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의 일기장 (그냥 해주면 안 돼요?) 13화
무료소설 처제의 일기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제의 일기장 (그냥 해주면 안 돼요?) 13화
13화)
“근데 지연이 너 남자친구 없어?”
드라마가 끝난 TV에선 쇼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연예인들이 의미 없이 시시덕거리는 장면을 보면서 웃던 도연이 문득 동생 지연에게 물었다. 마치 자판기 앞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 없느냐는 투였다.
“남자친구는 무슨, 밥 벌어 먹기도 바쁜데.”
상중은 처제의 일기장에서 보았던 지연의 남자들을 떠올렸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세 명. 그 이후에는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적어도 졸업 후 2년 동안은 남자친구 이야긴 없었다.
“바쁘긴 무슨, 요샌 한가해 보이더만. 너도 이제 결혼 해야지. 낼모레 서른이잖아. 엄마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신경 많이 쓰고 계셔.”
지연은 피식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치킨을 한 조각 입에 물었다.
“됐네요. 세상이 어느 땐데… 아직 내 친구 중에 결혼한 애 하나도 없거든?”
“친구들 다 결혼 안 하면 너도 안 할래? 좋다는 사람도 없어?”
“없어요.”
그렇게 대답한 지연은 꼿꼿하게 앉아 맥주잔을 들고 TV를 보는 척하고 있는 상중을 힐끗 봤다.
“아 맞다, 여보, 당신 회사에 괜찮은 사람 있다고 하지 않았나? 박 대리인가? 아버지가 은행 지점장인데 성실하고 싹싹하다고 그랬었잖아.”
“그 친구 여자친구 생겼대.”
거짓말이었다. 왜 그렇게 순식간에 거짓말이 나왔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회사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상중이었으나, 싹싹한 박 대리는 늘 그에게 먼저 다가오는 거의 유일한 직원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처제만 괜찮으면 소개를 시켜줄까 하는 말을 아내에게 꺼낸 적이 있었다. 석 달이 지난 지금 박 대리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는 상중이 알 바 아니었다.
“벌써? 에이, 하긴 괜찮은 남자들을 여자가 그냥 놔둘 리 없지.”
그 때 지연이 큭큭 웃으며 맥주를 들이키는 소리가 상중의 귀에 들렸다.
―
맥주를 몇 잔 먹지 않았는데도 도연의 얼굴이 벌게졌다.
“아 열나. 역시 술을 너무 오랜만에 먹었나봐. 나 먼저 잘게.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돼. 소리 좀 줄여도 되지?”
도연이 살짝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중이 따라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먼저 일어난 도연이 그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당신 오랜만에 술 먹는 건데 지연이랑 더 마시면서 애 좀 잘 달래 봐요. 결혼 시켜야지. 쟤 은근 당신 말은 잘 듣더라.”
도연은 자리를 떠나기 전 손바닥으로 지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지연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고 고개를 들어 도연을 향해 입을 삐죽였다.
출장 이후 상중과 도연은 이미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치렀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젯밤 관계를 맺던 도중 생리가 터진 상황이었다. 그게 오늘 도연이 몇 달 만에 술을 먹은 이유이기도 했다.
“오늘은 쉬는 날인가 봐요.”
도연이 이까지 닦고 방 안으로 들어간 지 몇 분쯤 지났을 때, 말없이 TV를 보며 혼자 술을 들이키던 지연이 속삭이듯 말했다. 끌어안은 무릎 위에서 살짝 기울어진 고개로 TV속에 멍한 시선을 고정시킨 채였다. 지연의 얼굴도 도연만큼 빨개져있었다. 몇 잔만 먹어도 빨개지는 건 아무래도 유전인 듯했다.
“어제까지 하루도 안 빼고 하던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상중이 아내가 들어간 안방을 겁먹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지연의 빨개진 얼굴이 아무래도 위험했다.
“어떡하지… 형부 겁먹은 표정도 좋아서….”
“처제, 도연이 있잖아.”
“알아요. 언니 있는 거. 근데 있잖아요, 형부… 저 언니한테도 잘 할 자신 있어요. 오늘 봤잖아요. 저 언니한테 아무렇지 않게 잘 하는 거.”
지연의 목소리는 TV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소리보다 작았지만, 상중은 그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형부 그거 알아요? 저요. 또 혼자 했어요. 형부랑 언니 하는 소리 들으면서 하루도 안 빼놓고. 혼자서… 이렇게…”
다리를 끌어안고 있던 한 손이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진 다리 사이로 향했다. 엉덩이 바로 아래까지 훤히 드러내고 있는 핫팬츠는 팬티마냥 간신히 가랑이 사이를 가리고 있었다. 하얀 손이 그 가랑이 사이를 살짝 문질렀다.
