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의 일기장 (제수씨) 28화
무료소설 처제의 일기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제의 일기장 (제수씨) 28화
28화) 송별회
그가 지난 몇 년간 과장으로 있던 부서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인수인계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되자 그는 자신의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 새 부서 새 자리로 가져갔다.
[차장 김 상 중]
이라는 명패가 그의 자리 바로 뒤 창가에 비닐 포장되어 있었다. 그는 그 명패를 한참동안 쓰다듬다가 기존 부서로 돌아왔다.
“이봐 김 차장! 다 끝났나? 회사 앞 한우집 예약해뒀네. 슬슬 준비하지?”
부서 차장이 그에게 송별회를 상기시켰을 때 그제야 상중은 잊고 있던 게 떠올라 급하게 휴대폰을 열었다.
-처제, 얘기하는 걸 깜박했네. 오늘 송별회가 있어. 오래 있진 않을 테지만, 혹시 일찍 끝나면 우리 회사 쪽으로 올 수 있겠어?
송별회도 송별회였지만, 지연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송별회에 오래 있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를 위한 자리였지만, 적당히 시간만 때우다가 나올 계획이었다.
처제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상중은 그제야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지켜왔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가 떠올린 건, 지난 몇 년 동안의 회사 생활 따위가 아니라, 새벽부터 아침까지 처제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아내 도연이 아무리 노력으로 ‘20대 같은’ 훌륭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한들, 실제 20대인 지연의 탱탱함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최근 들어 도연이 적극적으로 변했어도 지연의 원초적 도발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지연을 다시 안고 싶다. 그가 오늘 하루 종일 떠올린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상중은 꼭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설레는 기분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울렸다. 도연이.
그는 방금 전까지 머리 속을 채우고 있던 지연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내기라도 하듯 고개를 빠르게 저은 후 전화를 받았다.
“응, 도연아. 잠은 좀 잤어?”
- 어, 잠깐 눈 좀 붙였어. 근데 여보….
도연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점심에 통화했을 때, 어제 새벽부터 장례식장에 있다가 처리할 일이 있어 회사에 들어왔다고 했던 그녀였다.
- 마무린 잘 했어? 송별회 간다고 했지?
“응. 마무리 잘 했고, 이제 슬슬 갈 것 같애.”
- 지연이는 어쩌기로 했어?
제 몸이 힘든 와중에도 도연인 제 동생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아내를 두고 처제와 그런 관계를 맺고 있는 자신에 대한… 잠시 저 밑으로 가라앉아있던 죄책감이 천천히 떠오르는 것 같았다.
“어… 안 그래도 방금 연락해서 우리 회사 쪽으로 오라고 한 참이야. 송별회 오래 있을 생각 없거든. 같이 갈 거니까 걱정마. 당신은 괜찮은 거야? 목소리가 영 아닌데… 힘들지?”
- 아, 다행이네. 고마워 여보. 응, 역시 잠을 못자는 건 좀 힘드네. 대충 내 할 일은 끝나서 이제 슬슬 집에 가려고. 그럼 나 먼저 집에 가서 쉬고 있을게. 지연이 부탁해.
—
“우리 김 차장이 일 하난 잘 했지!”
“그러니까요! 김 차장님 없으면 아쉬워서 어쩌나 몰라 진짜.”
모인 지 채 2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술이 얼근이 취한 직원들이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송별회를 하려고 모인 건지 공짜술을 쳐먹으려고 모인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직원들의 헛소리들에 대응하며 몇 잔 받다 보니 상중은 벌써 소주를 세 병 가까이 마신 상태였다. 그런데도 상중은 아직 정신을 잘 붙잡고 있었다.
요 며칠 사이 마신 소주가 지난 1년 간 마신 것보다 많았다. 마지막 가는 길이랍시고 따라주는 술을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싶어 넙죽넙죽 받다보니 이 꼴이 되어 있었다.
그 때 테이블에 올려 놓았던 휴대폰이 요란한 진동소리를 냈다.
- 형부, 저 회사 앞이예요. 아직 안 끝났어요?
상중은 휴대폰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자네 어디 가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는 대답대신 검지 손가락을 세워 허공 여기저기를 휘휘 거리며 찔렀다. 엉덩이는 뒤로 쭉 빠져 엉거주춤 선 전형적인 술주정뱅이의 자세였다. 도대체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해괴망측한 행동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차장은 킥킥거리며 다녀오라고 손짓했다.
지연은 대로 변에 있는 회사 건물 앞 화단에 걸터앉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지연은 어쩐 일인지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검은 정장 재킷 안 하얀 블라우스의 단추 두 개가 풀어져 그녀의 가슴골이 보일듯 말듯 했다.
“형부! 뭔 술을 또 이렇게 마신 거야!”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상중을 알아본 지연이 소리치며 뛰어왔다.
