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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32장. 유연의 의미 / 33장. 임신? 34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32장. 유연의 의미 / 33장. 임신? 34화

“실장님?”

 

“어. 왜?”

 

“아둔한 제가 실장님께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뭔데 그렇게 분위기 잡고 이야기해?”

 

“조금 전에 실장님이 말씀하신 그 준비라는 게 어떤 건지 제가 감히 여쭈어 봐도 될까요?”

 

“뭐? 하하하,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나?”

 

“네.”

 

“음…… 난 말이야. 이 세상에 절대 가치가 돈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대한민국 최고의 거부인 그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물론 대한민국 땅에서 돈으로 할 수 없는 건 없어.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라가 이놈의 나라지. 그런데 말이야 거긴 돈이 들어.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단 말이지. 그래서 나한텐 돈의 가치가 절대적일 수가 없지. 만약 내가 돈이 없다면 난 아무것도 못할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가만 생각을 해 보니까 내가 돈을 갖다 바쳐야 하는 무언가가 있었단 말이야.”

 

“…….”

 

“그게 바로 권력이라는 놈이지. 권력이라는 걸 가지면 말이야, 돈이라는 놈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어. 나는 돈을 가졌지만 머리를 숙여야 했지. 그자들이 그렇게 바라는 돈을 주고도 나는 머리를 숙여야 했단 말이야…… 그래서 생각했지. 나는 이미 돈은 너무 충분한데,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는데, 딱 하나 가질 수 없는 놈이 있더라고……. 그게 권력이야…….”

 

권력에 대한 야망이 이렇게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업으로서는 이미 정점을 찍은 태양그룹이었다. 단순히 한 명의 기업가로만 보자면 그는 모든 걸 이루고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권력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가 가진 막대한 자금이 결합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은 자명해 보였다.

그동안 최고경영자 출신의 대권 후보들은 많았다. 일부는 대통령이 되기도 했고 국회의원들도 다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벌 2세가 대통령이 되었던 경우는 대한민국 역사상 찾아볼 수 없었다.

 

“실장님의 의중을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오 실장이 희미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네가 처음이다.”

 

“…….”

 

“네가 처음이라는데 왜 말이 없어?”

 

“너무 갑작스럽고 영광이라서 제가 잠시 말을 잊었나 봅니다.”

 

“하하하,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우리 어머님도 모르시지. 그런 내가 왜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녀석. 너의 이런 면이 좋아. 딱히 말이 많지도, 그렇다고 너무 아부 떨지도 않지. 전에도 말했지만 호들갑스럽거나 시끄러운 녀석들은 질색이거든. 믿을 수도 없고. 물론 너에 대한 나의 시험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마라. 하지만 네가 끝까지 나에게 믿음을 보여 준다면……. 훗날 내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갈 때, 내 뒤에는 네가 있게 될 거다. 흐흐훗, 우리는 보여 줄 꺼 다 보여 주고 같이 벗고 논 사이 아니냐? 안 그래? 하하하.”

 

의심스러웠던 하나의 퍼즐이 맞추어지자 막혀 있던 모든 실타래들이 풀려 버렸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분식회계는 개인의 주머니를 채우거나 기타의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지켜보고 있는 과정에서는 액수가 너무 방대하고 덩어리가 컸다. 누군가 뒤를 봐 주고 있는 세력이 없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만지고 있는 이 자금들이 훗날 오 실장의 선거자금으로 쓰일 공산이 높다는 계산이 들었다.

 

“실장님, 건방지게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쳐다봤다.

 

“해 봐.”

 

“원래 투명하게 한다고 해도 선거라는 건 아직까지는 눈먼 돈을 필요로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그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하고 있는 지금 일이…….”

 

“앞으로 큰일을 하게 되는 순간 주춧돌이 될 거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아무것도 아닌 너를 앉힌 거다. 기분 나쁘게는 생각하지 말고…… 솔직히 그렇지 않니? 아무나 쉽게 믿을 수는 없거든. 네가 무사히 이 일을 잘 해낸다면…… 너는 나와 함께 갈 수 있다. 열심히 해.”

 

“제가 그렇게 큰……일을…….”

 

“잘할 거야 배포도 있고. 내가 지켜본 바로는 아직까지는 잘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거다.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을 거고 더러운 일들도 많을 거다. 자신 있냐?”

 

“실장님 손에 더러운 것 묻히지 않기 위해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다. 당장에 냄새나고 더럽겠지만 나중에는 모두 너한테 머리를 숙일 거다. 잘해 보자. 그리고 당연히 아직 이 이야기는 너랑 나랑만 아는 이야기다.”

 

“명심하겠습니다.”

 

“너는 모르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일이야. 내가 하는 모든 일들엔 의미가 부여되어 있지.”

 

“…….”

 

“심지어 내 아내조차도 그렇다…….”

 

무서운 인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니, 이 정도의 인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신유연이 단순한 장난감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33장. 임신?

