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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그 남자의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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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5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성인소설: 그 남자의 독재자

[무료소설] 그 남자의 독재자

소녀를 재워줘


09. 그 남자의 독재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응, 안녕.”


학생들의 발랄한 인사를 들으며 교정을 걸어가는 태선의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고급 슈트와 수제 구두, 손목에 찬 명품 시계까지. 예전의 다소 볼품없고 초라했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두 번의 해가 바뀌었고 그러는 동안 그의 인생 자체도 완전히 뒤바뀐 것이었다.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그의 걸음이 향한 곳은 서안 대학교 교수 전용 주차장. 그 중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주차된 고급 차 안으로 태선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그가 탄 차가 묵직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응, 태선, 하응……!”


“하아, 하아. 아, 학장…님…!”


차 뒷좌석에 누운 태선의 상위를 점령한 박향미의 허리 짓이 점차 거세졌다. 그의 굵은 성기를 삽입한 채로 자신의 내벽을 고르게 문지르며 그녀는 쾌락을 느꼈다.


“흐으, 혀 내밀어, 아!”


박향미의 명령에 태선은 순순히 혀를 내밀었다. 남자의 혀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그녀는 입맛대로 그의 페니스를 한껏 조였다. 태선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허리가 들썩 거렸다.


“아, 빨리 해줘, 흣, 태선아.”


그녀의 요구에 태선의 피스톤질이 빨라졌다. 박향미는 자신의 젖가슴을 그의 입에 억지로 물렸다. 여성의 유방을 거칠게 물고 빨며 태선의 허리 놀림 또한 요란해지고 있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잘 짜인 근육도 함께 요동쳤다. 향미의 눈이 탐스럽게 남자의 몸을 훑으며 탐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읍, 지금!”


“큿……!”


박향미의 조종대로 태선은 참았던 정액을 힘껏 분출했다. 그러면서 그녀 역시 절정에 올랐다. 사정의 긴 여운과 함께 향미는 그의 위로 그대로 엎어졌다.


“어쩜……너랑 하는 섹스는 질리지도 않니?”


벅찬 숨을 내쉬며 향미가 만족스레 속삭였지만 먼 곳을 응시하는 태선의 눈동자는 공허하기만 했다.


“……학장님이 만족하셨으면 됐죠.”


“정말? 섹스는 나만 만족하면 되는 거야?”


“……저도 좋았어요.”


그의 무성의한 대답에도 박향미는 눈매를 휘며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학과장 자리에 널 추천할까 해.”


“네?”


“왜, 너무 좋아서 까무러칠 것 같아?”


박향미는 귀엽다는 듯 태선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나 그건 꽤나 느닷없는 일이었다. 철학과 교수 직함을 달고 이 대학교에 자리를 잡은 지 1년 하고도 반이 겨우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의 학과장 자리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승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잖아도 요즘 교내 분위기가 어떤지 쯤은 잘 알고 있는 태선이 펄쩍 뛰었다.


“너무 일러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됐고요. 솔직히 전 지금 자리도 충분히 만족……읍.”


도박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태선의 입술을 막은 것은 향미의 혀였다. 그녀는 그의 입안을 포식자처럼 제 멋대로 휘젓고 다니다 뒤늦게 놓아주었다.


“내가 너 풋풋한 맛에 좋아하는 거긴 하지만, 이제는 야망을 가질 때도 되지 않았니?”


“…….”


“네가 여기 들어온 지 얼마나 된 게 뭐가 중요해. 너 충분히 능력 있고 평판도 좋아. 내가 힘 써줄 수 있을 때 올라갈 만큼 올라가면 우리 서로 좋잖아. 남들은 갖지 못해서 안달인 자리 거저 준대도 안 먹으려고 해, 왜.”


“학장님, 그래도 이건…….”


“쉿. 있다가 6시 쯤 내 방으로 차 키 가지고 와. 같이 저녁 먹자.”


향미는 더 듣지 않겠다는 듯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녀가 저렇게 나올 땐 태선은 군말 않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먼저 옷매무새 단장을 마친 박 교수가 내린 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태선도 말끔해진 모습으로 밖에 나왔다.


“……젠장.”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 그의 입 안이 유난히 썼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미 태선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었다.

*


아직 제대로 된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수업도 일찍 끝나고 말았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니 박 교수와의 약속 시간까지 2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자신의 연구실로 걸음을 옮기려던 태선은 문득 방향을 바꿔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가 이 너른 학교에서 유일하게 마음 붙이는 곳은 이 곳 뿐이었다. 전에 있던 학교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장서들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일까. 건물 안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태선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미가 떠났고, 윤정도 떠났다. 두 여자 모두 한국 아닌 곳으로 멀리 갔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두 여자가 떠남과 동시에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그 후 고작 2년이 지났을 뿐인데 태선은 나미와 함께 지냈던 그 몇 달이 아주 아득히 먼 옛날의 일인 것만 같았다.


나미가 이민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다음날, 태선은 미친 사람처럼 영광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나미의 자퇴 사실만 알려줄 뿐이었다. 그 넓은 학교와 수많은 학생들조차 나미의 마지막 소식을 알지 못했다.


덕분에 그가 기억하는 나미의 마지막 모습은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었다. 물론 그 애가 남기고 간 스티커 사진이 있긴 했지만, 하도 만지고 봐서인지 이젠 그 사진마저도 흐릿해지는 중이었다. 어떤 인사도, 어떤 대화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것 같아서 태선은 나미만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늘 허전했다.


윤정은 잘 나가는 남편을 따라 먼 이국에서도 잘 사는 것 같았다. 의식적으로 그녀의 소식을 듣지 않으려는 것도 있었지만, 간절히 알고 싶은 나미의 소식과 달리 윤정의 근황은 때때로 그에게 들려왔다.


“……그래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태선은 한숨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보려던 책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자리로 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수가 훤한 잘생긴 미혼 교수의 독서는 뭇 여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 벌써 시간이…….”


사위가 어둑해진 걸 깨달은 태선이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는 일어나 박 교수 방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의 맞은편에, 대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한 여학생이 엎드려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


무심코 학생의 얼굴을 확인하던 태선은 심장이 발끝으로 추락하는 듯한 기분을 경험했다. 지금 제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어떻게……어떻게……?


“……나미?”


“…으음….”


그의 음성에 여학생이 몸을 뒤척였다. 그리고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눈이 반짝, 열리고 말았다.


“……!”


“하암.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네. 책 다 읽었어요, 아저씨?”


마치 어제도 만난 사이처럼 맑은 음성으로 물어오는 그 소녀는, 틀림없이 태선이 아는 나미가 맞았다.


“…너…어떻.”


지이잉. 지이잉. 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박 학장이었다. 태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제 와 그 소녀가 다시 나타난다고 한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아저씨?”


나미가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태선은 휴대폰을 꼭 움켜쥐었다.


“……오랜만이구나. 만나서 반가웠다.”


툭 하면 떠올렸던 소녀를 이제야 겨우 만났지만, 그는 가야 했다. 더구나 나미와 태선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그저 한때 이웃해서 살았던……동네 사람일 뿐이었다.


“è veramente il peggiore!(정말 최악이다)”


돌아서는 그의 뒤에 대고 나미가 외쳤다. 태선도 꽤 익숙한 이탈리아어였다. 그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그는 못 들은 척 걸음을 재촉했다.


나미보다……지금의 그는 박향미에게로 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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