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35장. 서 마담의 눈물 (1) 37화 | 성인 소설 | 무료소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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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35장. 서 마담의 눈물 (1) 37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35장. 서 마담의 눈물 (1) 37화

서 마담이 나가고 잠시 기다리다 조금 갑갑한 기분도 들어 잠시 밖에 나갔다 오려고 문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 오고 있었는데 그게 서 마담이었다.

서 마담은 얼굴이 창백해져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영민이하고 창섭이 어디 있어?!”

 

“그게.”

 

“빨리 대답해!”

 

그녀의 큰 음성에 직원도 놀란 것처럼 보였다.

 

“저, 저기…… 영민이 형은 손님 픽업하러 갔구요…… 창섭이는 조금 전에 손님 모셔다 드리러 갔어요.”

 

아마도 급하게 어딘가를 가야 하는 모양인데 직원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애들 중에 지금 이동 가능한 애 누가 있어?!”

 

“글쎄요…… 다들 나가 있을 거예요, 왜 그러시는데요?”

 

“됐어! 윤 이사한테 연락해서 여기 와 있으라고 그래.”

 

서 마담이 서둘러 안쪽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평범해 보이는 청바지와 그냥 티셔츠를 걸친 모습이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그럴 일 없겠지만 오 실장님이 찾으시면 잘 말씀드려 주세요.”

 

서 마담이 헐레벌떡 뛰어 가게 문을 나갔다.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그동안 신세 진 것도 있었고 아직 오 실장이 일을 끝내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결심하고 서 마담을 찾아 서둘러 밖을 향해 뛰쳐나갔다.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모양인지 길가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서 마담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차에 올라타 서 마담 앞으로 차를 몰았다.

 

“타요.”

 

밖에 서 있던 그녀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짧은 사이에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내 얼굴을 확인 하고 나서 서 마담은 고민 없이 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요?”

 

“세한병원이요.”

 

이 밤에 울면서 서둘러 병원으로 가는 걸 보니 필시 뭔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누가 아픈 건가……?’

 

궁금하긴 했지만 사생활이니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지훈 씨, 빨리, 빨리 가 주면 안 돼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요. 제발…… 흑…….”

 

정말 뭔가 다급해 보였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서 마담은 온데간데없고 나약하게 울고 있는 한 여자만 앉아 있었다.

신호를 무시하고 풀로 액셀을 밟았다. 강력한 배기음을 내뿜으며 차가 밤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는 결국 물어보지 못했다.

 

세한병원에 차가 도착하자 서 마담은 고맙다는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차 문이 닫혔으나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휴대폰이 남아 있었다.

재빨리 들고 차에서 내렸지만 이미 그녀는 저만치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높은 굽을 신고 저렇게 달릴 정도면 정말 급한 모양이었다.

나도 재빨리 뛰어 병원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녀는 이미 엘리베이터 타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뛰었지만 엘리베이터를 멈출 수는 없었다. 새벽 시간이라 그녀 혼자 탄 엘리베이터가 정지 없이 쭉 올라가 6층에 멈췄다.

나도 바로 옆 엘리베이터를 탔다. 6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벽에 붙어 있는 병원 안내도를 살펴보니 6층은 중환자실 있는 곳이었다.

중환자실이면…… 생명의 위급을 다툴 때 오는 곳이었다.

엘리베리터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모퉁이를 돌려고 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제발, 우리 현우…… 선생님 제발요. 흑…….”

 

“현우 어머니…… 이번에 세 번째 쇼크예요. 현우 심장이 이제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내일 안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발요…… 살려 주세요…… 우리 아이 좀, 살려 주세요…… 흐윽…… 제발요…….”

 

서 마담이 절규하며 의사의 옷자락을 잡고 매달렸지만 의사도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선생님, 제발요…… 제 심장이라도 떼어 준다잖아요. 우리 현우…… 아직 학교도 못 갔어요.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 앤데 이렇게는 못 보내요, 선생님. 흐으읏…… 흑!”

