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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24장. 일본여행 27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24장. 일본여행 27화

오 실장 부부의 방은 당연히 스위트룸이었다.

유정이와 나에게도 그 정돈 아니지만 좋은 방이 주워졌다. 하지만 방에 들어오고 나자 그 둘이 함께 있을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알고는 있다. 그 둘은 법적으로 부부고 그들이 어떤 행위를 하건 내가 간섭할 수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법과 규범 따위를 배제하고 그녀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나였다.

상황만 놓고 본다면, 사랑하는 여자가 지금 딴 놈과 다른 방에 있다는 게 내 입장이었다.

공식 일정은 내일부터여서 오늘은 우리 넷이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만나기로 한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자리에 앉지 못한 내가 침대 앞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거울 속에 비쳤다.

띠링.

서둘러 놓아 둔 전화기 앞으로 달려갔다.

 

[내 문자 기다렸죠^^? 나 화장실이에요. 우리 집 화장실보다 훨씬 크네요~]

 

[들키는 거 아니에요? 화장실엔 왜 들어갔어요?]

 

[지훈 씨 걱정할까 봐요…… ㅜㅜ]

 

그녀가 사람 할 말 없게 만들어 버렸다. 유연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함께 있지 않아도 여전히 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불안해 하고 마음 졸이고 있는 나를 그녀가 헤아려 주고 있었다.

 

[고마워요…… 갑자기 되게 사람이 못나졌는데, 지금은 세상 제일 행복한 남자가 됐어요.]

 

[왜요??]

 

[유연 씨가 거기 있다는 사실 자체가 힘들었어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생각날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근데 유연 씨가 지금처럼 내 생각하고 있으니까 맘이 풀렸어요.]

 

[미워서 연락 늦게 해 주려다가 해 주는 거예요. 미리 여기 오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 나한테 얘기도 안 해 주고. 내가 얼마나 미안해 했는데.]

 

[서프라이즈~였죠.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어서. 못 보는 줄 알고 있었는데 보니까 훨씬 반갑지 않았어요? 아까 웃으려다 꾹 참던데?]

 

[그걸 또 봤어요?]

 

[그럼요, 난 유연 씨만 보는데…….]

 

[그래도 미리 연락해서 알려 줬으면.]

 

[그랬으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어차피 왔을 거잖아요.]

 

[왜 달라질 게 없어요? 내가 미리 알았으면 옷도 더 예쁜 거 입고, 머리도 조금 더 신경 써서 하고, 아껴 뒀던 샌들도 꺼내 신고, 또 한 번도 안 입은 새로 산 속옷도 입고 왔을 거란 말이에요ㅠ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이 표현의 전부가 아니다. 그 사람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서 자신을 가꾸고 신경 쓰는 행동도 사랑의 다른 표현이었다.

그냥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한테는 좋아해요, 보고 싶어요라는 말로 들렸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아 주고 싶었다.

 

[뭘 해도 예쁘지만 유연 씨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을 때가 제일 예뻐요~^^ 화장도 안 하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도 사랑스러워요]

 

[이것 봐~또! 변태~ 헤헤, 너무 오래 있었어요. 이제 나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따 저녁 먹을 때 봐요.]

 

[언니랑 같이 저녁 식사 하는데 괜찮아요?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내가 유정이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식사할게요.]

 

[아니요. 평생 안 보고 살 것도 아니고 조금씩 부딪혀 봐야죠. 지훈 씨랑도 같은 회사 다니고 있고 나도 더 이상 피하고 싶지만은 않아요. 나도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요.]

 

[우와~ 멋지다.]

 

[그리고 내가 안 되겠어요.]

 

[뭐가요?]

 

[내가 보고 싶어서 안 되겠어요. 그냥 보고만 있더라도 내 눈앞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왜 이렇게 예쁜 말만 해요. 아주 그냥 가슴이 터지겠네, 내가.]

 

[그럼 이따 봐요~]

 

 

호텔 일식당이라고 해서 딱히 한국과 다를 건 없었지만 좀 더 확실하게 일본 색이 드러났다. 가령 다다미나 종업원의 옷차림 등에서 말이다. 화려한 색감의 각종 싱싱한 해산물과 스시가 우리 앞에 차려져 있었지만 분위기는 사뭇 경직돼 있었다.