상중은 지연이 다가오자,
“와아! 우리 이쁜 처제다!”
하고 소리를 치면서 손을 활짝 벌리고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지연은 그런 상중을 품에 안고는 그가 내민 입술에 아무렇지 않게 뽀뽀했다.
그들 옆을 잰걸음으로 지나치던 사람들이 그 장면을 힐끗거리며 지나쳐갔다.
“우리 처제, 오늘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나왔어?”
“아이 참 오늘 미팅 있다고 했잖아요. 근데 형부, 바로 가는 거 아녜요? 자켓은 어디 갔어요?”
지연은 자신에게 매달린 상중의 가슴을 더듬으며 물었다. 상중은 지연의 긴 머리칼에 코를 묻고 향기를 맡고 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자켓? 음… 자켓이 어디있더라… 저기 있나?”
상중이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을 가리켰다.
“하… 전에도 느낀 거지만 진짜 우리 형부 술 많이 먹여야겠네. 점잖은 줄만 알았는데 어쩜 이렇게 귀여워? 어디예요 식당? 얼른 가서 옷 챙겨 나와요.”
상중이 지연의 부축을 받으며 회식장소로 들어서자 얼굴이 벌게진 차장이 외쳤다.
“아이고, 어디 갔나 했더니 제수씨가 오셨구만?”
지연은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로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했다.
나이가 어린 대리급 이하 남자 사원들은 느닷없이 상중을 부축하고 들어오는 지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사모님이야? 사모님이 저렇게 어리다고? 라며 수근거렸다.
“아! 네! 제가 술에 취해서 좀 데리러 온 모양입니다! 저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상중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는 제 자켓과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지연은 옆에서 엉거주춤 서서 뭔가 말하려는 듯한 표정만 짓고 있다가 상중이 쓰러질 뻔하자 얼른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아니 이사람. 그냥 가면 섭하지! 이왕 제수씨 왔는데 내 술 한 잔 받고 가야지!”
차장은 술병과 제가 마시던 술잔을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 때까지도 다른 직원들은 지연과 상중을 번갈아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특히 상중을 보는 눈빛은 이제까지 그에게 보인 적 없는 우러러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 그럼 딱 한 잔만…”
어느새 지연에게 다가온 차장이 지연에게 술잔을 건네자 지연이 말했다. 지연이 고개를 돌려 들이키는데…
“이야, 제수씨는 나이를 거꾸로 먹나봐.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젊어졌네!”
술을 다 마신 지연이 얼굴을 찡그리자 언제 일어났는지 남자 직원 하나가 고기 한 점을 집어 지연의 입에 넣어주었다. 부서에서 소문이 자자한 바람둥이 신입대리였다.
“저… 사실 저는…”
지연이 입을 오물거리며 무언가 말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상중이 지연을 가롹으려는 듯 또렷한 목소리를 내며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오늘 감사드리고, 그동안도 감사했습니다!”
—
식당을 나온 두 사람은 택시를 잡기 위해 나란히 걸었다. 여전히 상중은 지연에게 부축된 채였다.
“형부, 괜찮은 거예요? 저보고 제수씨라고 하는데…”
“괜찮아. 어차피 도연이 얼굴도 제대로 기억 못하던 사람들, 처제 얼굴도 기억 못할 거야.”
“아….”
“왜? 싫었어?”
상중의 목소리에선 나는 술냄새가 어쩐지 끈적했다.
“아뇨. 형부가 괜찮으면 전 괜찮아요. 어차피 두 번 볼 사람들도 아닌데 뭘. 그리구…”
대화를 하다보니 택시가 그들 앞에 섰고, 지연이 뒷문을 열어 상중을 밀어넣은 뒤 자기도 올라 탔다. 택시 안에선 대중가요가 낮게 깔려 있었다.
저쪽으로 쓰러진 상중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제 가슴을 베게 한 그녀가 상중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좋았어요…. 내가 진짜 와이프가 된 것 같아서.”
지연이 상중의 볼에 입을 맞췄다.
“거 어디로 갈 거요?”
택시 운전기사가 물었다. 그러자 상중이 벌떡 일어나서 동네를 외쳤다. 그리고 다시 지연의 가슴으로 푹 쓰러졌다. 그의 입술이 지연의 블라우스 단추를 살짝 물더니 이빨과 혀로 단추를 풀었다.
“처제… 나 사실… 오늘 하루 종일 하고 싶었어.”
상중의 입술이 지연의 가슴 위 살결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곧 올라왔다.
“저두요….”
두 사람이 진하게 키스 했다. 택시 기사는 룸미러를 통해 그 장면을 힐끗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다행히 룸미러로는 상중의 손이 지연의 흠뻑 젖은 팬티 속으로 파고드는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