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6장 우리 꼰대랑 좋았나봐? (6) 53화
무료소설 타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6장 우리 꼰대랑 좋았나봐? (6) 53화
“아마 엄마한테 연락이 잘 안 될 거야. 무슨 일이 있으면 메시지를 남겨 둬. 그리고 반찬 해 놓았으니까 찾아 먹어.”
“난 걱정 안 해도 돼.”
윤정은 그날 이후로 집을 비웠다. 그리고 동생의 집에서 지내면서 계속해서 휴대 전화를 꺼놓았다. 삼 일 후에 잠시 켜본 휴대 전화에는 김종두의 부재중 메시지가 무려 칠십 건 이상 들어와 있었고, 은숙에게도 꽤 많은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윤정이 집으로 돌아간 것은 열흘 후였다. 김종두와 은숙 때문에 심적인 고통을 받았던 윤정은 그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아픔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철저히 물거품이 되었다. 그것은 김 종두와 은숙의 단 하나뿐인 아들 정우 때문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윤정은 밤이 되자 은숙의 업소로 나갔다.
“얘 좀 봐! 정말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네. 어떻게 된 거야? 전화기는 꺼놓고…… 집으로 찾아가도 사람은 없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동안 연락도 안 된 거니?”
열흘 만에 윤정의 얼굴을 본 은숙이 다짜고짜 캐물었다. 윤정은 그저 말없이 웃기만 했다.
“말을 해 보라니까! 그 동안 어디 가 있었니?”
“응. 동생 네 집에. 몸이 좀 안 좋아서 잠깐 쉬다가 왔어. 어때? 장사는 잘 되니?”
은숙이 미간을 찌푸렸다.
“보시다시피 파리만 날리고 있다. 널 보러 왔다가 네가 없다니까 다른 애들은 성에도 안 차는지 좀 놀다가 가는 손님들이 부지기수야. 이것아. 어디 간다면 간다고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주면 덧나니? 정말 너무했다. 얘. 그래도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윤정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한시름 놓았다는 듯 은숙의 표정이 더없이 밝아졌다.
“은숙아…….”
“응? 왜?”
은숙은 윤정을 쳐다보았다.
“서 사장, 그 사람은 자주 오니?”
윤정의 질문에 은숙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 그래도 널 보면 그것부터 물어보려고 했다. 너, 혹시 서 사장이랑 무슨 일 있었니? 너만 보면 환장하던 사람이 벌써 며칠째 오지도 않고 전화를 했더니 나를 피하기만 하더라. 너, 서 사장이랑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자신을 농락하도록 서 사장을 부추겼던 은숙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되묻자 윤정은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철면피나 다름없는 친구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다. 윤정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응. 서 사장, 그 인간 정말 못 쓰겠더라.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며칠 전에 네 남편 가게에서 싫다는 나를 강제로 덮치더라. 폭력까지 쓰면서…… 그것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 일 하기가 싫었어.”
“어머!”
은숙이가 과장되게 놀란 척을 했다.
“그 양반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매너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그만큼 너한테 완전히 넋이 빠졌던 모양이네? 그, 그래서?”
“뭘 그래서야? 큰일 날 뻔했는데, 마침 네 남편이 때를 맞춰 방으로 들어 왔기에 망정이지 종두 씨가 아니었다면 난 그날 큰 봉변을 당했을 거야.”
“그, 그래? 어휴~정말 너, 큰일 날 뻔 했구나? 사람 겉보고는 모른다지만 서 사장이 정말 그런 못된 짓을 저지를 줄은 진짜 몰랐네.”
은숙의 호들갑을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윤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은숙아. 나, 더 이상 일을 못할 것 같아.”
“뭐?”
깜짝 놀란 은숙이 윤정을 바라보았다. 윤정이 그만 둔다면 은숙으로서도 크나큰 손실이었다. 처음 가게에 일을 나온 며칠 나오지 않았지만 나오던 날부터 윤정의 매력을 알아본 손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를 찾았다. 그것은 가게의 매출로 이어졌다. 그렇게 운영에 보탬이 되었던 윤정이가 일을 그만둔다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은숙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앞으로 어떡하려고? 다른 데…… 어디 좋은 자리라도 생겼니?”
“글쎄. 정 여의치 않으면 그냥 집구석에서 빈둥거리며 놀지 뭐.”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는 윤정의 얼굴에는 여유가 풍겼다. 윤정이 나서서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은숙으로서는 지금 윤정이 보여주는 여유의 정체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윤정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윤정은 휴대 전화의 발신자를 확인했다. 바로 은숙의 남편 김종두였다. 윤정은 은숙의 얼굴을 한 번 쓱 쳐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김종두의 성질 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떻게 된 거야?”