 

 

그가 말한 의미 있는 행동에 유연의 이름이 언급된 건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사모님은 어떤…….”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그래?”

 

“그게 아니라…… 그렇다면 사모님과의 결혼도.”

 

“녀석, 이제 보니 나한테 궁금한 게 아주 많았구나……?”

 

“죄송합니다. 무례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장차 너도 알게 될 거니까 상관없어.”

 

이제는 그 꺼내는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가 무서울 지경이었다.

당사자인 유연은 꿈도 못 꾸고 있을 일이었다. 그의 계획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정당이나 자신이 갖고 있는 정책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말들 하지. 근데 그건 다 개소리야. 정치는 이미지야. 우매한 국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느냐가 중요하지. 나는 태생적으로 일반 서민 코스프레가 불가능해. 그런데 국민들은 재벌이나 금수저들에 대한 반감이 크지. 그런 내 이미지를 순화시켜 줄 사람이 누굴까? 바로 배우자지. 그런 면에서 신유연은 나에게 좋은 카드 아니겠어?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면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멋지지 않아? 흐흐흐.”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결혼까지 할 수 있는 오 실장이었다.

 

“어어~ 너무 그렇게 얼빠진 표정 하지 마. 사람이란 건 다 쓰임새가 있어. 그 사람이 잘 쓰이도록 내가 활용하는 거지. 그게 나쁜 건 아냐, 신유연은 앞으로 많~은 일을 할 거야, 날 위해…… 나쁘지 않잖아? 내 덕에 그 여자도 가장 높은 곳에 서게 될 테니까 말야. 너도 그 사람을 많이 도와줘야 할 거야.”

 

“네…….”

 

“업무시간에 내가 너무 사적인 이야길 많이 했구나. 가서 일봐.”

 

“네.”

 

 

오 실장의 방을 나오고 나서 가슴이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무거워졌다.

오 실장이 정치의 꿈을 두고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유연을 놓아주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분명히 그는 이미지를 위해 유연을 선택했다고 했고 정치인에게 이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쉽사리 유연을 놓아줄 리가 없었다.

유연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섣불리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연락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아마 유연이 먼저 했을 것이다.

잠시 짬을 내어 화장실로 가 회사 근처의 꽃집을 수소문했다. 그중 한 곳에 연락해 노란 장미 한 바구니를 퇴근시간까지 가져다줄 것을 요청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꽃집에서 연락이 왔고, 나는 주차장으로 가서 꽃바구니를 건네받고 거기서 오 실장을 기다렸다.

잠시 후 오 실장이 주차장으로 내려와 꽃바구니를 들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이게 뭐냐?”

 

“아까 실장님이 확실한 건 아니지만 좋은 소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걸 날 주는 거야?”

 

“아뇨. 원래 이런 날은 빈손으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당연히 축하 받아야 할 날이잖아요. 꽃 사 가시면…… 아마 사모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모르는 척하고 갖다 드리세요. 물론 이건 실장님이 직접 준비하신 겁니다.”

 

“녀석. 이제 별걸 다 신경 쓰는구나. 근데 이런 거 내 캐릭터랑 안 맞아~ 그렇지만 네 정성도 있으니까 가져가 주마.”

 

“감사합니다.”

 

“얼른 퇴근해라.”

 

“네.”

 

오 실장의 차에 직접 꽃바구니를 실어 주고 주차장을 나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저녁도 먹지 않고 연락을 기다렸다. 오 실장이 도착해서 꽃바구니를 전달했다면 영리하고 현명한 여자니까 그게 나라는 걸 알아차렸을 거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그때, 드디어 전화벨이 울렸다.

 

“유연 씨?!”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녀가 울먹거렸다.

 

[지훈 씨……? 미안해요, 걱정, 했죠?]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떻게 된 거예요? 정말…… 임신이 된 거예요?”

 

[아직…… 몰라요. 생리 날이 됐는데도 안 해서, 어머님이 일단은 모르니까 확실해질 때까지 출근이나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집에만 있었어요.]

 

“그랬구나…… 걱정했어요…….”

 

[꽃, 받았어요…… 지훈 씨가 나한테 준 거 맞죠?]

 

“맞아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픈 덴 없어요? 어디 안 좋거나 힘들지 않아요?”

 

[괜찮아요, 괜찮은데……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는 유연의 말에 가슴이 아파 왔다. 볼 수 있다는 기약이 있었을 때 그 말은 설렘과 같았다. 하지만 언제 볼지 알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그 말은 가슴이 무너지는 말이었다.

 

“걱정하지 마요. 볼 수 있을 거예요. 내가 꼭 보러 갈게, 요.”

 

확신할 수 없는 말이라도 지금은 그렇게 이야기해야 했다.

 

[알았어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잖아요? 일단 기다려 봐요. 한의원에 갔다 왔어요?”

 

[다행히 맥은 안 잡힌데요. 그런데 너무 초기면 그럴 수도 있다고 며칠 기다려 보라고 하세요…….]