 

“자, 식사들 하지.”

 

오 실장이 말을 마치고 나에게 술을 한 잔 따라 주었다.

 

“감사합니다.”

 

“너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힘 좀 빼고 있어~”

 

“네.”

 

“처형도 많이 먹어요.”

 

“네.”

 

조용하다 못해 불편한 식사였다. 오 실장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많이 먹어, 요, 언니…….”

 

유연이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꺼냈다.

 

“어.”

 

유정의 대답은 그걸로 끝이었다.

 

“같은 자매인데도 하여튼 다르단 말야, 여러모로. 안 그래?”

 

오 실장이 무안한 분위기를 상쇄하려는 듯 나를 보고 이야기했다. 두 자매간에는 보이지 않는 팽팽함이 있었다.

 

***

 

“너 골프는 좀 치니??

 

식사를 하던 도중 오 실장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아뇨. 아직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간과 돈이 없었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우리 같은 일하는 사람들은 말이야 골프가 필수야. 회원권 하나 등록해 줄 테니까 시간 내서 배워두도록 해. 이야기한다고 매번 술집에만 앉아 있을 수 없는 노릇이거든.”

 

“운동이나 몸으로 움직이는 건 뭐든지 다 빨리 배우는 편입니다. 배워 두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나저나 이 일을 어쩐다, 내일 오전에 라운딩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짝이 맞지 않아. 우리 집사람도 골프 못 치거든. 내가 그렇게 배우라고 하는데도 골프 연습장에 가질 않아. 가서도 설렁설렁.”

 

그가 고개를 돌려 유연을 흘깃 바라봤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따라가도 될까요?”

 

말없이 옆에 앉아 있던 유정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유연도 살짝 놀라 유정과 자신의 남편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처형이? 골프 좀 쳐요?”

 

“전에 운동하려고 배웠고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가끔씩 해요.”

 

“몇 타나 쳐요?”

 

“80 초반까지 쳤는데 때마다 달라요.”

 

“잘 치내. 그 정도면 남자들이랑 게임해도 어지간히는 나오겠어. 그럼 하는 수 없이 처형이랑 가야겠네.”

 

오 실장이 자신의 와이프 쪽을 살짝 쳐다봤다.

 

“다녀 오세요. 대신…… 그 시간 동안 저도 밖에 좀 나갔다 오면 안 될까요? 호텔 방 안에만 있는 것도 지겹고.”

 

“그래? 당신이 웬일이야? 어딜 가도 거의 다 숙소에만 있겠다고 하던 사람이?”

 

유연이 살짝 당황했다.

 

“사고, 싶은 가방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 하여튼 여자들이란…… 그렇지만 혼자 다니면 위험해서 안 돼.”

 

“괜찮아요. 저도 간단한 말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아~ 당신 일본에도 왔다 갔다 하면서 활동했었지? 내일 저녁에 함께 식사가 약속되어 있는 분 와이프가 당신 팬이래.”

 

“네.”

 

“그렇지만 내가 혼자 보내기는 불안하니까 지훈이랑 함께 다녀 와.”

 

“지훈 씨랑요?”

 

“왜? 불편해서 그래?”

 

“제 일로 가는 건데…… 그게 좀.”

 

“뭐, 어때? 지훈이 네가 좀 같이 가 줄 수 있지?”

 

“물론입니다. 제가 혹시 몰라서 국제면허증을 준비해 왔는데 직접 차로 운전해서 모셔도 될까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를 한 거였다. 절차도 너무나 간단했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10분 만에 국제면허증을 발급해 줬다.

 

“그런 거까지 준비했어? 은근히 꼼꼼한 면이 있네.”

 

“실장님 모시다가 혹시라도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서 미리 준비해 둔 것뿐입니다.”

 

“좋아좋아. 그럼 내일 부탁 좀 하자고. 차는 내일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내가 부탁을 해 놓을 테니까. 당신도 괜찮지?”

 

“네.”