그러는 내내 지연은 양반다리한 상중의 앞섶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처… 처제…. 도연이도 있는데 이러지 말자.”
그건 말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솜털이 나있는 하얀 허벅지 아래에서 꿈틀대고 있는 손가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바보같이 왜케 맘을 속일까.”
지연의 손이 핫팬츠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아주 찰나였지만, 지연의 거뭇한 속살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만지고 싶잖아요 형부도.”
지연의 눈빛은 변해있었다.
“전 겁을 먹은 형부도 좋긴 하지만…, 겁쟁이는 싫어요.”
사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요부 같은 말투…
“우리 형부… 그날 밤엔 겁쟁이가 아니었는데….”
언뜻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중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고,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뻔 했던 그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처제, 이러지마. 대체 왜? 처제가 뭐가 부족해서…. 처제 이런 사람 아니잖아.”
그 말에 지연의 손이 잠깐 멈칫했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지연의 살짝 풀린 눈가가 찡그러져있었다.
“이런 사람이 뭔데요? 제가 지금 형부를 놀리는 것 같아요? 내 진심도 몰라주고, 진심이냐고 물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형부는… 읍!”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지연의 목소리를 막아야 했다. 취한 게 분명했다. 1.5리터 맥주가 두 개나 빈 병이 되어 있었고, 나머지 한 병도 이제 반 병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생각 없이 술을 너무 많이 사온 것 같았다.
“처제, 알았어. 알았으니까 목소리 낮춰….”
지연의 손이 상중의 손목을 살며시 붙잡았다. 지연의 손가락에 묻어있던 애액이 그의 손목에 묻었다. 그러나 상중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목소리… 안 높일 거지?”
상중의 겁먹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지연의 풀린 눈이 껌벅거렸고, 고개가 살짝 끄덕여졌다. 상중은 그제야 지연의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뗐다. 지연이 ‘파하’하고 과장되게 숨을 내쉬며 상체를 눕혀 소파에 기댔다. 지연의 가슴이 불쑥 솟았다.
“술 없어요.”
지연이 빈 술잔을 내밀었고, 상중이 얼마 남지 않은 술을 들어 잔을 채웠다. 지연은 그걸 벌컥벌컥 마셨다. 입술 옆으로 맥주가 흘러 지연의 목을 타고 쇄골 아래로 스며들어갔다.
상중도 목이 타긴 마찬가지였다. 잔을 들어 지연과 똑같이 벌컥벌컥 마셨다.
상중이 손목에 살짝 남아 있는 애액을 발견한 건 그때였다. 그걸 반대 손으로 살며시 닦았다. 시선이 저절로 지연의 허벅지 아래로 향했다.
털…. 지연의 손이 빠져나올 때 같이 빨려나온 것 같은 꼬불거리는 검은 털 한 가닥이 핫팬츠 바깥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그는 하얀 허벅지에 나타난 선명한 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연은 자신의 허벅지 아래를 보고 있는 상중을 물끄러미 보았다.
“형부…?”
상중이 고개를 들어 지연을 보았다. 지연이 기는 자세로 상중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상중의 목덜미를 휘감았다. 코앞에 와있는 지연의 숨결에서 달착지근한 술 냄새가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형부도 나랑 하고 싶잖아요.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처제, 난 잘 모르겠어. 처제가 뭐가 부족해서 나한테 이러는지도… 이게 맞는 건지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요. 뭐 그렇게 생각이 많아요. 나 취해서 이러는 거 아니란 말예요.”
잔뜩 취한 지연의 얼굴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지연의 입술이 상중의 코에 닿을 만큼…. 지연의 거친 숨결이 그의 얼굴을 또 매만졌다.
“키스… 해주면 안 돼요?”
한계였다. 눈앞에서 아른 거리는 지연의 입술과 그의 입술 사이를 가로막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제야 술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열흘 전 그를 사로잡았던 본능에 충실한 욕망이 다시 뛰쳐나왔다.
아내가 잠들어 있을 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잊고 지연의 입술을 덥석 물어버렸다. 될 대로 되라지. 이미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였다.
어느새 상중의 다리 위에 올라탄 지연의 손이 상중의 등과 머리칼을 미친 듯이 더듬었고, 입 안에서는 개구리를 옭아매 죽이려는 뱀처럼 입 속에 파고든 상중의 혀를 마구 휘감아댔다.
상중의 손은 더욱 바빴다. 언제 그렇게 머뭇거렸냐는 듯 지연의 얇은 티셔츠 속 부드러운 살결을 따라 가슴까지 순식간에 이르렀고, 브라 위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거실을 채우고 있는 연예인들의 수다와 웃음 사이로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쩝쩝거리는 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끼익하고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건 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