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40장. 혜진의 조언 44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40장. 혜진의 조언 44화
아침부터 오 실장이 나를 찾았다.
방으로 들어갔는데도 뭐가 그렇게 바쁜지 힐끔 쳐다보고는 자기 할 일을 하기만 했다.
“실장님, 무슨 일이신지?”
“아, 나 대신 어디 좀 다녀와야겠어. 직접 가 봐야 되는 자리인데…… 갈 수가 없으니 이거라도 좀 전해 주고 와.”
그는 책상 끄트머리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돈이야. 후원 행사가 있는데, 가서 대신 좀 전해 주고 와.”
“후원 행사요?”
“어, 한 이사 와이프가 하는 건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 않겠어?”
유연이 말한 후원 행사가 이건가?
“전달만 하고 오면 됩니까?”
“사람이 또 갔다가 그냥 바로 어떻게 오나? 거기서 밥이라도 먹고 와. 아마 집사람도 거기에 가 있을 거야.”
“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남편 돈 가지고 자기네들 생색내는 자리지만 저것들도 다 나중을 위해서 투자하는 거지 뭐. 아무튼 다녀와. 한 이사 보거든 인사 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오 실장의 심부름으로 유연의 얼굴을 합법적으로, 맘 놓고 볼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미리 전화를 하고 갈까 생각하다가 지금은 바쁠 것 같기도 하고 또 놀라게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냥 가기로 마음먹었다.
행사 장소는 유명한 빌딩에서 열리고 있었다. 아동을 위한 행사라고 하는데 정작 아동들은 보이지 않았따.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멀리서 내 눈을 확 사로잡는 여자를 발견했다.
유연이었다.
41장. 한때 뜨거웠던 관계
멀리서 나를 확인한 그녀도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라도 내가 오 실장과 함께 온 건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다행히 나 혼자인 걸 확인하고는 안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행사장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반겨 주거나 웃어 줄 수는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 그녀에게 다가가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오 실장님이 직접 오셔야 하는데…… 오늘 일이 있으셔서 저보고 대신 후원금 좀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아…… 그러셨어요.”
최대한 나를 사무적으로 대하려는 유연의 태도 때문에 왠지 나는 웃음이 날 것 같았다. 그런 나를 파악했는지 그녀가 그러지 말라고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네…… 흠흠…….”
“후원금은 직접 전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저기 오시네요…… 언니~”
“어~ 유연 씨? 그런데 이분은……?”
그녀가 말했던 언니라는 여자인가 보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그 여자를 보고 난 이후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 손님이 계셨네……요?”
“현태 씨랑 같이 일하시는 직원분이세요. 오늘 직접 못 오신다고 후원금을 대신 전해 달라고 하셨대요.”
“아…… 그랬구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유지훈이라고 합니다.”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더 이상은 마주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녀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안녕하세요…… 장은지예요. 반가워요.”
“네.”
순간적으로 굳어져 버린 내 표정을 보고 유연도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오 실장님을 대신해서 후원금을 전달해 주러 오셨다구요? 너무 감사드려요. 하지만 약간의 절차가 필요 하니까 잠깐 저 좀 따로 보시겠어요?”
“네.”
“유연 씨, 여기에서 잠깐만 기다려 줘요. 금방 갔다 올 테니까…….”
한없이 밝고 친절한 목소리로 은지가 유연에게 말했다.
“네, 다녀오세요.”
유연은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에게도 다녀오라고 말했다.
행사장을 빠져나온 은지가 나를 조그만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일을 하던 여자 직원 둘이 있었지만 은지의 부탁에 잽싸게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이야…… 언젠가 한번은 만날 줄 알았지만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자긴 그대로다.”
작은 사무실 책상에 기대 있던 은지가 책상 위로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말씀을 가려서 하시죠. 혹시라도 누가 들을지도 모르잖아요.”
“우와~ 지훈 씨, 이제 사회인 다 됐네. 그전에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더 남자다워지고 멋있어졌어.”
은지가 날 보며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동안 내 생각 한 적 없어?”
“전혀.”
“단호하네…… 섭섭하게…….”
“여기…… 이거. 이제 그만 나가봐도 되지?”
나는 은지에게 봉투를 건네고 먼저 나오려고 했다.
“그냥 아는 척할 걸 그랬나? 앞으로도 종종 볼지 모르는데 말이야…… 이렇게 데면데면 하게 지내기엔…… 우리 과거가 너무 뜨거웠잖아……?”
“잊었나 본데, 나 싫다고 떠난 사람은 너야. 내가 바뀐 게 아니라 네가 바뀌었구나.”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혹시 만나는 여자 있어?”
“네가 알 바 아니야.”
“이렇게 날카롭게 대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미안한데 난 그냥 싫다. 너랑 이렇게 한자리에 있는 것도 싫고, 될 수 있으면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내 마음이야. 나는 네가 불편해. 우리가 뜨거웠다고? 미안하지만 이제 내 기억에는 없어.”
“오늘 끝나고 뭐해?”
“회사로 들어가 봐야 해. 이만 나간다.”
“전화번호 그대로지?”
은지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그대로 사무실을 나왔다. 못된 여자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제멋대로인 구석은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건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행사장으로 돌아오니 유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요? 잘 전해 줬어요?”
“그럼요.”
둥근 원형 테이블에는 다섯 명 정도가 앉을 수 있게 세팅이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큰 소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대화는 할 수 있었다.