 

“지훈이 넌 좋겠다?”

 

“네??”

 

뜬금없이 던진 오 실장의 말이었다.

 

“너 집사람 팬이었다며? 그런 사람하고 데이트하는데 안 좋겠어?”

 

그냥 하는 농담이었겠지만 내 입장에선 속으로 뜨끔했다. 옆에 앉은 유정이의 눈초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아뇨, 아닙니다.”

 

“와~ 신유연이랑 데이트 하는데 안 좋다고?”

 

“아뇨. 그게 아니라 데이트라는 말씀이…… 좀.”

 

“아, 데이트가 뭐 별거냐? 같이 밥 먹고 쇼핑하고 그러면 데이트지. 가서 맛있는 집 찾아서 식사도 좀 하고 그래.”

 

“알겠습니다.”

 

다행히 식사는 그렇게 잘 끝났다.

 

호텔 룸으로 돌아오자 또다시 잘못된 망령에 사로잡혔다. 한국에 있을 땐 그나마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그녀가 있었다. 그것도 나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 당장이라도 뛰쳐 나가고 싶었다.

 

일어나서 눈을 뜨자마자 한 일이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비가 내려서 골프 일정이 취소될까 봐 걱정이 됐다. 다행히 날씨는 화창했다.

다시금 어제 일이 떠올랐다. 어디서 그런 기지가 생겼는지 그녀의 말 한마디로 인해 오 실장의 말처럼 떳떳하게 하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안 그런 척하지만 영리하고 지혜로운 여자였다.

띠링.

 

[나 오늘 완전 예쁘게 하고 갈 거니까 너무 예뻐서 정신을 잃거나 그러면 안 돼요. 정신 똑똑히 차리고 나와요. 알았죠?^^]

 

문자에서도 그녀의 애교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무뚝뚝하고 너무 차가워서 얼음장 같았던 여자는 이제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적당히 잘 웃고 가끔씩 토라지고 자기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랑스럽고 예쁜 여자가 되어 있었다.

 

호텔 로비로 내려가자 곧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내려 왔다. 오 실장과 유정이는 골프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바지 색깔이 비슷해서 왠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둘을 커플이라고 할 것 같았다.

유연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몸매를 부각시킨 옷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잘 잤어?”

 

날 보고 오 실장이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다행히 날씨가 좋습니다.”

 

“그래, 잘 잤어. 근데 우리 집사람은 잘 못 잔 것 같더라. 너랑 데이트한다고 설레서 그랬나 보다. 하하하.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저렇게 꽃단장하는 모습도 난 거의 처음 본다.”

 

“그게 아니라…… 내가 가는 백화점이 워낙 명품 매장이라 격식을 갖추려고 그런 거지. 그리고 혹시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외국이라 더 신경 쓴 건데…….”

 

그녀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실장이 그런 유연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농담한 거야. 우리도 이제 가야겠다. 지훈아, 집사람 좀 잘 부탁한다.”

 

“네. 다녀오십시오.”

 

그들을 태운 차가 우리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유연이 내 팔을 살짝 때렸다.

 

“나랑 데이트 하는 게 안 좋다는 거예요?”

 

그녀가 귀엽게 날 째려보며 눈을 흘긴다.

 

“그럼, 사실 저도 어제 오늘 데이트 때문에 한숨도 못자고 잠을 설쳤습니다. 이래요?”

 

“진짜로 나랑 데이트할 생각에 잠을 설쳤어요? 헤헷.”

 

예쁜 눈이 반달이 될 정도로 웃는 유연이었다.

 

“그럼요. 그리고 유연 씨야말로 명품 백화점이라, 외국이라서 예쁘게 입었다구요?”

 

그녀가 했던 것처럼 나도 그녀를 째려봐 주었다.

 

“나도 어떻게 해요 그럼? 지훈 씨 만날 때, 머리는 어떻게 하지? 화장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느라고 잠을 설쳤다고 그래요? 또.”

 

그녀가 살짝 멈칫했다.

 

“또 뭐요?”

 

“또…… 무슨, 속옷 입을까…… 고민도 하고…….”

