나를 떠보듯 계속 질문을 이어 갔다. 오 실장 입에서 상식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게 웃긴 일이지만, 이런 저급한 수에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거기에 관해서 비판할 생각도 없고, 이 일로 실장님을 다르게 생각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겁니다.”

 

“왜지?”

 

나를 쳐다보는 오 실장의 눈빛이 매서워져 있었다.

 

“만약 이런 일에 대해서 제가 왈가왈부할 거였다면, 지난번 일식집에서 말씀드렸을 겁니다.”

 

“…….”

 

그의 눈썹이 놀라움으로 꿈틀거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자세히 쳐다보고 있었다.

 

“앞으로 큰일을 하실 분입니다. 제가 옆에서 이런 하찮은 일로 마음으로 어지럽게 해 드린다면, 실장님께서 저와 함께하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바라보던 오 실장이 빙그레 웃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한 게 정답이라는 뜻이었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했어. 넌 하하하……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잘 파악하고 있구나.”

 

“꼭 적만 잘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모시는 분을 정확히 알고 그 뜻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담배를 물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연기를 내뿜었다.

 

“그래 그런 면에서는 넌 분명 똑똑한 놈이지. 그럼 이쯤에서 너도 나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겠지…….”

 

이야기를 듣는 것에 자격까지 운운하는 거 보면 보통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제가 알아야 할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듣고 나서도 넌 변함없어야 해. 그리고 이 이야기를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하는 건 말 안 해도 알겠지?”

 

“물론입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오 실장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46장. 섹스 중독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너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야. 심지어 회장님과 아내도…….”

 

평소 오 실장과는 다르게 꽤 사설이 길었다.

 

“알겠습니다.”

 

여기로 들어오기 전 눌러 놓았던 녹음이 아직까지 잘 기능하고 있기만을 바랐다.

 

“이런 건 원래 술자리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오늘은 이렇게 됐네.”

 

“자리를 옮길까요?”

 

“아냐. 됐어.”

 

그는 잠시 뜸을 들이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흠……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나…….”

 

“저는 그냥 듣고만 있겠습니다. 천천히, 하시고 싶은 이야기를 하시면 됩니다.”

 

“그래…… 자세한 시작은 언제부터 인지도 몰라도 성장기에 내가 가진 질환에 대해 알게 됐지…… 주치의가 처음 나에게 그 얘기를 했을 때의 참담함이란…….”

 

그가 다시 날 쳐다봤다.

 

“청소년기부터 뭔가가 이상했어. 내 2차 성징은 남들과 똑같았지. 전혀 의심스러울 만한 게 없었어. 물론 외형적으로는 그랬지. 그런데 한 가지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고…….”

 

“…….”

 

“왜…… 그 나이 대는 서로 음란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도 하고 공유해서 보기도 하잖아? 나 역시 그랬지. 그런데…… 말야…… 그걸 보면서 깨달았어…… 확실히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걸. 친구 놈들은 하룻밤에 세 번, 네 번 한다는데, 나는 그게 안 되는 거야……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안 겪어 본 너는 그런 느낌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야.”

 

“…….”

 

“머릿속의 뇌는 폭발할 것처럼 미쳐서 날뛰는데, 아랫도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느낌 말야. 한 몸뚱이 안에서 느껴지는 그 거지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내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지.”

 

나는 그저 그가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의사가 그러더군. 약을 먹으면 충분히 괜찮아질 수 있다고. 그래서 성인이 됐을 땐 약을 먹었지…… 그래서 괜찮았냐고……?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어……. 물론 그 빌어먹을 파란색 알약이, 내 배설에는 도움을 줄 수 있었어. 근데! 망가진 내 자존심은 누구도 일으켜 줄 수가 없었지. 그때부터 나는 이미 어느 한 부분이 결핍된 인간이었어.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순간 그 하나로 모든 게 무너져 내렸지.”

 

“…….”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일그러지고 펴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부터 무언가 꼬여 버렸어. 나는 성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탐닉했지. 따로 정해진 취향이나 룰도 없었어. 어제는 백인, 오늘은 흑인, 내일은 라틴계. 모든 인종, 모든 수단, 모든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걸 해야 직성이 풀렸어. 나조차도 감당이 안 됐을 때 또다시 의사를 찾아갔지. 그때가 미국에 있을 때인데 의사가 나보고 섹스 중독이라더군……. 흐흐흐, 어디 가면 6개월에 7만 불 정도 지불하면 되는 치료시설이 있다고 하더라고…… 기숙 시설인데 나보고 거기 들어가 있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더군.”

 

섹스 중독 정도라고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의사가 그랬어.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억눌려 있던 감정들을 섹스를 통해서 해소한다고. 그때부터 섹스를 끊었지. 몇 달 동안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 그래서 치료가 됐냐고? 결론을 말하자면 전혀야. 오히려 더 삐뚤어진 형태를 가지게 됐지. 그때부터였을 거야, 평범함이 싫어지게 된 건…….”

 

오 실장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시시한 자극들은 절대로 나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지. 나는 매번 새롭고 나를 흥분시켜 줄 만한 요소들을 찾아다녀야 했어. 당연히 그런 것들은 남들 눈에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겠지. 유정이도 그런 이유야.”

 

드디어 멀고 먼 길을 돌아, 그의 입에서 유정이가 튀어나왔다.

