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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30장. 유정이의 의심 / 31장. 의심에서 확신으로 (1) 32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6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30장. 유정이의 의심 / 31장. 의심에서 확신으로 (1) 32화

“아뇨. 그럴 리가 있겠어요? 지금이야 그나마 언니가 회사에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면서 한 번씩 보는 거지, 그 이전까지는 그런 적도 없었어요. 연락조차 안 한걸요.”

 

“오 실장님은요?”

 

“응?”

 

“왜 보통 그렇잖아요. 언니랑 동생이 싸우면 형부가 가운데서 중재도 해 주고 뭐 그런 역할들을 하잖아요. 오 실장님은 제부이긴 하지만…….”

 

“그런 거에 관심 없는 사람이에요. 자기 할 일도 바쁜데요, 뭐. 잘은 몰라도, 같이 일하고 있는 우리 언니 전화번호도 모를걸요? 요즘 들어 조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요?”

 

 

차가 도착하자 나는 유연과 함께 저택으로 들어갔다. 오 실장이 유연을 채가서 서둘러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본에서도 사업하기 위해 한류스타였던 와이프를 이용하는 모습이 비열해 보이기까지 했다.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유연이 저 자리를 왜 불편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파티는 자정이 다 돼서야 끝이 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보니 다들 지쳐 보였다.

 

“당신, 수고했어. 처형도.”

 

그제야 오 실장이 형식적인 인사치레를 했다.

 

“우리 내일 몇 시 비행기야?”

 

“오전 10시입니다.”

 

“그래? 그럼 좀 여유 있게 움직여도 되겠네.”

 

차가 도착하고 오 실장과 유연이 먼저 방으로 올라갔다. 유정과 나는 룸이 같은 층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신유연 말야…….”

 

동생 이름을 정말 남처럼 부르는 유정이었다.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신유연 뭐?”

 

“걔가 연기를 참 잘하더라고? 생각보다 앙큼하고…… 말야…….”

 

거울에 비친 유정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당사자가 보았다면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만한 얼굴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전에 말이야. 신유연이 연기를 하더라고. 하하핫, 하하…… 걔 말야, 확실히 요즘 뭔가 분위기가 바뀌었어.”

 

유정이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덩달아 내가 긴장이 되었다.

 

“혼자서 선문답하냐?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를 해야 맞장구를 쳐 줄 거 아니야?”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우리는 함께 내렸다.

 

“궁금하면 내 방에 들렀다 갈래?”

 

“아니, 괜찮아.”

 

쉽사리 말려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나도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거든, 우리 아버지도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고…….”

 

움직이려던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와서 술 한잔하고 가…….”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확실히 유정이가 뭔가 눈치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유정이의 이야기를 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럼, 딱 한잔만 하고 갈까?”

 

방 안으로 들어가자 유정이가 맥주 2캔을 들고 왔다.

 

“확실히 나는 일본 맥주가 더 맞는 것 같아.”

 

“음……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 해 봐.”

 

“너도 관심 있는 눈치다.”

 

“관심이라기보다 내가 여러모로 너보다는 뛰어나다고 자부하는데…… 흐흣, 내가 못 본 걸 네가 알아차렸다는 게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하네…… 후훗.”

 

“그런 거야? 근데 이건 나밖에 알아차릴 수 없는 문제라서…….”

 

유정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것처럼 웃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그럼 너 솔직히 대답해 봐.”

 

“어.”

 

“아까 신유연 데리고 간 게 너였잖아?”

 

“그렇지.”

 

“그 과정을 나한테 소상히 설명해 봐.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야.”

 

유정이는 나한테서 뭔가를 캐내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지 그 답을 피해 가야 했다.

 

“딱히 소상하게 설명할 것도 없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금 비틀거리길래. 내가 안아서 방까지 데려다줬어. 호텔 직원이 방까지 함께 동행해 줬고.”

 

“그래?”

 

유정이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게 불안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

 

“그럼 너 신유연이 약 먹는 거 직접 봤어?”

 

“어?”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속으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신유연이 네 앞에서 직접 약을 먹었냐고.”

 

먹었다고 거짓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혹시라도 나중에 뭔가 잘못될까 봐 신중하게 생각했다.

 

“직접 본 건 아니지. 가방이 방 안에 있어서…… 그렇다고 내가 그 안에까지 따라 들어갈 수는 없잖아.”

 

“음…… 그건…… 그렇지…….”

 

“근데 그게 왜 궁금한 건데?”

 

“신유연…… 물론 나처럼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지. 그렇지만, 마시진 않았어.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 어때? 웃기지 않아?”

 

31장. 의심에서 확신으로

 

 

“그게 무슨 말이야 주스를 마시지 않았다니……?”

