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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의 일기장 (이 소리가 들려?) 3화

무료소설 처제의 일기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제의 일기장 (이 소리가 들려?) 3화

 ―
2007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다. 그러면 뭐하나, 줄 남자도 없는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남자가 있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모르겠다. 대학 가면 괜찮은 남자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르지.

 내게 초콜릿을 받는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아빠처럼 무뚝뚝한 남자? 형부처럼 친절한 남자? 그러고 보니 내가 보는 남자의 기준이 아빠 아니면 형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아빠보단 형부 같은 스타일이 나은 것 같다. 친절하고 따뜻한 남자.

 친구들과 시내의 팬시점에 들렀을 때 가득 쌓인 포장된 초콜릿을 보면서 엄마, 아빠한테나 드리자는 생각을 했다. 고3이 된 늦둥이 딸 챙기느라 힘드셨을 테니까. 그런데 비싸기만 하고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시간도 때울 겸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 만드는 거였는데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긴 했지만, 양 조절을 실패해 엄청 많이 만들고 말았다. 그래서 근처에 살고 있는 언니 부부나 갖다 주기로 했다.

 초콜릿을 들고 찾아가자 언니는 ‘니가 이런 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라고 말하고는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나보고는 신경 쓰지 말라고 위안을 한 주제에 자기는 엄청 신경 쓰고 있나보다.

 형부는 회사일이 바빠 항상 늦는다고 했다. 덕분에 이틀 연속으로 언니랑 수다를 떨었다. 결혼 한 지 반 년쯤 지난 언니는 열심히 일하는 형부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이 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상중은 처제가 만들었다며 아내가 건넸던 초콜릿에 대한 오래전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도 도연과 연애하던 시절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보았던 적이 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마침 주말인데도 아내도 없고 처제도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도연이 아니라 처제를 위해서였다. 아내를 위해 만들어봤자 먹지 않을 테니까.

 “달콤한 냄새! 형부 지금 초콜릿 만드는 거예요?”

 상중이 초콜릿을 만드느라 정신이 팔려있는데 지연이 돌아왔고, 열중하고 있는 그의 옆으로 다가와 초콜릿이 녹고 있는 냄비 위에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 바람에 지연의 머리칼이 상중의 턱에 스쳤고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초콜릿 냄새와 섞여 상중의 코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야, 로맨틱한데요? 이런 것도 하실 줄 아셨어요?”

 상중은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때 지연의 손가락이 상중의 볼에 닿았다.

 “형부, 그 나이에 이러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런 것까지 묻히고 있으면 안 어울리게 귀엽잖아요.”

 처제는 손가락에 묻은 까만 초콜릿을 입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달달하네요, 형부.”

 상중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지옥철. 지옥행 열차에 몸을 싣는 나날은 멈추지 않았다. 몸을 밀쳐대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밀쳐지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닿았다. 목적지에는 지하철에서 맛보았던 것보다 더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 과장! 대체 몇 번을 말해야 돼? 하청업체에 떠넘기라는 걸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작정이야? 말 못 알아들어? 사람 좋은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과장님, 이걸 빨리 처리해주셔야 다음 건 진행이 가능합니다.”

 위에서 그리고 아래에서 압박하는 사람들. 마음까지 지치는 하루하루. 어디에도 그의 안식처는 없는 것 같았다.

 
 “형부,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은데.”

 저녁 늦게 홀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이었다. 지연은 어디선가 나타나 그의 손에 들린 재활용 봉투 하나를 가져가며 말을 했다.

 “처제 왔어? 오늘은 일찍 들어오네.”

 어두웠던 상중의 표정은 지연을 보자 저절로 밝아졌다. 그나마 처제의 존재가 그를 웃게 하고 있었다.

 “쓰레기 버리는 날인 줄 알고 일찍 왔죠. 잊었어요? 우린 쓰레기 커플이라니까요.”