 

“현우 어머니…… 기운 차리세요. 어머니까지 이러시면 안 돼요…….”

 

복도까지 그녀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내가 간다고 해도 어떤 위로도 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 곧 그녀가 의사와 함께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휴대폰은 건네줘야 했기 때문에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 마담이 퉁퉁 부은 눈으로 밖으로 나왔다. 비틀거리던 그녀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가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다.

 

“힘내요.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이걸 전해 주러 왔다가 들었어요…… 미안해요…….”

 

내가 휴대폰을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웃기죠…… 나 같은 여자가 얘가 있다는 게…….”

 

“웃길 거 없어요. 내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고 했죠? 따지고 보면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말을 안 할 뿐이지…….”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하고…… 밤만 되면 나와서…… 내가…… 흐윽…….”

 

아직도 더 쏟아 낼 눈물이 있는지 그녀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한참을 더 울고 나서야 그녀가 조금 진정을 하는 듯싶었다.

 

“미안해요…… 이제 그만 가요, 오 실장님이 찾을 수도 있잖아요…….”

 

“아이…… 아빠는 없어요?”

 

주제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다. 역시나 서 마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어요…… 워낙에 막 살던 사람이라 예고도 없이 떠났어요. 아마 있었어도 별로 힘이 되진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힘들었겠네요…….”

 

“이런 밤세계에 몸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아이를 가지지 말았어야 해요.”

 

“다른 일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왜 안 그랬겠어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새끼가 있는데…… 나라고 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겠어요. 3살 때 심장 수술을 했어요. 돈이 필요했죠. 하늘 아래 의지할 데 없는 내가 일하러 가면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거기에다 병원비까지…… 그나마 낮에 얼굴 보고 놀아 주려면…… 결국 할 수 없이 밤에 일하는 거기밖에 갈 곳이 없더라구요. 아마 내가 거기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는 벌써…… 죽었겠죠.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 같은 건 안 해요.”

 

서 마담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힘내요. 엄마가 힘내야 아이도 힘내죠.”

 

“고마워요…… 하필이면 지훈 씨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네요, 사실 아이가 아픈 것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몰라요. 괜한 동정 받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고, 나 같은 게 엄마라는 게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엄마잖아요.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잖아요. 현우라고 그랬죠? 분명 알고 있을 거예요.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애썼는지…….”

 

“그렇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조금은…… 힘이 나네요.”

 

“여기…… 눈물 닦아요.”

 

그녀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내 친구 중에 현우가 두 명 있는데 둘 다 운동선수예요. 현우라는 이름이 튼튼함을 상징하나 봐요. 씩씩하게 잘 이겨 낼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알겠어요……. 너무 늦었다. 그만…… 가 봐요…….”

 

“알았어요…… 마음 잘 추스르고…… 힘내요…….”

 

그녀의 손을 한 번 잡아 주고 병원을 나왔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돌아와서도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오 실장과 다른 사람들이 나왔다. 거나하게 취한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오 실장을 차에 태웠다.

다행히 의식을 잃을 정도로 마신 것 같지는 않았다.

 

“오래 기다렸냐……?”

 

“아닙니다…….”

 

“집에 어머니 계신다…… 전화해서 조용히 내려오라고 해.”

 

오 실장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줬다. 휴대폰을 뒤져 아내라는 이름을 찾아냈다.

내가 익숙히 알고 있는 유연의 번호였다.

전화를 걸자 신호음이 갔다.

 

[여보세요.]

 

차가운 그녀의 말투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모든 남자가 그렇듯이 나 역시 자기 이외의 남자에게 냉랭하게 대하는 여자가 좋았다. 하물며 오 실장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사모님. 유지훈입니다.”

 

룸미러로 뒷좌석에 있는 오 실장을 신경 쓰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여 내가 대신 전화하는 것에 유연이 마음 놓고 큰 소리로 이야기할 것을 대비해서였다. 좁은 차 안이라, 그녀의 말소리가 뒤에까지 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안녕하세요. 왜, 이 전화로……?]