 

“나 같은 사람들은 커피가 아닌 보통 음료를 마실 때 향을 맡아. 혹시라도 모를 위험 때문에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는 거지. 그런데 아까 신유연도 냄새를 맡았어. 미세하긴 했지만 분명 복숭아 향이 느껴졌거든. 그 정도면 충분히 알았을 거야.”

 

유정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나는 전혀 모르겠던데? 사람의 후각이라는 게 개인차가 있는데 네가 느꼈다고 해서 반드시 유연 씨가 느꼈으리란 법도 없잖아?”

 

“물론 그렇긴 하지. 그런데 잔에다가 입을 갖다 대기만 하고 정작 입 속으로 넣진 않았어. 이건 내가 눈으로 본 거니까 좀 더 확실하지. 약 먹는 걸 보지 못한 너보단…….”

 

“설마…….”

 

의식하지 않은 척하면서 시종일관 유연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확실해. 근데 하나 이상한 건 말이야. 원래 걔가 그런 앙큼한 행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당돌한 구석이 없었거든…… 왜 그랬을까? 단순히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그렇다면 가든파티 때도 돌아오지 않았어야 했어. 발진이 생겼다고, 숨 쉬기가 힘들다고, 병원에 가 버리면 될 테니까 말야.”

 

“…….”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빠져나간 걸 거야. 그게 뭘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넌 뭐 아는 거 없어?”

 

유정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곧 웃음을 터트렸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해?”

 

“그냥 쉬었어. 별다른 건 없었어. 정말 만약에 유연 씨가 그 주스를 마시지 않았고, 알레르기 반응도 없었다면, 그냥 좀 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람이 그럴 때 있지 않아? 1시간만이라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을 때…… 내가 볼 땐 조금 지쳐 보이기도 하더라구…….”

 

최대한 유정이의 의심에서 벗어나야 했다.

 

“아냐…… 걔랑 친하진 않지만 난 걜 잘 알아. 분명히 뭔가가 있어…… 내가 눈으로 본 건 확실하거든.”

 

“그게 다가 아닐 수도 있잖아?”

 

“글쎄, 그럴까……?

 

뭔가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었다.

 

“얼마 전에 내 여자 대학동기 중 하나가 자기랑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시집을 갔대. 그런데 한두 달쯤 후에 그 친구의 남편이 어떤 여자랑 다니는 걸 본 거야.”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야?”

 

“일단 들어 봐~ 그런데 그게 그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확 퍼진 거야. 걔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본 적이 있다는 거지. 그래서 그 부부가 싸우고 난리가 났지. 근데 알고 보니까 남편이랑 같이 다닌 여자가 자기 언니인 거야.”

 

“…….”

 

“야?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돼? 아무리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도, 어떻게 자기 동생 남편이랑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어? 안 그래?”

 

유정이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그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뭔데?”

 

“결론만 말하면, 알고 봤더니 그 남자가 결혼 전에 프러포즈를 못해서 나중에 프러포즈해 주려고 와이프 언니랑 같이 여기저기 다닌 모양이야. 그걸 주변 사람들이 오해한 거지. 자기가 눈으로 직접! 본! 것만 믿고. 하아, 난 지금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사람들은 각자 다 사연이 있잖아?”

 

분명히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유정이 표정에 몇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확신할 수 없었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었다.

 

“난 이만 가 볼게…… 혹시라도 그런 이야기 실장님한테는 안 하는 게 좋겠다.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잘못하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도 있거든. 이건 전적으로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쉬어라 갈게.”

 

“네가 신유연 팬이었다는 거 진짜야?”

 

일어서려던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진짜라면 왜?”

 

“신유연한테 너무 관심 가지지 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팬이 됐든 뭐가 됐든 어떤 형태로든 걔한테 다가가지 말라고…….”

 

“이유는?”

 

“네가 걔한테 한 발 다가가면, 나는 너한테 두 발 다가갈 거야. 네가 아니라 누구든 마찬가지니까 그런 눈으로 볼 필요 없어. 난 걔가 철저히 혼자였으면 해.”

 

내가 보았던 여자들 중 가장 악랄한 여자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

 

***

 

한국으로 돌아와 짐을 풀었다. 다른 건 그냥 대충 처박아 뒀지만, 그녀와 내가 찍은 사진은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 입술에 키스하는 사진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지갑 안쪽 카드 넣는 곳 뒷면에 있는 빈 공간에 사진을 넣어 뒀다. 신분증처럼 밖에 보이는 곳에 붙이고 싶었지만 만약의 경우와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빨리 저 웃음을 다시 찾아주고 싶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주인공은 동현이었다.

 

[야, 보내 준거 잘 받았다.]

 

“그래. 잘 좀 부탁한다.”