 처제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과 처제의 밝은 웃음만이 상중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일기장을 통해 지연의 밝은 웃음 뒤에 감추어진 비밀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상중의 마음은 무거워지고 있었다.


 2007년 12월 20일

 그가 고백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몇 달을 망설였다고 했다. 나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며칠 째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점쟁이(타로마스터)를 다시 찾아갔다. 꿈속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사신이 그려진 카드가 또 나왔다.

 점쟁이한테 화가 난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다.

 고백을 받아들일 생각이다. 그는 친절한 남자다. 형부처럼.

 ―

 2008년 3월 21일

 첫 경험.

 그는 먼저 키스를 했다. 첫 키스는 아니었지만 달콤했다. 다른 때보다 더. 아마 와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길고 긴 키스가 이어졌다. 처음엔 서툴렀던 그의 키스가 이젠 제법 능숙해졌다. 그의 혀가 입안 구석구석을 간질였다. 치아 하나까지도 그의 혀를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혀는 그의 혀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서툴렀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줄곧 나의 가슴과 배 주위만 맴돌았던 그의 손이 어제 밤에는 제법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와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끄러웠지만 그의 손을 막지 않았다. 그는 손에도 심장이 있는 것 같았다. 두근거림이 피부에 고스란히 전해졌으니까.

 참을 수 없도록 아팠지만, 나는 참을 수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내게 고백했고, 고백한 이후에도 재촉하지 않았던 그는 어제 밤에도 서두르지 않았으니까. 이를 악 물고 그의 팔목을 꽉 쥐고 참고 기다렸다. 그러자 그 아픔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희열로 바뀌어갔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를 악물었던 나의 입에서 환희의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의 움직임은 조금씩 빨라졌다. 그러나 그는 얼마 못 가 내 위로 쓰러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도 역시 첫 경험이었으니까.

 상중은 도연이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키스를 퍼부었다. 도연은 영문을 모르면서도 그 키스를 능숙하게 받아들였다. 둘의 키스는 거의 10분 동안 이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키스 없는 섹스를 했었기에 도연은 그런 상중의 태도가 놀라웠을 것이다.
 
 “읍, 여보, 웬일이야. 하아.”

 도연의 옷을 풀어헤쳐 가슴을 주무르던 상중은 키스를 퍼붓던 입술로 이어 가슴을 머금었다.

 “씻어야지 여보.”

 상중의 혀가 도연의 젖꼭지를 돌리는 동안 도연이 자신의 상의를 다 벗었다. 그 사이 상중은 도연의 치마를 내렸다. 욕실로 사라진 둘의 뒤에 벗어놓은 옷이 뱀의 허물처럼 욕실까지 이어져있었다.

 둘은 욕실에서 물을 맞으며 격렬한 섹스를 이어갔다. 상중은 도연의 등을 벽에 기대게 하고 다리 하나를 든 채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도연의 거친 신음이 욕실 안을 가득 울렸다.

 그 때 상중은 낙수 소리와 도연의 신음 사이로 도어락 소리를 들었다. 신음을 쏟아내고 있던 도연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상중은 바로 도연을 세면대에 엎드리게 해서 도연의 둥근 엉덩이 사이에 자신의 물건을 맞추었다. 깊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간 물건은 도연의 목에서부터 자지러지는 신음을 뽑아내게 만들었다. 그 소리는 좁은 욕실 안에만 있기에는 너무 컸다.

 상중은 그 상태로 도연의 몸 속 깊이 사정했다. 도연의 질은 깊이 박힌 상중의 물건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까지 짜내려는 듯 조여 댔다.

 “옛날 생각나네.”

 도연은 손에 비누칠을 해서 상중의 물건과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었다. 그러는 내내 상중은 욕실 밖으로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상중이 먼저 나가려고 했으나 도연이 뒤따라 나와 상중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 순간 지연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지연과 나체의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어머, 미안미안!”

 처제가 잽싸게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어떡해! 쟨 언제 왔대?”

 두 사람의 허겁지겁 벗어놓은 옷들이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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