 

“정말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나두요…… 아이를 가졌다고 하니까 모든 게 다 금지됐어요. 사소한 일이나 행동도 못 하게 하세요. 이 집에서 나는…… 그저.]

 

유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마음 굳게 먹어요, 유연 씨…… 조금만 참아요…….”

 

[알았어요, 그 사람 오나 봐요, 이만 끊어요.]

 

그렇게 갑자기 전화가 끊겨 버렸다.

 

***

 

이틀을 반쯤 정신을 놓고 산 것 같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잘 안 하던 실수도 저질렀다. 오로지 유연이 걱정돼서였다.

불볕더위가 극성이던 오후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재빨리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여보세요?”

 

유연의 목소리였다. 회사 복도라는 사실도 잊고 목소리를 높여 버렸다.

 

[지훈 씨…….]

 

“걱정했어요, 무슨 일이에요?”

 

[나, 임신, 아니에요…… 조금 전에 생리했어요…….]

 

“진짜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에요. 아…… 정말, 다행이에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내일부터 출근할 거예요. 주말에 만나요…… 너무 보고 싶어요…….]

 

“나도,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때였다.

 

“연애 너무 찐하게 하는 거 아니냐?”

 

순간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오 실장이 내 어깨를 툭 치고는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순간 내가 한 말들을 복기해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문제가 될 것 같은 부분은 없었다.

뭔가를 알았다면 그냥 지나치진 않았겠지?

 

[지훈 씨……?]

 

“아, 미안해요…… 오 실장님이 방금 지나갔어요.”

 

[진짜요? 들은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닐 거예요.”

 

[다행이다…… 그럼, 주말에 봐요. 지훈 씨, 이만 끊어야겠어요.]

 

퇴근시간 전 오 실장이 오늘 서 마담에게 연락해서 6명을 예약해 두라고 전해 왔다. 서둘러 서 마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지훈입니다.”

 

[어머, 지훈 씨……?]

 

“오 실장님이 지난번에 약속 취소하신 거 오늘 가실 건가 봐요. 6분이시랍니다.”

 

[아~ 그래요? 알아서 준비해 둘게요.]

 

“네, 그럼, 이따 봬요.”

 

 

서 마담의 가게로 가는 차 안.

오늘은 다름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신경 쓰이는지 오 실장이 내게 직접 운전을 하라고 했다.

 

“너도 오늘 같이 들어갈래?”

 

오 실장이 나에게 물었다.

 

“오늘은 중요한 말씀 나누신다고 하셨잖아요. 아직 얼굴도 못 익힌 제가 들어가면 그분들도 불편해 하실 겁니다. 그냥 즐기시는 자리면 몰라도요…….”

 

“그래. 그건 네 말이 맞다. 너 혼자서라도 좀 즐기도록 해. 어차피 오늘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검찰 쪽 애들이 노는 게 지저분하단 말야…….”

 

“저도 그런 이야기 들어 본 거 같긴 한데…… 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다. 뭐, 정도의 차이지…….”

 

자신은 전혀 더럽다고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참, 실장님. 지난번 말씀하셨던 좋은 소식이요, 아직 모른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됐습니까?”

 

“그거? 아니래…….”

 

룸미러로 몰래 그의 얼굴을 살폈다. 딱히 아쉬운 기색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상심? 뭐, 우리 노친네가 맘이 급해서 설레발치신 거지. 잠깐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기로 했는데 오히려 잘된 것 같다. 좀 갑작스러웠거든.”

 

그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어 보였다.

 

“아쉽지…… 않으세요?”

 

“아쉽다라…… 글쎄? 아이는 언젠가 필요하겠지…… 한 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할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굳이 필요 없어. 물론 우리 어머닌 생각이 다르겠지만…….”

 

“네…….”

 

“괜히 어머니와 와이프만 헛심 쓴 거지……. 나 잠깐 눈 좀 붙일 테니 도착하면 깨워 주라.”

 

 

오 실장이 도착하자 서 마담이 그를 직접 에스코트해서 안내했다. 내가 방 앞까지 동행했으나 들어가진 않았다. 얼핏 보이는 방 안에 TV에서 본 적이 있는 유명인사도 끼어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서 마담이 룸을 나오는 게 보였다.

 

“여기 있었네요? 일부러 빼 달라고 한 거예요?”

 

“겸사겸사요.”

 

“요새 너무 몸 사리는 거 아니야?”

 

“끼고 싶어도 오늘은 깜냥이 안 돼요.”

 

“하긴…… 오늘은 좀 으리으리하더라, 지훈 씨 들어갔으면 아마 멘탈 날아갈걸?”

 

“그 정도예요?”

 

“장난 아니지. 거긴…… 전쟁터야~ 후훗.”

 

“나중에 알게 되겠죠.”

 

그때 쇼팽의 음악이 서 마담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잠시만, 전화 좀…….”

 

“네…….”

 

서 마담이 전화를 받는다면서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어디로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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