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10장 제발 우리 딸은 안돼 (2) 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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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10장 제발 우리 딸은 안돼 (2) 77화
“천천히 말씀 드릴게요. 뭐 큰일은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나저나 아까 아줌마가 말씀하셔서 여쭈어 보는 건데, 제가 그렇게 많이 변했어요?”
그러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은숙이 입가에 또다시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너,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더라. 계집애처럼 숫기도 없고 얌전하기만 했던 네가 술과 안주를 싸들고 나한테 불쑥 나타나니 내가 깜짝 놀랄 수밖에 더 있겠니? 한편으로는 어렸을 때 보았던 네가 나랑 마주 앉아 술을 대작할 정도로 벌써 이렇게 컸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호호호. 폭탄주? 참나! 기가 막혀서. 너 이렇게 술 마시는 것 네 엄마도 아시니? 깔깔.”
“아줌마도…… 하하하.”
둘은 그렇게 술을 마셨다. 연수는 계획했던 대로 술을 마시는 템포를 빨리 가져가며 은숙에게 연거푸 술을 따라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숙이 조금씩 술발이 올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그녀는 연수가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넙죽넙죽 받아마셨다.
“이상하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네.”
계속해서 주는 대로 받아 마신 은숙이 얼굴이 살짝 불콰해진 얼굴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하하. 아줌마하고 저하고 이렇게 오붓하게 마시는 것을 손님들도 잘 알고 있나보네요.”
“후후후. 그런가? 연수, 네가 오늘 날을 잘 잡았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연수와 은숙은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아무래도 마신 양이 있어서일까? 갈수록 술에 취한 은숙의 혀가 눈에 띄게 꼬부라지고 있었다. 그녀보다 의도적으로 덜 마시려고 노력했던 연수도 아예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은 아니라서 조금씩 취기가 오르고 있었다. 이제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연수가 짓궂게 물었다.
“저기…… 아줌마는 아저씨하고 사이가 좋으세요?”
돌발적인 연수의 질문에 뜬금없다는 듯 은숙이 연수를 빤히 쳐다보며 되물었다.
“사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사이를 물어보고 싶어서 그러니?”
“아이, 그런 거 있잖아요…… 부부 사이에…… ”
연수가 괜히 쑥스러운 얼굴로 물어보자 은숙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깔깔깔. 연수 너, 왜 이렇게 웃기니? 얘, 진짜 다 컸네. 네가.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아줌마의 성생활을 당돌하게 물어볼 줄도 알고. 왜 그게 궁금해?”
“네에.”
연수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하긴 한참 어리고 젊은 네 나이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간절하게 한참 끓어오를 나이겠구나. 연수 너, 혹시 여자…… 경험은 있니?”
은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처럼 여자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놈이 무슨 여자를 사귀어봤겠어요?”
연수의 대답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은숙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에이, 거짓말 하지 마. 요즘 애들이 어떤 애들이라는 것을 아줌마가 뻔히 아는데, 더군다나 네가 그 못된 짓이라면 이골이 난 정우랑 같이 어울리면서 요 앞에도 한 번 안 가봤다는 말이니?”
“그렇다니까요! 제가 아줌마한테 거짓말해서 뭐 하겠어요?”
연수가 몹시 억울하다는 듯 큰 목소리로 항변했다. 아줌마가 말한 요 앞이라는 곳은 역전의 사창가를 말한 거였다.
“그래? 그럼 네가 진짜 아직도 총각딱지도 떼지 않은 동정이라는 거야?”
연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얼굴로 은숙이 웃었다.
“말로만 듣던 천연기념물이 바로 옆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네. 이거 영광인 걸? 깔깔깔.”
연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아줌마, 방금 전에 제가 물어보았잖아요. 아줌마하고 아저씨…… 사이가 어떤지요?”
“후후……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어야겠고 아들 같은 너한테 부부 사이의 성생활을 얘기하려니 쑥스럽네. 성생활이라……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사람들만큼이야 하겠니? 그냥 생각나면 어쩌다 가끔…… ”
어지간한 성격의 은숙도 아들 친구인 연수에게 부부의 은밀한 성생활을 얘기한다는 게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하하하. 제가 어떤 책을 보다보니까 의문이 들어서 아줌마한테 여쭈어 보는 건데요, 아줌마, 연세 쯤 되면 남편이 시들해지고 반대로 여자의 성욕이 활발해 진다는데, 그게 맞는 말인가요?”
“글쎄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은숙이 대답했다.
“그래도 아줌마랑 아저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하실 거 아니에요?”
질문이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연수의 물음에도 은숙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꾸 했다.
“술 한 잔 마시더니 연수 너, 질문이 너무 적나라한 거 아니니? 일주일에 한 번? 얘가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네. 남주 아빠가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내 욕구불만을 충족시켜주면 내가 그이한테 매일 삼시 세끼 고기반찬 해주겠다. 일주일에 한 번? 호호호.”