 

“걔가 먼저 자기 발로 날 찾아왔어. 부른 건 나였지만 먼저 나에게 미끼를 던진 건 걔였어. 생각해 봐. 유정이가 예쁘고 몸매 좋고 똑똑한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 되는 애들을 내가 구하려고 하려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 그런데 왜 내가 위험을 감수하고 걜 택했겠어? 그건…… 내가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될 여자였기 때문이었어. 나한테 짜릿함을 주고 나를 자극시킬 수 있는 건, 이제 그런 것들이거든.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경계 너머에 있는 것들 말야.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하고, 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들이, 나에게 흥분을 안겨 주지. 그것들을 위해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를 생각을 하고 있어. 어때? 내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절대 헤어 나올수 없는 수렁에 빠진 인간이 오 실장일지도 몰랐다.

 

“네 생각을 얘기해 봐. 어때 나의 이런 취향? 와이프 언니랑 부도덕한 관계를 가진 내가 어떻게 보이냐고?”

 

오 실장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실장님이 하시겠다면.”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크흐흐…… 좋아좋아, 꼴통 샌님은 아니구만…….”

 

“다만.”

 

“다만?”

 

“다만 여기가 최종 종착지가 아니라고, 더 큰일을 하실 거라고 저에게 말씀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혹시라도 유정이의 일을 포함한 일련의 제가 함께 지켜봐 왔던 과정들이, 실장님 가시는 길에 누가 될까 걱정됩니다.”

 

“흐흐흐…… 그런 걱정들일랑 집어치워도 돼. 나랑 같이 이런 류를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덩어리야.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무너지며 공멸하는 관계지. 우린 완벽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나와 함께할 사람들이지. 그런 우리 앞길을 망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땅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을 거야. 신유정이라도…… 말이지…….”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돼. 하긴 우리끼리도 우린 미쳤다고 하지만 절대로 그만둘 수는 없었지. 그리고 여기가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마. 네가 본건 아마 커다란 성을 창문 정도로 본 것일 테니까 말이야. 앞으로는 더 어마어마한 광경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무리 사이에 분명 너도 껴 있을 거야. 너도 이제 완전히 내 배에 올라 탄 사람이니까. 그리고 너를 보는 것도 나에게 꽤 자극이 돼, 흐흐흣.”

 

나를 보고도 자극이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 봐. 앞으로 너는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거고, 이제 이런 일들로는 눈도 깜짝하지 않게 될 거야.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일해. 유정이랑도 평소처럼 지내면 될 거야. 할 수 있다면 네가 가져도 좋아. 네가 가진다면 그것도 나한테 묘한~ 자극이 되겠지. 후훗.”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해도 된다는 거지. 꼭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야. 하지만 내가 원할 땐 너도 지체 없이 이 미친 판에 뛰어들어야 할 거야.”

 

“네.”

 

“먼저 들어가.”

 

펀치를 몇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회사를 빠져나왔다. 이제 좀 파악됐다 싶으면 여지없이 오 실장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거기에다 내가 보고 있는 이 끔찍한 광경이 다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새삼스레 오 실장이 말하는 새로운 세계라는 게 무서워졌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유연에게 문자를 보냈고 잠시 후 그녀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유연 씨~?”

 

[이제 집에 왔어요?]

 

“네~ 집에 혼자 있죠?”

 

[그러니까 이렇게 얼굴 보고 통화하고 있죠~]

 

“오 실장님은 아직 회사에 있어요. 조금 늦을 거 같아요.”

 

[그걸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연락하지 그랬어요? 나는 계속 목소리 듣고 싶었는데…….]

 

“오자마자 바로 연락한 거예요.”

 

[그 사람이랑 같이 있었어요?]

 

“네…… 이야기 좀 하느라…….”

 

[무슨 이야기 했어요?]

 

그녀의 얼굴에 걱정스러움이 보였다.

 

“무시무시한 이야기요~ 헤헤, 별 이야기 안 했어요. 회사 일 때문에 얘기 좀하고 나 먼저 나왔어요.”

 

[그랬구나…… 요즘 들어서는 항상 조마조마해요. 지훈 씨가 그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고…….]

 

“같이 있으니까 내가 더 잘 볼 수 있잖아요.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해요. 유연 씨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내 생각만 해요.”

 

[알겠어요. 나는 아무~ 걱정 없이 지훈 씨만 믿고 있을게요.]

 

“그래요. 그리고…… 혹시, 요새…… 별다른 일 없죠?”

 

[어떤 일요?]

 

“그냥…… 뭐 오 실장님이 뭔가 달라졌다거나…… 뭐 이상한 요구를 한다거나…….”

 

[이상한 요구? 어떤 거요?]

 

다행히 오 실장의 마수가 아직 유연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그냥 한번 해 본 소리예요. 내일 우리 만나는 날인 거 알고 있죠?”

 

[그럼요.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날인데, 그런데 내일은 안에다 해야 되는 날이니까 걱정돼요. 카메라가 있으니까 안 할 수도 없고…….]

 

“고작 한 번이고 아직 그렇게 위험한 날은 아니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임신 확률을 낮추는 방법을 오늘부터 공부해 봐야겠어요.]

 

“하하, 그런 걸 뭐 하러 공부해요?”

 

[할 거예요. 나는 아직 지훈 씨를 더 오래보고 싶으니까…….]

 

“걱정 말아요. 곧 평생…… 보게 될 테니까요…….”

 

유연은 아무것도 모른다. 아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다.

오 실장이, 이 미친 시궁창에 그녀를 끌어들이지 않기만을 바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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