 

유연도 살짝 당황한 것 같았지만 말을 편하게 하지는 않았다.

 

“실장님이 지금 들어가시는데 10분 후 정도면 도착하실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회장님 주무시는데 깨우실까 봐 조용히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아…… 알겠어요. 도착하면 연락 주세요.]

 

유연도 알아서 분위기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 정도로 보고 만났으면…… 조금 편하게 이야기해도 되잖아. 뭘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하여튼 너도 그 여자랑 닮은 구석이 있어. 빈틈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놈. 허허허…… 뭐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기도 하지만…… 너도, 그…… 여자도…….”

 

“…….”

 

유연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 버린 걸까…….

오 실장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

 

내가 차에서 오 실장을 부축해서 내리자 유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오 실장을 부축하려 하자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그러자 유연이 물러나며 문을 열고 안으로 안내했다. 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조용히 오 실장을 부축해 3층으로 올라갔다.

유연이 방문을 열어 줘 내가 침대에 눕히려고 하자 오 실장이 화장실로 발을 옮겼다.

 

“나…… 화장실…….”

 

“네.”

 

내가 오 실장을 화장실로 데려다 주고 문을 닫았다. 오 실장이 볼일 보는 소리를 확인하고 몸을 돌렸을 때, 유연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녀가 그리워했던 만큼 힘껏 달려와 나에게 안겼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고작해야 10초 정도의 시간이 주어질 게 뻔했다. 우리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서로의 입술만을 탐했다.

짧은 시간 동안의 뜨거운 키스를 멈추게 한 건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물 내리는 소리였다.

 

“하…… 아…….”

 

내가 유연의 입술을 막으며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주었다. 잠시 후 오 실장이 화장실을 나왔다.

 

“뭐야, 아직 안 갔어? 어서 가 봐…….”

 

“네.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편한 밤 되십시오.”

 

“그래…… 데려다주고 와.”

 

오 실장이 유연에게 말을 하고는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다.

 

“전 괜찮습니다. 그냥 쉬세요.”

 

내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자 그녀가 살짝 웃는다. 당연히 오 실장을 등지고 있었기에 들킬 위험은 없었다.

 

“아니에요. 내려가세요. 일 도와주시는 분들도 모두 자러 가셔서 문도 닫아야 하구요.”

 

“네, 그럼.”

 

방을 빠져나와서도 유연은 나로부터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있었다. 집안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CCTV들이 그녀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혹여나 입 모양이 보이는 것도 신경 쓸까 봐 내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물었다.

 

“유연 씨, 나 보고 싶었어요?”

 

“엄청이요…….”

 

“고개 숙이고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무슨 첩보 영화 찍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그런데 왜 그냥 쉬라고 했어요. 데려다 달라고 하지. 맘에도 없는 소리.”

 

“내 마음이야 1초라도 더 보고 싶죠. 근데 어떻게 그렇게 말해요.”

 

“하긴…….”

 

“여기 사각지대 같은 거 없어요?”

 

“왜요? 헤헤…….”

 

“알면서 왜 물어요?”

 

“두 밤만 더 자면 볼 거잖아요,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요…….”

 

이 대궐 같은 집을 빠져나오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제 가야 돼요…….”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지만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거 말곤…….

 

“조심해서…… 가요…….”

 

그녀의 말에 나는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등을 돌려 한 발자국씩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인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거란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다.

 

“지훈 씨…….”

 

차에 거의 다다랐을 때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양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고 입을 가리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사.

랑.

해.

요.

 

들리지 않아도 들렸다.

그녀를 두고 가는 건 언제나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유연의 한 마디로 나는 가슴 벅차게 돌아갈 수 있다.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나도…… 사랑해요.]

 

유연이 핸드폰을 꺼내 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나에게 웃어 주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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