가당찮다는 듯 허탈하게 웃던 은숙이 저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어? 그럼 아줌마는 어떻게 욕구불만을 해소하세요?”
“해소하기는 뭘 어떻게 해소해? 그저 돈 버는 재미로 모든 것을 꾹꾹 누르고 사는 거지. 휴우~~”
그녀가 내뱉는 긴 한숨에 짙은 술기가 묻어나 있었다. 얼굴은 완전히 붉어질 대로 붉어져 있었다.
“아줌마…… 혹시 말이에요. 이런 말을 하면 아줌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저씨…… 혹시 아줌마 몰래…… 엉뚱한 데에 힘 빼시는 것 아니에요?”
“…… .”
자신을 쳐다보는 은숙의 눈빛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알아차린 연수는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회피했다.
“…… 여, 연수 너…… 혹시 아줌마한테 뭐 감추고 있는 게 있지? 그렇지?”
무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은숙이 자신이 앉아있는 쪽으로 좀 더 다가와 앉자 연수는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손에 잡힌 보이스 레코더를 한참을 주물럭거리다가 마침내 그것을 밖으로 꺼냈다.
“그, 그게 뭐니?”
“…… ”
적극적인 호기심을 보이며 자신에게 바싹 다가와 앉은 은숙에게서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수냄새가 후각을 자극하자 연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풍만하기 그지없는 몸처럼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한 그녀의 얼굴이 조금만 움직이면 바로 맞닿을 거리에 있었다. 술기운이 오를 대로 올라 얼굴은 심하게 붉어진 상태였지만 녹음기를 쥔 연수의 손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듯했다.
“이게 뭐 같아요? 아줌마.”
“글쎄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겠니? 대체 그게 뭐니?”
거의 붙다시피 가까이 앉은 은숙 때문에 두 사람의 무릎이 아슬아슬하게 서로 맞닿았다. 그러자 은은하게 풍겨오던 향수 냄새가 한층 더 강렬하게 콧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순간, 연수는 잠시 엉뚱한 상상을 했다.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 은숙 아줌마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 방금 전에 들은 바에 의하면 남편하고의 부부관계도 시원찮다고 한데다가 거기다 지금 술도 한 잔 마셨겠다, 욕정이 최고조에 달아있을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 자신을 향해 아줌마가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유혹의 몸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녀가 그런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면 일은 오히려 술술 풀릴 수가 있는 거였다. 그래서 연수는 은숙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양손으로 쥐고 있던 녹음기를 왼손으로 옮겨 쥐고는 오른손으로 제 무르팍을 슬며시 긁어대는 척 하면서 손가락으로 은숙의 왼쪽 허벅지에 살짝 갖다 댔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연수의 손가락이 닿자마자 흠칫 놀란 은숙이 아줌마가 슬그머니 맞붙어 있던 허벅지를 재빨리 추슬렀다. 그녀의 그런 몸짓이 어떻게 보면 민망함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연수는 모른 척했다.
역시 연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아줌마는 역시 자신이 아들 친구라서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편하게,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행동했던 거였다. 뻘줌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아줌마가 연수를 재촉하며 입을 열었다.
“그게 뭐냐니까?”
“아, 이거요. 이게 뭐냐 하면 바로 보이스 레코더라는 건데요…… ”
“보, 보이스…… 그게 뭔데?”
“쉽게 말하자면 그냥 녹음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막상 보니까 되게 작죠?”
“정말 그러네. 그런데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데? 사람 목소리 같은 게 들어있는 거니?”
“네에. 아줌마도 잘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어있지요.”
갑자기 높낮이 음의 변화가 거의 없는 연수의 목소리에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것일까. 연수는 은숙의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연수는 따갑게 느껴지는 그녀의 시선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연수야…… 이거 말이다. 지금 아줌마의 느낌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 네가 손에 쥐고 있는 그 물건, 혹시 우리 남주하고도 관계가 있는 일이니?”
은숙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다.
“잠시 후면 다 아시게 돼요. 관계가 있다면 있을 수도 있고, 또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지요.”
“어휴, 얘는 사람 답답하게 왜 자꾸 말을 빙빙 돌리고 그러니? 너, 아줌마 성격 되게 급한 거 몰라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어서 속 시원히 말해보라니까?”
연수를 재촉하는 은숙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배어있었다.
“하하하. 알았어요. 아줌마. 안 그래도 이것을 막 들려드리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에 아줌마한테 뭐 하나 여쭈어 볼게 있어요.”
“뭔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
“…… 저기 말이에요. 아줌마는 가깝게 지내는 친구 분들 중에서 우리 엄마하고 가장 친한가요? 말하자면 세상에서 엄마가 아줌마한테 둘도 없는 사이냐고요?”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은숙이 잠시 말문을 닫았다가 이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니? 엄마하고 나하고의 깊은 우정은 그동안 우리 관계를 보면서 자라온 네가 더 잘 알 것 아니니? 호호호?”
“그렇지요. 제가 잘 알지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