 

[일전에 네가 투자할 곳도 좀 알아봐 달라고 했잖아. 딱히 생각해 둔 분야가 있어?]

 

“아니, 그런 건 없고 내 이름이나 신분 거론하지 않고 좀 투자할 수 있는 곳도 알아봐 줘. 그리고 동현아, 가능하면 필리핀 쪽에 집을 하나 구할 수 있을까? 네가 나보다 훨씬 발이 넓잖아.”

 

[그거 핑계로 이것저것 시켜 먹으려는 거 아니야? 그리고 필리핀은 왜? 설마 너 사고치고 잠수 탈 생각은 아니지?]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그리 크지 않아도 되고 깔끔하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도 괜찮으니까 조용한 곳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부동산업자도 아니고. 그렇지만 그쪽에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알아봐 줄게.]

 

“그래 부탁해.”

 

***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후 며칠이 지났다. 오 실장이 오늘 낮에 신성로지스 관련된 일로 점심식사를 같이하자며 유정이와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재무팀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분식회계 관련으로 요새 부쩍 그쪽 일을 자주 봐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실장님하고 먼저 가서 먹어. 나는 늦게 갈 거 같아.”

 

내가 사정이 있음을 유정이에게 먼저 알리고 오 실장에게도 연락을 줬다.

재무팀에서 일을 보고 있는 와중에 유정이에게 어느 일식집으로 오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 실장과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랬는지 일하는 업무처리에 갑자기 속도가 붙었고, 다행히 그리 늦지 않게 식사 장소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갈 것 같다고 말을 할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늦게 가는 것도 아니고 더 빨리 가는데 굳이 또 말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빠져나와 일식당에 도착하니 매니저가 먼저 내 얼굴을 알아봤다.

 

“어서 오십시오.”

 

“실장님 안에 계시죠?”

 

“아, 네, 그런데 중요한 말씀 할 거니까 사람은 들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자 한 분이랑 같이 오셨죠?”

 

“네.”

 

나는 유정이의 문자를 보여 주며 그를 안심시켰다.

 

“됐죠? 원래 같이 식사하기로 했는데, 조금 늦는다고 말씀 드렸어요. 근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요.”

 

“네, 안내해 드릴까요?”

 

“아뇨. 실장님이 사람 들이지 말라고까지 말씀하셨으니 저 혼자가도 괜찮을 겁니다. 오늘 중요한 말씀이 있다 하셔서요. 어디로 가면 되죠?”

 

“여기서 똑바로 가셔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시면 맨 끝 방입니다.”

 

“다른 방들은 예약되지 않은 상황이니 천천히 이야기하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치고 매니저가 알려 준 곳으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았다. 그러자 맨 끝 쪽에 신발 2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지금쯤 식사하고 있는 중이겠지?

시야에 보이는 방이긴 했지만 워낙 큰 건물이었던 탓에 꽤 걸어가야 하는 거리였다.

조용히 신발을 벗고 위로 올라서려는 찰나 멀리서는 들리지 않았던 미세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흐으…….”

 

가느다랗고 끈적한 여성의 숨소리였다. 바짝 귀를 갖다 대고 들어야 조금 뚜렷하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흐아…… 그렇지…….”

 

오 실장이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함께 있는 여자는 분명…….

설마……! 의심을 한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나도 정상이라고 자부하고 싶진 않지만, 유정이가 하는 행동은 더 끔찍한 행동이 될 수도 있었다.

유정이가 망가뜨리고 싶어 하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동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일말의 희망은 남아 있었다. 나처럼 유정이도 약속이 있어서 나오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보고도 못 믿는 게 세상일인데 미리 보지 않고 속단할 필요는 없었다.

진작 유정이가 신고 다니는 신발들을 유심히 살펴봐 둘걸, 후회가 들었다.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안쪽에서 조금 더 급박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아, 으…… 아! 싸, 싼다…… 입 벌려. 읏, 으…… 하…… 아…….”

 

직접 들어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방에서 서너 발짝 멀어진 후 휴대폰의 알람을 켰다. 클래식한 음량이 휴대폰에서 흘러나왔고 그걸 들고 전화를 받는 시늉을 했다

 

“나 식사하러 나왔으니까 나중에 전화할게.”

 

오지도 않은 전화기를 들고 생쇼를 한 다음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오 실장이 제일 먼저 보였고 그의 건너편에, 유정이가…… 앉아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확 느껴진 뜨거운 공기. 약간 달아올라 있던 오 실장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들어가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녀의 입가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살짝 투명해진 남자의 정액. 게다가 옆에서도 은근히 전해져 오는 비릿한 밤꽃 냄새.

눈으로 보지 않아도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제 두 사람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불어 휘둘리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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