 

고개를 숙인 그녀가 애꿎은 바닥에 발을 끌었다.

 

“확 그래 버리지 그랬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하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가요. 오늘은 신나게 놀아요.”

 

 

잠시 후 차가 도착했고 내가 직접 차를 몰아 도쿄 시내로 향했다. 운전석이 달라 조금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신호를 준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운전을 하는 것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유연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운전하는 내 손을 계속 꼭 붙잡고 있었다. 내 손에 깍지를 껴 보기도 하고, 손금을 보면서 자기 손바닥과 비교하기도 했다.

 

“전에 방송할 때 어떤 사주를 보시는 분이 내 손금을 봐줬는데 나보고 남자 복이 있다고 했어요. 진짜로 그러려나?

 

“복이 있을 거예요. 프흡, 그런 거 전혀 안 믿을 것 같이 생겼는데 믿어요?”

 

“꼭 그렇진 않은데 기분 좋은 소리면 듣고 나쁜 소리면 흘려들어요.”

 

“기분 나쁜 소리는 어떤 거 들어 봤어요?”

 

“흠…….”

 

“뭘 얼마나 나쁜 소리를 들었길래 표정이 그래요?”

 

“우리 어머님이 그런 쪽으로…… 알죠?”

 

유연의 시어머니가 가진 무속신앙에 대한 믿음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했는데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러한 이유들로 굉장히 유연을 괴롭힌 모양이었다.

 

“나보고…… 남자를 위태롭게 하는 화기를 가졌대요. 그래서 잘 다스리지 않으면 내가 모든 걸 태워 버릴 거라고…….”

 

그녀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에이~! 뭘 그런 걸 믿고 그래요? 내가 중학교 때 밤에 꿈을 꿨는데, 길을 지나가면서 계속 똥을 밟는 꿈을 꾼 거예요.”

 

잠시 시무룩했던 그녀가 내 이야기에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한테 꿈 이야기를 했죠. 밤에 똥을 엄청~ 밟았다고.”

 

“그랬더니요?”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아이처럼 그녀의 표정이 바뀌어 있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밖에 나가서는 절대 꿈 얘기를 하지 말래요. 대신 학교 갔다 올 때 복권을 하나 사 오라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주셨죠.”

 

“그래서요 진짜 똥 꿈꾸고 복권에 당첨됐어요?”

 

“흐흐흐. 아~! 유연 씨가 똥이라고 하니까 뭔가 이상하잖아요.”

 

“왜요? 나도 쉬하고 똥 싸고 다 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귀여워.”

 

“왜 자꾸 날 귀엽대요? 난 귀여운 거 별론데.”

 

“그럼 어떤 게 좋은데요?”

 

“섹시?”

 

“푸흡…….”

 

“나도 섹시할 수 있거든요. 내가 매일 옷을 이런 거 입어서 그렇지, 스모키 화장도 하고 킬힐 신고 그러면 나도 바뀔 수 있어요~”

 

“알죠. 근데 이야기에서 너무 벗어났다.”

 

“맞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요?”

 

“엄마한테 돈 받아서 학교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차가 부앙~ 하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거예요.”

 

“어머~!”

 

“그런데 그 차가 깻잎 한 장 차이로 나를 비켜 가서 옆쪽 벽을 들이받아 버린 거예요.”

 

“진짜요? 똥 꿈을 꾸면 재수가 좋다더니 그래서 살았나 봐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왜요?”

 

“제가 진짜 똥을 밟고 있었어요.”

 

“왜요? 어떻게요?”

 

“내 앞에서 벽을 들이받은 그 차가, 똥차였어요…….”

 

“프하하하…… 하핫, 뭐예요 그게? 복권은요?”

 

“당연히~ 안 됐죠. 그냥 똥만 밟았어요. 그러니까 유연 씨도 그런 말에 휘둘리지 말아요. 내 말만 들어요. 알았죠?”

 

“알겠어요. 그 똥 꿈 덕분에 위로가 좀 된다~”

 

“똥 똥 걸리지 말아요. 이상해~”

 

“왜요? 똥~ 똥? 똥~똥~”

 

그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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