“끝나고 바로 회사로 들어가야 해요?”
유연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아니요. 점심식사도 하고 오라고 했어요.”
유연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잠시 후 나에게 문자가 왔다.
[점심은 먹지 말고 나갈까요?]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급해요…… ]
문자를 확인 하는 그녀의 볼이 발그레하게 변했다.
그때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준일 이사였다. 그 뒤에 은지가 함께 있었다.
그가 먼저 유연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유연 씨, 오랜만입니다. 집사람 일에 매번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녜요. 언니가 늘 저를 많이 도와주시는 걸요~”
“그렇습니까? 허허허. 안 그래도 실장님한테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늘 참석하고 싶었는데 못 오신다고…… 그래도 사모님 이렇게 와 주시니까 빛이 납니다.”
“무슨 말씀을요…… 오늘은 은지 언니가 준비한 행사고, 제가 보기에 누구 보다 밝게 빛나는 사람이 언니인걸요?”
한 이사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을 쏟아 내고 있었고 그걸 바라보는 은지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걸 눈치챈 유연도 몸둘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아, 그렇습니까…… 근데 앞에…… 이…….”
한 이사가 그제야 나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 이사님.”
내가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네자 은지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어, 자네…… 일전에 오 실장님과……?”
“네, 거기에서 함께 뵀었죠?”
혹시라도 한 이사가 이상한 말실수를 할까 봐 재빨리 내가 말을 잘랐다. 그도 그걸 눈치챘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랬지…….”
“거기가 어딘데요?”
뒤에 있던 은지가 마디를 거들었다.
“오 실장님 따라서 술자리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어, 그래그래.”
한 이사가 맞장구를 쳤다.
“둘 다 표정이 왜 그래요? 여자라도 나오는 술집에서 마신 건가?”
은지가 너무 거침없이 말을 하자 그가 갑자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손님들 앞에서 농담이 과해…….”
“실례했어요.”
한 이사가 조용히 꾸짖자 그녀가 재빨리 사과했다.
“괜찮아요, 언니…… 그 정도 농담은 저도 이해해요.”
“그래주면 고맙고…… 유연 씨 식사하고 갈 거죠?”
“어떡하죠? 저는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래요? 아쉽다. 다음에 같이 우리 점심 먹어요.”
“알았어요. 제가 연락드릴게요.”
유연이 간다는 말에 한 이사가 오히려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일간에 초대 한번 드리겠습니다. 오 실장님과 들러 주세요.”
“초대해 주신다면 그러도록 할게요. 그럼……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유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한 이사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오 실장님 대신해서 자네가 왔다고?”
“네.”
“그러고 보니 자네도 한국대학 나오지 않았나?”
“네…… 그렇습니다.”
“몇 학번인가?”
“그게…… 07학번입니다.”
“그래? 우리 집사람도 07학번인데 혹시 학교 다닐 때 본 적 없나?”
그가 웃으면서 이야기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은지는 태연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같은 과도 아니고 같은 학번이라고 다 어떻게 알아요?”
은지가 살짝 핀잔을 주듯 얘기했다.
“허허…… 그렇긴 하지…… 그냥 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 같은 학번이면 오가다 봤을 수도 있잖아.”
“초면입니다.”
“그래그래…… 아무튼 와 줘서 고맙네. 식사라도 하고 가지?”
“그래요. 식사하고 가세요.”
옆에 있던 은지가 거들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오 실장님에겐 내가 따로 전화하겠네.”
“네, 그럼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가게나.”
행사장을 빠져나오자 유연으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기다렸잖아요, 왜 이렇게 늦게 빠져나왔어요?”
“하핫, 미안해요 자꾸 말을 시키는 바람에…… 그런데 어디에요? 나 보고 있는 거예요?”
“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봐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그곳에 유연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를 따로 가져가야 하니까 유연 씨가 내차 따라와요. 여기서 나가서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5분 정도 가면 무인텔 하나 있어요. 거기 근처에서 기다릴게요.”
“지금요? 그리고 거기 그런 데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난 유연 씨 여기 있는 거 알았으니까 오다가 미리 눈여겨 봐뒀죠.”
“헤헷…… 알았어요. 그런데 무인텔이 뭐예요? 사람이 없단 뜻인가?”
“그렇게 궁금하면 빨리 따라와 봐요.”
점심 끝날 시간에 맞추어서 돌아가려면 나도 나도 서둘러야 했다.
차를 출발시키고 뒤를 확인해 보니 유연이 따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한가한 시간대라 그런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유연이 내가 주차해 둔 곳 근처에 차를 세우고 내 차로 옮겨 탔다.
“갈까요?”
42장. 한낮의 정사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없을 거라고 기대하고 갔지만 의외로 빈곳은 한 군데밖에 없었다.
“다들 사랑하며 사나 보다…….”
“사랑…… 뭐라구요?”
무인텔의 시스템이 신기한지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유연이 되물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가 한 군데밖에 없네요. 내려요.”
“여기로 들어오면 다른 사람 아무도 안 만나고 방까지 갈 수 있어요?”
유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럼요. 결제만 하면 끝이죠.”
결제를 마치고 위로 올라가자 꽤 널찍한 방이 나름 깨끗한 상태로 세팅되어 있었다.
침대에 앉아 통통거리던 유연을 재빨리 침대로 넘어뜨렸다.
“옷…… 구겨지겠어요…… 지훈 씨…….”
“내가 벗겨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