“뭘요?”
윤정이 태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람 이렇게 애간장을 태워도 되는 거야? 뭐야? 갑자기 연락도 안 되고 말이야. 누구 피 말라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래? 정말 왜 그래? 전화 정도는 받을 수 있잖아?”
윤정은 전화기를 쥔 채, 은숙의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윤정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녀의 눈동자는 윤정에게 박혀 있었다.
“여기 은숙이 네 가게에요.”
“……”
김종두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마누라의 가게에 가 있다니 길게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김종두가 표 나게 작아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따가 거기 나오면 나한테 따로 전화 줘.”
“봐서요.”
짧은 윤정의 대답에 김종두는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여보. 그러지 말고 꼭 전화 해.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당신을 보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 제발 그러지 말고 꼭 좀 전화해. 알았지?”
그 말만 남겨놓고 부랴부랴 전화가 끊겼다. 김종두의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얼굴이 눈에 선했다.
“누, 누구니?”
“응? 종두 씨.”
스스럼없이 전화를 건 사람의 신분을 밝히자 은숙이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남편이 윤정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그이가 왜? 그이가 왜 너한테 전화를 했니?”
“난들 알겠니? 요새 나한테 전화를 자주 하데?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어쩔 땐 귀찮을 때도 있어. 호호호.”
“그, 그래?”
은숙이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윤정은 계속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네 남편한테 그랬다며? 내가 혼자 사니까 얼마나 외롭겠냐고? 술도 자주 사주면서 같이 말벗도 되어주라고 그랬다면서?”
“그, 그래. 그랬지. 전에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그렇게 말했어.”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말을 했지만 은숙의 얼굴 표정은 좋지 않았다.
“친구 생각해주는 것은 좋지만 나, 그러다 네 남편하고 바람이라도 나면 넌 어쩌려고 그러니? 호호호.”
“내가 네 성격을 아는데, 설마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야 하겠니?”
“아무튼 나, 그만 가볼게.”
“그, 그럴래? 그리고 윤정아. 내 부탁인데 너, 다시 우리 가게에 나와서 전처럼 나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아주 죽겠다. 얘. 응? 제발 나 좀 살려주라. 친구 좋다는 게 뭐니?”
은숙이 윤정의 손을 잡으며 울상을 지었지만 윤정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생각 좀 해볼게. 아무튼 난 이만 갈게.”
윤정은 은숙의 가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전화를 하지 않자 김종두가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왔다. 윤정은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의 애간장을 태우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늦은 밤이 되었다.
“끼이익!”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시계를 쳐다보니 연수는 아니었다. 참다 다 못한 나머지 김종두가 집으로 찾아 온 것이라고 윤정은 생각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윤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아줌마. 오랜만이네. 그 동안 잘 있었어?”
윤정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선 사람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날 이후로 한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정우였다.
“너……”
너무나 놀란 나머지 더 이상 입 밖으로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윤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씩 웃던 정우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남자의 정기를 마음껏 빨아먹어서 그런가, 우리 윤정 씨 몰라보게 예뻐졌네? 흐흐흐.”
저 망할 놈의 자식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남자의 정기를 마음껏 빨아먹었다니? 그제야 윤정은 커다란 망치로 머리통을 강타당한 충격을 받았다.
혹시? 윤정은 의구심이 일었다. 정우가 제 아빠랑 자신이 벌인 일을 혹시라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럴 리는 없었다. 그날 밤, 섹스를 하러 김종두와 같이 이 집에 들어와서 철저히 문단속을 했었다. 물론 연수에게 키를 돌려주지 않았다면 정우가 이 집에 들어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나 누군가 들어왔다 하더라도 의식은 깨어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알아차렸을 거였다. 김종두와 술을 가볍게 마시고 느긋하게 걸어오는 동안 정우가 택시를 타고 먼저 집안으로 들어와 연수의 방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 리가 없는 윤정은 짐짓 꾸짖듯이 말했다.
“정우. 너,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기로 나하고 약속 단단히 했을 텐데? 그래서 나는 온갖 수치심을 참고 네 간절한 부탁을 들어준 것이고. 그 약속을 벌써 잊은 거야?”
저 짐승과도 다를 바 없는 더러운 놈 앞에서 요구대로 팬티스타킹을 입고 엎드렸던 기억이갑자기 떠올랐다. 그 기억은 온 몸에 소름을 불러 일으켰다. 윤정은 진저리를 쳤다. 두 번 다시 그런 끔찍한 일이 또 다시 벌어진다면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나았다.
상대는 그 누구도 아닌 아들 친구였다. 그날 이후로 얼마나 후회를 하며 자신을 자책했는지 모른다. 윤정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정우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가! 이 쌍놈의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